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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게임11

왕보리 |2012.05.19 12:33
조회 1,590 |추천 3

출처 : http://www.humoruniv.com/
< 웃대 : hirurika님 >

 


[연작] 살인게임 (11)

 

"무사할 줄 알았니?"

"사, 살려주세요..."

"너 때문에 내가 무슨짓을 당했는 줄이나 알아?"

 

남자는 손에 든 망치로 여자의 머리를 인정사정없이 내리쳤다.

'퍼석'하는 소리와 함께 비릿한 뇌수가 쏟아져내렸다.

남자의 얼굴에도 피와 뇌수가 튀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듯

그는 얼굴에 묻은 액체를 핥아먹는 엽기성을 보였다.

 

"그, 그만해."

"싫어. 아직 살아있단 말야."

"끄에에엑..."

 

머리가 깨진 여자는 사고력을 잃어버린 저능아처럼

동물의 울음소리를 내며 꿈틀거렸다.

쇠망치를 든 남자의 옆에 있던 사내가 그를 제지하며 말했다.

 

"난 아직 시작도 못했단 말야."

"그렇군. 내가 그 생각을 못했어."

 

수십명의 남자들이 음침한 지하공간에서 끔찍한 살육을

벌이고 있었다.

만약 지옥이 있다면 이곳이 가장 끔찍한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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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만 만나."

"진심이야?"

"응, 나... 다른사람 생겼어."

 

시선을 커피숍 바닥에 둔 채 말없이 담배를 꺼내 무는 그녀를

잠시 지켜보다가 난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담배는 전혀 못하다더니 역시 거짓말이었다.

뭐 알고는 있었지만 헤어지잔 말과 동시에 이렇게 쉽게 본색을

드러내다니 조금은 섭섭하다.

이미 나에게서 마음이 떠났다면 나도 굳이 붙잡고 싶은 생각은없다.

게다가 다른사람까지 생겼다면 더더욱.

 

"그동안 나한테 빌려간돈 다 줘."

"뭐?"

"돈 달라고."

 

그녀는 커피를 한모금 마신 후,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더니

내 얼굴을 향해 연기를 뿜으며 말을 이었다.

애교섞인 말투로 날 즐겁게 해주던 그녀는 이미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며칠전에 니가 빌려간 돈 있잖아. 천만원."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언제 너한테 돈을 빌려?"

"이걸 보고도 그런말이 나와?"

 

그녀는 핸드백에서 필기체로 휘갈겨쓴 종이 한장을 꺼냈다.

각서?

내용을 들여다본 난 어이가 없어 웃음도 나오질 않았다.

 

"너 왜이래?"

"뭐가? 빌려간 돈 달라는데..."

"너 나 화내는거 한번도 못봤지?"

 

각서엔 우습게도 내 지장까지 떡하니 찍혀 있었다.

아마도 내가 자는 사이에 몰래 찍은 것이리라.

장난이 아니란 걸 눈치챈 난 그녀에게 점점 화가 치밀어오르고

있었다.

 

"나 화내기 전에 그만해라."

"못주겠다고? 개색끼. 그럴 줄 알았어. 너 따라나와."

 

상황이 완전 블랙코메디였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우린 서로를 향해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던

연인사이였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난 그녀의 얼굴과 이름 외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녀의 집도, 전화번호도, 가족관계나 심지어는 그녀의 나이

조차도 한달이란 기간동안이나 사귀면서 알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그녀가 가난한 집안 사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을 수도 있을

거라는 내 잠정적인 가정이 선행된 이유도 있지만(지금에 와선

확실하게 심증을 굳혔다) 갑자기 이런식으로 나오는 그녀 앞에선

모든게 지금 이 순간을 위한 연극이 아니었나 싶을 뿐이다.

 

"어디까지 가는거야?"

"잔말말고 따라와."

 

커피숍을 나온 우린, 아니 난 그녀의 뒤를 따라 한참을 걸어

허름한 건물의 지하다방안 까지 들어갔다.

퀴퀴한 지하실 특유의 냄새와 다방안의 퇴폐적인 공기가 후각을

자극했다.

난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를 따라 다방안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언니, 오셨어요?"

"응, 나한테 전화온거 있어?"

"2시에 김사장님 오신데요."

 

들어서자 마자 노출이 심한 미니스커트와 가슴이 거의 드러날

정도의 끈 나시티를 입은 다방 레지들이 그녀를 맞았다.

그들의 대화에서 난 어렵지 않게 그녀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돈 때문이니?"

"뭐?"

"나한테 접근한거 돈 때문이냐고."

 

벤처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는 연매출 100억원대의 잘나가는

사업가고, 어머니는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덕분에 어릴적부터

난 다른 아이들 보단 조금 더 풍족한 생활을 영위해 왔다.

그녀는 내 뒷조사까지 한 것이 틀림없다.

 

"너 여기 처음 와보지?"

"뭔 말이야?"

 

그녀는 여러장의 사진을 나에게 내밀었다.

의아한 마음에 사진을 한장씩 살펴보던 난 경악에 가까운 충격을

받았다.

사진속의 내가 다방안에서 여자들과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너랑 사귀는 동안 몇가지 알아낸게 있어."

"이 사진은 다 뭐야?"

"너 몇살이지?"

"26살. 몰라서 묻는거야?"

"너 나랑 사귄지는 얼마나 됐는데?"

"왜 그러냐?"

"말해봐."

