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신혼이긴 하지만, 그래도 좋네요! ^.^

|2013.01.25 13:11
조회 146,891 |추천 801

결시친 보면 결혼생활이 힘들다, 결혼하기 힘들다,
한국여자들은/남자들은 다 이러냐, 미친 시월드... 등등으로
결혼을 회의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글들이 많고 가끔
"행복한 결혼생활은 없나요?" 요런 제목들 보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저의 평범하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적어볼까 해요!
이런데 글쓰는게 첨이라 좀 두서없거나 지루해질지도.. ㅡㅡ;;

우선 부부소개..

저와 신랑은 같은 직장에 다님.
저는 직장생활 9년차, 신랑은 3년차.. 나이차이 5살. 여자인 제가 연상이예요 ^.^
저희는 6월에 같은 직장동료의 소개로 만나 9월에 양가 인사드리고
12월에 상견례, 그 다음해 3월에, 만난지 9개월만에 결혼에 골인!! 하였습니다.


에피소드 #1

신혼여행 다녀와서 시댁에서 자던 날... 아니, 그 다음날 아침..
신랑이 그 전에 누누히 말하길.. 자기집 식구들은 다 새벽형 인간이라 6시면 일어난다고..
근데 자기만 유난히 못일어나서 식구들이 그냥 더 자게 내버려둔다고..
아.. 그럼 나는 어떡해야하나 (저는 신랑보다 잠이 더 많음..)

일단 잤는데.. 아침 7시가 되자 부엌이 덜그럭거림.. 앗..!!
후딱 옷 챙겨입고 부엌에 가서 시엄니 옆에 섰어요..
이미 요리는 끝났고 -_- 신랑보다 5살 어린 시동생이 밥상 차리는걸 거들고 있더라구요..
시엄니가 한말씀 하시길..


"피곤할텐데 왜 일어났어~ 우린 밥먹고 목욕갈꺼야~ 너는 더 들어가서 자고 이따 ㅇㅇ이랑 나와서 먹어~"

앗,, 이럴땐 어떻게 처신해야 하지??!! @.@
내 마음은 들어가서 자고싶고 그렇다고 냉큼 들어가서 자면 안될것 같고.. -_-;;

그때 울 시동생님.. ^.^
내 등을 몸으로 떠밀며 (육중하신 체격)

"형수님~ 들어가서 더 자~"

진짜 방안으로 들이밈...

그날 신랑이랑 나는.. 11시에 일어남.. 일어났더니 정말로 시부모님, 시동생 모두 목욕가시고,,
친정에 전화해서 그대로 아침에 일어난 일을 말씀드렸다가

"너 미쳤니?" 라고... 친정엄마한테 욕먹음.. ㅠㅠ


에피소드 #2

시부모님과 시동생을 신혼집으로 초대해서 밥먹기로 한 날..

이때 이미 결혼한지 두달 지났을 무렵.. 그 전엔 시부모님이 신혼집 와보시지도 않았음.
식사초대 하고싶다고 전화드렸더니 시어머님께서 양념된 장어를 사오실테니
너는 상추랑 마늘이나 준비해놓으라고 하심.. @.@
나는야 복받은 며느리임..

밥먹고 나서 이런저런 얘기 하는데 ㅋㅋㅋ
(우리 도련님이 사실 지적장애가 있으세요 ^.^

나이는 25살인데 행동은 5-6세? 이거에 대해서는 아래 더 쓰겠음.)
그런데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보통 한가지에 굉장히 뛰어난 자질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도련님은 딱 두가지!! 하나는 매일 새벽 6시에 동네 편의점을 돌며 신문을 종류별로 챙기신다는 것과
하나는 엄청난 깔끔쟁이라는것.. 그래서 시댁의 분리수거를 도맡고 계심.. ㅋㅋ
밥먹고 나서 하나..하나.. 식탁위 정리를 시작하심..
신랑이랑 나는 정리를 진짜 못함..
신랑이 도련님의 행동을 보더니 ㅇㅇ 이 우리집에 두고가라고 함.
나도 냉큼 "도련님 저좀 빌려주세요" 했더니
시어머님 말씀..

"안돼.. 내가 더 필요해.. 나도 써야돼..."


