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이에요
해외고무신이라는 점 빼면, 그냥 평범한 고무신입니다
주변에 같은 고무신인 두명과
같이 서로 얘기하고 상담하다 보니까 곱씹게 되는 생각들
꼭 적어보고 싶어서 올립니다.
제 주관이 들어가 있는 부분도 있을지 모르니
생각이 많이 다르다면, 부드럽게 지적 부탁드립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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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신,군화가 되기 전>
좋을 때도, 힘들 때도
행복할 때도, 우울할 때도
사랑스러울 때도, 짜증날 때도
그 사람이니까 많이들 삐딱하게만 바라봐도
고무신 생활 감수하는 거죠
기다려달라고 할 수 있는 거죠.
가끔씩은 자기 자신한테 물어보게 되요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그 사람과 있었던 좋은 날들, 좋은 모습들만 사랑하는 건지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그 사람이 나한테 해주는 여러 가지 배려와, 사귀면 있는 특혜 때문에 사귀는 건지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남자친구, 여자친구라는 존재가 곁에 필요한 거였는지
오가는 물질적 요소들 때문에 이어가는 관계라면
그 요소가 사라졌을 때
관계도 끝이 날 확률이 너무도 높습니다
안좋게 끝이 날 확률이 너무도 높습니다
그런 관계는 시작하지 말아주세요
상대방한테 돌이킬 수 없는 상처 주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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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툼. 싸움. 잘못. 용서. etc. >
서로 힘들어서 싸움이 났을 때
홧김에 예고 없이 전화를 끊어버리지 마세요
홧김에 끊고 나서 후회해봤자
대화가 뚝 끊겨버린 그 상황에서 달려가서 해명할 수 없는 무기력함
지쳐버려서 그만둘까—생각이 듣게끔 저기압이 된 상대방의 기분은
고쳐지지 않아요, 지워지지 않아요
상대방의 말을 서로 끝까지 들어주시고
자기 말도 끝까지 해주세요
한쪽만 잘한다고 되는게 아니잖아요
최소한의 노력은, 최소한의 배려는
정말 오래 사귀어서 마누라,남편처럼 익숙해져버린 사람들한테도
필요한 거에요
본인의 잘못으로 인해
싸우고 나서 잘 풀렸다면
아—이번에 잘 넘겼다, 다행이네
이러고 끝내지 마시고
조금만 더 신경 써주세요
그리고
용서받을 수 있는 잘못이 있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이 있고
용서하고 싶어도 마음이 돌아서버리는 잘못이 있어요
용서하고 싶어도 다시 데일까 봐
상대방을 멀어지게 하는 잘못이 있어요
서로 잘 판단하시고
내 사람이라면 상처주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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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친구>
그리고 군화, 곰신분들이 아닌, 주변 분들한테도..
할말이 있습니다.
이성친구. 정말 좋은 친구라면
선을 지켜 주세요
기다린다고 맘 다잡고 있는 고무신한테 힘들 때 다가와서 기대라고 흔들어 놓지 마시고
사회와 고립된 군화 힘 되어준다는 식으로 애교 떨며 필요 이상의 호의를 보이지 마세요
당신이 이성인 친구인 이상, 본인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몰라도
지켜야 될 예의가 있습니다
연락 다 끊으라는 소리가 아니에요
친구라는 명목 하에 선을 넘지 말아주세요
본인은 생각 없이 한 일 일수도 있지만
힘든 상황에서는 한 커플을 무너뜨릴 수도 있답니다.
선을 넘고도 왜 잘못인지 모르는 분들은....
내가 한 행동이 왜 나쁜데? ㅋㅋ 진심 아니고 그냥 장난인데??
라고 하시기 전에,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내 남자친구한테 다른 여자가 애교 떨고 놀러가자고 하고
"니 여친 화날라나? ㅋㅋ " 이런 여우같은 멘트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장난이라도 화... 나실 거잖아요
내 여자친구한테 다른 남자가 남친 대신 지켜줄게, 나랑 놀자
"니 남친 화날라나? ㅎ" 이런 허세돋는 멘트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장난이라도 화... 나실 거잖아요
결국 내것이 아니니까, 함부로 하실 수 있는거잖아요.
그러지 마세요.
정말 좋은 친구면, 자기로 인해 친구가 위기를 겪고 힘들어하는 모습 보고 싶지 않으실 거에요
정말 좋은 친구라면, 친구가 군화랑, 혹은 곰신이랑 잘되기를 바랄거에요.
그리고
혹시라도 친구 이상의 감정이 있는 친구라면…
사람 마음이 그렇다는데 어쩌겠어요.
누구나 짝사랑 정도는 다 해봤잖아요
그 기분 모르는 건 아니에요
그저, 정말 좋아한다면 기다려주세요
예쁜 사랑 무너뜨리지 마세요
그 정도도 못 기다리면서
그 상대방을 위해서 뭘 하시겠다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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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언제나 열려있게 해주세요>
군화분들에게 사소한 부탁이 있습니다
정말 힘들다면, 기댈 수 있는 고무신에게 말을 해주세요
당장 보고 싶어도 못보고 듣고 싶어도 목소리 못 듣지만
대화는 언제나 열려있게 해주세요
물론, 남자의 자존심도 있고
여자친구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 혹은 즐거운 대화중 그런 말 꺼내긴 좀 그렇다..
라는 이유들, 이해는 가요
하지만
난 강한 남자여야 해—라는 이유로 참고 참다가
한숨을 쉬면서 내 상황 배려도 못하냐,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아냐?
