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재 남자친구와 결혼을 생각하고 이것저것 준비 중에 있습니다.
글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내가 그만큼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현명하신 분들의 조언이 필요하여
용기 내어 글을 씁니다.
아직 상견례는 안했지만 부모님이 모두 다 잘 아시고 있습니다.
대학생 때부터 연애를 해서 약 5년간 만났습니다.
먼저 저희 집은 그냥 평범한 중산층입니다.
어머니 아버지 모두 선생님이시고, 저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저희 집은 그렇게 잘 사는 편은 아니지만, 저는 저희 부모님이 자랑스럽고 저희 집이 좋습니다.
처음에 저희 집은 20평대에서 시작했습니다.
아 물론 엄마가 시댁에서 약 7~8년간 시집살이를 했었는데, 그 때는 마당 있고 개도 뛰어노는 집에서 살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초등학교 들어갈 즈음에 아파트로 분가하였는데요,
당시 여동생이 있었고, 곧 몇 년 후 남동생이 태어났습니다.
20평대가 사실 다섯 식구가 살기 좁은 집이었고, 자그마한 티비에 에어컨이나 쇼파 등등도 없이 살았지만 지금도 그 때의 추억을 생각하면서 더운 여름 거실에서 온 가족이 누워서 잠을 자던 그 날은 그 어떤 추억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억입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여동생과 방을 같이 써왔지만,
여동생만큼 제일 좋은 친구도 없고, 사실 여동생이랑 같이 쓰지 않는 저만의 방은 상상하기도 힘듭니다. 또 막내하고도 사이가 좋아 저희는 누군가에게 애인이 생기지 않는한 주말은 무조건 셋이 노는 시간
혹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일 년에 한번 가족여행을 떠나고 사회 생활하면서 생기는 소소한 일들, 고민들..
모두 집에 와서 동생이나 엄마 막내랑 이야기하면서 풀고 하는 편입니다.
(사실 밖에다 얘기하고 누군가 험담하기에는 가족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
아, 위에서 말을 안 한 것 같은데,
제가 고등학교 입학 할 즈음에 저희는 40평대 집으로 이사할 수 있었고,
조금씩 모은 돈으로 에이컨 한 대 장만, 다음해엔 좀 더 큰 티비 장만 등등 하나하나 살림살이를 늘려가는 재미로 살았습니다.
자동차를 사면 시승식을 한다고 떠들썩하게 이벤트를 하기도 하고, 티비를 산 후 온 가족이 몇 시간 동안 영화를 봤던 기억도 있고, 거실에 이제 빈 공간이 너무 많다고 예전 20평대 집이 넘 그립다고 능청떨던 일까지..
지금 집 곳곳에 온 가족들의 추억이 넘쳐흐릅니다.
부모님 철학이 남에게는 베풀고 관대해야 하지만 본인에게는 그러면 안 된다고 하셨기에 저도 늘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최대한 저 스스로에게는 냉정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하지만.. 지금 남친의 집은 저희 집과는 거의 정 반대입니다.
늘 사고만 치던 남동생이 있는데, 심한 전과는 아니지만, 보호 감찰? 그런걸 받고 있다고 하더군요..
폭력이나 그런건 아니라고 하던데.. 학교 다닐 때도 사고를 좀 많이 쳤나 봅니다.
그래도 남친이 남동생이랑 서로 같은 남자라고 좀 달래고 어르고 해서 어떻게 대학교는 간 것 같은데.. 지금은 군대 갔다가 그냥 군인으로 산다고 해서 직업군인..
제가 남자들 용어는 잘 모르는데 말뚝 박는다라고 표현하더군요..
그리고 또 부모님은 정말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십니다.
어떻게 아냐구요?
