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번에도 유쾌하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썼는데
이번에도 그러한 주제로 글을 쓰게 되네요.
음슴체를 쓸 상황은 아니니.. 그냥 편한대로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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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내년이면 20대가 되는 사람입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건 다름이 아니라... 제가 지금 갖고 있는 것들에 대한 답의 실마리를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 때문이에요.
저는 조리, 특히 제과제빵 분야에서 종사하고 싶어하는 평범한 학생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이모가 파운드케이크, 초콜릿 쿠키를 굽는 걸 보고 제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중 1때부터 서툰 솜씨지만, 직접 만들어 보기 시작했어요.
(그 때는 제가 단지 뚱뚱하고, 만만해 보인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했을 때였어요. -부모님도 심지어 그런 저를 막 혼내셨죠- 그 때 이걸 시작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했죠.
또, 부모님이 제가 어려서부터 맞벌이하시느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외로움을 많이 탔는데
그 때의 감정을 달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그 때 비록 실패는 많았지만 내 손에서 뭔가 맛있는 것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별한 순간 (ex.생일)을 빛내 주거나
일상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해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뻤어요.
그래서인지, 제과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이 큰 즐거움이 되었더라고요.
중 2때 제과 관련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그것을 통해 제가 가진 지속적인 열정을 확인하면서
저는 '이게 내 길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중 3때는 조리 고등학교에 가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는데
(제일 좋은 조리고 갈 성적도 충분히 되었음)
제게 어려서부터 강요해 온 '외교관'이라는 꿈을 끝까지 강요하시더군요.
그것 때문에 집안이 정말 발칵 뒤집혔는데, 결국 제가 지고 말았어요.
결국 저는 집 근처 인문계고에 진학하게 되었고, 그 때도 부모님의 강요는 계속되었어요.
전학 가고 싶다고 이야기를 여러 번 했지만 결국은 그것도 좌절되었어요.
당연히, 제가 원하는 자격증 취득이나 대회 출전은 그림의 떡이 되었고요..
또, 저와 비슷한 친구들을 만나서 조리에 대해 심도있는 이야기를 하고,
더 능력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배우면서 보다 더 유능한 제과/제빵인으로써 자라고 싶었는데
제가 다니는 학교에는 그런 친구들이 한 명도 없더라고요.
저는 제 관심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 제 학우들은 죄다 드라마,연예인,가수..등에만 관심있고
결국 저는 '진짜진짜 특이한 아이' 정도로의 취급만 받더군요.
선생님들이 저에게 하는 취급도 다르지 않았어요.
'공부나 하지 왜 그런 일을 하니'
'그런 건 공부 못 하는 애들이나 하는 거야.'이런 눈으로 보는 선생도 있었어요.
그나마 저를 가장 좋아한다는 선생님마저도 '그런 것 쯤은 취미로 하면 안 되겠니' 하시고..
저 스스로도 자기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배우며 성장해 가는 실업계 친구들을 보면서
깊은 좌절감,절망감, 열등감,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에서, 2년동안 계속 방황에 방황을 거듭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티를 낼 수도 없어서, 혼자 끙끙 앓아댔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때 문득 '부모님을 설득해 보자'는 생각을 했고
제가 제일 두려워하는 '영어 말하기'에 도전해서, 그리 크지는 않지만 수상하기도 했어요.
그것에 자신감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해서 고 2때는 2.6이던 내신이 3학년 땐 1.6으로 올랐어요.
(공부를 한 것도 '내 열정을 부모님께 보여 드려 설득해야지.' 하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반대가 거센 상태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여차저차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내고,
그걸 가지고 대학 자기소개서를 썼어요. 1차는 운 좋게 붙었는데
제가 가장 가고 싶어하는 대학 면접을 볼 때, 교수가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절 보며, 앙칼진 목소리로
"학생은 조리사가 되고 싶어하는데, 내세울 만한 게 없네요?" 하고 묻더라고요..
이 때 저는 중 3때부터 계속 가지고 있던 열등감이 툭 튀어나와서
"대회 관련된 것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가 막혀 있었고, 관련 자격증 취득은 그 당시 부모님의 반대가 격심해서 내가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여차저차 이야기는 했는데, 그 교수들은 핑계거리나 지껄이고 앉아있네. 이런 눈으로 보고 있고..
결국 면접 끝난 날 밥 먹지도 않고 미친 X처럼 울어 제끼기만 했어요.
결과는 뻔하게도, 불합격 받았습니다.
(그 대학은 관련 대회 수상 경력, 자격증 취득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입학설명회 할 때 대충 눈치는 챘지만, 확인사살은 그 이후에 했습니다.)
결국은 수능도 시원하게 말아먹었네요..
그 결과를 받고 나니, 지금까지 제가 가지고 있었던 제과에 대한 신념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저랑 성적 비슷한 친구 중 대충 눈치봐서 원서질 한 친구는 저보다 좋은 대학 들어가서 히히거리고
주변사람 축하에 싸여 사는데
저는 떨어진 것이 '전부 니 탓이다'라는 따가운 시선을 감내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고.
그 외에도, 저와 성적이 비슷한 친구들은 다 서울에 좋은 대학 수시로 붙어서 자기들 세상이에요.
이런 친구들 보면서 '왜 내 꿈은 다른 인문계 친구들이 가질 만한 직업이 아니어서 이런가..'
하는 생각에, 제 꿈에 대한 원망이 스멀스멀 피어 오르더라고요.
그 친구들 보면서 열등감도 팍팍 생기고, 자신감은 계속 없어지고.
지금도 계속 밑으로 끝없이 추락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많이 암울하네요.
생지옥이란 과연 이런 곳일까, 내가 전생에 얼마나 큰 죄를 지어 그 업보를 이제사 받는가.. 이런 생각도 들어요.
최근엔 아빠한테 이것에 관련된 이야기를 했는데
미안하다는 말은 커녕 당연하다는 듯이
"너 같으면 좋겠냐? 성적도 나쁘지 않은 자식놈이 그걸 하겠다고 하면" 이라고 말하시고,
당신은 그렇게 심하게 반대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저는 분명 부모님, 특히 아빠의 심한 반대 때문에 며칠 밤 동안 눈물콧물 다 짠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데..
(그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더 많이 아프더라고요... 지금도 그것 때문에 밤마다 울곤 해요.)
그리고, 지금은 제게 가장 소중한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열정'도 깡그리 잃어버렸어요.
관련 책을 읽어도 예전처럼 기쁨이 없고,
오히려 '내가 이것 때문에 이 신세인데..' 하는 생각 때문에 지겹기까지 하네요.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 해 봤자 저는
'유리멘탈의 소유자', '패배자가 하는 실없는 넋두리'.. 이딴 소리나 듣고 있어요.
또, 주변에 저 같은 사람이 정말정말 드물다 보니 절 진짜 이해해 줄 사람 하나 없고.
제일 나은 취급이 형식적인 위로라도 해 주는 거죠, 뭐..
.............이 상황이 계속 되다 보니, 성격도 많이 뒤틀려서 계속 신경질만 나고,
정말 많이 공격적으로 변했어요. 사람 만나는 게 너무 싫어져서 계속 집에만 있고.
이런 저를 보면서 '난 진짜 쓰레기 같은 X다..' 하는 생각이 하루 수 백번 들어요.
그 생각이 비수가 되어서 제 마음을 난도질하니, 이겨낼 수가 없네요..
귀한 시간 내서 투정이나 하고 앉아 있는 이 긴 글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춥지만, 마음은 따스운 12월을 보내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