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어나서 한번도 누구에게 싸움을 걸어보거나, 화가 나 보거나 한 경험이 없는 사람임
그래서 솔직히 만나러 가는 길에 무슨말할지 대사를 계속 머릿속으로 되뇌고 또 되뇌며 외우긴 했는데
막상 카페 앞에 도착하니까 미치겠는거라ㅠㅠㅠ
도대체 따지기는 어떻게 해야되며, 혹시 드라마에서 보던 얼굴에 물 끼얹기 그런거라도 해야하는건지 모르겠어서
계속 속으로 떨고 있었음ㅠㅠ
카페 들어가서 기다리는데
그당시는 여름이라 프라푸치노 마시고 있는데도 왜케 시원하지가 않은건지
왜 손은 일케 떨리는지ㅠㅠ
괜히 둘이 원래 너무 친해서 그런건데 내가 중간에서 깝쳐서 연인사이도 친구사이도 다 망쳐버리는 건 아닐런지 걱정만 하고 있었음
그때였음. 을이 뒤에서 날 부름
을-"야!! 일찍왔네!!"
평상시랑 똑같이 을은 겁나 반가운 얼굴로 내 앞에 앉았음
을-"할말이 뭔데??"
할말은 진짜 수천 수백가지도 더 있었음. 근데 얘 얼굴을 보니까 머릿속이 백지장인거임ㅠㅠ
마음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음
나-"있잖아... 이런말 하면 되게 웃긴거 알긴 아는데 나두...
너 혹시 우리 오빠 좋아해?"
ㅅㅂㅠㅠㅠㅠㅠㅠㅠ훨씬 공격적이고 날카롭게 물어보고 싶었는데 겁나 찐따처럼 물어봄ㅠㅠㅠㅠㅠㅠ
을-"뭐??내가 걜 왜 좋아하냐ㅋㅋㅋㅋㅋㅋㅋㅋ"
나-"아니 근데 왜 맨날 오빠랑 나랑 만날때 중간에 서가지구.......
엊그제 강남에서 오빠 회식자리는 왜 갔어?"
을-"아ㅋㅋ그건 걍 문자해봤는데 알바 회식있다길래ㅋㅋ그리고 끝나고 너 만난다고 하길래 같이 볼겸 해서 그냥 간거지ㅎㅎ"
나-"아.. 그럼 그냥 나한테 연락하지.."
을-"아 걍 술마신다길래 간거지ㅋㅋ어차피 너 만났으면 됐잖아~"
을은 평소에 굉장히 주당임. 술자리는 어떻게서든 빠지지 않는 애라는 걸 알긴 앎
그래서 얘가 술자리가 가고싶어서 나한테 연락하는 대신 회식자리에 따라갔다고 생각하니 좀 일리가 있는듯한 생각이 들었음.
근데 혹시 님을 그 기분 아심?ㅠㅠ 난 내가 등신이라서 그런건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따지고 있는데 을은 겁나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니까
내가 이상한건지 을이 이상한 애인건지 갑자기 순간 분간이 안가는 것임
더 따져야하는지, 괜히 더 파고들었다가 을이 오빠한테 일러서 둘이 진짜 아무사이도 아닌데
오빠가 날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할지, 갑자기 그런 고민들이 확 드는거임
원래 "왜 강남에서 오빠 옆에 앉아서는 내가 갔는데도 자리 안비켜줬어??" 이딴 찌질한 질문도 하고싶었음
근데 갑자기 더 파고들고싶지가 않아졌음... 아니 그렇다기보다, 뭔가 내가 계속 물어봤다가는
우리 모두의 사이가 어색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렇게 몇분간 생각하면서 커피만 마시고 있는데 을이 입을 열었음
을-"혹시 내가 오빠한테 너무 친하게 구는게 보기 안좋았으면 미안해~ 앞으로 행동 조심할게~!"
진짜 뻥안치고 완전 쿨하게 저렇게 말함. 그 말 하면서 생글생글 웃는데 갑자기 되게 부끄러워지는거임
내가 진짜 괜히 소꿉친구사이를 의심해서 을이 미안해졌겠구나 싶으면서
남친도 괜히 오해한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해지는거임
그래도 뭔가 끝은 확실히 해놓는게 좋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나-"그래~ 난 내가 이렇게 좋아해 본 사람이 처음이라서 사소한거 하나하나도 신경쓰이고 그랬나봐..