매번 싸우면 아들에게 전화 오는 어머님 아버님 때문에...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실 약 28년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엄마 아빠가 싸우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엄마가, 혹은 아빠가 일방적으로 삐치시는 일은 종종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백화점에서 엄마가 이 옷 어때? 이랬는데 아빠가 좀 시큰둥하게 이뻐이뻐 라고 해서 엄마가 서운하다고 옷을 제대로 안봐줬다고 삐쳐서 아빠가 하루 종일 엄마 화 풀어줘야 한다고 진땀 빼는 일, 뭐 아빠가 요리 했는데 엄마가 감동을 덜 해서 이거 준비하느라고 인터넷 레시피를 얼마나 뒤졌는데! 이러고 또 엄마가 맛있다고 오바하고 또 오바한다고 아빠 삐치고.. 등등 이런 일만 목격했기 때문에
이혼 이야기가 오가고 욕이 오가는 싸움이.. 사실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별거 하시고 다른 집 살림(?) 하시다가 지금 나이가 들어서 합치신 거라고..
근데 별거 하실 때도 이혼하셨던 건 아니라서.. 법적으로는 그냥 계속 부부였던..
저는 처음에 드라마 이야기 듣는 줄 알았습니다.
자기가 그래서.. 부모님의 정을 잘 모른다고 하더라구요..
그럴 때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남친 부모님은 딱히 한 직업을 오래 하신건 아니고 이것 저것 많이 하셨더라구요.
가게도 여러 가지 장사 해보셨고.. 지금은 그냥.. 하루 벌어 하루 쓰시는 정도..
남자친구는 저희 집은 너무 드라마처럼 살아왔다고 하더라구요.
요즘 누가 가족여행을 매년 챙겨서 가며, 가족티, 가족신발 이런거 신고 다니고
가족사진 찍어서 매년 사진 바꾸고 그러냐고요..
저희는 가족 앨범 이런 것도 만들고 앨범이 한권씩 늘어가는 재미로 살거든요...
저는 지금 남친과도 그런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저희 엄마가 저희들한테 해준 것처럼 제가 자라온 흔적들 쭉 모아서 제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고, 가족 여행도 가고 가족 티, 운동화도 맞추고 나들이도 가고
그냥 딱 제 부모님이 저한테 해주신 만큼만이라도 제 미래의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습니다.
비록 처음 시작이 크고 좋은 집은 아니라 할지라도
저도 부모님처럼 하나하나 가구 채우는 재미, 집 평수 늘리는 재미로 살고 싶습니다.
근데 남친과 이야기 하다보면 저는 꿈나라 남친은 현실. 이런 느낌도 들고
남친은 너무 팍팍해요...
가족과의 즐거운 추억..정 이런게 없는 것 같아서 안쓰러운 마음도 들고...
제가 글을 올리는 이유도,
저의 이런 생각이 그냥 철없는,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짊을 짊어지고 소위 말씀하시는 헬게이트를 여는
행위일까 싶어서입니다...
저는 제가 옆에서 함께 좋은 추억도 만들어 주고 싶고,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든든하고 좋은 건지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남친과 저는 대학 때부터 사귄거지만 남친이 저와 비슷한 위치의 회사로 와서 둘 다
남부럽지 않은 기업에 다니고 있으며 둘이 연봉을 합치면 1억 이쪽저쪽 됩니다.
한 달에 약 500 정도 둘이 벌테니..
둘이서 저축도 하고, 생활비 하고.. 조금씩 모아서 하면 처음에 작은 집에서 시작하더라도..
곧 원하는 평수로 이사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500이라는 돈이 많은 돈은 아니어도 적은 돈도 아니니..
알뜰 살뜰하게 살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그리고 베푸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꿈만 꾸고 있는건가요?
사실 저희 부모님은 연금도 받으시고, 모아 놓으신 돈도 있으셔서..
노후 걱정은 딱히 없으십니다. 그래도 지금처럼 어버이날, 명절, 생신 때 적게나마 용돈 챙겨드리고, 선물 챙겨드리고, 또 할 수 있으면 여행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근데 이제 남친쪽 부모님은 하루 벌어 하루 쓰시는 분들이다보니...
이제 점점 일거리도 없고 힘들어 하십니다.
저희가 그래서 매달 용돈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
사실 전 어머님의 씀씀이가 좀 걱정입니다.
