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임신 34주 워킹맘입니다.
첫째때도 출산 이틀전까지 회사에 출근하고, 나름 튼튼한 건강을 자부했는데요.. 이번 둘째 아가는 첫째때와는 다르게 심적으로, 체력적으로 참 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34주인 지금까지 잘 다녔습니다. 회사에 만삭일때까지 다녔던 이유는, 임신/출산/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됨을 피하기 위함이기도 했고..남들과 경쟁하며 힘들게 구한 직장, 나와는 잘 맞는 업무, 따뜻한 동료들. 앞으로도 평생 다닐 회사니까요.
그러던 중, 조산기로 6주 일찍 출산휴가를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길고도 길었던 회사에서의 마지막날이 지나고,
정든 동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그날따라 계속 심하게 뭉치는 배를 부여잡고 마지막 퇴근길에 올랐습니다.
남편은 데리러올 수 없는 상황..
시댁에서는 설연휴기간 친정에서 푹 쉬라고 했지만 미안한 마음에 남편만 시댁에 보내고, 저는 1시간 남짓 거리인 친정에 갔습니다.
얼었다 녹은 눈길에 혹여 미끄러지지는 않을까, 계단 내려갈때 발을 헛디디지는 않을까.. 뒤뚱 뛰뚱 천천히 걸을 수 밖에 없는 무거운 몸. 걸을때마다 다리 마디 마디가 아팠습니다.
평소처럼 꽉 차있는 사람들 사이에서..일반석과 노약석 경계에 서있었어요. 일반석 앞에 서있으면 괜히 앉아 있는 사람에게 부담 주는 거 같아 미안하고, 노약석에 서있으면 먼저 자리 차지한 중년과 노년의 경계에 있는 분들이 힐끔 곁눈질로 못마땅한듯 쳐다만 보는게 싫었거든요.
그리고 마지막 관문인 마을버스.
택시를 탈까 했지만.. 서울 외곽지역인지라 겁은 또나고.. 예전에 사고당할뻔한적도 안좋은 기억도 있고.
그래서 마을 버스를 탔지만, 역시 자리는 없고..
여고생들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참 나와도 너무 나온 제 배를보긴 했으나.. 계속 같은반 남자아이 얘기로 수다를 이어갔습니다. 익숙한 풍경..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통통 거리는 마을버스에 몸을 실은지 10분째 될때부터.. 계속해서 배가 뭉쳤어요. 만삭인 분들은 아실거예요.. 배가 뭉치면 숨쉬기 힘들고 갑갑해지는 가슴.
너무나 불안한 마음에 두터운 점퍼의 앞자락을 열고.. 배를 움켜쥐고 서있다보니.. 뒷자리 백발 할아버지가
"아이고 여기 앉으세요" 라고 자리를 양보해주더라구요.
옆에 앉아계시던 할머니는..
"세상에.. 배가 이렇게 많이 나왔는데 아무도 자리를 양보해주지 않았어?? 이런 힘들었겠구먼"
이러자 자리 양보해준 할아버지가 한마디 했습니다.
"요즘 젊은것들은 노약자에게 양보해주고 이런게 없어. 싸가지가 없다니까.. 배가 이렇게 나온 사람 보구서도 못본척이야. 죄다 고개만 숙이거 못본척 하고 있어...."
술한잔 걸치셨는지 말은 거치셨지만...
순간 힘들었던 여정이 생각나면서.. 그래도 힘든거 알아봐준 사람이 있어서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우리 며느리도 바깥에선 이렇게 고생하고 다닐까봐 걱정이야. 고생해 애엄마"
바로 앞자리에서 수다를 떨었던 여고생들.
똥씹은 표정으로 대화를 멈추고 침묵..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단순히 임산부가 뭔 유세라고.. 재수 옴붙었네 라고 생각했을까요? 아니면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었을까요..
임신한 것..
특권은 아닙니다.
하지만.. 남들보다는 몸이 더 불편한, 몸을 조심히 해야할 약자라고 생각합니다.
평소라면 양보받는게 미안해서 구석에 가서 서있고 양보에 대해 별생각이 없던 저였지만... 출산 한달전, 마지막 퇴근길에서야 너무 힘들어지더군요. 내일부턴 집밖에 나오지 않고 누워만 있어야겠어요..
저는 이제 출산할때까진 집밖에 안나오겠지만..
부탁드릴께요..
임산부 뿐만 아니라,
몸에 장애가 있는 분들, 할아버지 할머니.
건강한 우리가 자리양보를 해주면 어떨까요?
물론, 저 역시 아기 낳고 나면 양보대열에 합승할겁니다. ^^
속상해서 끄적인 글이 공익적인 글이 됐네요^^;;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