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에 오른 가난에는 종류가 있는것 같아요(http://pann.nate.com/talk/317029147)를 보고 씁니다
흔한 이야기지만 저희 할아버지는 땅 좀 있고 부리는 사람도 몇 있는 부잣집 장손이셨으나
할아버지의 아버지 되시는 분의 도박과 술로 집안이 몰락했다고 합니다
그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지방으로 내려와 공장에 다니며 좁은 방에서 어렵게 삼형제를 키우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정년 후에도 아파트 경비원 일을 하셨구요
저희 외갓집은 옛날부터 농사를 지었는데 옛날에 다들 그렇듯이 딸은 대학 안보내지 않습니까
거기다 무려 1남 5녀
보내주실 리가 없었지만 엄마는 옛날부터 공부를 하고 싶어서 남들보다 조금 늦게나마
지역 국립대에 들어갔습니다
그 마을에서 처음 여자가 대학을 간 거라고 하네요
외할아버지는 입학금은 내주셨다고 합니다
그후로 엄마는 매일 공장에 다니며 학비를 벌고 식품공장, 조립공장 등등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합니다
그렇게 자라온 아빠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다니시던 공장, 엄마는 동사무소 공무원으로 일하고 계셨고
8살때까지 아빠 회사 사원아파트에 살았습니다
5살때였을 겁니다
그날 눈을 떴을때 보인 광경은 아직도 눈에 선하고 지금도 생각하면 먹먹하고 눈물이 납니다
사원아파트는 16평 정도고 저희 가족은 한 방에서 지냈는데
자다가 눈을 뜨니 엄마아빠가 마주앉아 조용조용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빠가 봉투를 꺼냈습니다
이번달은 80만원이라고 하네요...
80만원이라니ㅠㅠ
제가 아무리 어려도 80만원으로 삼인가족이 살기 힘들다는건 압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월급은 100만원'이란 편견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튼 아빠가 월급을
많이 받지 못하고 우리집이 가난하구나 하는 생각은 할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저는 제가 듣고 있었다는걸 알면 속상하실까봐 다시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습니다
그 이후 저는 다른 애들보다 떼를 별로 안 썼던거 같네요
아예 욕심이 별로 안 생겼습니다
그냥 주는 용돈 받아쓰고 가끔 엄마, 아빠가 뭘 사줘도 의외로 비싼걸 사줘서 '이렇게 비싼걸 사도 되나...'
이런 생각을 하며 마음도 좀 그랬구요
심지어 학교에서 좀 가격이 되는 준비물을 가져오라고 하면 저는 미안해서 말하기를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사달라고 한 것보다 엄마아빠가 먼저 사준 일이 대부분이네요
컴퓨터도 그렇고 휴대폰, 옷 등등
특히 컴퓨터를 사준다고 했을땐 7살이었는데 '아직 어린데 필요없지 않나...'같은 생각을
스스로 했던 정돕니다
실제로 말도 했구요
중학교 1학년때 학원을 찾아 상담을 받는데 학원비가 20만원이라는 소리를 듣고 속으로 '!!!'이 돼서
등록 안 하고 끝나면 그냥 나가야지 했는데 엄마가 등록을 해버려서 충격먹은 일도 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외곽 지역의 집값이 싸고 넓은 신축 아파트로 이사하셨고
초등학교 2학년때 할머니가 살던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아빠 가족이 몇십 년을 살아온 아파트라 엄청 낡고 허름한, 좁은 아파트였습니다
여기서 중학교 1학년때까지 살았네요
좀 좁고 허름하고 여기저기 망가지긴 했지만 평생 이렇게 살아와서 불편함은 못 느꼈습니다
살아보면 의외로 넓고 편하다고 느껴지기까지 할 정도도 정도 들어서 좋았구요
그렇게 평범하게 살던 어느날, 옆동 아파트가 재건축을 한다고 했습니다
옆동도 우리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40년이 넘은 아파트라 예전부터 말이 있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살던 아파트기도 해서 관심이 갔죠
동네 주변에는 그런 신축 고급 아파트가 없어서 주변은 온통 그 얘기 뿐이었습니다
저희 학교 앞이라 애들이랑 다니면서 많이 봤는데 진짜 좋긴 좋더라구요
궁금해서 애들이랑 같이 안에도 들어가봤는데 그야말로 모델하우스에서만 보던 '부자 아파트'였습니다
아... 이런 집에서 살면 진짜 좋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죠
그래도 안될건 알고 있었습니다
16평하는 낡은 아파트를 판다고 해도 그런 으리으리한 아파트를 살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그러던 중에 가족끼리 밥을 먹으며 뉴스를 보고 있었습니다
저희집은 에어컨이 없었는데 뉴스에서 냉방병 얘기가 나올 때마다
"아~ 나도 냉방병 한번 걸려보고 싶네~" 하는 개그를 치곤 했습니다
그날은 새집증후군 얘기가 나오길래 평소랑 같이 "아~ 나도 새집증후군 한번 걸려보고 싶네~" 하고
장난치듯이 말하고 다같이 웃었습니다
그러고 며칠 후에..... 아빠가...... 그집 계약하고 왔대요..............
