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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시간 얼마나 지키며 사세요?

ㅅㅂ |2012.06.17 11:15
조회 73 |추천 0

 

전 모든 약속 중에서도 시간약속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가장 자주, 누구나와 하게 되는 약속이기 때문에 특히나 주의해 지켜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공적인 일에서의 약속은 당연한 거고 사적인 관계에서도 그건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고 신뢰문제라고요.

 

중고등학교 다닐 무렵에는 그게 누구에게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친한 친구와 크게 싸운 일도 있었고, 시간약속 문제로 관계가 깨진 적도 있었습니다.

 

조금 융통성이 생긴 뒤로는 사적인 관계에선 시간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하게 굴지 않는게 스스로에게도 더 속 편한 일이란 걸 알았습니다.

 

요샌 한 시간 정도 늦는 상황에선 그럴 수도 있겠지 생각하며 가볍게 타박하는 정도로 끝내곤 합니다.

 

그 정도 지각을 습관적으로 하는 친구도 제 주위엔 없어 고3무렵 부턴 그 문제로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었습니다.

 

문제는 지금 사귀는 남자친굽니다.

 

여고를 다녔어서 남자들이 원래 다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제 남자친구는 친구들과 만날 약속을 잡더라도 정확한 시간을 잡는 법이 없습니다.

 

오늘 밤에 어디서 보자, 이따가 어디서 모이자. 이런 식입니다.

 

그 약속 방식에 대해 불평불만을 하는 친구도 없고 (친구가 꽤 많은 편인데도요) 문제가 생긴 적도 없는 듯 합니다.

 

서로 살아온 방식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니 나름의 타협안대로 만나왔습니다.

 

남자친구가 두세시쯤 만나자, 말하면 알았다고 답하면서도 저는 속으로 네시쯤 보겠구나 합니다.

 

문제는ㅋㅋㅋㅋ 네시에 보겠구나 하면 다섯시에 보게 된다는 점입니다. 약속시간은 세신데도요.

 

전 만날 약속을 잡으면 어디서 만날 건질 정하고 그 쪽에서 괜찮은 맛집이나 카페도 찾아보고, 뭘 할지 나름 계획도 생각해 갑니다. 그냥 무작정 만나 뭐하지 뭐할까 하며 시간만 보내는 게 아깝거든요.

 

그런데 매번 만나는 시간과 생각해간 시간이 다르니 계획에 차질이 생기곤 합니다. 제 시간과 계획도 깨져버립니다.

 

만나기 전까지 끝내놓아야 할 일들이 있고  준비하는 시간도 필요하고 한데.

 

그 약속이란 게 제대로 지켜진 적이 거의 없으니 애초에 기대를 안 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남자친구와 약속을 잡고, 만나기까지 전 늘 짜증나고 조금 뾰루퉁해져 있는 상황이 됩니다.

 

약속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점에 대해 몇 번 진지하게 말한 적도 있고, 남자친구도 늦을 때마다 굉장히 미안해하곤 합니다.

 

막상 만나고나면 안 좋았던 기분도 다 풀리고 그냥 만난 것만으로도 좋아 넘길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쯤되니 슬슬 지치는 기분이네요.

 

다 좋은데, 시간약속 지키지 않는 거. 혹은 그 약속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고 만날 수 있을 지 모르겠어, 그 날 되어봐야 알 것 같아, 그런데 보고싶어, 그러니까 만날 수 있도록 해보자 뭐 이런 식의 미적지근한 반응에도 괜히 예민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처음 몇 번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예외적인 상황들이 습관이 되어버리니 차라리 만날 약속을 잡지 말자 싶어집니다.

 

괜히 또 실망하는 거도 싫고, 내 할 일 못하고 마냥 연락 기다리게 되는 상황도 끔찍하고, 기분 더러워질 일 생각해도 우울하고 지칩니다.

 

그래서 보고싶다 말하고 볼까 하면서도, 확실히 만날 수 있는 거 아니면 그냥 다음에 보자. 이런 까칠한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오늘만 해도 어제 비슷하게 따진 일로 분위기가 묘하네요. 괜히 울적해지고, 또 지쳐버리고..

 

차라리 헤어져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더 이상 이 문제로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으며 중요한 시기에 내가 해야 할 일조차 다 못하게 되는 이 상황이 싫어서요.

 

정말 좋아하는데, 정말로 헤어질 생각은 없는데도 자꾸만 그런 부정적인 마음이 들곤 합니다.

 

지극히 사적인 관계에서의 시간약속.

 

다들 어떻게 얼만큼 지키며 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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