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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례 더 하늘과 땅이 뒤집어지는 요동을 치더니, 갑자기 하늘이 밝아졌다.
해가 하늘 높이 솟아 올랐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하지만, 세상은 밝지 않았다. 도시 전체가 화재에 의한 연기로 앞을 보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몇시간 사이에, 국가 기능 자체가 마비되었다.
아니, 마비되고 말고 할것도 없었다. 도시 전체를 돌아다녀도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간혹 몇몇 사람들이 가족을 찾으려는듯 돌아다녔지만, 울부짖지도 않았고, 말도 없었다.
말 해도 들어줄 사람조차 찾기 힘들었다.
도대체 몇명이나 살아 있는걸까?
이후로 더 이상의 요동은 없었다.
최소한 그날이 다시 저물 때 까지는.....
- 2011년 11월17일
다시 날이 밝았다.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서로 찾아다니며 그룹을 만들었다.
결국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의외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표정에서 슬픔같은것을 찾아 보기 어려웠다.
너 나 할것 없이 거의 대부분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남았는데도...
물론 몇몇의 여자 생존자들은 주저앉아 망연자실한 상태로 넋을 잃고
있었지만, 그들도 통곡을 하거나 소리내어 우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너무나 큰 일을 당하면 슬픔을 느끼는 감정 조차도 무뎌지는것 같다.
시간이 갈수록 한명 한명 모여들었다.
누가 뭐랄것도 없이 아무 말도 없이 사람이 있는곳을 찾아 모여들었다.
누가 말을거는 사람도 없었고, 그저 사람이 있는곳을 찾아와 확인을 하고는
다시 자신의 일을 보러 떠났다.
그들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날이 저물자 다시 모여들었다.
날이 저물자 모여든 사람들 사이에 대화가 오가기 시작했다.
- 2011년 11월 30일
지축이 뒤집어진 후 기후가 바뀌었다.
11월임에도 예전보다 태양의 고도가 더 올라갔고, 지난 10월 초순 정도의
정도의 기후가 유지되었다.
예전같으면 겨울로 접어 들어갈 때였지만, 며칠이 지나도 더 이상 추워지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도시의 화재가 진화된 후 밤하늘을 보았다.
별이 더 많아보였다. 하지만, 눈에 익은 별자리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것일까?
이제 더 이상의 재앙은 없는것일 까?
- 2011년 12월 15일.
이제 모여있던 사람들은 대체로 정신적인 평정을 찾고, 스스로 일을 찾기 시작
했다. 어떤이는 낮에 멀리까지 나가서 다른 생존자들을 찾기도 했고, 어떤이는
부서진 건물들 사이들 뒤지면서 생필품을 찾았다.
대부분 어떻게든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에 살 궁리를 하기 시작 했지만, 처음
발견당시부터 넋을 잃고 주저앉아있던 젊은 여자 한 사람은 계속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더니 어제저녁 목을 매 숨진채로 발견되었다.
그녀는 결혼한지 1년 되었으며, 당시 생후 1개월된 아이가 있었다고 했다.
그녀는 이동네 아파트에 살고 있었으며, 지축변동시 아파트가 무너지며 그녀혼자
밖으로 튕겨나왔고, 그 아파트 단지 전체의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했다.
그녀의 남편과 생후 1개월된 아기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그녀는 한달 내내 가족의 시체라도 찾으려 했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자살당시 그녀는 한달간을 아무것도 먹지않아 목을 매지 않아도 죽을것만 같았다.
-2012년 2월 1일.
이제 생존자들은 대부분 현실에 적응하고 자신의 일을 찾아가고 있었다.
각 동네의 생존자들을 위주로 소규모의 그룹이 형성되고, 다시 그 그룹들이 모여
더 큰 그룹을 이루었다.
그들은 모두 이전의 적성을 살려 그룹의 생활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서 서로 도와 살아가고 있었다.
그중 어떤이는 건물더미를 뒤지다가 무전기를 찾아냈다.
자신이 아마추어무선사였다며 대단히 기뻐한 그는 그것을 이용해 세상의 소식을
듣고 싶어했으나, 전기가 없었다.
그룹의 또 한사람은 다른동네의 그룹까지 찾아다니던중 어디선가 태양전지와
배터리를 구해왔다.
몇사람이 협력하여 무전기를 구동할 수 있는 전원장치를 만들고, 안테나를 만들어
세웠다.
일순간 그룹내에 사건 이후 처음 맞는 기대감이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