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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마시술소 여자들 21. 다음주 어제 [펌]

싸요 |2012.11.06 11:57
조회 7,419 |추천 6
“괜찮지 않아요. 조카 아파요.”




라고 마음이 소리를 쳤으나

마음에서 나온 소리는

곧바로 입을 향하지 않고

뇌로 전달되는 바람에

검열을 거친 후 다른 대사로 바뀐다.




“네. 괜찮아요.”

“......”




채연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내 면상을 쳐다볼 뿐.




“아파 보이는데...”

“...조 조금 아프긴 한데...”

“심하게 부었어요. 입술귀신 같아요.”

“......”

“...쿡쿡...”




......

약올리는 건가;

단지 나를 놀려먹기 위해

나가지도 않고 저곳에 서서

굳이 나에게 말을 걸었단 말인가.




“아프죠?”

“...네.”

“얼마나요?”

“......”




이게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이상한 놈한테 이유없이 처맞아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 마당에

이 여자는 내 속을 슬슬 긁어대고 있다.




“입술이 아파요, 아님 입 안이 더 아파요?”

“...아...그 글쎄요...”




입술을 비롯하여 입 안까지

지속적인 고통이 거듭되고 있으므로

아픈 곳이 정확히 어디인지 알 길이 없다.

입 주위뿐만 아니라 머리가 아픈 것도 같고

면상 전체가 다 아픈 것 같기도.




“잘 생각해 봐.요. 어디가 더 아픈가.”

“아...이 입술...아니 입 안이 더...”




채연은 어디가 더 아픈지를

집요하게 추궁해 온다.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 걸까.

난데없는 질문에 당황하여

그냥 아무렇게나 대답을 해 버린다.




“입 안이요? 으음...그럼 술도 못 마시겠네.”

“네...아 네?”




아,

그러고보니

같이 술 한잔 하자는 얘기가 오갔었구나.

무언가 할말이 있었던 것 같은게

바로 이거였구나.




“아 아뇨!”

“......?”

“아니 저...그러니까...한 이삼일이면 나을 거예요.”

“......”

“그러니까...그게...다음주에...쉬는 날인데...”




결국 목적은 달성했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참 등신같이 말했구나.

채연은 슬그머니 미소를 짓더니

카운터 쪽으로 얼굴을 바싹 들이밀며

다시 한번 묻는다.




“다음주요?”

“네...다음주...다음주 오늘...아아니 어제.”

“다음주 어제?”

“네...다음주 어제...쉴건데...”




다음주 어제는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이냐 븅신아;

조카 창조적인 새끼같으니.




“풉;”

“아...아니...그러니까 다음주 금요일...”

“아하하핫.”

“......”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게

내 이미지 관리에는 큰 도움이 될 터.

어쨌거나 의미는 전달되었을 것이므로

그대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쿡쿡. 네, 다음주 어제. 그럼 다음주 어제 같이 술 한잔 하는 걸로 해요.”

“...네.”

“일단 빨리 나아야겠네요? 다음주 어제까지.”

“......”




이 여자도 굉장히 집요하구나.

말실수 한번 한 걸 갖고

이렇게 끝까지 꼬투리를 잡을 줄이야.

원래 천성 자체가

장난끼 가득한 성격일지도.




“그럼 수고하세요.”

“아...네...안녕히 가세요.”




채연은 다시 문을 밀고 나간다.

이것으로

약속이란 걸 잡은 건가?

부어오른 입술과 다 찢어진 입 안이

여전히 얼얼하니 쓰라려 옴에도

기분은 한껏 부풀어 오른다.




“아싸 술이다 술, 캬하하하하. 술 마시...”

“끼익-”

“술......?”

“뭐해요?”




출입문이 다시 열리며

간 줄만 알았던 채연이

얼굴만 빼꼼히 들이민 채로 묻는다.




“아니 아무것도...처 청소할려고...”




어째서 나는

이토록 찐따같은 모습만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일까.

따지고보면 이거는

내 잘못도 아닌데.

나갔으면 그냥 갈 것이지

뭐 때문에 다시 돌아와서

추한 꼴을 보는 것이냐.




“아...근데 무슨 일로...?”

“......”




