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너무 이상해요.
눈물이 나진 않는데
가슴이 먹먹하다고 할까요...
그냥 자꾸만 슬프네요.
시누이한테 문자가 왔어요
**월**일 결혼 날 잡았다고.
근데 저는 참 축하해야할 그 문자에
힘이 빠져요ㅠ
신랑하고 연애하면서 둘이 악착같이 돈 모았고
그 돈으로 결혼식하고 작은 신혼집이라도 장만하려고 했었는데
시아버지 되실분이 쓰러지셨어요.
수술을 몇번이나 해야했고
병원에 1년 넘게 장기입원하셔야했어요.
덕분에
저희가 양쪽집안 도움 하나도 받지 않고
우리가 모은 돈으로 결혼하자고
정말 뼈빠지게 모은돈.
시아버지 되실분 수술비 병원비로 다 들어갔네요.
둘 다 나이도 있는데
다시 결혼자금 모을수도 없고
그렇다고 빚내서 결혼하기도 싫고
그냥 신랑이 살던 전세집에 들어가서 살기로 했어요.
결혼식 못하고 혼인신고만 한채로요.
네.
물론 저를 욕하시는분도 계시리라 생각해요.
니가 선택한거 아니냐 하실분도 계시겠죠.
근데 저는 정말 신랑을 사랑했어요.
지금도 물론, 사랑하고 있구요.
그래서 신랑한테 그때 제가 얘기했죠.
그냥 형식적인 결혼식이 뭐가 필요하냐고
다시 우리 둘이 열심히 돈 벌어서
살림도 하나 하나 마련하고 행복하게 살자고 했었어요.
근데
편찮으신 아버님 모시면서
아버님께 들어가는 돈이 정말 무시 못하겠더라구요.
겨울만 되면 6개월은 기본으로 장기입원 하시면서 치료 받으셔야 하고
신랑하고 저하고 둘이 합한 한달 수입이 500 조금 안되는데요.
( 신랑이 많이 벌어요. 세후 350 제가 세후 150정도 받습니다 )
돈이 안모이네요.
아버님 쓰러지셨을때부터
지금까지
병원비며 수술비 정말 1원 하나도 보탠적 없는 시누이가
신랑하고 저한테는 한마디 의논도 없이
남자쪽에 가서 날짜 받아와서 통보만 하네요.
나 언제 결혼하기로 날 잡았다고...
물론,
한달 벌어 빠듯하게 사는 저희가 뭔가 도움을 줄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으로는 이건 너무한거 아닌가 싶네요.
편찮으신 시아버지.
자기는 신경도 안쓰는 아버지 수발하는 신랑하고 저.
회사 기숙사에 살면서 한달 버는거 꼬박 꼬박 자기 앞으로 다 모아서
시집가겠다고
가족이라는거 자기한테는 짐밖에 되지 않으니
자기가 연락 안하면 연락 하지도 말라고 하더니
그래도 결혼할때는
말뿐인 가족이라도 배경은 필요한가보네요.
자기가 번 돈으로
자기가 시집간다니까 솔직히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참 기분이 묘하네요.
자기한테 가족은 짐밖에 안된다고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절대로 연락도 하지 말라고 그러더니
오늘 문자로 결혼식 날짜 통보를 받으니
참... 그냥 제 마음이 엉망으로 다 헝클어진것 같아요.
늘 열심히 살지만
너무 많은 일이 몰아치는 와중에 저 하나 보호하는것도
힘들어보이는 신랑 생각도 나고...
하나 있는 딸이 제대로 결혼식도 못 올리고 이렇게 사는거
마음 아파 하시는 친정 아버지도 생각 나고
늘 미안해하는 신랑이 너무 안쓰럽고 애처로워서
나는 결혼식도 못해봤는데ㅡ 투정도 못해요.
그냥 오늘따라 그런 생각이 드네요.
신랑하고 저 연애할때부터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살았고
열심히 돈 모았는데
저희한테 온갖 모진소리 하며 혹여나 도움이라도 청할까봐
미리 연락도 하지 말라고 인연 끊고 살자던 시누이는
참 뭐든 잘 풀리는 것 같고
저희는 정말 발버둥치며 살아봐야 밑바닥을 못 벗어나는 것 같고...
그래서 오늘은 정말 많이 심란하네요.
퇴근하고 집에 가서 집 치우고 정리하다보면
신랑이 퇴근하고 오겠죠.
힘들어도
늘 고맙고 미안하다고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신랑을 보면
저는 또 신랑한테 아무말 못할게 분명해요.
신랑한테 하는 투정이
신랑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할지
신랑 마음이 그렇게 아프면 내 마음은 또 얼마나 더 아플지
신랑 마음을 아프게 한게 가라앉고 그 생채기가 나으려면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지
저는 잘 알고 있으니까요...
네.
편찮으신 시아버지 모시는것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인 신랑하고 살기로 한것도,
결혼식 안하고 혼인신고만 하고 살기로 한것도
다 제 선택이었어요.
후회는 하지 않아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신랑만 있으면 저는 충분하니까요.
삶이 여의치 않아도
신랑하고 충분히 행복하고 하루 하루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누이의 문자 한통에
잔잔했던 제 마음에 막 거센파도가 몰아쳐서
모든게 회오리속으로 빨려들어가는것만 같아요.
어찌보면
내가 못해본 결혼식을 정말 아무렇지 않게 하게 되는 시누이에 대한
질투일수도 있겠고
부러움일수도 있겠고
결혼준비하면서 입던 옷들 다 정리하면서 필요없는 옷은 저한테 택배로 보낼테니
입을건 추려서 입고 나머지는 버리라고 문자 왔네요.
신랑한테는 미안해서 투정도 못부리는데ㅠ
그래서 저 여기서 그냥 톡커님들한테 하소연 한번 하고
집에 가서 신랑 웃는 얼굴로 맞으려구요...
저 괜찮겠죠?
지금까지 열심히 산다고 살았지만 그래도 당장 내 손에 쥐어진게 없어도
저 앞으로 나쁜짓 안하고
지금처럼 신랑하고 마음 합쳐서 열심히 살다보면
저하고 우리 신랑한테도 좋은날이 오겠죠?
제발
꼭 그랬으면 좋겠어요.
제발
꼭 그러리라 믿고 싶구요.
복잡한 마음에
어디에도 하소연 할데 없어서 이렇게 주절 주절
글로나마 적어봤어요.
읽어주셔서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