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서바이벌게임]PART 1.(DATA1~2)

왕보리 |2012.06.07 17:22
조회 1,016 |추천 3

출처 : http://web.humoruniv.com/main.html
< 웃대 : berser13 님 >

 

PART 1. D-3

DATA 1. Daily 일상

[2010. 7. 22 목요일 18:11 서울 양천구]

내 이름은 조성환.

나이 26세.

만화가 지망생이다.

아버지는 공무원이신데 광주로 발령이 나셔서 어머니와 함께 내려가신지 5년이 넘으셨다.

아버지는 꽤나 고지식한 분이다.

대학을 가지 않고 만화를 그린다고 말씀드린 순간부터 한번도 용돈을 받아 본 적이 없다.

물론 어머니께서 몰래 챙겨주셨지만 말이다.


군대 가기 전에 문하생 생활을 하다가 군대에 들어가 제대한 후 혼자 만화를 그리고 있다.

군에서는 사회에만 나가면 내 마음껏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제대하고 보니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공모전에 한번 미끄러지고 다음 공모전을 대비하고 있다.

그린 만화를 내 블로그에 올리고 있긴 하지만 그다지 반응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읽는 사람도 몇 안 되고 말이다.


이번에 그린 것은 ‘Last Weapon'이라는 SF 단편이었다.

2500년을 배경으로 외계의 침입에 맞아 그들과 싸우는 지구인들을 그린 SF 만화였다.

진부한 감이 없지 않지만 전부터 꼭 그려보고 싶은 내용이었다.

그리고 지금 막 마지막 장면을 그리고 그것을 내 블로그에 올렸다.

언제나 그렇지만 한 편을 완성하면 뭔가 뿌듯하다.

비록 부족하고 돈은 한 푼도 안 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돈벌이라고는 문하생 생활을 하던 곳에서 가끔 마감 때문에 인력이 필요할 때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을 해주고 받는 것이 전부이다.

현재 모든 생활비는 나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신중이란 녀석이 충당하고 있다.

 

김신중.

역시 26세.

내가 인천에서 서울로 이사 온 초등학교 2학년부터 친구 사이이다.

바로 앞집에 산다는 인연으로 말이다.

악연이라면 악연이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쭉 같은 학교를 다녔고 뭐 어쩔 수 없이 붙어 다녔다.


덕분에 중, 고등학교를 편하게 다니지는 못했다.

같은 또래에 비해 커다란 덩치였는데 초등학교 6학년에 13cm, 중학교 1학년에 12cm가 자라더니

중2가 되어서는 녀석의 키는 185cm가 되었다.

같은 학교에 녀석보다 큰 놈이 한 놈 있긴 했지만 비쩍 말라서 키만 컸지만 이 녀석은 달랐다.

유도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올라갔다가 미끄러졌다는 신중이 녀석의 아버지는 동네에 있는 유도 도장

관장이신데 키가 190cm, 몸무게가 100kg이 넘었다.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녀석은 키도 큰데다가 덩치도 곰 같았다.

게다가 녀석은 운동신경도 월등했다.

그 큰 덩치로 100미터를 11초 5에 뛴 적도 있었다.

게다가 아버지에게 어릴 적부터 유도를 배워서인지 엄청나게 강했다.

하지만 유도 선수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승부욕이 없을뿐더러 부모님도 아들이 유도 선수보다는 평범한 회사원이 되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도 아직까지는 되지 못했지만 말이다.

녀석은 컴퓨터공학과로 대학을 졸업했다.

군대는 가지 않았다.

키 제한 때문이었다.

신검 당시 녀석의 키는 202cm였다.


녀석의 직업은 2006년 직업 사전에 신 직업으로 기재된 MMOPRG 전문 게이머이다.

MMORPG란 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의 약자로서

한 서버에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 최근에는 수만 명의 인원이 한꺼번에 플레이를 하는 게임을 뜻한다.