저는 제가 10을 갖고 있으면 7을 쓰고 3을 저축해야 한다고. 최소한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머님은 10이 있으면 가끔 15를 쓰시기도 하고 20을 쓰시기도 합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지요. 하지만 소비라는 것이 충동적이면 안되는 것이잖아요.
아버님하고 싸우는 이유 중에 반할은 소비 패턴이고,
또 반은 남자문제라고 합니다.
사회 활동이 활발하신 어머님이 이 모임 저 모임 가시고, 그 이후 뒷풀이 가시고
아버님은 그런 술자리 활동 싫어하시고. 뭐 그런 문제입니다.
아 저희 집은 엄마가 여자는 술자리에서 함부로 흐트러지는 모습 보이는거 아니라고 교육하셨기 때문에 저는 대학 때도 술에 만취했던 적은 없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주량이 그래도 한병 반까지는 되는 것 같은데.
더 마시면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 때 딱 기분 좋을 때 까지만 마시고 그만 둡니다.
그러고보니 대학 때 친구들 챙긴 기억밖에 없어서 친구들이 저 한 짝은 마시는줄 압니다만... ㅠㅠㅠㅠ
근데 남친 어머님이 술에 취해서 집에 들어오는 일이 종종 있어서
진짜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어른이고.. 또 여자고 이런데.. 하는 생각도 들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 하는
남친도 충격이었습니다.
저희 둘은 애정 전선에 절대 문제 없고
남친이 일단 저랑 결혼하자고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합니다.
근데 저는 막상 결혼을 생각하고 상견례를 비롯하여 여러 절차를 앞두고 나니 고민이 됩니다.
집안과 집안과의 만남이라고 하는데.
너무도 다른 집안 환경이.. 아직까지는 느껴본 적 없지만 혹시 남친의 가치관도
저와는 많이 다른건 아닐지 싶기도 하구요...
혹시나 하여 말씀드리면 남자친구는 솔직히 제가 사람 만들었습니다.
놀고 먹는 대학생인걸 옆에서 같이 학원 다니고 뭐 잘못할 때마다 책 읽어 오라하고
문제집 풀어오라 하고 나한테 연애편지 한 장 쓸 시간에 토익 한 장 풀어오라 했습니다.
덕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남친도 열심히 따라와줘서
지금 비슷한 위치의 회사에 있게 되었네요. 휴.
그러고보면 남친 친구들은 아직도 대학 때처럼 비슷하게 살고 있는데..
대학 때는 같이 놀고 먹는 친구들 같았는데
이게 또 사회 나와서 몇 년이 지나고 나니까 또 확 다르더라구요..
변변찮은 직업도 없이 하루 벌고 하루 쓰고, 쉽게 만나고 이별하고..
사실 저는 남친이 저 친구들 만나는 것도 좀 싫어서
자기가 정말 저 친구들의 친구라면 다 좋은 길로 인도해주고 해야 하는 거라고
그럴거 아니면 자기는 친구라고 하면 안된다고 충고합니다.
남친도 요즘은 친구들 만나서 니들 그러면 안된다고 직업학교니 뭐니 추천해 대는 통에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라고 하더라구요.. 변했다고..
변해야 하는건 친구들일텐데요. 휴
암튼 저희 둘만 생각하면 전혀 문제될 게 없는 것 같은데.
둘이 벌어 둘의 인생을 설계하고 채워 나가는 건 행복할 것 같은데..
왜 그의 친구들, 가족들 생각하면 무언가 이렇게 답답한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겪어보지 않고, 그의 여자친구로서 겪었을 뿐인데...
제가 너무 미리 걱정하는 것일까요?
어머님 아버님 모두 제가 남친 사람 만들었다고..
저한테 너무 잘해주시니 오히려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만..
결혼하면 이게 바뀔까요?
아... 정말 연애하고 결혼은 하늘과 땅 차이네요..
먼저 결혼하신, 혹은 인생 선배님이신 분들의
현명한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