에피소드 #3

위에 말했듯.. 신랑이랑 나는 정리를 진짜 못하는데..
내가 쫌 더.. 지저분한거같음.. 예를 들어..
신랑은 양말을 방 한곳에 벗어둠.. 이 방 역시 빨래통이 있는 방은 아님..
빨래한번 하려면 각방을 다 돌아다니며 빨래를 수거해야함...
그런데 어제.. ㅋㅋ 같이 퇴근을 해서 집에 왔는데..
양말이 자그마치 여섯짝이나.. 현관에서 거실까지 한짝 한짝 벗어진 채로...;;;; ㅋㅋㅋㅋㅋ
3일간의 나의 작품임. 변명을 하자면 어그부츠 벗을때 양말이 같이 벗어져서 거기에 벗어두게 된거임..
암튼 그걸 몇일씩 아무말도 안한 우리 신랑도 대단함.
보기 민망해서 내가 선수쳤음.

"자기야 내가 자길 위해서 징검다리를 만들어놨어.
이 양말 밟고 거실까지 가면 돼!" 했더니

신랑이 진짜로
"아, 그래? 알았어!" 라며
딱 양말만 밟고 폴짝거리며 현관에서 거실까지 이동함. 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아침에 모조리 빨래통에 넣고 나왔음;; ㅋㅋ



위에 썼다시피 신랑의 남동생이 지적장애가 있음.
이런 사실은 신랑을 소개받은 후 그 다음에 단둘이 만났을때 신랑한테 밥먹다 듣게됨.
그 얘길 듣고 내 첫 질문이 "동생 잘생겼어요?" 였는데
신랑 얼굴에 미소가 번지며 "아니요 ㅋㅋㅋ" 이러면서
"제가 맨날 툭툭 치면서 "야, 형 잘생겼냐?" 이러면 "응" 이래요" 하는데
보통 사람들은 장애가 있는 가족이 있으면 자격지심이나 약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지않을까 싶은데
동생이랑 장난도 치고 그 동생 생각하면서 평소 행동이 너무 재밌다며 웃는
신랑의 당당한 모습에 반해서 저는 두번째 만남에 이사람이랑 결혼해야겠다! 결심하게 됐어요.
분명 이런 남자의 뒷배경인 가족도 화목할거란 생각이 들었구요.

신랑이 저희집에 인사오던 날까지 저희 부모님께는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죠.
역시나 신랑은 저희 부모님께서 "동생은 몇살? 그럼 지금 학생?" 이렇게 묻는데
솔직하게 "동생이 학교를 다니고는 있는데 일반 대학교가 아니라
지적장애가 있어서 레크리에이션 학교를 다닌다" 라고 대답했고
엄마얼굴이 굳어지셨죠.
그리고 그 이후 아빠는 저한테 전화하셔서
"그런걸 속이고 만났으므로 그녀석은 안된다. 너는 알고 있었냐?"
라고 물으시길래 저는 "두번째 만났을 때부터 알고 있었고
그런 약점을 감추지 않는 모습에 반했고 그럼에도 화목한 가정이기 때문에 결혼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허락해 주셨어요.



저희 시어머님.. 시아버님.. 진짜 존경하는 이유..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에피소드 #4.

웨딩촬영한 앨범이 나와서 시댁에 보여주러 가져간 날.

어머님이 스물 다섯살 덩치 큰 도련님과 앉아 한장 한장 넘기시며 설명을 하심..

"ㅇㅇ야, 어머~ 여기좀 봐~ 여기 형수님이 노랑색 한복 입었지? 예쁘지?"

마치 네다섯살 아이 대하듯이 말이죠..

그럼 도련님은 대답합니다.

"응! 형수님 예뻐!"



시아버님은 신랑이 어렸을때 굉장히 무서운 분이셨다고 해요.
시아버님 퇴근무렵에 도련님한테 "ㅇㅇ아, 아빠 온대" 이러면
도련님은 "아니야.. 오지마, 오지마" 이러실 정도로 싫어하셨다고요.

지금은 도련님이랑 목욕도 늘 같이 하시고요
주말이면 데리고 등산 다니시고
저희집에도 같이 버스 타고 오시고 (도련님 혼자 버스타고 어떻게 오셔야 하는지 가르치시려고)
도련님이 뭐라도 하면 무조건 칭찬입니다.
완전히 눈높이를 도련님한테 맞춰서 내려놓으셨어요.
신랑은 그래서 아버님을 무지 존경합니다.
남자가 나이먹어서 변화하기 힘든걸 잘 아는데 아빠의 그런 변화를 자라면서 봤으니까요.
도련님은 무지 순하세요.
솔직히.. 귀찮은건 잘 안해줘요 ㅋㅋㅋ 신랑이 가면 도련님한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마니 시키는데 듣고싶은것만 듣고, 하기싫은건 못들은척 해요 ㅋㅋㅋㅋㅋ

저 결혼할때 시댁 아파트 상가 단지에서 시어머님이 친한 한복집에서 한복 맞췄는데
갈때마다 어머님이 도련님을 상가로 나오라고 부르셨어요.
그 상가 점포마다 도련님을 다 압니다. 용돈도 챙겨주고요.
장애가 있는 아들 숨기지 않고 사람들 앞에서 늘 칭찬하시는 어머님이 전 정말 보기 좋았어요.