엄마랑 나랑 상의도 없이 갑자기!!111111111111
나는 놀라서 뻥져있는데
엄마는 그냥 그걸 맘대로 정해버리냐고 어이없다는듯이 웃으면서 받아들이십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진짜 그 부자아파트에 이사를 갔어요...
와... 갑자기 평수가 2.5배가 됐넼ㅋㅋㅋㅋ
아빠는 또 갑자기 이런 집에는 이 작은 티비가 안어울린다고 200만원짜리 평면 벽걸이 티비를 사 걸으시고
엄마는 이런 집에는 이 작은 식탁은 안되겠다고 무슨 백화점에나 있는 부티나는 식탁을 사오시고
우리집 거실에는 가죽소파 똭! 에어컨이 똭!
우리집 가난한거 아니었음??!
우리집 경제력에 대한 그런 찜찜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지만 차마 버릇없을꺼같아 물어보지 못하고
걍 그렇게 지내던 중 아빠가
"아~ 주식에서 160만원 잃었네~" 라는 말을 매우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겁니다!!!
160만원이라니 아니 그런 거금을!!!
진짜 참다 못해서 아빠한테 머뭇거리며 물었습니다
"아빠... 아빠 월급... 얼마에요?"
.....
200만원 넘으십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아니 그럼 그날 80만원 받았다는건 뭐에요!!!"라고 물으니까ㅠㅠㅠㅠㅠ
그건 보너스였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런취ㅏㅇ히ㅏㄴ마ㅣ해호ㅑㅐㅈ댜ㅓ햐ㅐㅈ매ㅑㅙ
내가 항상 마음에 담아왔던 10년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혼자 인간극장 찍고 있었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더 놀라운 반전은......
엄마는 400만원 넘으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무슨 공무원 월급이 400이 넘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엄만 또 말도 없이 언제 승진했음?? 9급이였자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난 엄마 9급이라길래 100만원 쫌 넘게 받는줄 알았잖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때 그 영화같은 타이밍과 마침 허름했던 집, 어른들이 자주 들려준 힘겨웠던 그시절 이야기,
그리고 뭘 몰랐던 내 순수함때문에 10년을 나혼자 가난을 맛보고 살았네요...
진짜 가난한 분들 보면 제가 느낀 가난은 가난 축에도 못 끼지만요
몇년 전에 우리나라 주식이란 주식 전부 반토막났을 때도 우리 부모님은
"주식 반토막났네ㅎㅎㅎ 내 주위 사람들도 전부 반토막이래ㅎㅎ" 하면서 웃으면서 얘기하는걸 보면
우리 부모님은 돈이 없던게 아니고 그냥 재물에 욕심이 별로 없었던 거였어요
저도 같이 웃었으니까 이 성격은 유전인가보네요
할아버지도 용돈삼아, 취미삼아 경비원하신 거래요
지금 사는 아파트는 우리 지역에서 부자동네로 소문난 아파트라 거기 산다고만 하면 부자네? 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래도 10년 습관이 어디가진 않아서 옷도 4만원 넘으면 안 사고 만원 넘는 티셔츠는 말도 안 됩니다
평소에는 엄마아빠도 검소하셔서 옷이나 물건같은거 잘 안 사시고 가끔 가다 크게 쓰시구요
그날 이후 저의 철은 성장을 멈췄습니다
5살때 철이 든 이후 쭉 유지돼왔던 철이 그날 이후 오히려 퇴화중...
제 어릴때 생각해보면 진짜 기특해요
지금 저보다 더 어른임
만나면 존댓말을 쓰고 싶을 정도
진짜 가난을 모르는 제가 말하는것도 뭐하지만요
어릴때 가난은 사람을 철들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