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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동갑 연애.... 그 쓸쓸함

박영진 |2012.11.11 20:20
조회 7,457 |추천 7

저 올해 서른셋입니다.. 이제 곧 나이를 한 살 더 먹겠네요.

 

그 아이는 스물하나...

 

그리고 저는 재수학원 담임. 그 아이는 학생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애들 관계랑 공부하다가 많이 힘들어하는 게 안타까워서 이것저것 잘 챙겨줬는데..

 

많이 기대더군요. 어느정도 선을 지키려고 노력하면서도 다른 학생에 비해선 그래도 정이 갈 수 밖에 없었죠... 잘 웃고 또 잘 토라지면서 내 관심에서 좀 멀어진 거 같으면 많이 아프고... 매일 공부도 가르쳐주고 하다보니 정이 들대로 들었습니다.

 

작년 수능이 끝나고 나서 찾아오는데 화장을 진하게 하고 왔더라구요. 너무 떡칠을 해서 왔길래... 정말 맘에 안드는 표정을 짓고 뭐라고 했던거 같은데 의기소침해져서 그런지 그담부턴 민낯으로 찾아오더라구요 ㅎ

 

여하간... 수능이 끝나고 성적도 잘 안나온 마당에 이런저런 안 좋은 사건도 있었고... 위로해준다는 핑계를 대고 놀이공원이라든지.. 영화라든지.. 그러면서 놀아줬습니다. 사실 그래선 안되는 거였는데요... 저도 여자친구랑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터라 많이 외로워서 그냥 끌리는대로 하자는 식이었던 것 같아요. 그 아이도 절 이성으로 좋아하는 걸 오래전부터 느꼈기에 겁도 먹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서 헤어지고 집에 오는데 문자가 오더군요. 우리 이미 더 선생님 제자사이는 아닌것 같은데... 이런 문자 보내서 사이 안 좋아질까봐 너무 두렵지만 말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고..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문자가 왔어요..  저는 겁이 덜컥 났죠. 사실 겁도없이 어린애 감정을 무책임하게 건드렸구나 라는 자괴감보다...   예전에 사귄 사람들과 헤어지면서 얻은 상처들이 너무 가슴에 깊게 남아서.. 내가 더 이상 연애라는 걸 할 수 있는 상황일까...예전에 사귄 애랑 똑같이 얼마 가지도 못하고 자기 기분대로 헤어지자고 하지는 않을까... 

하지만 내가 이 아이를 지금 거부한다면 나는 얼마나 외로워질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무책임하고 이리저리 튈 나이의 여자... 이미 겪어봤기에 알고 있었지만 머릿속으로 굳이 지우면서 받아들이고 말았습니다. 절 좋아하게 된 이 아이.. 제 책임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꼭 평생을 책임지고 싶다는 마음가짐으로 난...네 마음도 알고 널 좋아하고.. 하지만 사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우리가 만약 내년까지 사귈 수 있다면 내년 오늘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가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참... 많이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조심스럽게 시작한 연애였지만 차도 생기고 하다보니 이곳저곳 갈 수 있는 곳도 많았고... 예전처럼 그어진 선이 없었기에 1박 2일로 놀러갔다 오기도 하고... 최대한 많은 추억을 쌓고 사랑하고 싶었고 또 그러려고 노력했습니다. 집이 너무 멀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지니까요... 그래서 더 자주 찾아가고 싶었고 그 애도 자주 서울에 올라오고 싶어했지요..  그 아인 재수를 실패하고 몸도 약한... 전 나이가 많고 공감대를 맞춰주기 힘든..

서로 결함이 많았던 사람이기에 더욱 너무 애타게 사랑했던 것 같아요.

 

주변엔 모두 비밀로 했지요... 그 아이 친구들 몇몇과 제 친구들도 몇몇은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 사이에 대한 이해보다 편견을 먼저 받는게 싫었기에 공개하는게 서로 부담스러웠으니까요...

하지만.. 일년 후에 반드시 부모님께 허락을 받으려고 마음의 준비는 해나가고 있었죠.

 

그러다가 봄쯤에 관계를 가졌습니다.... 그 애가 선물해 준 벚꽃엔딩시디를 틀고 함께 벚꽃축제를 보러 간 그 날이었습니다. 그 전부터 사실 제가 조급했던 것 같아요. 제가 요구했고 주저하다가 첫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예전엔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결코 관계를 요구하거나 하지 않았는데.. 책임질 생각이 너무도 뚜렷했기에 오히려 이번만큼은 내 여자다란 확신을 가지고 싶었고.. 아파하는게 너무 미안했지만 그래도 더 꼭 안아주면서 내꺼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어쩌면 저의 섣부른 판단이었네요... 그로인해 제 마음이 너무나 아픕니다. 아예 정을 그만큼 주지 않았다면.. 그 애가 첫경험을 나란 사람에게 허락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아프진 않았을텐데요....

