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여행] 포은 정몽주, 겸재 정선이 걸었던 반구대 가는 길
중양의 절서가 되니 역시 더위는 사라지고
하늘 높고 말은 살찌나 서리 내린 아침은 차네.
곡식은 익어 늘어졌는데 좋은 아침 해 뜨고
기러기 짝지어 우는 소리 멀리서 들리네.
국태민안 하니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좋고
풍조우순 하니 해는 풍년들어 넉넉하네.
중양절에 술잔드니 더없이 좋은 감정이라
도성의 길 멀리서 풍년가 노래 부르도다.
重陽節 感懷(중양절 감회)/ 정몽주
節序重陽亦暑消[절서중양역서소]
天高馬膩冷霜朝[천고마니냉상조]
黍禾嚲嚲昇祥旭[서화타타승상욱]
鴻雁嗈嗈聽遠霄[홍안옹옹청원소]
國泰民安時絶好[국태민안시절호]
風調雨順歲豊饒[풍조우순세풍요]
重陽把酒無量感[중양파주무량감]
擊壤歌呼紫陌遙[격양가호자맥요]
*중양절/음력 9월 9일에 맞는 민속 명절로서 선비들은 산에 올라 단풍을 구경하며 국화지짐에 막걸리 한 잔하며 음풍농월 했단다.
울산암각화박물관 발자국 찍고...
반구대 암각화 보려고 가는 길^^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선정된
대곡천을 따라서 걷습니다.
직선의 길이 익숙한 도시인...
이렇게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며
곡선의 길을 걷습니다...
울산시청에서...
'역사와 문화가 흐ㅡ르ㅡ는 하천'으로 홍보하는 대곡천.
선사시대 돌도끼를 들고 고래를 잡아먹던 조상들과
신라 화랑들과 왕이 걸었고
고려시대 충절의 표상 포은 정몽주가 유배의 한을 달래며 걸었고...
조선시대 유학자인 동방5현 이언적,
겸재 정선이 지필묵을 들고 유람했던 길입니다.
진경산수라는 독창적 예술세계를 개척한
겸재(謙齋) 정선(鄭敾/1676~1759)의 산수화 '반구'( 盤龜) 작품이 최근 발견되었지요...
그림 속 좌측 하단의 한옥은 집청정으로보입니다.
암각화로 유명한 울산의 반구대 일원 풍광이
250여년 전 겸재 정선의 화폭으로도 만난다는 감동...
고려말 언양에 유배온 포은 정몽주 선생이 반구대를 자주 찾았고,
이후 울산을 다녀간 많은 시인묵객들이 반구대로 발걸음을 했던 곳.
당대 최고의 화가인 겸재가
아름다운 반구대를 찾았다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반구대 앞에 경주최씨 가문에서 세운 집청정(集淸亭)...
이 정자에서 조망하는 반구대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입니다^^
집청정 마당에는 상사화가 피었습니다...
얼마전, 상사화 축제를 하는...전남 영광 불갑사에선 꽃을 못보았는데
선비들이 선경에 취해 시를 짓던 집청정에서의 상사화.
식물학에 박식한 지인은 불갑사의 붉은 꽃이 피는 상사화는 꽃무릇이고
흰꽃이 피는 이 식물이 진짜 상사화라네요.
절에 꽃무릇을 많이 키우는 이유는?
불교 탱화를 그리는 재료로 쓰였기 때문이라고 하고......
잎과 꽃이 영원히 만날 수 없어 그리움으로 명멸하는 상사화를 보며
세상의 파도를 이겨내며 사랑하는 고래의 꿈을...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을 머리에 이고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머리통에 저장한 새우 기름의
풍요로운 향기가
바다 멀리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가
작살을 든 인간의 추격을 피할 수 없는 것이
그들의 운명적인 최후이다
선사시대 향유고래가 살아 있는 암각화,
춤추는 샤만과 함께 경건하게 제를 올리던 고대인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들을 검고 단단한 바위에
새겨 놓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머리통에 향유를 가득 담고 한 눈 뜨고 잠자는
이 종족들이 지닌 슬픈 전설을 그들도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다
파도를 타고 들려오는 먼 북방의
가냘픈 시그널을 전하는
향유고래의 긴 이빨피리를 불고
신에게 제물을 바치던
선사시대 사람들도 그들의 생애가, 낮은
휘파람 소리를 듣고 멀리 있는 연인을 찾아가다
죽음을 맞이하는 향유고래처럼,
세상의 파도를 이겨내며 사랑하고 또 상처입어도
자식을 위해 끝내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의 향연임을 기리기 위해
새끼 업은 고래의 형상을 바위에 새기고,
그 죽음을 애도하며
신에게 바치는 비탄을 노래했을 것이니
사랑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비애는
멸종의 위기에 처한 향유고래처럼
이루기 힘든 사랑의 열망을
가슴 가득 지니고,
작살이 날아와도 의연하게
운명을 거부하는 삶을 위해
오늘의 순간을 영원처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반구대 향유고래의 사랑 노래 / 최동호
대창(大倉)-정몽주(鄭夢周)
幽人夜不寐(유인야불매) : 유인이 밤에 잠자지 못하니
秋氣颯以涼(추기삽이량) : 가을 기운 우수수 서늘하여라.