신랑이랑 저는 도련님 뵐 때마다 2-3만원씩 용돈 드려요.
시어머님께서 신랑한테 눈치 주셔서 그렇게 하게 됐는데요 불만은 없어요
신랑이 맨날 저한테 주라고 하고 주면서 "형수님이 주시는거야" 라고 각인시키는데요,
어머님께서 그거 보면서 도련님한테 "아유~ 좋겠다~ 형수님이 용돈도 주고~" 라면서 저한테 말씀하시길
"쟤 인생에 유일한 낙이 매일 나가서 만원씩 쓰고 오는건데 그거라도 할 수 있게 해줘야지~"
그러면서 우리집에서 제일 돈 잘쓴다고 통도 크다고 시아버님이랑 같이 껄껄 웃으세요 ㅋㅋㅋ
만원을 어따 쓰냐면요.. 신문과 군것질이죠.
신랑이 장난친다고 3만 2천원 줬더니 천원짜리는 돈 취급도 안해요 ㅋㅋㅋ

어떻게 보면 우리 신랑과 시월드는 여자들이 꺼리는 종류일 수도 있어요.
지적장애 시동생, 시동생 용돈 주라는 시부모.. 단적으로 보면 그렇죠.
시어머님께서 웨딩쪽 사업을 하셔서 결혼할때 전반적으로 전부
시어머님 추천업체에서 했으니 이거가지고 내맘대로 못했다 불만이다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시간, 돈 아껴서 너무 감사했어요.
어머님께서 "어찌보면 나한테는 마지막 치르는 아들 결혼식일지도 모르잖니" 하면서
세심하게 신경 많이 쓰셨거든요.
그리고 추천업체 맘에 안들면 저는 이런 스타일이 좋아요~ 라고 말씀드려서
스튜디오는 제가 고른데서 했어요.

웨딩업계에서 일하셔서 듣는것도 많으실텐데 예단 등으로 전혀 눈치도 안주셔서
네이트 판 보기 전까진 저도 전~혀 아, 나는 명품백을 안사드렸네.. 이런 생각도 못해봤네요;;

결혼할때 집은 직장 사택을 받아서 둘다 돈이 안들었어요. 가구 가전도 따로 살때 쓰던거 가져다 쓰고요.
같은 직장으로 같은 시간에 출근하니까 당연히 여자인 제가
아침에 준비할 시간이 더 걸리는만큼 (사실 잠이 더 많음) 아침은 신랑이 차려요.
청소는 주말에 같이 하고요. 설거지도 그냥 쌓여있으면 먼저 보는 사람이 해요.
가끔 귀찮아서 모른척 했을땐 "내가 안해놔서 미안해"라고 사과해요.
저희 엄마아빠한테도 엄청 이쁨받는 사위예요.
처갓집 가서 저녁먹고나면 저랑 신랑이 같이 설거지 하죠.
(신랑보다 두살 많은 제 남동생은 밥먹고 슬그머니 자리를 떠요)
시댁 가서 저녁먹으면 설거지는 시동생이... ㅋㅋㅋ 과일 깎는 것도 시동생이.. ㅎㅎㅎ
시부모님께서 시동생이 뭘 하는거 칭찬하시는게 낙이시라 자꾸 시동생을 시키세요 ㅋㅋㅋ

결혼은.. "가정"을 만드는거잖아요.
돈의 가치로 계산하지 말고 어떻게 잘 어우러질까..를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시댁, 처가에도 원래 있는 방식이나 형태에 내가 '추가'되는 것인만큼
그쪽을 바꾸려고 하지말고 내가 맞추고요..
물론, 맞추기 전에.. 맞출 수 있는 집안인가를 탐색해서 확신이 들어야 하고요...