갑자기 그러시면
네 죄송합니다. 몰라요.
정말 모르고 있던 고무신 어안이벙벙하게 만들지 말아주세요
군화에 대해 관심도 없고 눈치도 없는 여자로 만들지 말아주세요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하기에, 거의 2년이나 나라에 몸 바치는 거,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린 밖에 있기에 안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100% 이해는 못해요
조금이라도 티를 내주셔야, 저희도 알아요
그저 내 사람 힘들다면 알고 싶어요
솔직히 이건, 고무신들에게도 해당되요
헌신하고 밝은 모습 보이고 열심히 하다 쌓이고 쌓여서
이제껏 밝은 모습 보이다가 갑자기 폭발해버리면, 갑자기 나도 힘든데 알기나 하냐 이러면
사회에 있는 곰신들, 곁에서 지켜봐주지 못해서 안그래도 미안한데
군화들은 당황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자책하게 되요, 그래 내가 못났다- 라고.
이런게 지속되고 서로 심해지면
남자쪽에서 "기다리는거 티내냐;" 이렇게 될수도 있고
여자쪽에서 "못하겠다. 지친다" 이렇게 되버릴 수도 있어요
힘든 것을 감추는 것도 멋있지만
상대방을 믿고 내 힘든 걸 보여주고 기댄 만큼
상대방의 힘든 것도 알아주고 기대게 보듬어주는게
제일 멋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다고 전할때
기대줘서,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한번만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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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친구, 중요하죠.
정말 좋은 친구라면
비수를 꽂지 말고 침을 놔주세요
그리고 사회 생활 인간 관계를 중요시하는 당신도 멋있으니
연인관계도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 잊지 말아주세요
진실된 사랑을 하는 남자친구, 여자친구는
보험이 아닌
보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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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현실의 장벽은 무시할 수 없어요
그래서 많이들 중학교때, 고등학교 때의 풋풋한 연애를 그리워하나봐요
하지만 고무신, 군화라는 건, 적어도 한 쪽은 성인이라는 뜻이잖아요
둘다 이십대 초중반일때가 태반이고요
중요한 시기에요
힘겨운 시기에요
로망이랑 현실적인 생각이 자주 충돌하는 시기에요
그런만큼, 현실이 중요하게 다가오는 시기에요
현실을 무시할 순 없죠. 절대.
이부분에 대해선 제가 철이 없어서 그런지, 확실한 주관은 아직 없네요
다만, 현실을 핑계로 도망치는 연애는
하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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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랑귀와 열린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람을 쓰레기라고 욕하지만,
나는 그 사람을 믿겠다.
정말 이 세상 모든 사람이 그 사람을 쓰레기라고 한다면
쓰레기일지도 몰라요
그렇다고 해서 군화&고무신에 대한 그 여러가지 안좋은 소리들, 소문들, 미신들
다 맞나요? 전역하고 다 차이는거라면...
기다려줘서 결혼까지 성공한 울 학교 대학원 커플 둘
2년 꼬박 기다리고 아직도 잘 사귀고 있는 군화 누나 커플
역시 다 기다리고 약간의 흔들림 후에도 무너지지 않은 선배 커플
이 분들은 무엇인가요?
팔랑귀랑 열린귀는 아주, 다른 거에요.
그러니까
주변인들의 말을 제대로 가려 들을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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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내 남자 내 여자랑은 무조건 꽃신 신는다
불안하게 만들어서 죄송하지만, 이건 모르는 일이에요
하지만 바꿔 말하면, “기다려봤자 무조건 차인다” ?
이것 역시 모르는 일이에요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아침에 깨서 이 나라 어딘가에 내 반쪽이 살아있다면
그 사실에 좀 더 감사하고 행복해 해주세요
보고 싶어도 영영 못보는 사람이 아닌걸 기뻐해 주세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 아닌가요?
그리고 군화분 전역하시고 곰신분은 꽃신을 신게 된다면
두분 다 기억해주세요:
아무 때나 볼 수 있으니까 좀 미뤄도 되겠지?
이게 아니에요.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고 전화하고 싶을 때 마음껏 전화해도 되는
군대에 있을 적엔 상상도 못했던 그 기적을 많이 많이 누려주세요
저희는 한때 욕심을 버리고 편지로만 연명했었어요
전화도 외박도 아직 아득하기만 했던 훈련소 시절,
저희는 편지 한 통에 웃고 울었어요
그 애틋함, 그 소중함 잊지 말아주세요
사소한 걸로도 행복했었잖아요
내 인생 언제 다시 그런 경험해보겠어요
그리고 지금 읽고 계신 분이 고무신인지, 군화인지 모르는 일이지만
행복해지세요
당신이 먼저 행복해져서
네이트 판에 군화 고무신 게시판, 곰신카페의 고해소에
슬픈 글이 더 이상 안 올라오게 해주시면
바로 군화를 보내고 초조해있는 새내기 곰신,
혼란스러운 훈련소 생활 속에서 곰신을 그리는 군화
바쁜 생활 속에서 일말상초, 상말병초에 시달리고 있는 곰신
끊임없는 반복적인 생활에 의욕이 사라지고 지쳐가는 군화
기다려봤자 차인다는 소리에 혼자서 아파하는 곰신
곰신이 지쳐 떠나갈까봐 소리없이 아파하는 군화
…
이들도 좀 더 행복할 것 같아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들 화이팅.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