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3시에 글써서 4시까지 댓글달린 4개 보고 일단 침대에 누웠습니다
내가 이렇게 차가운 여자였나 싶었을 정도로 차분하게 생각이 정리되더군요
분명 좋아하는... 사랑했었던 남친인데...
이제 그 좋아하는 마음이 전혀 들지가 않더군요;;
저 정말 잘 우는 캐릭터인데, 어제부터 눈물도 안났어요
다만 이 상황이 어이없어 정신못차리고 맹해있다, 이제는 머리가 차가운 정도?
첨엔 결혼은 미루고 집도 우리 힘으로 하자고 남친에게 물어보고
남친의 대답 여하에 따라 계속 만날지 헤어질지를 결정할 생각이었는데
그러다간 제가 또 끌려다닐것같더라구요
너가 어려서 뭘 잘 모른다, 너가 세상물정 모르는거다 이러면서요...
(세상물정 모르는건 맞아요~
부모님 용돈으로만 편하게 살아왔고
알바도 아빠 친구분이나 교수님이 연결해주시는 편하고 페이 심하게 좋은 것만 했었으니)
어제 새로운 남친의 모습을 보고 나니
그동안 주위에서 그렇게 반대가 이유가 이제야 명확히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단호하게 이별을 결심했어요
아직 자고 있을 새벽... 장문의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어제 보여준 모습 실망이었다
그리고 남친 부모님의 태도 또한 내가 감당할 수준이 아닌것같다
상견례까지 한 마당에 이런 결정 갑자기 내려서 미안하지만,
헤어지는게 내 입장에선 옳은 선택같다
그리고선 남친 번호 수신거부 등록하고 카톡, 카스 다 차단했어요
연락오면... 저 흔들릴거 뻔하니까요
남친 이름 대신 "받으면 호구인정"이라고까지 해놨어요
이렇게까지 하고 나니 새벽 6시...
안도감에 그제서야 잠이 몰려오더군요
그래서 지금까지 자고 일어나 추가로 더 달린 댓글들을 읽어보니
제가 옳은 선택했다는 확신이 드네요
일부 댓글에서 짐작하셨듯이
이 남자가 제 첫 남자가 많아요
지금까진 사귀어도 한달? 따위였으니 제대로 사귄 경험없었던거나 마찬가지죠
또 그땐 다 제 또래 대학생들이었구요
그러다 6살 연상 지금 남친을 만났는데 어른스러운게 좋았어요
친구들이 너 남친 일하는거 맞냐고 할 정도로 연락도 진짜 많이하고
정말 잘 챙겨주더라구
저희 부모님은 늘 저한테 잘해주는 남자 만나라고 하셨어요
돈은 있다가도 없는거지만 여자는 사랑받고 살아야한다고
그래서 저한테 잘해준다는 것만으로 부모님도 오케이하셨던건데
댓글들처럼 저한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그런 계획 갖고 있던 것 등등
이 남자가 날 정말 사랑하고 있던거 맞나 싶은 의심도 살짝 드네요
차단때문인지 아직까진 연락없지만
이따 퇴근하고 저희집으로 찾아올거같네요
당분간은 집에 내려가 있어야겠어요
어차피 이번 학기 졸업 논문만 쓰면 끝이라
학교 나갈일도 딱히 없으니 집 근처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엄마아빠랑 설악산 등산이나 해야겠어요
저희 가족 등산 참 좋아해요
산에서 마음정리하고 한 달쯤 있다 오면...
남친도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겠죠?
헤어진건...
이제 집에 내려가 직접 부모님뵙고 말씀드릴래요
어제 상견례하고 오늘 헤어지겠다고 말하려니
착잡하네요 ㅠㅜ
제게 용기를 주세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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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상견례하고 헤어지기로 했다는 얘길 듣거나 글을 읽으면
서로 조건 좀 안 맞는거 맞춰가면되지...
이렇게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벌 받았나봅니다
오늘, 아니 어제가 됐네요
일욜 점심에 상견례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담주 추석이니 양가에 가볍게 인사하자고 해서요
남친네 집 근처 한정식집에서 만났습니다
남친네 어머니랑 남친 먼저 와계셨구,
저희가 들어오니 아버님은 늦으신다고 먼저 식사하자고 했습니다
저희가 기다리겠다고하니
언제 오실지 모른다고하시며
식사 갖다달라고 하셔서 바로 음식이 차려지더군요;
아버님도 안계시니 구체적인 얘기를 꺼내선 안될것같구
(저희집에서 제가 첫째라 부모님이 상견례 긴장을 많이 하셨었어요)
조용히 서로 간단한 안부를 물으며 식사를 마쳐갈때쯤
아버님이 들어오시더군요.