 

어쨌든 그 뒤로도 우린 서로 많이 그리워하며 많이 사랑했습니다. 어느 날인가 약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 애가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많은 약을 접하고 배우다보니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고... 저는 격려하고 응원하며 한 번 더 도전해보라고 했었죠... 헌데 그 아이 부모님께서 우리 사이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지라 서울에서는 절대로 삼수를 못하게 하시더군요. 결국 아는 기숙학원에 억지로 입소를 시키시는 바람에... 저흰 한달에 한번 휴가나올때만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정말 힘들었죠... 저보다 그 애가 너무 힘들어했어요. 몰래 컴퓨터로 메일 보내면서 ..그 짧은 글에 서로 보지 못하는 그 고통이 묻어나오는게 얼마나 안타까웠는지..제가 할 수 있는게 없다는게 얼마나 슬펐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숙학원 들어갈 때 뜯어말리지 않은게 한이 되고 왜 한 번 더 도전하라고 했을까도... 스스로에게 화가 났지만...  그애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기를 간호사가 꼭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기에 참고 또 참았습니다. 휴가나오기 전에 바다를 보고 싶다고 해서 ... 1박 2일 여행으로 갔다왔었죠. 한적한 경포대 해변으로요..   그 날도 아침에 함께 일어나면서 손가락을 마주걸고 결코 우리 사이에 다른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자고... 맹세를 했죠. 하지만... 어쩌면 그 약속을 했을 때... 그애는 이미 두려워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 뒤로 바빠진 제가 많이 신경 못 써줬습니다. 옷도 보내달라고 했는데 택배가 너무 늦어졌었고... 전화도 간간히 한번씩 오는것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 안에선 그 전화 한번 하기가 정말 힘들다는걸 알면서도... 정말 바보였죠.... 그 다음달 휴가에서 저랑 만나는 시간은 단 2시간도 안됐었네요...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들어가는 날 겨우 잠깐 봤는데... 제가 바래다주면서도 ... 사실 그 바닷가에서 고백하고 싶었던 청혼을 못 꺼내고.. 수능이 끝난다음에 이야기하자고 내심 생각하면서 미루고... 너무 아쉽게 헤어졌는데... 그 날 본 그 아쉬운 표정이 마지막이었을 줄 알았다면........ 아마 들여보내지 않았을텐데요.....

 

그 뒤로 점점 연락이 없더군요. 7월 말에는 아예 절 보러오지 않았고... 친구들과 놀러간 사진이 나중에 페이스북에 올라가있는 걸 발견했죠. 8월 초쯤인가 밤에 문자가 와서... 잠시 안녕하자고... 다른 남자친구 있는 애들처럼 자기가 못해주는게 너무 죄진것 같고 미안하다고... 그러더군요. 전 황당해서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기숙학원에서 몰래 휴대폰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던지 그 뒤로 연락을 거의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 메일을 보냈죠. 컴퓨터는 그 애가 가끔 쓸 수 있으니까요. 구구절절히 난 네가 연락을 하지 않더라도 참을 수 있다... 수능에만 신경써라.. 힘들면 왜 얘길하지 않느냐.. 대체 무슨 일이 있느냐 등등... 을 써서 보냈죠. 참으로 짧은답장을 몇개 받았습니다. 말하진 못하지만 사람을 못 믿게 된 사건이 있었다... 이제 가족 외엔 아무도 믿지 못하겠다... 몸이 너무 안 좋아졌고 자길 험담하는 친구들때문에 힘들다는 등등의 내용이었습니다. 여튼 연락을 더 이상 하지 말라는 게 결론이었기에 ... 내가 공부하는데 방해로 느껴진다면 그러라고 한채 연락을 더 이상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미치겠더군요.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습니다. 부모님 찾아갈까도 생각했지만..  아무 권리도 없는 제가 부모님을 설득해서 그 학원을 나오게 할수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 애도 기숙학원에서 나오고 싶어했지만.. 부모님이 워낙에 강경해서 어쩔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 기숙학원에서 무슨일이 있는지.. 그렇게 심적으로 힘들다면... 정에 약한 아이인데 위로하는 남자한테 끌리진 않을지... 답답했지요...

그래도 꾹꾹 참아냈습니다. 수능만 끝나면... 수능만 끝나면 .. 하면서요...