曉來眄庭樹(효래면정수) : 새벽에 뜰의 나무를 내다보니
枝葉半已黃(지엽반이황) : 가지와 잎이 벌써 반은 물들었다.
白雲從東來(백운종동래) : 흰 구름이 동쪽에서 나오니
悠然思故鄕(유연사고향) : 아득히 고향이 생각난다.
故鄕萬餘里(고향만여리) : 고향이 멀어 만여 리나 되니
思歸不可得(사귀불가득) : 돌아갈 생각하나 갈 수가 없어라.
手把古人書(수파고인서) : 고인의 글을 손에 잡고서
憂來聊自讀(우래료자독) : 근심스러우면 스스로 읽는다.
憂來縈中腸(우래영중장) : 근심이 몰려와 창자에 얽히니
廢書長嘆息(폐서장탄식) : 책을 덮고 길이 탄식해본다.
人生百歲內(인생백세내) : 인생이라야 겨우 백 년 간이라
光景如過隙(광경여과극) : 광음이 틈을 지나는 것 같아라.
胡爲不自安(호위불자안) : 어찌하여 홀로 편치 못하고
而作遠遊客(이작원유객) : 먼 길 떠도는 나그네가 되었는가.
울주군 언양읍의 반구서원(盤龜書院)...
거북의 머리 모습인 반구대 앞에 위치하며
정몽주, 이언적, 정구 선생 세분을 모신 서원으로
추모제례인 삼현제를 매년 열지요.
울산 12경인 반구대에 세운 반고서원유허비 (盤皐書院遺墟碑)와 비각...
유허비란 한 인물의 옛 자취를 밝혀 후세에 알리고자 세우는 비석입니다.
반구대 암각화 보려 가는 길에 보너스처럼
아름다운 습지 풍경...
강남스타일로 읊어보는 고독한 싸나이~
"포은 오빤 딱 내 스타일!"
강남류(江南柳)-정몽주(鄭夢周)
江南柳江南柳(강남류강남류) : 강남 버들이여, 강남 버들이여
春風裊裊黃金絲(춘풍뇨뇨황금사) : 봄바람에 하늘거리며 황금 실 늘어진다.
江南柳色年年好(강남류색년년호) : 강남에 버들은 해마다 좋으나
江南行客歸何時(강남행객귀하시) : 강남의 나그네는 언제 돌아가나.
蒼海茫茫萬丈波(창해망망만장파) : 망망한 푸른 바다에 만 길 물결
家山遠在天之涯(가산원재천지애) : 내 고향은 멀리 하늘 끝에 닿은 곳이어라.
天涯之人日夜望歸舟(천애지인일야망귀주) : 하늘 끝의 사람, 돌아올 배 밤낮 바라보며
坐對落花空長嘆(좌대락화공장탄) : 앉아서 낙화를 보며 길이 탄식하노라.
但識相思苦(단식상사고) : 서로 보고 싶은 괴로움은 알겠지만
肯識此間行路難(긍식차간행로난) : 이곳의 행로난도 기꺼이 알라.
人生莫作遠遊客(인생막작원유객) : 사람들이여, 부디 먼 길 나그네 되지 말지니
시원한 대숲길을 지나기도 합니다.
청량한 대잎의 속삭임도 들으며...
반구대 암각화가 조각된
문화적, 역사적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울산 반구대암각화(학창시절에는 언양 반구대로 배웠는데)는
그림 자체가 갖는 세계사적인 가치와
'반구대'(盤龜臺.산세가 거북 모양임)로 불리는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동시에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지요.
문화재청은 선사시대 바위그림으로 유명한
이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한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그리고 인근 천전리각석(국보 제147호)과 함께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과 두동면 대곡천 일대를 '대곡천 암각화군'으로 묶어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를 신청했습니다.
반구대암각화는 수직의 거대한 바위면 아래의 높이 3m, 폭 10m에 걸쳐
동물과 인물, 도구 등 각종 그림을 쪼아 새긴 것으로
학자들은 신석기∼청동기시대에 걸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울산대학교박물관이 조사한 결과
고래와 거북, 사슴, 호랑이, 새, 멧돼지, 여인상, 배, 작살, 그물 등 모두 296점이 확인됐다네요.
이 가운데 특히 높게 평가되는 것은 58점의 고래그림...
생태적인 디테일한 묘사는 새끼 밴 고래는 물론
향유고래와 흰수염고래 등 현대 분류학적으로 나눈 고래의 종류를 그대로 알 수 있는
'고래도감'으로 불릴 정도로 자세하게 그려져 있고
배나 작살, 그물 등을 이용한 고래사냥 기술이 묘사됐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지요.
반구대 암각화 보고 돌아 오는 길...
벼루길...이란 작명을 음미해 봅니다.
죽은 고목의 그루터기에 생명력이...
구름을 닮은 운지버섯 입니다.
선사시대 이전에는 바다였다는 이곳 반구대암각화 주변은
상전벽해...
대곡천의 맑은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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