늦어서 죄송하다고 하시며 배가 고프셨는지 급히 식사를 하시기 시작하셨어요.
정말 조용~하더군요;
적막을 깨고 저희 어머니께서 말씀을 먼저 시작하셨어요
신혼집은 어디서 시작할 계획이냐고~
그랬더니 냉큼 남친이 대답하더라구요
"** 살고 있는 집이 직장에서 가까워서 거기서 신혼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구의역 근처 투룸 빌라에 살고 있어요;
그러니 남친 직장인 삼성역에서 가깝긴하죠)
사실 제가 모아놓은 돈이 5천 조금 안됩니다.
차 사고 남은 돈으로 혼수하면 어떨까 싶습니다"라고 하는데,
전 순간 머리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저하곤 전혀 얘기된 바가 아니었거든요;;;
그 동안 몇 번 월세냐, 전세냐, 전세면 어느정도 하느냐 물어본적은 있었는데
이런 생각으로 물어봤었나봐요;;;;;
벙쪄있는 제 표정을 보더니 엄마가 그건 좀 곤란하다고 대답하셨어요
지금 전세계약 3달 남았는데, 6개월전에 이미 집주인에게 연락이 왔었다고~
이번 계약기간 끝나면 월세로 돌리고 싶다고~
또 마침 아빠가 사고싶은 땅이 생기셔서 전세자금은 그 쪽으로 돌려야할것같다고~
(저희 아버지는 부동산업을 하시거든요)
엄마가 그렇게 얘기를 하고 나니
남친부모님과 남친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급 또 조용해지더군요;;
엄마가 다시 조심스럽게 얘길 꺼내셨어요
집을 남친 모아둔 돈으로만 구해야하는거냐고요
그랬더니 남친 하는 말이
"전 결혼은 부모님께 손 안 벌리고 스스로 힘으로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얼마안되지만 제가 벌어놓은것과 **의 힘만으로 하고 싶습니다"
요기서 전 또다시 멍~
저..지금 졸업반입니다...제가 무슨 돈이 있습니까!!!
아, 물론 예전에 이렇게 말한 적 있습니다
남친이 요즘은 여자는 혼수, 남자는 집해오는 시대가 아니라면서
집값이 이렇게 비쌀때 남자쪽에서 지나치게 돈을 쓰는건 불합리하다고,
혼수하고나서 여자도 집 사는데 돈을 보태야 한다고~
그래서 제가 알겠다고~ 오빠가 돈 쓰는 만큼 우리 부모님도 쓰실거라고~
그 말 생각하고 저렇게 말한것같은데...
그게 제 돈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그게 부모님께 손 안 벌리고 우리 힘으로 결혼하는거예요!!
엄마랑 아빠가 잠깐 상의하신뒤 말씀을 꺼내셨어요
"사실 저희가 딸앞으로 사놓은 작은 아파트가 강릉에 있습니다.
지금 상황을 봐선 전세도 구하기 힘들 것 같은데, 그 아파트에서 시작하는건 어떨까요?"
(제가 중학생때 부모님께서 저 시집갈 때 이걸로 가라시면서 하나 사뒀던거 저도 기억합니다.
다만 그게 제 명의일줄은 몰랐어요;;)
남친은 엄마 말에 잠시 생각에 빠진듯한데
조용하시던 어머님께서 갑자기 단호하게 거절을 하시더군요;;
"그건 안될말씀입니다! 저희 아들이 처가살이하게 할 순 없습니다!!!
차라리 그 집을 팔아서 그 돈을 보태 애들 서울에서 신혼집 장만하도록 해주세요"
전 또 다시 머리 한 대 맞은 기분이더군요;
직장이나 다른 이유도 아니고 처가살이 시킬 수 없단 이유로 거절을 한다는게 좀;
저희집에 들어와 살라는 것도 아니고...
시댁보다 저희집이 더 가깝단 이유만으로 처가살이가 되는건가요?
그래서 아빠가 설명을 하셨어요
저희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팔 때가 아닌 것 같다
강릉에 ktx 들어오기로 했는데, 역사가 아파트 근처다
집값 엄청 뛸 것 같은데, 지금 그걸 파는건 좀 아깝다
그랬더니 다시 조용해지더군요...
전 아까부터 계속 멘붕 상태였고...
더이상 얘기해봤자 해답이 안 나올 것 같아서
집 문제는 다음에 다시 얘기하기로 했어요.