 

수능 전 약 2주전부터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확인은 하면서도 답장이 없더군요. 초콜렛 두상자를 보냈을 때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수능시계를 보냈을 때도요... 수능 직전에 격려해주는 카톡을 보냈는데도 확인이 안되더군요... 수능 날 저녁에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고... 문자도 그냥 무시하더군요.... 그 다음날도 .... 그 다음날도...

전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났습니다. 기숙학원에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거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그렇게 서로 좋아했고 그렇게 약속을 했는데... 그렇게 힘들게 사랑했었는데...  그리고 만약 그렇다고 해도 ... 왜 그때 말하지 않았을까요.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더군요. 제가 뭘 잘못했는지 곰곰히 생각도 해봤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한테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해야할 정도로 그애를 화나게 한 적이 없었는데요....

문자를 보내서.... 제가 추측하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만약 다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받아들일테니 마지막으로 꼭 얼굴보고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부탁했죠... 제발 10분이라도 시간을 내라고.

그리고 전화 안받으면 찾아가겠다고... 대여섯번 전화를 걸고... 손을 부들부들 떨어가면서 문자도 보냈습니다.

그 순간 간단하게 답장이 오더군요.

 

'그런거라 생각하세요. 저희집도 이사가서 찾아오셔도 없어요.'

 

극존칭에... 귀찮은 말투...

제가 재차 물었죠. 다른 사람 사귀는거냐고

 

'그럴거같아요'

 

받아들일테니까 그래도 꼭 한번은 만나자고... 이렇게 상처받고 평생 원망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무엇을 원하시는데요'

 

직접보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하게 해달라고.. 되돌리자는 소린 안하니까... 나한테 이럴 수 없는 거 스스로 잘 알고 있지 않냐고... 좋은 추억으로 상처남지 않게 끝내자고 .... 간절히 애원했습니다.

 

마지막.... 그래도 마지막 성의였을까... 긴 답장이 오더군요.

 

'아뇨안볼겁니다. 전 못봅니다. 죄송해서

평생을 미워하시다가 언젠간 잊혀지시면서 한때라고 생각하시겠죠. 죄송합니다. 번호도 바뀔거니까 이번호도 이제 다른사람의 소유가 되겠지요. 그동안 정말 감사했고 고마웠습니다 선생님'

 

누군가와 행복하고 싶어서 내게 상처를 남기고 내게 미안해하지 않으려면.. 꼭 한번 만나야한다고... 만나서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하라고.. 내가 받아들일수 있게 만들어달라고 그게 사랑했던 사람의 의무라고... 문자를 아무리 길게 내 마음을 .... 표현하려고 해도..

 

마지막으로 '죄송합니다' 를 끝으로......

 

....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더군요. 사고날 것 같은 느낌인데도... 겁도 안나고... 엑셀을 밟고 있는건지도 모르겠고... 그냥 감각이 마비되는 듯한 느낌이더라구요... 사고 안난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집 근처에 차를 대고... 멍하니 있다가 녹음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겨우 10분도 안되는 녹음제한때문에...... 수많은 말이 하고 싶었지만 ... 겨우 10분을 녹음해서 메시지로 전송하고...  내가 화난 이유는 해명이 없었고 무시했기 때문이며.. 네 태도가 불분명했기에 오해가 생긴거라고...  나때문이면 번호 바꾸지 않아도 되고... 이제 연락도 없을 거라고...  미워하지도 않고 미련이 아닌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몇달을 쌓아둔 한마디 할 기회도 없었던 게 결국 미련으로 남겠지만.... 건강하고 꼭 행복하길...... 기도하면서 마지막 문자를 보냈습니다....

 

멍합니다...

띠동갑인 애를 상대로 나이값못하고 병신짓한다고 욕하는 사람들이 더 많겠죠... 원래 철부지 나이인데 어쩌겠냐고 위로하는 사람도 있겠죠...

우리가 함께 찍은 수많은 사진들... 예쁜 웃음... 을 쳐다보면서 그 목소리가 아른거리고... 웃음소리가 들리고...  배는 고픈데 아무것도 먹고 싶지가 않고...  집에 누워있자니 너무 힘들어서 학원에 왔는데... 도대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가 않네요.... 운전대 잡고 집에 가는 것도 겁이 납니다. 이러다 사고 나겠죠...

 

뭐가 잘못된 건지... 뭘 잘못한건지... 왜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몇번이고 이렇게 무력하게 떠나보내기만 해야 하는건지...  더 이상 내가 사랑이란걸 할 수 있을지...

수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고 지워집니다... 

추천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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