2007년 정식 서비스 후 업계 부동의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리젼드 오브 히어로’라는 게임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가입자만 4억 명에 달하며 동시접속자수가 거의 천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게임의 경우 최초로 완벽한 동시통역 기능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한국어로 그냥 채팅을 하면 이용자 언어에 맞추어 영어, 일어, 독어, 불어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약간의 오역이 존재하긴 했지만 점점 개선되어 90%이상의 정확한 통역이 가능 했다.


이렇다 보니 전 세계 유저가 같은 서버를 이용해 게임을 즐기게 되었다.

사용 연령 역시 30대 40대 많게는 50대까지 늘어나는 게 추세였다.

이런 게임은 특성상 장시간 게임을 즐기면 즐길수록 자신의 캐릭터의 성장에 맞추어 더욱 재미있는 게임을

즐길 수밖에 없었다.

이런 MMORPG에 자신의 분신인 캐릭터를 키우는 것은 여러 가지 싸움 기술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한

기술 및 여가 생활을 위한 요리, 악기 등등 자체 결혼 시스템으로 육아까지 가능 해지는 등 아주 세분화

되고 게임마다 차별화되는 경향이 생겼다.


하지만 이런 게임의 초창기부터 꾸준히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템의 구비였다.

좋은 아이템을 얻음으로서 짧은 시간에 게임내의 자신의 캐릭터의 위치를 급상승 시킬 수 있고 그 만큼

게임의 재미를 더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런 좋은 아이템 신중이 녀석이 가끔 괴성을 지르며 좋아하며 한 턱을 쏘는 초 희귀 아이템이라는

것을 얻는 것이 무척이나 시간이 걸리고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꾸준히 있어온 아이템 거래 시장은 엄청나게 커졌고 결국 전문적인 직업을

탄생시켰다.

녀석은 꽤나 이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꾼인 모양이었다.

아무튼 신중이 녀석은 여러 가지 게임을 두루 두루 즐기면서(자신의 말로는 제일 좋은 시장을 찾기 위해서)

가장 돈이 되는 게임에 집중한다.

참고로 녀석은 컴퓨터를 10대나 한꺼번에 이용한다.


돈이 얼마나 되는지는 나는 자세히는 모른다.

하지만 나와 녀석의 생활비는 모두 녀석이 충당한다.

엄청나게 먹어대는 녀석의 식비를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꽤나 수입이 괜찮은 것은 분명하다.

녀석의 말로는 이 직업은 평생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다지 신빙성은 없어 보이지만 말이다.

전에 만화 공모전에 미끄러지고 며칠 간 녀석이 하는 일을 해 보았다가 이틀도 안 되서 포기 한 적이 있었다.

엄청나게 피곤하고 사람이 할만한 일이 못 되었다.


나는 남들이 보면 그저 그런 청춘이지만 나름대로 꿈을 가지고 사는 그런 놈이다.

그런 꿈을 가지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

 

지우. 서지우.


서울로 이사 오게 된 첫날 덩치 큰 신중이랑 같이 이사하는 것을 구경하는 조그맣게 귀여운 여자아이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매일 같이 놀며 심심하면 울리던 옆집 사는 동생이 지우였다.

커가면서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중에서 지우가 매우 돋보이는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될 무렵부터

나는 점점 지우에게 빠져 들고 있었다.

언제나 밝은 그녀는 어디서나 인기가 좋았다.

그녀가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어린 시절처럼 그녀에게 가까이 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가슴 아팠고

어느 사이엔가 그녀 없이는 살수 없는 그런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녀는 대학을 마치고 현재 서울에 있는 외국계 보험회사에 취직해 다니고 있다.


내가 그녀와 사귀게 된 것은 그녀 대학교 2학년 때 내가 군대 가기 바로 한 달 전 일이다.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이다.

아무튼 그 뒤로 나는 그녀와 연인사이가 되었고 지금에 이르렀다.

물론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지만 말이다.

언젠가 정말로 데뷔하고 이름을 알리게 되고 성공하게 되면 그녀에게 정말 만화처럼 멋지게 프러포즈를

하는 것이 나의 꿈이다.