"한달, 정확히 29일."

 

그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지러지듯

웃기 시작했다.

그 광기어린 웃음에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너 오늘이 며칠인 줄 알아?"

"너 혹시 미쳤니?"

"며칠인데?"

"2005년 1월 5일. 이제 그만해라."

 

그녀는 말없이 신문 한부를 내 앞에 내밀었다.

연쇄살인마 안국도에 대한 이야기가 신문의 일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안국도가 누구지?

내가 뭐냐는 듯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가 말했다.

 

"날짜를 봐."

 

날짜엔 2012년 12월 28일이란 글귀가 깨끗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순간 현기증이 났다.

비틀거리며 난 다방의 오래된 소파위에 쓰러지듯 앉았다.

몇번이고 확인을 해봐도 변함없이 2012년 12월 28일이었다.

믿을수가 없었다.

 

"어떻게 된거야?"

"넌 지난 8년간 하룻밤만 자고 일어나면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어.

마치 지우개로 기억을 지워버린 것 처럼."

"그럴리가..."

"니 나이는 지금 33살이야."

 

내가 33살이나 먹었다고?

내가 전혀 기억못하는 사이에 난 조금씩 늙어가고 있던건가.

이럴순 없다.

모든것이 혼란스럽다.

 

"자 커피 마셔. 돈 얘기는 차근차근 하자."

"거짓말... 내가 기억 못하는 걸 역이용해서..."

"그럴리가. 자 봐. 이건 완벽한 네 글씨체라고, 네가 치료를 하겠

다고 나한테 빌린 돈이야. 물론 하루만에 어딘가에 잃어버리긴

했지만."

"언니 김사장님 오셨어요."

"어서오세요."

 

다방문이 열리며 고급정장을 갖춰입은 대머리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얼굴에 개기름이 좔좔 흐르는 것을 보니 꽤나 기름진 음식을

과다섭취하는 녀석인 것 같았다.

 

"오랜만입니다. 뭐 다 생략하고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어머, 김사장님도 급하셨나보다. 호호."

"물건은?"

"여기 이 사람이예요."

 

그녀가 날 가리키며 말했다.

마치 시장에서 물건 흥정하듯 그녀는 날 김사장이란 사람에게

자세히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괜찮을까?"

"어차피 내일이면 또 다 잊어버릴 사람이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그냥 데려다가 묶어놓고 키워도 된답니다."

"흐음, 굉장히 끌리는구만. 몸도 좋은걸?"

"그럼요. 얼굴 잘생겼지, 몸도 근육질에다 결정적으로..."

 

김사장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중얼거리는 그녀를 보며 난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이년이 날 저 김사장이란 놈에게 팔아넘기려고 하고 있다.

다방안엔 전부 여자뿐이었고 김사장이란 녀석도 내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때려눕힐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당할 줄..."

 

어질

 

다방안의 풍경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온몸이 나른해 지면서 눈이 저절로

감겨왔다.

애써 버텨보지만 비열하게 웃는 그들의 모습이 피카소의

추상화처럼 괴이하게 일그러져 갔다.

커피는 마시지 말걸...

 

"김사장님 안녕히 가시고 또 이용해주세요."

"허허허, 다음에 보세나."

 

김사장이 나가고 나자 다방안의 여자들이 모여들어

그가 지불한 돈을 세기 시작했다.

한껏 상기된 그녀들의 표정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언니 정말 이대로만 하면 우리 금방 부자되겠다. 그쵸?"

"호호, 이년아 그게 다 내 장사수완이 좋아서 그런거야. 알지도 못하면서."

"근데 언니 이번 시나리오는 좀 억지성이 있었죠?"

"억지는 무슨. 사람은 원래 눈에 보이는 건 다 믿게 돼있어.

너도 봤잖아. 조작된 신문쪼가리 하나로 지금이 2012년이라고 믿는

바보를. 호호호."

 

콰당

 

그녀들이 웃고 떠드는 사이 뭔가가 다방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굴러 떨어져 내렸다.

의아해 하며 문을 열어본 그녀들은 얼마나 맞았는지 얼굴이 오래된

우동면발처럼 퉁퉁불어터진 김사장을 볼 수 있었다.

 

"아니, 김사장님?"

"끄으으윽..."

"오랜만이다. X년아."

 

그녀는 계단을 가득 메우고 있는 남자들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그녀가 다방에서 팔아온 남자들이 손에 쇠망치를 하나씩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서 있었다.

 

"어, 어떻게...꺄악"

 

퍼억

 

가장 앞에 서 있던 사내가 여자를 발로 걷어 차버렸다.

다방 안으로 데굴데굴 굴러떨어진 그녀는 겁에질려 뒤로 엉금엉금

기어가며 울기 시작했다.

 

"무사할 줄 알았니?"

"사, 살려주세요..."

"너 때문에 내가 무슨짓을 당했는 줄이나 알아?"

 

남자는 손에 든 망치로 여자의 머리를 인정사정없이 내리쳤다.

'퍼석'하는 소리와 함께 비릿한 뇌수가 쏟아져내렸다.

남자의 얼굴에도 피와 뇌수가 튀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듯

그는 얼굴에 묻은 액체를 핥아먹는 엽기성을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다방의 구석에 숨어 그 광경을 지켜보던 소년과

머리가 깨져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려는 여인의 눈이 마주쳤다.

 

"엄마..."

"하, 한석아... 도망가..."

 

퍼억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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