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미혼 여자입니다.
20년 정도 된 친구가 있습니다. 고등학교때부터 알던 사이죠.
이기적인 면도 있고 자기 뜻대로 안되면 금방 언성이 높아지고 모든 자리에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아이라서 함께 어울리는 4명의 친구들 전체적으로 한번 크게 틀어진 적이 있었죠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 화해 아닌 화해를 해서 다시 친구로 지냈습니다.
절친은 아니지만 두세달에 한번씩 만나 밥 먹는 정도였고 아주 가깝게 지내지 않으니 예전만큼 맘상하고 틀어질 일도 없어 관계가 유지되었습니다.
그러던 이 친구가 한달전에 결혼을 했어요. 남자도 좋은 사람이고 적령기가 지난 결혼이라 친구들 모두 축하를 해줬죠.
그런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에게 TV를 사달라고 하대요...
저는 미쳤냐고 했고 그러면 같이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셋이 모여서 사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더군요
성향상 웬만한 가전으로는 성에 차지도 않는 아이입니다.
그런데 친구들에게 말해서 사달라고 하는 겁니다.
제가 알기로는 집을 남자쪽에서 다 해왔고 예단없이 예물 받고 하는 결혼으로 알고 있어요.
집을 남자쪽에서 해온다 하길래 예단은 얼마나 하는지 물었고 남자쪽에서 예단 안받겠다고 한걸 들어서
'아.. 남자쪽이 넉넉한데다다 물욕도 없는 집안이구나.. 이 친구가 좋은 집안으로 시집을 가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예물을 받았다길래 "예물 해주시겠대?" 라고 묻자 당연한거 아니냐며, 다이아,진주 등등 머 어쩌구 저쩌구 정도는 받아야 되는거 아니냐고 그것도 못받으면 결혼 못한다고 하더라구요.
좀 씁쓸하긴 했지만 '그래 내 결혼도 아니고 네 결혼인데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자격 있겠나' 싶어서 시집 잘간다며 좋은말 해줬습니다.
게다가 신랑,신부 둘다 독립 중에 하는 결혼이라 쓰던 살림 합치고 나머지 혼수를 채워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얘가 친구들한테 혼수 장만하려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돈도 꽤 번걸로 아는데 돈을 못모았나 싶기도 하고.. 순간 오만 생각이 다 들더이다.
일단 애들한테 말은 해보겠다고 얘기는 일단락 지었는데 친구들한테 말도 못꺼내겠더라구요.
알게 되면 몇년전처럼 난리날게 뻔해보였어요.
그래서 그냥 제 선에서 정리했습니다.
"대화해봤는데 그건 좀 어렵겠다더라 축의금으로 내겠다" 며 얘길 전했죠
의외로 웃으면서 알겠다고 하길래 예전보다 많이 달라졌구나 하며 마무리했어요.
다른 친구들이 얼마를 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30만원 냈습니다.
예전에 사이 틀어졌을 때 전체가 한명을 버린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신랑도 알고 지내기도 해서 약간 무리해서 냈습니다.
신행을 다녀온 친구는 결혼 전에 비해 부쩍 연락이 없었고 밥먹자는 연락에도 시큰둥하더라구요.
머 신혼을 즐기는 입장이니 그 정도는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전화가 와서는 저에게 부탁 한가지를 하더라구요.
너무너무 급한 일이라며 지금 해줘야 한다고 하더군요.
컴퓨터로 해야 되는 일인데 친구가 컴맹 수준이라 하는 부탁이었어요.
그 당시 일요일이었고 저는 근무중, 친구는 집에서 쉬는 중이었어요.
굳이 그날 안해도 되는 일이었고 그닥 사안이 급한 일도 아니었지만 자신의 일이 세상에서 제일 중한 아이임을 알기에 부탁을 들어주려 했습니다. 지금은 바빠서 안되니 연락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그날따라 업무가 너무너무너무너무 바쁜데다가 상사가 따로 시키는 일까지 눈코뜰새가 없더군요.
그래서 연락을 못하고 있는데 중간중간 계속 문자 및 카톡이 오는 거에요. 언제 되냐 아직도 바쁘냐 등등
솔직히 짜증났습니다. 본인은 쉬고 있고 저는 일하고 있는걸 뻔히 알텐데.. 에효..
어쨌든 업무가 종료 되고 전화를 했습니다. 안받더군요.
필요하면 연락하겠지 생각하고 다시 연락 안했습니다.
그런데 이때부터 이상해지더군요.
친구들끼리 만나도 쌩하고 연락을 해도 쌩.. 암튼 다 쌩이었어요.
얼굴을 봐도 기분나쁜 표정 짓고 인사도 안하고..
결혼 후에 마주친 일이 없어 기분이 틀어진 일이라면 저 일밖에 생각나는게 없네요.
뭐 따로 무슨 얘길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기분을 풀어줘야 되는 일인지.......
20년 인연인데 기분이 참담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