[삐리리~]


핸드폰이 울렸다.

나는 시간을 확인 했다.

벌써 시간이 된 모양이었다.


[지우]


액정을 확인 했다. 지우였다.


“오빠! 작업 중이야?”

“어. 그냥.”

“끝냈어? 오늘쯤이면 끝난다고 하지 않았나?”

“어.”

“그럼 블로그에 올렸겠네. 나중에 꼭 보께. 마지막에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다.”


그녀는 나의 몇 안 되는 팬 중에 하나였다.

이번 것도 그녀의 응원과 관심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중간에 몇 번이나 때려 쳤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오늘 저녁 약속 잊은 것은 아니겠지?”

“약속? 무…무슨 약속?”

“호호. 무…무슨 약속.”


난 거짓말에 약했다.

아니 그녀에게 약하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려면 저절로 말이 더듬어졌다.

신중이 녀석 말로는 지우의 기가 워낙 세고 내가 워낙 기가 약해서 꼼짝도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내 기가 약한 것은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아무튼 녀석이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그다지 수긍하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그녀에게 거짓말을 할 일도 별로 없지만 말이다.


“언제나 거짓말 한번 제대로 하려나? 그럼 8시에 종각역 알지?”

“알았어.”


나는 전화를 끊었다.

슬슬 준비를 하고 나가야 할 시간이었다.

오늘은 그녀와 내가 사귀기로 한지 1,000일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나는 방에서 나갔다.


[이제 곧 토탈러 크리거 게임 결승전이 시작되겠습니다.]


거실 TV앞에는 신중이 녀석이 앉아 있었다.

녀석은 손에 커다란 과자 봉지를 들고 다른 손에는 콜라 1.5리터 PT병을 병째 들고 마시고 있었다.


“뭐하냐?”

“토크 결승전 보려고?”

“그래?”


요즘 한창 떠들썩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고 많은 유저가 플레이 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

이번 대회가 3회째인데 대회 우승 상금이 무려 천만 달러였다.

게임 우승 상금이 천만 달러라니 희한한 세상이었다.

하지만 토크의 인기가 제일 먼저 맹위를 떨친 북미에는 토크를 가리키는 전문 학원이 등장 할 정도였다.

게임이 워낙 복잡하고 어렵다 보니 단순한 게임을 즐기는 대한민국에서는 인기가 북미나 유럽만 못했지만

워낙 게임 강국이다 보니 유저들도 많았고 수준도 높았다.

모두 신중이 녀석에게 주어들은 이야기였다.


“누구랑 누구랑 하는데….”


내 질문에 신중이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몰라서 묻는 거야? 신문이랑 TV에 얼마나 자주 나오는 줄 알아?”


나는 정말 모른다는 뜻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나라 유선일이랑 러시아의 소보로프랑 붙어.”

“유선일? 그 천재 아이?”


많이 들어본 이름이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천재로 알려진 아이였다.

고아였는데 누나와 함께 미국에 입양 되어서 그 곳에서 영재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3년 전 쯤에 그 누나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와 이제는 한국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의 유명인이 되어버렸다.

유명인이 된 것은 천재인 동생뿐만 아니라 그 누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유선일은 아는구나.”


녀석의 한심하다는 표정이 영 걸렸지만 게임 쪽에는 워낙 문외한인지라 할 말이 없었다.

게다가 녀석이 잘난 척 할 수 있는 유일한 것도 게임뿐이었다.


“앗! 유혜원이다.”


녀석이 갑자기 소리를 질러댔다.

과연 저 녀석을 26살 먹은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바로 지금 광고에 나오는 아름다운 여자가 바로 그 천재인 유 선일의 누나인 유혜원이었다.


“신은 정말 불공평 해!”


녀석의 입에서 어울리지 않게 신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왜?”

“너 저 아이가 유혜원 동생인거 알지.”


자꾸 나를 바보 취급 하려는 녀석을 한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일어나자마자 저 녀석과 씨름 하고 싶지 않은

생각에 참았다.