그랬더니 식사만 하시고 계시던 아버님이 그러시더라구요
"참, 예물예단 서로 번거롭게 주고받는것없이 간소하게 합시다"
엄마가 "저희는 받는 것 없더라도 예의는 차릴 수 있게 해주세요
어른들도 계실텐데 할 도리는 해야죠"라고 하니
그럼 새아기 반지 정도는 해주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설마 너도 다이아니 뭐니 그런거 원하는건 아니지?"
전 아까부터 멘붕상태였고, 무슨 의도에서 말씀하시는지도 잘 모르겠어서
그냥 대답안하고 있었어요
그랬더니 다시 웃으시면서 말씀하시더군요
"다이아 원하는거면 까짓거 해주마
우리 집 문갑 밑에 보면 굴러다니는거 하나 있다
다이아가 별거냐! 반짝거리기만 하면 되지~"하시며 껄껄 웃으시더군요
전...또 바보같이 이 말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생각하고 있었어요
다이아반지 해주신다고?
그런데 다이아가 왜 문갑 밑에 굴러다니지?
진짜 다이아맞아?
설마 지금 굴러다니는 큐빅반지를 결혼반지로 하시라는건가?
그런데 이런 얘기를 왜 이렇게 농담처럼 하시지?
상견례자리에서 이게 농으로 하실 말씀인가?
제가 정신못차리고 벙쪄 있는 상태로
후식까지 나오고 식사도 마쳤으니 일어나기로 했어요
어른들 먼저 나가시고 우리가 뒤따라 나가는데 남친이 절 쿡 찌르네요
표정이 오늘 왜그렇냐고~
옷만 이쁘다고~ (저랑 엄마는 상견례 기대하며 옷도 사입었었거든요;;)
내가 표정도 안좋고 말도 이쁘게 안하고 그래서 자기네 부모님 지금 많이 불쾌하신것같다고~
대답할 겨를이 아니라 그냥 아무말 없이 아빠 차에 올라탔습니다.
차에 타니 엄마도 한 소리 하시더군요
표정이 왜 세상 다 산 표정이냐고
너가 좋아서 하는 결혼 아니었냐고
근데 상견례자리에서 왜 그런 표정이냐고
제가 표정관리가 원래 좀 잘 안돼요
기분 안 좋아지면 정말 심각하게 표정 구려진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집에 와서 남친 어머님께 전화를 했어요
오늘 죄송했습니다. 제가 오늘 속이 불편해서 표정이 밝지 않았죠.
어머님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씀하시더군요
안그래도 기분 많이 나빴다. 어린것이 좀 속 불편해도 어른들 앞에서 그렇게 티내면 못쓴다.
하시면서 훈계를 잔뜩 하셨습니다.
전 그건 제가 잘못한거라 네네네 거리고 있었구요...
그런데 한소리 하신 뒤 꺼내신 말씀에 정신이 번쩍 들더라구요
너가 부모님께 잘 말씀드려서 집 해결보라고
무조건 서울에 집 얻어달라고 하라고
너도 이제 취직해서 살려면 서울에서 살아야하지 않겠냐고
대충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그게 오후 3시 40분쯤?
그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남친 능력없는건 한번도 문제라고 생각한적없었어요
물론 넉넉하지 않은건 알고 있었지만,
우리집이 여유있고 나도 못벌것같진 않았기에 돈은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늘 남친과 남친부모님 태도는 좀 아닌것같아요
우리쪽이 좀 여유있어보이니 집은 우리가 해야한다고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구...
그러면서 뜬금없이 처가살이 운운하시는거보니
우리가 돈을 더 쓰긴하지만, 자기 아들 기죽는 꼴은 못보겠다는, 잘난것없는 아들 엄청 사랑하는 그런 어머님이신것같구...
다른 날도 아니고 상견례에 늦으신거나 아무도 웃지 않는 농담을 하시는 아버님...
결혼 평생 안 할거면 모르는데, 결혼할바에야 일찍 결혼하라는 부모님말씀에
나한테 잘해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결혼을 결심한 사랑하는 남친이지만...
내가 이 모든 것을 평생 감당하고 살 수 있을까?
무엇보다 믿었던 남친이 오늘 보여준 태도는...
약간 날로 먹으려는 심뽀도 좀 있는 것 같고...
아, 갑자기 앞날이 깜깜해졌어요
결혼 앞두고 여자들 예민해진다는데
제가 별로 심각하지 않은 상황을 지나치게 과민반응하는건가...싶기도 하지만...
확실한건 상견례 앞두고 두근거렸던 감정이 확 가라앉다못해
결혼 생각 자체가 없어졌다는 것은 확실하네요;;;
결시친 선배님들은 이 상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