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내가 즐겨보는 네이트온 판에 첫만남으로 글을 쓰는 데가 있어서, 왔어
첫만남하면 스무살 때 널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 스물여섯살까지, 그 인연이 생각나서 안쓸 수가 없네.
내가 널 처음 본 곳은 재수학원, 그러니 얼마나 내 칙칙했겠어. 난,
검은 체육복을 입고 앞머리 일자에 시키한 여자애였고
넌 뿔테에 약간 썩은미소랑 종종거리며 다니는 남자애였지.
글쎄, 시키한 내 모습이 아마 너의 마음에 쏙 들었나봐. 그래서 어느날 부턴가,
내 앞에 서성이는 너가 보이더라. 그래그래, 재수학원의 묘미는 러브러브지 뭐 그치?
처음 너에 대한 추억은 내가 성적이 붙어져 있는 대자보를 보고 있는데, 옆에 누군가가 슝!
하고 벽에 탁 붙더니, 가느다랗고 귀여운 목소리로 이랬지.
여드름 있녜에?
정확히 이랬지. 그래그래, 나 여드름 있어, 육년이 흐른 지금도 있어.
또 다른 이쁜 기억은, 정수기 옆에 벽에 붙어있다 내가 나오면 고개를 돌려
반짝반짝 거리는 눈으로 쳐다본거. 아무리 생각해도 정수기 벽 옆에서 보이는건,
재수학원의 퍽퍽한 느낌이 묻어나는 천장, 다른 벽들 뿐. 거기서서 너는 무슨 생각을 하며,
날 기다리고 있었을까.
난 그런 너 참 마음에 들었지만, 혼자 가끔 울고 계속 널 모른척 할 수 밖에 없었어.
왜냐면 네겐 여자친구가 있었단걸 알고 있었거든.
어떻게 뺏니, 그냥 난 너의 그런 마음을 얻었다는거, 그만큼 내가 멋져보이는구나 이런 느낌만
즐기기로 했어
우잉 내가 지금은 씩씩하게 말하지만 그땐 많이 힘들었어
그렇게 우리 사이는 말 한번 나눠보지 않고 끝이났지.
난 그 후도 항상 반짝이는 피글렛같은 널 마음에 담아두고 살았어. 때론 너한테 받은 상처에
다키해져서 암수서로 정다운데! 이 내 몸은 뉘와함께 돌아갈꼬 흥 쳇 쳇쳇 체엣 이렇게 살기도 했어.
그런데 너가 그 여자친구가 일본에 유학을 가 있어서 외로웠단거 듣고, 그래서 어린 마음에
마음에 들어온 날 무작정 쫓아다녔단걸 알고 그래그래 외로웠구나 피글렛, 하고 이해했어.
그리고 그 친구랑 정리하고 날 기다린단 것도 알게되었어.
내가 다른 친구에게 스토킹 겪으면서 힘든거 그런거 알고 그리고 다른 남자에게 마음 두고 있단걸
너가 아는데 기다리고 있단거 알았어.
난 그 친구에게 많이 지쳐있었거든. 사귀는 것도 아닌데, 내 이름이 입에 입을 타면서
안좋은 이야기로 번진것도 힘들고, 그 애가 미니홈피에 대놓고 날 욕하는 이야기들도 참 힘들었어.
몇년이 흐른 지금은 오히려 내가 미안하고 미안하지만, 잘되기를 바라지만, 그 때는 참 힘들었어.
이런 날들이 하루하루 쌓여서 육년이 흘렀고, 아직도 나는 너 기다려. 너도 날 기다리고.
이젠 천천히 이쁘게 만났으면 좋겠다, 그치
이젠 나이가 들어서 안티 에이징 하려고 닭발 먹고! 돼지 껍데기 먹고! 콜라겐 생성
미용관리 스스로 해야하고! 막 이렇게 변했지만, 다시 저 날들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으면 정말로
아니! 라고 말하고 싶어. 내겐 퍽퍽한 날들이 많았어. 힘들었어.
이젠 너와 나 사이에 우리 둘만 있으니까 반짝이는 피글렛:],
응 알아 알아. 우리 만남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는거. 기다린만큼 해피엔딩이면 좋겠지만,
그냥 나는 지금 여기 너랑 내가 마음이 같으니까, 내 첫사랑이었던 너
그리고 너의 두번째 사랑이었던 내가
서로 치유해주면서 만났으면 좋겠어. 왜 막 따스한 산들바람이 부는 늦저녁에,
별이 총총 떠있고, 작은 촛불 하나가 우리 옆에 있는 그런 만남이었으면 좋겠어.
고요하고 진실되고.
으쌰, 여기 익명이어서 진짜 좋다.
나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