“천재인 것도 모자라서 저렇게 예쁜 누나까지 있잖아.”


녀석의 말에 조금이지만 동감이 갔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동조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렇군. 하지만 넌 바보인 것도 모자라서 멍청하기까지 하니 비슷하잖아.”


녀석이 다 먹은 PT병을 집어 던졌다.

쓰윽 피하려고 했지만 PT병을 변화구로 던지는 신기한 기술에 머리를 얻어맞았다.


“그건 그렇고 마지막 편 올렸으니까 보고 고칠 점 좀 말해 줘. 공모 마감 얼마 안 남았으니….”

“알았어. 이거 끝나고 읽어 보게.”


녀석은 귀찮은 듯 대꾸하고는 TV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에라이. 저런 것을 친구라고….”


저 곰 같은 녀석에게는 매우 귀찮은 일이겠지만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나는 옆에 떨어진 PT병을 집어 들어 녀석의 뒤통수에 대고 정조준해서 던졌다.

휙!

PT병은 아주 정확하게 빗나가 TV위로 날아가 그 위에 올려져 있는 작은 곰 인형을 맞추었다.

괜스레 곰 인형만 바닥에 떨어졌다.


“왜 곰 인형한테 화풀이야!”


녀석은 바닥에 떨어진 곰 인형을 소파에 앉아서 신기한 자세로 발로 집어 들며 말했다.

더 이상 이 녀석과 상대했다가는 손해라는 생각에는 나는 욕실로 발길을 옮겼다.


“그건 그렇고 저 인형은 언제 산거야?”


녀석이 물었다.


“몰라. 내가 인형을 왜 사?”


물론 녀석도 살 리가 없었다.

먹는 곰 인형이라면 모를까.


“지우가 가져다 놓은 건가?”


나는 녀석이 집어 던지고 노는 곰 인형을 잠시 바라보다가 욕실로 들어갔다.

조금만 더 저 녀석과 놀다보면 지우와의 약속이 늦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


[2010. 7. 22 목요일 19:02 종각역]


“종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회계 하십시오.”

개찰구를 나가자마자 한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발목까지 오는 바바리코트에 허리까지 오는 장발,

얼굴을 완전히 덥고 있는 수염을 가진 남자가 길을 가로막았다.

비쩍 마른 체형에 꽤 큰 키였다.


[지옥의 불이 가까워지고 있다.]


남자가 들고 있는 피켓에 붉은 글씨로 써져 있는 문구였다.


‘설마 피로 쓰진 않았겠지.’


이런 생각하며 남자를 피하려 했지만 남자는 내가 피하려는 방향으로 옆 걸음질 치며 나를 막아섰다.

나는 남자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다.

신중이녀석이라면 한번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쫓을 수 있었을 테지만 나로서는 불가능 했다.


“종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회계 하십시오.”

“아. 네.”


나는 왜 이런 사람들에게 쉽게 표적이 되는 걸까라고 생각하며 간신히 남자를 빗겨 지나쳤다.

최근 급격하게 종말론 자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었다.

어느 한 국가에 국한 된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 8월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공격했다.

대만은 자신들이 말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며칠 만에 항복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항복 직전에 미국 태평양 함대가 중국 연안을 대규모 폭격을 가했다.

당시 모두 3차대전이 터지네 어쩌네 했지만 전쟁은 보름 만에 소강상태 이르러 거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그 상태였다.

물론 여전히 미국의 태평양 함대는 동중국해 근처에 머무르고 있어 여전히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 후로 전 세계에는 종말론 자가 급속하게 늘었다고 했다.


역을 나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역 앞을 메우고 있었다.

대부분은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고 제 짝을 찾은 연인들이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린 서울은 낮보다 더욱 활기에 넘치고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자동차 불빛과 거리의 네온사인들이 그 활기를 더하고 있었다.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종말이란 자신의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해봤자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으로 지구가 파멸을 맞이하던, 아니면 영화에서처럼 커다란 운석이 지구를

풍비박산이 내던,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핵미사일 버튼을 눌러 인류가 멸망을 하던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아마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만화를 그리고 있지 않을까?

