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이십대 여자입니다ㅎ
지금 남자친구가 많은 우여곡절 끝에 너무나 소중한 사람임을 깨닫게 되어서 평생 기억하려구 판을 쓰게 되었어요 ㅎㅎ
제목처럼 저의 남자친구는 클럽 DJ입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첫만남도 클럽에서 이루어졌네요;
이때 저는 전남친의 바람과 불신 등등의 이유로 헤어진 후 상처투성이였습니다.
아무리 의심이 가도 힘들게 모른척 믿어줬는데 결국 그냥 떠나더라구요. 더이상의 미련이나 애정은 없었지만, 뭔가 그간의 시간과 정성이 아깝고 화나고 억울했던 것 같네요.
학교에서 수업하다가도 문득 눈물을 쏟기도 하고, 어두컴컴할 때 옥상에 올라가 불빛들을 멍하니 보기도 하고, 친구들이랑 웃으면서 수다떨다가도 혼자 울컥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중간고사가 끝나버리고 친구들에게 이끌려간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그때 구석에 딱 눈에 들어온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게 지금의 남자친구입니다ㅎ 소심한 제가 처음으로 모르는 남자에게 번호를 물어봤네요.
호감은 있었지만 사실 처음엔 호기심 반, 전남친에 대한 복수심 반이었습니다. 한편으론 누군가 한사람으로부터 진심으로 사랑받고 싶었어요. 어쩌면 그때는 그저 사랑놀이가 하고 싶었을 수도 있겠네요. 나중에 사실을 털어놓고 너무너무 미안하다고 하니까 자기는 고맙대요.. 덕분에 저랑 이어지게 되었다구요.. 지금 남자친구, 정식으로 사귀진 않았을 때지만 제가 며칠동안 연락이 안되도, 맨날 틱틱대도 몇달동안 저를 한결같이 아껴주고 대해준 정말 고마운 사람입니다. 너무나 못되게 굴었던 제가 후회스럽네요.
제 남자친구는 시골에서 올라온 고졸에,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편견을 가지고 있는 클럽에서 밤에만 일해요. 8시에 출근하면 새벽 5시에나 퇴근하구요. 주말엔 제일 바쁘고, 한달에 딱 세번 쉬어요. 월급은 일하는 데 비하면 말할 것도 없구요.
하지만요, 제가 만났던 사람들과는 달리, 제가 필요하다고 와 달라 하면 일하기 직전에 잠깐이라도 와 주구요, 한달에 쉬는 삼일 모두 저랑 보내요. 다른 남자들에겐 술마시고 여자 꼬시는 클럽에선 저 스테이지 뒤에서 일하느라 바쁘구요, 불면증이 있는 제가 밤 늦게 전화해도 받아주구요, 여의치 않을 땐 계속 카톡해 줍니다. 또 어떤 메신저를 자주 쓰는 것 같길래 나도 하고 싶다고 지나가는 말로 얘기하면 바로 자기가 만들어 자기 아이디 추가해서 알려줍니다. 그리고 비밀번호도 자기 쓰는 거랑 똑같이 설정해 줬네요. 제가 그런 거 일일이 확인안하는 성격인 것 알지만 맘만 먹으면 누구랑 무슨 얘기 하는지 알 수 있게요. 뭔가 저를 믿어준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종일 기분 좋았네요ㅎㅎ
알게 된지는 몇달 되었지만, 정식으로 시작한 건 바로 얼마전이에요.
알고 보니 나이에 맞지 않게 참 순수한 사람입니다. 절대 저에게 함부로 안하고 제가 하기 싫은 건 절대 안해요.
다신 남자들 못믿을 줄 알았는데, 지금 남자친구덕에 참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자취하는 남친 집 근처 공원에서 제가 싸온 도시락을 먹기도 하고, 카페도 가고, 서점도 다니면서 평범하지만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어요.
비록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요.
이번 여름 지나면, 저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남자친구도 부모님 가까운 지방으로 옮기거든요...
전 가면 이삼년 안에 돌아오기 힘들고, 그때쯤 되면 남자친구도 결혼할 나이가 되겠죠.
남자친구가 그랬네요,
나는 널 지금 너무나 사랑하지만, 우린 조건도 집안도 너무 달라 평생 함께 하긴 힘들거라고... 널 정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매우 아프겠지만, 그 후에도 가끔씩 너가 생각날 거라고... 그러니까 너 가고 나면 이후엔 연락하지 말자고...
그 얘기 듣고 많이 울었지만, 부정할 수가 없네요.
그래서 지금 열심히 사랑하고, 후회없이 보내기로 했어요.
서로 좋은 기억만 남기면서요.
마지막으로 남자친구에게 편지 하나 쓸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주주에게.
안녕! 깜짝 놀랐죠 ㅎㅎ
아까 자기전 간만에 깜짝 전화 받고 두근두근거려서 잠이 안와서 이거 쓰고 있었어요 ㅎ
내가 글솜씨가 안좋아서 톡은 꿈도 못꾸지만, 그냥 오빠한테 평소 못할 말 적고 싶어서요.
아까 내가 오빠 완전 쪼끔 보고 싶다 해서 삐진 거 아니죠?ㅋㅋ
오빠가 저 말고 꿀꿀이 보고 싶다고 하지만 않았어도 무지무지 보고싶다 말했을텐데... 이그!
솔직히 내가 어딜 봐서 돼지에요 ㅋㅋㅋ
오빠가 내가 메신저에 중국어로 쓴거 뭐냐고 하루종일 물어봤었죠.
"내가 지금까지 소중하게 여겼던 것들이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깨닫자 허무하고 서럽다..
어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전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주주랑 있으면 신기한게, 우울해도 얘기하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거 있죠.
그 순간순간이 나에겐 다 소중해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앞으로 연락도 얼굴도 못봐도, 나는 평생 그 순간들을 간직할 거에요.
오빠가 나한테 자주 얘기하죠. 우리 꿀꿀이 착해요 안착해요? 아 착하다. 내가 너만큼 착하진 않을거야.
내가 뭐가 착하냐고 틱틱대도, 어느새 그 착하단 소리 한 번 더 들을려고 노력하는 거 알아요?ㅋㅋㅋ
고마워요.
하나도 안 착한 나 맨날 착하다 해주고 이쁘다 해주고.
오빠는 어떤 여자를 만나도 행복하게 해줄 것 같아요. 오빠도 행복할 거구요.
잠시나마 주주를 만난 게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이번 주 주주 쉬는 날 기차타고 당일로 여행이나 갔다올까요? 나 표도 사놨는데ㅎㅎ
우린 아직 함께 있을 날 삼주나 남았으니까, 그때까지 있는 힘껏 즐거운 시간 보내요ㅎ
방금 내가 좋아한다고, 보고싶다고 문자 보내니 바로 안자고 갑자기 왜그러냐면서도 좋은티 팍팍내는 당신!ㅋㅋ
진짜진짜 많이 좋아해요.
쑥쓰러우니까 이만ㅋㅋ
좋은 밤!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