너랑 오빠랑 많이 친하니까 그정도는 이해 했어야 하는데, 오해한 건 미안해
그래도 암튼 앞으로 둘이 너무 살갑게 굴진 말아줘~내 생각도 해주라^^"
요렇게만 끝냈음
을이 알겠다며 웃는데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은거임ㅠㅠ
이렇게 착하고 쿨한 친구를 내가 그동안 여우같다고 오해하고
또 다른 친구인 갑에게까지 을 욕을 했구나.. 난 진짜 나쁜년이구나 라고 생각을 했음
그렇게 우리는 카페를 나와서 룰루랄라 손잡고 서점구경을 감
그렇게 모든 일이 일단락 되는 줄 알았음
여기까지가 8월달이었고, 그 뒤로는 진짜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잠잠한 시간들이 흘러갔음
남친과는 너무나도 평온하고 싸움한번 없는 순탄한 연애를 하고 있었음
을은 그 시기에 맘에드는 사람이 생겼다며, 그 남자쪽 무리들과 어울리느라 거의 만나지도 못했음
9월 중순이 되었음
그무렵 우리는 처음으로 키스를 하게됨
남들이 보기엔 사귄지 세달이 다 됐는데 키스한번 못했다는게 말이 되냐고 하겠지만
(실제로 내 친구들도 놀렸음ㅡㅡ남친 문제있는거 아니냐고..)
암튼 우리는 거의 100일만에 처음으로 키스를 하게 됨
그리고 자랑은 아니지만 이건 내 첫키스였음
우리는 우리 둘만의 꿈같은 시간들이 너무 황홀했고
데이트때마다 커플룩은 아니지만 그날그날 드레스 코드를 맞춰입기도 하며(둘다 패디과임)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음
비록 둘 다 가난한 학생들이라 데이트의 절반은 동네 공원에서 산책하거나, 대학가에 저렴한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아님 평소처럼 서로 알바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데릴러가서 같이 지하철타고 동네로 돌아오는 등
그정도밖에 안되는 데이트를 했지만, 너무너무 좋았음
9월 중순에 첫키스를 하고난지 얼마 안되서, 남친은 추석 연휴동안 시골집에 내려간다고 했음
연휴동안 내 생일이 껴있어서ㅠㅠ 우린 미리 축하를 한 다음
남친은 바로 가족들과 함께 시골로 내려감
나는 추석 연휴동안 혼자있게 된 것임ㅠㅠ(우리집은 시골이 없음)
그래도 남친은 맨날 자기 전에 가족들이 듣지 않게 밭에 몰래 나와서 전화로 노래도 불러주었음ㅎㅎ
여기까진 참 행복한 그저 그런 연애스토리에 지나지 않음
불금이 되었음
을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옴
을-"야! 나 지금 집근처 역 앞에 어디어디 술집인데, 내 썸남이랑 친구들이랑 같이있어!
너한테 젤 먼저 보여줄게 내 썸남ㅋㅋ니가 와서 어떤지 봐봐ㅋㅋ"
라고 하는것임
한동안 을과 나는 잠잠했고, 또 을이 썸남이 생기고 나서부턴 완전히 을에대한 마음이 풀어졌었기 때문에
난 을이 그렇게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 썸남을 만나보기 위해서 그곳으로 향했음
도착해보니 그곳엔 나이들어보이는(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정도?)
오빠라고 하기엔 애매하고 약간 삼촌느낌으로 생긴 남자들이 4명이 앉아있었음
그 팍팍한 남자들 사이에 을 혼자만 앉아있었음
얼굴만 봐서는 누가 썸남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음ㅠㅠ;
일단 가서 을 친구라고 소개하고 자리에 앉았음
근데 생각해보니 걱정이 되는거임. 남친한테는 집에 있는다고 했는데 이렇게 술마시러 나와도 되는건지 마음에 걸렸음.
내가 그런 걱정을 하는 걸 알았는지, 을이 나한테
을-"야! 니네 오빠한텐 말하지 마ㅋㅋ나 욕먹는다ㅎㅎ"
라고 했음.
뭐 있어봤자 끽해야 한두시간 있다가 갈껀데 그냥 말 안해도 괜찮겠지~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난 남친에게 말하지 않은 채 술자리를 갖게 되었음
정말 지금 생각하면 최고로 후회되는 날이 아니었나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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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 일은 모두 끝난 일이구요~
그냥 기억을 되짚어가며 조금씩 쓰려고 합니당
지금까지는 빙산의 일각에 불구하네요ㅠㅠ 후 저런시간들을 제가 어떻게 견뎌왔는지 참
필력이 딸려서 글이 재밌지는 않겠지만ㅠㅠ그냥 제가 회고하는 식으로 쓰는거니까 이해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