아니면 지우를 꼭 안고 있을지도….

그 상상을 하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지고 저절로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앞에서 남자 친구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이는 여자는 내가 혼자 미친놈처럼 웃자 애써 시선을 피했다.

나는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아무튼 이 세상이 멸망을 해도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영화에서처럼 지구를 지키는 것은 특정한 몇 명의 인물이면 충분할 것이다.

아마도 나 같은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구가 위기가 쳐했는지 알지도 못한 채 넘어갈 것이다.


쓸데없는 망상을 하는 동안 나는 벌써 약속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오빠!”


지우는 이미 와 있었다.

밝게 미소 짖는 얼굴로 나를 맞이하는 그녀.

만약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지우와 함께라면 행복하지 않을까?

나는 마지막으로 헛된 망상을 지우며 자리에 앉았다.

이런 헛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오늘은 기필코 꼭 그녀에게 할 말이 있었다.

 

 

 


[2010. 7. 22 목요일 18:55 러시아 모스크바]

“여기는 제 3회 월드 토탈러 크리커 스파이얼 결승전이 열리는 러시아의 크레물린 궁전입니다. 3개월 간 전

세계 2천만 유저가 펼친 예선을 거쳐 선발된 본선 진출자 32명. 숨 막히는 본선 토너먼트를 거쳐 이 곳까지

올라온 2명의 선수들이 입장하겠습니다. 이제 잠시 후 시작되는 경기의 승자가 천 만달러의 상금과 토크

세계 최고 타이틀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토탈러 크리거 스파이얼.

전 세계의 모든 국가의 군사력의 모든 내용을 거의 정확하게 포함하고 있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거의 실시간으로 프로그램이 업데이트 되는 것이 특징이었다.

미국 펜타곤과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은 최대 소프트웨어 제작 기업인 퓨쳐사가 손잡고 만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제작은 어디서 이루어졌는지 알려져 있지 않았다.


“네. 그렇습니다. 무대 왼쪽 러시아 깃발아래 자리를 잡고 있는 러시아의 알렉산드로 바실리에비치 수보로프

선수. 러시아 국가 정보국 소속으로 올해 나이 21세. 모스크바 대학을 최연소 수석 합격한 후 러시아 국가

정보국에 발탁된 러시아가 자랑하는 최고의 인재. 준결승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알려진 미국의 케빈 선수를

숨 막히는 접전 끝에 이기고 올라온 선수입니다.”


“네 대회전까지 그의 실력을 알고 있던 사람은 한명도 없었지만 토탈러 크리커 스파이얼 줄여서 토크의

개발자이자 토크를 만든 회사인 Future 회사의 중역인 케빈 선수를 이기고 올라왔다는 사실만으로 그의

실력이 진짜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네. 다음은 기다리던 우리나라 유선일선수 입장입니다. 나이 17세. 최연소 본선 진출 선수. 17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술학, 통계학, 심리학, 물리학, 양자역학 등등 20여개의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21세기 최고의

천재 소년.”


“바둑 4대 타이틀 석권. 세계 체스 대회 3회 우승!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0일전 처음으로 시작했다는

토크. 보통 사람이 전술부분에만 입문 과정이 6개월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국가 통합전략부분에서 세계 최고

자리를 넘보고 있다는 것은 오로지 유선일 선수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게다가 유선일 선수의 누님은 바로 그 유명한 영화배우이지 탈렌트인 유혜선씨가 아닙니까?”


“2009년 한국에서 제일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뽑힌 유혜선씨가 유선일 선수의 누나이죠. 정일 훈 케스터도

유혜선씨의 열렬할 팬이시죠.”


“하하. 저보다는 정일훈 해설자님이 더 열렬한 팬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하하. 아무튼 유선일 선수의 선전을 기원하며 잠시 광고 후 다시 뵙겠습니다.”

 


[10분 전 선수 대기실]


선수 대기실 안은 유선일 선수를 제외한 총 12명의 사람이 있었다.

