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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창고.10.영국해변과 바게트와 화강암 처럼 단단했던 너겟.

김홍렬 |2012.09.16 07:25
조회 551 |추천 1

화창한 주말, 우리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바닷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weston-super-mare' 라는 거창하고 외우기 힘든 지명의 이 작은 마을은,



온 해변가가 아이스크림가게와 Fish/chips 로 가득 메워진 그야말로 투어리스틱한 곳.

처음 와보는 곳이었으나 무척이나 그 분위기가 익숙하다고 느껴졌었는데, 아마도 이곳의 느낌은,


작년에 친구들과 멋모르고 오이도 여행을 갔었던, 그날의 느낌과 무척이나 닮아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매번 지하철 4호선을 이용하면서, 오이도행 열차의 종착역인 오이도는 어떤 곳일까, 


하던 궁금증이 결국 폭발, 직접 가본 적이 있었다.


해변가 언저리 길목을 따라서 각종 노점상들이 쭈욱 늘어서 있고, 풍선터트리기라던지, 인형맞추기라던지 하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게임 코너들이 단조로운 멜로디로 들어서 있는, 그런 해변, 


딱 오이도 바닷가의 느낌.


다행인것은,쭈욱 늘어서있는 fish/chips 가게 주인들이 꽤나 바빠 보여서,


'학생 서비스 많이 줄테니까 여기서 점심 먹고 가,'


라던지 하는 호객 행위는 없었다는 점이었다.




평소의 영국 답지않게 날씨가 맑았고,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였기때문에,


이런 곳에 왔으니 기분을 내야하지 않을까 판단, 투어리스틱한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며 해변가를 거닐었다.


(젤라또 아이스크림이랑 MR.whippy 아이스크림 -이곳에선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이렇게 부른다-


을 팔고 있는데, 다 가격이 만만치 않다. 1.5파운드~2.5파운드 정도. 한국돈으로 치면 3천원~4천원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거닐었던 해변에는,


피부가 시뻘게지도록 테닝하고있는 영국인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잠자리채에 돼지고기 쪼가리를 넣고 바다속에 담구었다가, 


고기냄새를 맡고 몰려든 게들을 집어드는 방식으로


게 낚시를 하고 있는 가족들이라던지, (바구니 한 가득 잡아두고 있던데, 손바닥만한 것이 꽤나 맛있어 보였다.)


모래를 이용해서 성을 만드는 아기들이라던지...


토요일스러운 바닷가의 모습이 한가득이다.




나와 친구들은 이내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TESCO (대형 슈퍼마켓 브랜드 중 하나로, 영국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에서 먹을것들을 고르기로 했다.




마트에서 샌드위치랄까 그런거, 고르고 있는데


친구들이 다 바게트를 집는다.



내 팔뚝보다 두 배는 커 보이는 거로..



-i'll make a sandwich with this.



으음? 확실히, 바게트 샌드위치라,


생각해보면 충분히 샌드위치 만들어먹을 법 한 빵인데,


마트에 있다보면 만들어진 샌드위치 세트를 사 먹게되지, 직접 만들어 먹을 생각은 하지 않았던 거 같다.


바게트 가격은 경이롭도록 저렴하므로,(70센트면 팔뚝만한 바게트를 사 먹는다. 대략..1200원 정도인걸까.)


여기에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슬라이스 햄, 치킨등을 사서 직접 만들어먹게되면



한사람당 2파운드정도면 든든히 먹는것이 가능.


fish/chips 가 5파운드인걸 생각하면 확실히 싸게 먹히는 방법이다.


(아마 서양 애들은 이런식으로 구매해 직접 만들어 먹는것이 꽤나 보편적인 피크닉 방식인 듯 했다.)



그렇게 샌드위치 재료를 구매하고, tesco를 나가려는 순간,



hot food 코너가 내 눈에 들어왔다.


각종 따끈따근한 튀김이나, 고기류, 따뜻한 빵 등을 보온기에 넣어놓은 채로 팔고 있는 코너.



그중 한 봉다리에 치킨 너겟이 들어있는것이 눈에 들어왔다.



-12 조각에... 1 파운드??!



맛있어 보이는 걸 사지 않고 참는건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가격이 저렴한 걸 사지 않고 참는 것도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그리고,



맛있어 보이는데 가격이 저렴한 걸 사지 않는 것은,



나에겐 불가능.



그렇게 집어든 치킨 너겟과 샌드위치 재료로


해변가에서 점심식사.



바게트와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는 그야말로 


마약과도 같은 중독성을 지닌 조합.



행복해하며 샌드위치를 먹던 나는,



치킨 너겟을 한입 베어물었다,



아니,


베어 물려고 했다.



'딱'



-?!



뭥ㅇ여 이거?



치킨너겟을 묘사하자면



석영과 장석류를 주성분으로 하는 조립완정질(粗粒完晶質) 암석인 화강암과도 같은 단단함을 지니었고


그 내부에 치킨으로 추정되는 부분은 울릉도에서 10년간 숙성시킨 오징어마냥 질겨서


도저히 사람이 씹어 먹을 수 있는 물체가 아니었던 것이다.




쉬봉? 뭐..뭥ㅇ여 이거???


이런 괴이한 물체를 치킨너겟으로 둔갑시켜 팔아넘긴


tesco의 영악함에 치를 떨었으나,  필라델피아 크림치즈의 부드러움으로 


나를 달래는 수 밖에.




화강암 너겟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점심을 해치우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멍-- 하니 모래사장에 앉아있다가.



오랜만에 흙장난 하고싶어졌다.



-모래를 팔 만한 도구, 없으려나.




그 순간 화강암 너겟이 눈에 들어왔고



그 실로 경이로운 단단함으로 나는



모래바닥에 예술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부욱.부욱.


북 부욱.



바닷내음과 파도, 


모래사장, 해변의 따뜻한 햇빛을 음미하면서


바닥에 그림을 그리다가,


생각했다.




팔뚝만한 바게트부터



화강암 너겟까지,



세상에 쓸모 없는 거 하나도 없구나.





 

모래사장이 무척이나 넓다. 사람들은 다들 돗자리를 피고.. 옆에 보이는 수상건물 안쪽에는 카지노 스러운 게임장과 놀이기구들이.



 



화강암 너겟. 보기에도 무척이나 단단해 보인다.


왜 살때는 미처 몰랐을까..



 



뻔뻔하게 포장지에 delicious 라고 적혀있어..!


응아아아아아앙ㅇ아  TESCO 이 잔혹한 녀석들...!!


 


화강암 너겟으로 모래사장엗다가 그림그렷음.


우리 할머니를 묘사해봣슴미다.




http://blog.naver.com/hongly8919


혹시나해서 블로그 열어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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