채연은

여전히 의심이 풀리지 않은 듯한 눈으로

내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이런 제길,

사람 무안하게;




살짝 열린 문 사이로 얼굴만 들이밀고는

눈꺼풀을 두 번 정도 깜빡인 후에야

서서히 입을 연다.




“약 바르고 자요.”

“네? 아...”




내가 미처 뭐라고 대답도 하기 전에

채연의 얼굴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카운터 위에는

그녀가 건네주었던 연고와

뜯지도 않은 밴드가 올려져 있다.




물론,

꼭 바르고 자야지.

그리고 빨리 나아야지.

다음주 어제까지.






.
.
.






거울 속에는

입술이 뒤집어진 괴수 한 마리가 서 있다.

나도 모르게 팔을 뻗어

태권도 상단막기 자세를 취한다.

괴수놈도 태권도를 배운 듯하다.




“......”

“에이 18;”




잠만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흉측한 몰골이 말이 아니다.

다른 곳은 사람인데

면상만 괴물이다.

입술은 말도 못할 정도로

심하게 부어올라 있다.




조심스레 양치질을 해 보지만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부어오른 입술보다

입 안의 내상이 더욱 심한 듯.




샤워를 끝내고 나오는 내 얼굴을 보고

어머님이 하시는 말씀이 더욱 가관이다.




“길가던 고삐리한테라도 처맞았냐 이새끼야.”




......

그게 어미된 자가 할 소리입니까 어머니;

소자 비록

밖에서 싸워 이기고 온 적은 없지만

길가던 고삐리한테 시비를 걸 정도로

무모하게 자라지는 않았습니다.

누구 아들인데요.






어제 나를 친 그새끼는

아무 이유없이 때린 거긴 하지만.




퇴근해서 집에 오자마자

씻지도 않고 잠들어 버린 탓에

시간은 충분히 여유가 있다.

식탁 위에는 이미 밥상도 차려져 있다.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떠넣다 말고

입 안에 든 것을 도로 뱉어낸다.

입 속에 무언가가 들어가는 순간

엄청난 고통이 온몸을 휩싸고 돈다.

내상이 심상치가 않다.

운기조식이라도 해야 하나;




어쩔 수 없이

식사는 포기하기로 한다.

아침밥도 먹지 않은 데다

이제 곧 출근하면 밤을 샐 터이니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않는 것이 된다.




그녀석이

어떤 이유로 나를 때렸는지는 모르겠다만

나를 죽일 작정이었다면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잘못하면 굶어죽겠다 18;




출근시간은 아직도 삼십분이나 남았지만

그냥 이쯤 해서 출발하기로 한다.

경림이 퇴근하기 전에

물어봐야할 것이 있으므로.




신발을 신다 말고

거울을 한 번 쳐다보다가

또 한번 움찔-

놀라 물러선다.




거울 속의 인물은

조카 사람같지 않다.

이 모습 그대로 출근하기는 좀 뭐하다.

손님들이 내 얼굴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지.




다리를 건너 피씨방으로 향하는 길에

잠시 약국에 들러 마스크를 요구한다.

아직 마스크를 쓰기에는

이른 계절이긴 하지만

이 얼굴 그대로를 남에게 보일 수는 없다.




“마스크보다...약을 먼저 좀 바르셔야 될거 같은데...”




약사아주머니의 말에

나도 모르게 손이 가방 보조주머니로 간다.

어제 채연이 준 연고와 밴드는

든든하게도 가방 한쪽에 자리잡고 있다.

깜박하고 집에서 바르고 나오지 않은 것뿐.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게로 들어서니

경림이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오늘은 토요일,

애들이 나가려면 이십 분이나 남았으니

바쁠 만도 하다.




“어? 일찍 왔네?”

“응.”




카운터에 잠시 앉아 있으려니

이내 경림이 돌아오며 말한다.




“마스크는 뭐야?”

“그냥.”

“뭐야, 아직 춥지도 않은데 감기라도 걸린 거야?”

“감기 따위 태어나서 한번도 걸려본 적 없어.”

“근데 마스크는 왜?”

“나도 한번쯤 써보고 싶었단 말야.”

“...바보.”

“......”




경림에게

그녀석의 일을 추궁하기 위해

출근시간보다 이십 분이나 일찍 오긴 했으나

막상 경림과 대면하고 나니

말을 꺼내기가 좀 뭐하다.