그 중 2명은 대회 관계자였고 감독, 코디, 및 스태프 2명.

그리고 나머지 6명은 검은 양복에 검은 선그라스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들은 절도 있는 자세로 모두 서 있었다.

물론 대기실 밖에도 검은 양복을 입은 2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이 검은 양복의 남자들은 모두 군인이었다.


건장한 체구의 김 대위가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실내에 있는 사람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아 보였다.


“문대령님!”


앉아 있는 남자의 눈썹이 조금 꿈틀거렸다.

김 대위는 자신이 실수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절대 호칭을 사용하지 말라고 주의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황급히 호칭을 바꿔 불렀다.


“팀장님! 전화 왔습니다.”


물론 이 장소에서 함부로 통화를 할 수 없었다.

물론 통화가 가능한 인물 역시 몇 분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누구신가?”

“그분이십니다.”


그분이라는 말에 문대령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문대령은 두 손으로 핸드폰을 건네받고는 아주 꼿꼿한 자세로 통화를 시작했다.


“네. 각하!”


자신도 모르게 각하라는 호칭이 튀어나왔다.

문대령은 고개를 돌려 자신이 호위하고 있는 유선일 선수 쪽을 바라보았다.

경기를 앞두고 있는 유선일 선수는 귀에 이어폰을 끼고 앉아 있었다.

음악을 듣고 있는 모양이었다.


“네. 이어폰을 끼고 있습니다.”


핸드폰 건너편의 그 분의 명령을 들은 문대령은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대기했다.

유선일군이 눈을 뜰 때까지 말이다.


김 소위는 당황스러운 눈으로 그 장면을 쳐다보았다.

그는 특전사 출신이었다.

그곳에서 이곳으로 갑자기 배속 받은 지 2달 째였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완벽하게 이 비밀스러운 조직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핸드폰 건너편의 사람은 그 분이었다.

그 분이 친히 전화를 걸어온 것도 놀라운 사실이지만 그를 기다리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왔다.

그 분의 명령대로 유선일 군이 눈 뜨기를 기다리며 그를 바라보고 있던 눈이 잠깐 크게 떠졌다.


‘착시현상인가?’


아주 잠깐이지만 유선일 선수의 온 몸에서 빛이 나는 듯 했다.

문대령은 눈을 비볐다.

사람 몸에서 빛이 날 리가 없었다.

역시 착각이었던 모양이었다.


그제야 눈을 감고 있던 유선일 선수가 눈을 떴다.


“각하! 눈을 떴습니다.”


문대령은 잠시 통화에 집중했다.

그리고는 발걸음을 옮겨 유선일 선수에게 다가갔다.


“전화 왔습니다!”


유선일 선수가 고개를 돌렸다.

문대령은 잠시 흠칫했다.


‘왜일까?’


갑자기 유선일 선수에게 다가가는 것이 힘들게 느껴졌다.


“네.”


하지만 그런 느낌을 알리 없는 유선일 선수는 천진난만의 미소로 문대령을 돌아보았다.


“각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문대령은 이내 차분한 발걸음으로 유선일 선수에게 다가가 핸드폰을 건넸다.


“어. 권 할아버지한테서?”


유선일은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핸드폰을 건네받았다.


“안녕하세요!”

 


[보안은 되고 있는 건가?]


핸드폰을 통해 낮고 굵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통일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연임 대통령 또한 국군의 최고 통수권자인

권영락 대통령이었다.

현재 나이 65세.

첫 번째 임기 동안 북한을 흡수 통일시키고 단기간 내에 혼란속의 통일 대한민국을 안정화 시킨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10차 개헌을 통해 대통령 연임이 가능해진 해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고 그 다음해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연임을 한 인물이었다.


“보안이요?”


유선일은 잠시 얼굴에 조소를 띄우고는 말을 이었다.


“글쎄요. 아무래도 되고 있을 거 같은데요.”

“그 곳 도청은 걱정 안 해도 되는 수준인가?”

“글쎄요. 아마도 일상적인 도청일거예요. 대통령께서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렇군.”

