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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김경영 |2012.07.15 22:51
조회 97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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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녀오자마자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당연하게도 두고 갔던 휴대폰을 켜는 일
 
그가 없는 동안 도착했던 부재중전화나 문자들이

쉴 새 없이 울려댈 거라는 그의 예상을 깨고

휴대폰은 단 한번도 울리지 않았다
 
니가 없는 서울이 허전하다든가 보고 싶다는

문자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래도 잘 도착했느냐는 문자 한통쯤은 도착해있겠지

그렇게 기대했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녀한테서만큼은

하지만 이제 그는 마냥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여행지에서 배운

그러나 어쩌면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

먼저 손을 내밀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어 나야 아 그럼 잘 다녀왔지

너 나 영어 못 해서 힘들거라 그랬지

야 영어 뭐 그거 별 거 아니더만

Can you get me 뭐 이런 거랑 I want to go to

뭐 이런 거 딱 두개만 알면 말이 다 통하던데

야 정말이야 다른 말 하나도 필요 없더만

비행기에서 목마르다 그러면 뭐 음 뭐라 그랬더라 
 
Can you get me some water?

그래 이러면 물 갖다 주고

택시 타잖아 I want to go to station 이러면

기차역에 데려다주고

더이상 뭐가 필요해

어 맞아 하나 더 있다 내가 제일 많이 써먹은 말

 Excuse me 그럼 야 그래도 내가 예의는 좀 있잖아

그럼 야 발음 좀 후지면 어때 문법 좀 안 맞으면 어때

야 아무 문제 없어 말만 잘 통하던데 뭐

야 근데 나는 여행 가서 뭐 먹고 싶은 것도 많긴 했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보고 싶더라

혹시 너는 나 안 보고 싶었냐

하긴 문자 한통 전화 한통 없는 거 보니까

나 없이도 잘 먹고 잘 살았나보네 응?
 
아니 뭐 그래도 조금이라도 허전하거나 뭐 그런 거 없었지
 
치 그럴 줄 알았다 어 알어 정말이야 난 기대도 안 했다니까
 


말 한 마디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도 단 두마디 말로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었는데

30분이 넘도록 전화기를 붙들고 있으면서도

너무나 잘 아는 그녀에게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그는 알지 못한다

10년을 넘게 공부했어도 영어가 늘 그렇듯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혀 끝으로는 나오지 않는 말

Excuse me, Can you tell me how to get to your heart?

 

 

내얘기듣고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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