그놈과 경림과의 관계가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으므로.




“사장님은?”

“퇴근했어.”

“뭐? 벌써?”

“둘이 어제 또 싸웠지? 하루종일 궁시렁대다 삼십분 전에 일찌감치 갔어. 오빠 보기 싫대.”

“쳇, 쫀쫀하긴.”




역시나 예상대로

사장은 이미 가 버렸다.

나이가 몇인데 그렇게 잘 삐지냐.




나를 때린 그놈의 말은 꺼내보지도 못한 채

인수인계를 끝낸다.

경림은 퇴근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야, 아직 십분 남았잖아. 근무시간 다 채우고 가.”

“웃기시네. 맨날 늦게 오는 사람이 누군데.”




그정도야 나도 알지만

그런 이유로 붙잡아두려는 것이 아니다.

어쨌거나 그놈에 대해 물어봐야 할텐데.

경림은 가게를 나설 채비를 하고 있으므로

어쩔수 없이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야...너말야...전에 그...”

“응? 전에 뭐?”

“왜...전에 그 남자친구라던...”

“남자친구? 내 남자친구?”

“으응...”




당연히 니 남자친구지

그럼 설마 내 남자친구를 너한테 물어보겠냐;




“그런거 없는데?”

“니가 전에 남자친구라고 소개시켜줬잖아.”

“응? 무슨...아아 제동이? 걔 남자친구 아닌데.”

“뭐? 저번에 니가 남자친구라고...”

“아아 그거? 그냥 오빠 약올릴라고 한 소리지. 근데 걔는 왜?”




이거 뭔가

상당히 잘못되어가는 것 같다.

경림과 그다지 관계가 없다면

그럼 그녀석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새벽에 이곳에 왔으며

무엇 때문에 내 주둥이를 때리고 도망간걸까.




“아 아니...뭐...그냥...오늘 새벽에 왔길래...”

“새벽에 여기 왔었어? 어제 나랑 새벽까지 술마셨는데...”




경림과 같이 술을 마신 거였나.

근데 왜 집구석에 안들어가고

여기 와서 나한테 행패를 부리냐.




“걔 술 되게 못마시는데. 여기 왔을 때도 제정신 아니었지?”

“물론이지.”

“뭐 실수같은거 안했어?”

“으음...”




실수라...

경림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듯.

이걸 얘기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왜? 무슨 짓이라도 저질렀어?”

“아니...뭐...별일은 아니고...”

“무슨 일인데? 걔가 술버릇이 좀 더러워서.”




그래.

조카 더러웠어.




“아니 별일 아니었으니까 신경쓰지마. 수고했다, 잘 들어가.”

“무슨 일 있었던 것 같은데? 솔직히 얘기해봐.”

“아니라니까.”




역시나

경림의 집요함도 만만치 않다.

눈치도 또한 빨라서

내가 그놈의 얘기를 꺼내는 순간

이미 뭔가 일이 있었다는 것쯤은 예상했을 듯.




“뭐야? 빨리 말해. 말할때까지 퇴근 안하고 여기 있는다?”




으음...

그건 좀 곤란하다;

니가 있으면 내가 불편하다.

빨리 집에 보내야겠다.




“아니 뭐 별건 아니고...”

“......”

“음...그러니까...나한테...”

“오빠한테 뭐?”

“......”

“아 뭐야, 빨리 말해.”

“...마 마스크를 선물했어.”

“......”




역시 나는 임기응변의 달인.

뭐 틀린 말은 아니므로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

경림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을 뿐.




“뭐야, 별 일도 아니네. 걔가 술만 먹으면 좀 엉뚱한 짓을 해.”

“으응...내가 별일 아니랬잖아. 잘 들어가, 내일 보자.”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간 것이

잘한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지금 그녀석 얘기를 경림에게 하는 것은

왠지 고자질을 하는 것만 같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뭐,

다음에 말할 기회가 있겠지.




경림이 가게를 나서기 위해 문을 열자

낯익은 얼굴들이 들어선다.

볼륨녀와 채연.

그리고...

수정의 모습이 보인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것이 아님에도

이토록 반가울 수가 없다.




다음주 어제에는

그녀도 함께일테지?

[출처] [펌] 안마시술소 여자들 21. 다음주 어제 |작성자 극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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