“왜 전화 하셨죠?”

“아. 경기 잘하라는 격려전화지.”

“훗!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것 말고 또 다른 목적은요?”

“그게.”


권 대통령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이미 상대방은 자신이 전화를 건 목적은 다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전에 부탁한 일 때문일세. 사적인 일이라…….”

“아. 그거요. 걱정 마세요. 의료진이나 최고로 결정해 놓으세요.”

“그렇군. 그렇다면 걱정은 붙들어 둠세. 경기 잘 하시게나.”

“네.”


유선일은 먼저 전화를 끊고는 핸드폰을 자신의 앞에 있는 문대령에게 건넸다.

그와 동시에 문이 열리고 러시아 진행요원이 들어 왔다.


“시합 시간이네요.”


유선일은 보디가드들에 둘려 쌓여 결승전 무대로 향했다.

 

 

[같은 시각 청와대]


윤무선 총리는 통화를 마친 대통령의 얼굴이 아주 약간 딱딱하게 굳어진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내 평소의 표정으로 바뀌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윤 총리와 권 대통령은 절친한 친구사이이자 15년 정치 생활의 반려자 같은 존재였다.

서로는 얼굴 표정으로 만으로도 대화가 통할 정도라는 기사가 난 적도 있었다.

조금 과장이 되긴 했지만 완전히 억지는 아니었다.

그 정도로 그 둘의 사이는 막역했다.


“조만간 처리한다는군.”


권 대통령의 말에 굳어있던 윤 총리의 얼굴이 약간 퍼졌다.


“전에 말 한 것처럼 자네는 최고로 뛰어난 의료진만 준비시켜 놓고 있게나.”


이번에는 말을 마친 권 대통령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금세 윤 총리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왜 그런가?”


윤 총리는 갑자기 말을 낮추었다.

대학 시절부터 따지면 40년 넘게 친구 사이인 그였지만 술자리가 아니고는 웬만해서는 존대를 하는

그였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말이 튀어나왔다.

친구의 걱정을 간파했기 때문이었다.


권 대통령은 마주 하고 있는 윤 총리이자 자신의 친구를 잠시 바라보았다.


“이보게. 무선이.”


권 대통령역시 윤 총리를 직함 대신 이름을 불렀다.


“우리가 잘 하고 있는 걸까?”

“자네는 아주 잘 하고 있어. 자네의 통치력으로 통일 한국이 당당하게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된 거 아닌가.”

“그게 나의 어떻게 나의 힘인가?”

“헙!”


윤 총리는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물론 이곳에는 둘 뿐이었다.

그리고 이 곳은 그 어떤 도청장치도 도달할 수 없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그였지만 반사적으로 주변에 둘러보았다.


“함부로 그런 말 하는 거 아닐세.”


윤 총리가 눈에 핏발을 세우며 말했다.


“무선이 자네는 신을 믿지.”


윤 총리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다.


“왜 자네도 믿으려고?”


물론 농담으로 한 말이었다. 자신이 그렇게 전도하려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피식피식 웃고 마는 그였다.


“신이 정말로 있는 것 일까? 나는 아니라고 믿네. 하지만 말이야. 정말로 신이 있다면 말이야…….”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무슨 말 인줄 알겠네.”


윤 총리가 말을 잘랐다.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우리 할일을 하면 되네.”

“그렇지. 인간은 인간으로서 할일을 하면 되겠지. 인간으로서”


대통령의 마지막 말은 텅 빈 공간을 잠시 맴도는 듯하다가 이내 사라졌다.

 

 

- 다른 이야기
http://pann.nate.com/b315723228
http://pann.nate.com/b315737692
http://pann.nate.com/b315738286
http://pann.nate.com/b315775792
http://pann.nate.com/b315775938
http://pann.nate.com/b315783901
http://pann.nate.com/b315806213
http://pann.nate.com/b315825660
http://pann.nate.com/b315839806
http://pann.nate.com/b315840325
http://pann.nate.com/b315849447

추천수3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