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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춘'기

17살, 나는 그 당시 할머니와 단 둘이 살았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보조금으로 근근히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그러나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로 할머니께서는 책값을 해야한다며 리어카를 끌고 폐지를 줍고 다녔고 나는 어린마음에 창피한 나머지 할머니를 피해 먼길을 돌아서 가곤 했다.

우리집은 언덕을 한참 올라가야하는 가파른 길목에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내가 등교하기 전에 아침상을 차려놓고 나가셔서 등교할 때쯤 언덕을 오르셨는데 사춘기였던 나는 혹시나 언덕에서 마주칠까 골목골목으로 다니기 일쑤였다.

시험기간이 다가오고 나는 구립독서실에 가서 공부를 했다. 인터넷 강의를 들으려 컴퓨터실에가면 항상 마주치던 남학생이
있었는데 궁금증은 곧 호감으로 바꼈다.

어느날부터 나는 그 남학생에게 온 신경이 집중되었다. 나보다 두살이 많고 00남고에 다니는 것까지 알게되고 그렇게 이주동안 짝사랑을 했고 시험기간이 끝났다.

더이상 남학생은 독서실에 오지 않았고 수줍음이 많던 나는 다가서지 못한채 그렇게 인연이 끝날 줄 알았다.

평소 시험이라면 죽기보다 싫었던 나는 빨리 기말고사가 오기만을 바랬다. 그렇게 공책에 그 사람의 이름을 쓰고 또 쓰고 혼자만의 사랑은 계속 되었다.

평소와 똑같이 할머니는 계속 폐지를 주으러 다니셨다.
할머니께서는 요새 몸에 힘이 없다는 말씀을 하셨고 나는 할머니가 아프단 말이 듣기 싫어 폐지를 그만 주우라고 소리치고 방문을 닫았다.
할머니는 연신 미안하다고 하셨지만 나는 그 미안하다는 소리가 너무 싫어 한마디도 하지 않은채 하루종일 방안에 있었다.

할미가 미안해 .. 할미가 미안해 ..
라는 말이 귀에 맴돌았지만 왜 나만 이렇게 가난할까. 왜 나만 이렇게 불행할까 라는 생각에 할머니가 더욱 밉기만했다.

그렇게 몇일동안 할머니하고 말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갔다.
등교 할 시간이 지나 골목을 되돌아 갈 수 없게 되자 나는 어쩔수없이 언덕을 내려가고 있었다.

할머니가 올라오는 모습이 보이고 재빨리 숨었다. 그런데 할머니의 리어카 뒤로 보이는 한 남학생이 보였다.

그 사람이였다. 할머니와 남학생은 제법 친한 사이 같았다. 할머니를 도와주는 그
사람을 보자 얼굴이 빨개지고 화가 났다.

내 가난을 들킬까봐 너무 겁이나 한참을 울면서 학교까지 뛰어갔다.
할머니가 지나가는 말로 자기를 아침마다 도와주는 학생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던게 기억이 났다.

내자신이 너무 불쌍하고 서러웠다.
세상이 너무 미웠다. 하필이면 그 사람이라니..

집에가 할머니에게 울며 엄마 아빠는 왜 나를 버렸냐며 죽고싶다고 소리를 질렀다.

"폐지줍는 할머니가 너무너무 창피해 앞으로는 내 눈에 그 모습 보이지마!!"

집을 나와 밤거리를 한참을 다녔다. 집을 나오니 할머니가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시는 모습이 보였다.

할머니는 나를 보자 우시며 또 "할미가 미안해"를 연신 말씀하셨다.
이런 모습이 너무 싫어 쌩하니 집을 들어갔다.

그 다음날부터 할머니는 폐지를 주우러 가시지 않았다.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사춘기였던 나는 오히려 잘 됬다며 길을 나섰다.
하교하고 집에오자 할머니는 누워계셨다.

전날 밤늦게까지 나를 기다리시느라 감기에 걸리신 것이였다. 나는 감기약을 사서 할머니를 드렸지만 할머니의 감기는 낫지 않았다.
병원에 갔지만 할머니가 폐렴에 걸리셨다는걸 뒤늦게 알게되고 의사는 많이 연로하셔서 위험하다는 말을 했다.

할머니의 곁에서 할머니를 하루종일 간호했다. 내 행동이 너무 후회되었다.

할머니는 그 남학생이야기를 하셨다.
자신을 도와주는 남학생이 너무 고마워 학용품(모나미 펜 몇자루와 노트..)을 사놓으셨던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아파서 전해주지 못했다며 아쉬워하셨다.

나는 그 남학생이 누군지 알고있었기에 전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말고사가 다가오고 독서실에 가자 그 사람이 있었다. 나는 오빠에게 "매일 도와줬던 할머니 우리 할머니예요. 고마워요. 이거.." 하며 전하고 후다닥 독서실을 나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책상에 쪽지가 놓여있었다.

"알고있었어. 왜 요즘 안보이시는지
걱정된다. 열시에 집까지 데려다줄게"
라는 쪽지를 보고 한참동안 머리가 복잡했다.

집에 가는 길. 오빠는 저번시험기간부터 나를 좋아했었다며 등교하는길에 우연히 내가 할머니와 집을 나서는 모습을 보게되어 아침마다 도와드렸다고 했다.

한참을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할머니를 창피해했던 나, 못된 나를 순수하게 좋아한다는 오빠..
나빼고 모두 착한 세상인 것만 같아서..

이것이 인연이 되어 우리는 지금 사년째 연애중이다.
할머니도 점차 건강해지셔서 대학을 다니는 손녀딸을 위해 아직도 폐지를 주우신다. (말려도 이게 좋다고 계속 하신다ㅠㅠ)

내 자신이 너무나도 창피했던 그 시절 우리의 첫 만남.
못됬던 그 시절의 나를 순수하게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추천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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