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제 겨우 일주일도 안되었는데 제가 이렇게 일찍 후기를 남기게 될 줄 몰랐네요.
저번에 많은 분들이 댓글로 응원해주신 것 하나하나 잘 읽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다수의 의견이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마음을 보여주라는 것이었죠.
저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조금씩 연락도 자주 하고 그 아이 마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금방 후기를 남기게 된데는 사연이 있겠죠.... 하하...
이런 후기 궁금해하실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그때 저를 응원해주셨던 분들이 혹시나도 궁금해하실까
글을 남겨요.
이번주 화요일 임용고시 최종합격 발표일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그 애 부모라도 된 것 마냥 긴장되더군요.
점심쯤 되자 연락이 왔습니다. 밝은 목소리로 합격했다고 하더군요. 저도 같이 기뻐해줬죠. 그런데 합격하면 기념으로 꼭 한번 식사 대접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금요일로 약속을 잡았어요.
댓글 중에 24살에게 37살은 마냥 아저씨니까.... 패션에도 신경쓰라고 하셔서....
뭐... 제가 진짜 아저씨같이 생기긴 해서...^^ 옷도 사고 머리도 좀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나갔습니다. 이제부터 정말 짝사랑의 결실을 맺도록 노력하자고... 그렇지만 무리하지는 말자고... 다짐하면서요...^^
오랫만에 본 그 아이는 살이 많이 빠져 있더라구요. 못본 새에 다이어트라도 했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얘기하다가 "살이 많이 빠졌네? 다이어트했어?"라고 물어봤죠. (여기부턴 대화는 그냥 대화로 써볼게요.)
"네. 어때요? 좀 이뻐진 것 같아요?"
"음.... 나야 뭐 통통했을 때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에이... 그게 뭐에요. 선생님! 이쁘다고 해줘야죠."
"어떤 모습이건 이쁘다는 뜻이지. 근데 갑자기 왠 다이어트? 누구 잘 보일 사람이라도 있나~?" "
"그건 비밀이에요~"
"남자친구라도 생겼나보네?"
"조만간 만들어야죠~"
"네가 그런 얘기하는건 또 처음이네. 별 상담은 다 해줬지만 연애 상담은 통 안하더니."
하아... 저 정말 이 얘기 나누면서 이 아이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구나... 어쩌면 좋나 싶고....
정말 마음이 무거웠어요. 그렇게 밥을 다 먹고 잠깐 백화점 뒤에 작은 산책로가 있는데 걸으면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다가 벤치에 잠시 앉았어요. 그런데 그 아이가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더군요.
"선생님. 저 이건 선물이에요."
"밥까지 얻어먹었는데, 선물을 왜 또 준비했어."
"그동안 감사해서요."
"고맙긴 뭘."
"선생님은 저한테는 아빠같기도 하고... 친구같기도 하고.... 진짜 고등학교 때 선생님 없었으면
저 버티기 힘들었을텐데.... 이렇게까지 잘 지낼 수 있었던 것도 선생님 덕분이죠."
"음.... 그런데 편지도 들어있네? 편지도 썼어?"
"네! 편지는 두번째죠? 처음 선물 드렸을 때 드리구.... 집에 가서 읽어보셔야 되요~"
그 뒤로 그 아이를 데려다 주고 돌아오면서 바로 편지를 읽어볼까도 했지만
집에 가서 마음 추스리고 읽어보려고 꾹 참았어요. 무슨 내용일지 정말 궁금했지만....
뭐, 그동안 감사했다는 내용일 거라고 짐작도 해봤죠.
집에 와서 편지를 읽어보니 내용인즉슨....
제 눈엔 자신이 어린 애로 혹은 제자로 밖에 안 보일테고....또...제가 나이가 많아서 결혼도 해야 하는데 자신은 당장 그럴 수도 없고 하루하루 살기가 바빠서 연애는 사치라고 생각했대요. 그리고 저도 좋은 분 만나서 얼른 결혼해야 되니까...자기가 참으면 된다고.... 그렇게 생각하다가 임용고시를 준비하면서 자기가 임용고시에 합격해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제가 만나는 사람이 없으면 꼭 고백하겠다고... 그 생각으로라도 열심히 공부했다고 하네요.
하.... 저 정말 이 편지를 읽으면서... 우리가 서로를 너무 생각해서였는지... 왜 그동안 서로의
마음을 몰랐는지 웃음이 나더군요. 한참을 넋놓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어떻게 답변해 주면 좋을까 하다가 저도 제 마음을 담아서 편지를 썼습니다.
그 편지를 가지고 오늘 그 아이를 다시 만났어요. 어제는 내가 밥을 얻어먹었으니 오늘은 합격 축하 기념으로 내가 밥을 사겠다고 만나서... 밥 먹는 동안에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다가 집에 갈때 편지를 쥐어주고 오는 길입니다.
제가 쓴 이 글도 언젠가 같이 보면서 추억이 되겠죠.
다시 한 번 저에게 용기 주셨던 분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도 용기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