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고 안정된 날들이 계속 될수록
한치 앞도 안 보였던 어두운 나날들이
양면처럼 떠오른다.
그리고 그 안에 웅크리고 있는
불행했던 그 사람도 떠오른다.
지금은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그 사람이
그리도 힘들었던 것은 정녕 나의 탓이었을까.
이제는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 때의 나는 어렸고 미숙했다.
그 사람의 불만은 내겐 그저 억울함만을 종용했고
난 그 때의 상황 변명에 급급했을 뿐,
그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려 노력해본적은 없었다.
이해하려 백번이고 천번이고 노력했었던 것은 사실이다.
오로지 나의 관점에서...
넘쳤던 그의 자신감과 자존감은
나로 인해 찢겨져 상처투성이가 되어갔고
그 고통 속에서 내게 헤어짐을 고했어야 했던
그 아픈 나날들...
지금
그에게 나는 어떠한 존재이며 어떠한 기억일까.
자신이 없다.
나에게도 역시 그는 아픔이고 고통이었으며
극한의 사랑이자 집착이었다.
나는 그가 없이는 도저히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 했지만 간사하게도 잘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나의 기억 속의 그는 어떤 존재일까.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의 형태일까
아님 잊을 수 없는 영원한 아픔일까 아님...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살면서 꼭 한 번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싶다.
그리고 말하고 싶다.
정말 미안했고 고마웠다고.
우리의 인연은 그 때 이미 끝났지만
당신을 평생 내 마음 속에 묻어두고 살 것이라고.
할 말은 너무나 많지만
악수로 모든 말을 가슴에 담고 가겠다고.
행복했었다.
그 날 처음으로 보낸 내 문자에 당신이 답장해주었을 때.
행복했었다.
그 날 처음으로 당신의 방에 가서 김치찌개를 끓여 먹었을 때.
행복했었다.
그 날 처음으로 내게 우리 함께 머나먼 목성에 가서 달을 바라보며 체스를 두자고 했을 때.
행복했었다.
그 날 처음으로 당신이 Moon River를 불러주며 고백했을 때.
행복했었다.
그 날 처음으로 당신의 품에 안겼을 때.
행복했었다.
그 날 처음으로 우리가 함께 편의점 앞에서 육포에 소주 한 잔 마셨을 때.
행복했었다.
그 날 처음으로 당신 집 키를 복사해주었을 때.
행복했었다.
그 날 처음으로 당신과 바닷가에 찾아갔을 때.
행복했었다.
2010.12.28 당신과 마지막으로 통화했을 때.
이 말들 전부 여기에 털어놓고
이제 나는 내 연인을 향해간다.
당신과 나의 사랑이 끝나기 전부터 찾아왔던
지금 당신의 사랑을 진심으로 축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