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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대 : 로버트아바타 님 >
** 제가 좀 늦었죠? ^^
추석 지나고 폭풍업무에 시달리다 보니 그만....
그럼 다시 출발해 봅시다! 고고쓍~
1. Recollection (회상)
지영은 어느 때와 같이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냄비에 물을 끓이며, 당근을 자르는 게 뭐 그리 흥이 나는 지 콧바람을 흥얼흥얼 거렸다.
앞치마를 두른 모양새가 지영의 빼어난 몸매를 두각 시켰다.
유행에 따르는 단발 머리 역시 그녀의 외모를 더 멋지게 했다.
20대 후기의 그녀의 유일한 취미는 요리였다.
그것도 그녀가 사랑하는 남편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저녁을 해주는 것.
그것이 그녀의 삶의 낙이었고, 행복이었다.
그녀가 다져진 당근들을 끓는 냄비에 쏟아 담았다.
그리고 삶은 감자들을 칼질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콧바람 소리가 한층 더 커졌고, 이내 노래로 자연스럽게 노래로 이어졌다.
“네가 없는 거리에는… 내가 할 일이 없어서… 마냥 걷다 걷다보면… 추억을 가끔 마주치지…”
특별히 노래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그녀는 구슬이 은쟁반 굴러가듯한 주옥같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미모와 너무나 어울리는 듯한 아름다운 소리였다.
그녀가 감자를 썰어 내려살 무렵, 그때 집 마당 앞에 차가 주차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녀는 시계를 쳐다 보았다. 시계는 5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이가 벌써 오셨나? 아직 오려면 멀었을 텐데..?”
그녀가 식칼을 내려놓고 젖은 손을 앞치마에 닦은 뒤 부엌을 빠져나왔다.
카페트가 깔린 거실 바닥을 밟으며 앞치마를 의자에 걸쳐 놓고 현관 문을 살짝 열어 보았다.
그녀가 남편의 차로 착각한 것은 트럭이었고, 그녀 집 앞이 아닌 옆 집 앞에 세워 져 있었다.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려할 때, 트럭의 스티커가 그녀의 눈에 띄었다.
-퀵 이삿짐 센터-
그녀가 다시 현관문을 열고 조금더 자세히 밖을 내다 보았다.
이삿짐 트럭에서 직원들 세명이 내려 트럭 뒤칸을 열고 있었다.
그리고 셋이서 다 같이 커다란 장롱 하나를 트럭에서 꺼냈다.
이와 동시에 때마침 작은 검은색 승용차가 트럭 뒤에 섰다.
승용차에서 내린 사람은 30대 중반정도 되 보이는 사내였다.
덥수룩한 수염에 더벅머리가 마치 야인을 연상시켰고,
옷 역시 하얀 와이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으나 왠지 모른듯한 구질구질한 느낌과 싼티를 냈다.
그는 이삿짐 직원들에게 여기저기 가리키며 무언가를 지시했고,
직원들은 그저 끄덕끄덕 거렸다.
그는 흡족하다는 듯 웃었고, 주위를 다시 한번 살펴 보았다.
그때 대문을 열고 그를 주시하던 지영과 눈이 마주쳤다.
지영은 왠지 모를 듯한 소름을 느꼈다.
마치 악마를 보는 듯한 그런 혐오감을 사내가 보여주었다.
살기와 욕망이 가득한 눈빛, 살짝 드러난 구역질 나는 누런 이빨.
그러나 지영을 질색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사내의 외모가 아니었다.
지영은 사내가 차에서 나올 때 부터 보았다.
그는 왼쪽 발을 약간 절은 다는 것을.
마치 무릎부상을 당한 축구 선수가 필드를 걸어 나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팡이도, 크러치도 없었다.
너무나 닮았었다, 그 악마와.
지영은 잠시 생각에 빠졌었다. 마치 꿈을 꾸는 듯. 아니, 악몽을 꾸는 듯.
처음부터 그에 대한 혐오감은 없었다.
오히려 그 정 반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니까.
지영이 본 그의 첫 인상은 매우 순하고 젠틀한 사람의 것이었다.
그는 지영이 대학시절 때 고아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우연히 만난 사람이었다.
그가 아이들 밥을 챙겨주며 지영에게 던졌던 한마디가
아직도 그녀의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왔다.
“눈이 참 예쁘시네요.”
갑작스런 그의 말에 당황한 지영이었지만, 마냥 싫지 만은 않았다.
훤칠한 키에 각진 얼굴, 잘 다져진 몸매에 감미로운 목소리.
거의 완벽남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다만 흠이 있었다면 그가 왼발을 약간 절었다는 것이었다.
“아, 이거요?”