글이 너무 진지하게.. 길어졌네요..
근무시간에 쓰느라 중간중간 끊겼더니 톤이 이랬다 저랬다 해요.. 이해해 주세요. ㅎ

=================================

 

추천과 댓글이 많아졌는데...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 감사드려요

2탄은 없을거고요~

제 글이 조금이라도 많은 분들에게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그 가정에서는 엄청 귀하고, 가족구성원에게 행복을 주는

존재라는걸 알게되는 계기가 되셨음 좋겠어요.


근데 한가지 더 생각난 에피소드가 있어요 ㅎㅎㅎ

 

에피소드 #5

 

2013년 1월 2일...

저는.. 역시나 눈치없는 며느리인 저는..

2012년 12월 31일날 시부모님과 모두 통화하며 새해 복 마니 받으시라고 인사드리고

1월 1일엔 글쎄.. 전화드리는걸 잊어먹고 홀랑 지나갔지 뭐예요!

 

그런데 점심무렵쯤 도련님한테서 전화가 온겁니다.

받자마자 "형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러고 저도 "네~ 도련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점심은 드셨어요?"

하는데 우리 도련님,,, 전화통화 엄청 싫어하시거든요 ㅋㅋㅋ 자꾸 끊으려고 하시는거예요

그래서 제가 계~~속 질문을 해댔죠 ㅋㅋㅋ

옆에선 시아버님이 뭐라 말해야할지 하나하나 코치해주시고... 다 들리는데..

암튼 뭐라뭐라 한 1-2분 정도 통화하고 끊었나봐요.

전화 끊고 저혼자 키득거리다가 시아버님께 전화를 드렸죠..

 

"아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했더니 아버님께서

"그래~ 야~ ㅇㅇ이가 형수님한테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인사해야된다고

아침부터 전화번호를 가르쳐 달라더라! 너도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이러시는거예요. 저는 아버님께서 시키신거라 의심했지만,,

도련님께서 스스로 하신거라고 믿어드리기로 했어요. ㅋㅋㅋ

 

이 얘기를 신랑한테 했더니 신랑은

"뭐야. 왜 나한테는 새해인사가 없어? 자기가 ㅇㅇ 한테 전화해서

형님한테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전화하라고 해."

이러는거예요 ㅋㅋㅋ 폭풍질투.. ㅋㅋㅋ

 

이 부탁을 전 웃기만 하고 안들어주고.. 이틀 뒤엔가? 지나가는 말로 얘기꺼냈더니

빨리 전화하라면서.. 진짜 진지한거예요 이남자가..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도련님께 전화를 드렸어요.

도련님은.. 제 전화를.. 안받으시더군요.. 시크한남자..

그래서 시어머님께 전화를 드렸어요.

도련님한테 전화할꺼니까 전화 받게 해달라고 (비굴한 형수..)

 

그래서.. 도련님과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도련님~ 형님한테 전화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하세요~ 지금요~"

이렇게 용건만 말씀드리고 끊었죠.

신랑은 전화오길 기다리고..

..

..

 

결국 신랑이 다시 도련님께 전화해서

"야, ㅇㅇㅇ 지금, 형한테 다시 전화해서,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전화해, 알았지?"

 

이랬는데도...

감감 무소식...

 

우리 신랑은.. 도련님의 새해인사를 받을 수 없었답니다.

ㅋㅋㅋㅋㅋㅋ

추천수801
반대수13
베플김은미|2013.01.27 14:35
그래 세상엔 이런 시월드가 있어야해,.보는내내 너무훈훈해 글쓴분 행복하세요~오래오래~~<img src="http://me2.do/5UqxpCv"
베플박윤희|2013.01.27 10:01
글을보다보니 추천하고싶다는 생각이들정도로 참 예쁘게 생각하는마인드가 좋은것같아요처음으로 댓글 추천해보아요님같은분들이 많으면 우리사회가 밝아지겠죠시부모님 시동생 사랑하는마음 끝까지 사랑해주셨음좋겠어요5년10년 아이들태어나 키우다보면 힘들때가 많아요하지만 초심을 읽지않고 이뿌게 사심 정말 행복한 가정이될것같아요...
베플우왕우왕|2013.01.27 10:31
진짜 이런 판 너무 원했어요 ㅠㅠ 긍정적인 마인드로 현실을 볼 줄 아는 분!! 존경해여 맨날 혼수는 누가 더 해오네, 집은 누가 사네, 가구는 누가 사네, 이런 글만 읽다가 흙..... 아무튼 행복하게 잘사세요~ 지금도 그렇게 사시는 것 같지만 :)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