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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창고.8. 영국의 바다.

김홍렬 |2012.09.06 04:52
조회 231 |추천 1



학교에서 토요일마다, 학생들이 다녀오기 좋을 만한 여행지를 하나 정해서
단체로 함께 여행을 다녀오는 프로그램이 있는데,(물론 돈을 받는다.)

이번주의 여행은 exter 라는 곳이었다.(브리스톨 근처의 지명인 듯 했다.)

 



항상 여행을 선동하는 alice가 같이 가자고 초대하는바람에, 접수가 마감되기 직전
reception 으로 달려갔다.

reception 에는 항상 stella 라는 접수원이 있는데, 
금발의 목소리가 매우 경쾌하고 밝은 여성.

항상 귀찮은 사항에도 웃으면서 대답해주기때문에 무척이나 프로패셔널하면서 친절한,
그런 접수원인데, 이날도 내가 exter 여행을 신청하려고 하자,

무척이나 친절하고 밝은 목소리로
'sorry it's too late, you should sign up before the lunch break..'
라고.... 크흑.
그래도 친절한 stella 에게 거절당한거니까, 슬퍼도 참을겨.

좌절에 빠져있는 나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 stella가,
결국 아슬아슬하게 남아있던 한 빈자리를 나에게 쥐어주었고,
나는 exter trip의 최후 접수자가 될 수 있었다.

stella 만세!! exter 만세!! stella 만만세!!


20120820
오전 9시 ec school 앞.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내 영국 첫 여행을 준비했다.
어제 reception에서 해변가를 갈 것이므로 '수영복을 준비해오세요!'
라고 써 있던게 생각나서,

아침일찍 씨리얼을 먹다가

-으아아 드디어 수영 할 수 있는건가!!!
(창고에 샤워시스템이 없어서 샤워가 힘들다)
라고 소리쳤다가

-?!앗! 근데 난 수영복이 없잖아?!
(의기소침해져서 쇼파에 다시 앉으며)
난 앙댈꺼야 아마.... 라고 감정이 오락가락.

씁슬해진 나는 괜히 CRUNCHY 씨리얼을 엄청 CRUNCHY 하게 씹어댔다.


-12명의 학생들 중에 수영복을 준비해 온 건 'ALICE'혼자였고,
다른 친구들이
-엘리스 욘석 바다 간다고 완전 신났었구나?
라고 장난치며 놀리는 것을 보며 

나는 수영복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었구나 생각했다.


-pelin 이랑 친구가 되다.
터키사람들은 눈매가 특히 인상깊다. 그리고 눈 화장도.
화장 덕에 눈썹이 무척이나 까맣다.

-exter에 도착한 우리는 
무너져내린 옛 성벽의 흔적이나
이제는 사람이 사는 주택이 된 옛 탑의 일부,
세상에서 가장 좁은 street..(사실 그냥 건물과 건물 사이의 틈새 같은 거다)
등을 구경했다. 사실 대단한 건 별로 없는 동내였으나,
여행자의 마음가짐 충만한 우리들은 사소한 것들에 대해 하나하나 신기해 했다.

-이것은 아마, 외국인들이 한국에 놀러 와서
한옥마을 옆에 있는 일반 주택가 거리를 사진 찍고, 동네 문방구 등을
기웃거리며 신기해 한다던지 하는 느낌이 아닐까.
-미술관 구경.
영국의 왠만한 미술관은 다 무료라는 것.
드디어 영국의 좋은 점을 발견했다.

-새로운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나는 그들과 여행을 다니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외국에 뚝 떨어진다는 건
아무도 날 모르는 곳으로 뚝, 떨어진다는 이야긴데,

아무도 날 모른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대로 나를 새롭게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


한국의 나와 이곳의 나는 아마도, 다른 사람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윤회 같은게 아니려나--
라고 망상을 하며 새로운 친구들과 길을 걸었다.

-바다에 도착.
우리가 등을 떠밀었으나 이미 기가 죽은 alice 는 수영을 하지 않았다.

안개에 쌓인 언덕이 있고,
그 옆으로 자갈 해변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자갈사이사이로 무지개 색 바다가 스며들고-
커다란 개와 함께 산책을 나온 동네 사람들과
새똥으로 얼룩진 안내 표지판과
까악까악 갈매기 소리와
바다내음
푸른 하늘
아이들 웃음 소리..


이건 확실히 이국적인걸..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지라 너무 오랜 만에,
이국에서 이국스럽다는 느낌을 받아보았다.

-자꾸 군대에 있을 때 생각이 난다.
선임한테 혼나고, 밤늦게까지 울적해진 날이면
몰래 침낭 속에서 후레쉬를 켜고 여행 에세이를 읽곤 했었다.

외국에 대한 동경, 미지의 것에 대한 두근거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그런 것들에 설레이다가 잠들면,
꼭 해외 여행을 하고 있는 꿈을 꾸곤 했었는데.


지금의 나는, 군대에서 항상 깨어나고 싶지 않았던 그때 그 달콤한 꿈속에서랑
비슷한 곳에 있는 것 같다. 나도 몰랐는데, 아마 나는 행복한 거 같다.


-마켓을 갔는데 서양 애들이 자꾸 생각을 보더니 감자라고 우긴다.

-우리는 2파운드짜리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으며 걷기 시작.


-양도 완전 많고,,,맛있다..!
외국 아이스크림은 비싼 만큼 양이 많다. 그리고 우리나라 아이스크림이랑 약간 다르다,
더 달콤하다고 해야 할까, 조금 더 흘러내리는 느낌도 나는 거 같고.
암튼, 완전 맛있다.

-있츠 조카 딜리셔스!!! 라고 연달아 외치는 나에게
alice가 이탈리아의 젤라또가 더 맛있다고 했다.

엥-? 그렇게 맛있는 아이스크림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나??

-해변을 거니는데, 바위 같은 곳에 사람들이 자기 이름들을 잔뜩 새겨 놓았다.

마르코♥엘리자베스 
같은 거, 영국에도 잔뜩 있다.
커플들이란게 국제적으로 염장을 지르는구나 으아아!

글로벌 염장질 이후에
바닷가와 이어진 절벽을 올랐는데,
절벽 꼭대기에 무지개색으로 가득한 정원이 있었다.

와, 상상도 못했는데!

바닷가, 절벽 , 무지개정원 콤보라니!

-잔뜩 걸어다니느라 지쳤던 우리는,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탔고,
나의 첫 여행은 끝이 났다.

이번 여행이 나에게 준 교훈이라면
군대 전역에 대한 새삼스러운 감사와
이탈리아에서 젤라또를 꼭 먹고 말겠다는 다짐
그리고 stella 만세

정도를 들 수 있으려나.




여행지에 오면 다들 찍는 단체사진! 모두 모여욧!!! 으랏차!

 


무지개빛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


근데저기앉으려면돈내야함 으아아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좁은 street. 라는데..


그냥 우리 동네 건물 틈새 같다.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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