그들이 고아원의 만남을 계기로 사귄지 몇주째 되는 날,
지영이 그가 상처 받지 않을 까 조마조마 하며 용기를 내어 그의 다리에 대해서 물었다.
“어렸을 때 겪은 교통사고 휴유증이예요.”
그가 멋쩍은 웃음을 띄며 말했다.
지영은 그런 그 남자의 모습에 더욱 더 빠져들게 되었고,
드디어 그녀에게 사랑이란게 찾아오는 듯 했다.
너무나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고,
때문에 지영은 그런 일이 그녀에게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만난지 5주째 되는 날, 지영이 그와 함께 시골에 있는 별장으로 여행을 갔다.
아직 한번도 같이 자본 적이 없는 지영으로서는 매우 설레이는 여행이었다.
자제를 하려 노력했었지만, 여행 시작부터 그녀는 그들의 ‘첫날밤’ 생각 뿐이었다.
별장에 낮에 도착한 그들은 짐을 풀고 옷을 갈아 입은 뒤 그의 차로 드라이브를 즐겼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해가 저물었고, 지영은 이미 만발의 준비를 한 상태였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고, 또 그 역시 그녀를 사랑한다 믿었기에,
그녀의 몸을 내주기로 준비를 했었던 것이었다.
둘은 별장 안으로 발을 딛자 마자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나 열이 오르고 사랑이 피어갈 무렵, 그가 하던 것을 갑작스레 멈추었다.
지영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 보았고 순간 뇌리에 스치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녀의 무경험 때문에 그가 관심을 잃었던 것일까…?
“자기, 왜 그래?”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둘은 알몸 이었고, 땀이 흠뻑 젖은 상태였다.
특히 그의 붉게 상기된 얼굴은 아직도 그녀의 기억에 또렷이 남았다.
“난 사실,취향이 따로 있는데… 이렇게 하니까 제대로 못하겠어.”
그가 한숨을 쉬며 지영의 위에서 내려와 옆으로 누웠다.
지영은 어쩔줄 몰랐다.
어떻게든 그의 취향에 맞추고 싶었고 어떻게든 그의 마음에 들게 하고 싶었다.
어떻게든 그에게 사랑받고 싶었다.
“취향? 어떤거인데?”
그의 취향대로 따르기로 한 지영은 침대에 팔다리 모두 묶인 채로 입에 재갈까지 물렸다.
하지만 그녀는 기뻤다. 그렇게라도 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고,
그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있어서였다.
적어도 그가 부엌에서 식칼을 빼오기 전까지.
그녀는 그것이 그의 짓궂은 장난인 줄 알았다.
아니, 연기일 뿐이라고 굳게 그를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서슴없이 그녀의 팔을 베었다.
마치 회를 뜨는 듯이 아무런 느낌도 없이, 그렇게 사악 베었다.
너무 순식간의 일이라 그녀는 믿기지가 않았고, 그의 실수인 줄 알았다.
그러나 살살 열린 피부 사이로 고여 나오는 피를 보고 히죽히죽 웃는 그를 보았을 때
비로소 그녀는 깨달았다. 그가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것을.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재갈을 단단히 물려 소리가 나질 않았다.
발버둥 치려 했으나 팔다리가 단단히 묶여 있었고, 그는 다시 한번 그녀의 팔을 베었다.
피가 솟구쳐 침대 시트를 적셨고, 그녀가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려움에 휩싸여 죽기 살기로 발버둥치느라 통증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렇게 피범벅이가 된 채로 그녀는 ‘사랑’을 나누었다.
그녀가 좀 전까지만 해도 따듯하고 사랑스럽다고 느꼈던 사람에게서 나오는 같은 미소였으나
그녀를 두려움에 빠뜨렸고,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녀를 악몽에 시달리게 한 섬뜩한 미소였다.
그녀가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을 때 사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저 이삿짐 센터 직원들이 열심히 가구들을 나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더 이상 시달리고 싶지 않은 악몽이었다.
어느새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닌, 고통과 분노의 눈물이었다. 그때 무언가가 떠올랐다.
“아참! 가스불!”
그녀가 잠시 잊고 있던 주방으로 달려갔다.
끓는 물에 담가 두었던 당근은 물이 반쯤 증발해 버릴 정도로 오래 끓인 덕에
불어서 못쓰게 되어 있었다.
그녀는 가스불을 끄고 냄비를 집으려다 손잡이에 손을 데었고,
냄비는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당근과 뜨거운 물이 바닥을 누볐다.
“아 뜨거워…”
그녀가 두 손가락으로 귓볼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요리에서 만큼은 실수가 없던 지영에게는 벌어 질 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녀는 알았다. 그 악몽이 아직까지도 그녀에게 끼치는 대단한 영향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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