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여름, 예상치도 못했던 것 하나 때문에
재작년~작년까지 너무나도 무모하게 한국와 미국을 오갔던 바보 같았던 그 시간들이 문득 떠오른다.
누가 들으면 소설 아니냐고, 지어낸 것 아니냐고 할 지도 모르지만, 한치 거짓도 없이 실화이다.
(물론 내 입장에서 쓰는 것이기 때문에 나 이외의 당사자들의 시각은 다를지도 모른다)
나는 미국에서 6년 넘게 유학중인 23살 여대생이다.
매년 여름마다 한국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러 3달정도 놀러가는데,
그 때마다 기간이 짧아서 알바를 하기도 마땅치 않고 방학을 즐기고 싶은 것도 있고
이래저래 갖은 핑계를 다 대며 좋게 말하면 여유로운, 막말로는 잉여 또는 방콕 생활을 한다.
중학교 졸업하면서부터 유학생활을 했던터라, 한국에 친구도 거의 없었다.
그 거의없는 친구들도 대학교에 들어가고 연락도 잘 안된다.
그래서 거의 집에서 있는다. 간혹가다가 같이 유학중인 한국인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거나
가족들과 같이 놀러갈 때 밖에 나간적이 없던 것 같다.
노래 부르는 걸 즐기는 나는,
여름이면 너무 더워서 밖에 나가기도 귀찮고 노래방은 돈이 드니까 고민을 하던 찰나에
우연히 네xx 검색 사이트의 메인 광고에서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게임이라는 걸 알게된다.
간단하게, 캐릭터를 가지고 접속을 해서 방을 개설 후,
노래를 예약해서 하면 노래방 기계처럼 반주도 나오고 가사도 박자에 맞춰서 나온다.
컴퓨터에 마이크를 연결해서 부르면 내 목소리를 그 방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들을 수가 있다.
초-중때나 하던 게임을 대학생때 다시 하다니.. 그것도 색다른 포멧이라 너무 신이 났다.
하루종일 켜놓고 노래부르면 엄마가 시끄럽다고 한 소리 했지만, 굴하지 않고 열심히 불렀다.
그렇게 한달여쯤 지났을까, 슬슬 그 게임에 사람들이 많아지고 자기들끼리 팸을 만들고 그러는 중에
우연히 한 팸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게 시작이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어차피 미국에 오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처지라 노래도 못할거기 때문에
그냥 가볍게 즐기자는 마음으로 한거였는데, 일이 커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얘기를 계속 이어가자면
그렇게 팸에 들어가고 또 한 달 반쯤 됐을까, 다시 새 학기를 시작하러 미국에 들어왔다.
게임을 다운받아 (한국에서 10분 걸렸는데 미국에서 5시간 걸렸었다) 실행하니,
아주 잘 된다!
너무 재밌어서 계속 하다보니 사람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대부분이 다 성인,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였던터라 게임을 이상하게 하는 어린애들은 없었다.
아무래도 게임이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보니, (캠으로 영상을 켤 수도 있었다)
성인이 아님에도 성인이라 거짓말 하는 애들도 없었고, 어차피 목소리를 들어보면 다 티가 났었다.
중간 중간 여러번 썸도 있었고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건 다 건너뛰자.
내가 그 팸에 들어가고 한참 후에 A라는 오빠가 들어왔다.
처음부터는 아니였지만 서서히 친해지면서 뭔가 썸이 오고가더니 급기야 사귀기까지 했다.
(내가 그때 미쳤었던건지, 거의 모쏠에 가까운 사람이라 순진했던건지, 왜 그랬는진 모르겠다)
그 A라는 오빠는 나름 리더쉽이 좀 있어, 사람들을 끌어모아 MT형식의 정모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국에서 이렇게 저렇게 노는 걸 보니, 나도 한국에 너무 가고 싶어졌다.
그러나 때는 11월 중반, 아직 학기중이였고 11월에 있는 휴일이라곤
목,금,토,일 4일 쉬는 Thanksgiving (추수감사절)밖에 없었다.
(추수감사절에 몇일을 쉬는지는 주마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우리학교는 저렇게 짧게 쉬는 편이다)
그래도 계속 가고싶다, 가고싶다, 했던게 통했을까,
그 오빠가 갑자기 뜬금없이, "ㅇㅇ이가 오면 현실적으로 돈 보태줄 수 있는 사람?"
이라고 사람들에게 질문했고, 그 오빠를 비롯해서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주어서
그 모아준 돈 반, 내 돈 반으로 비행기표를 끊을 수 있는 액수까지 돈을 모을 수 있었다.
돈을 모으기 전까진 "가야지!" 라고 들었던 생각이,
실질적으로 돈이 모이고 나니 "가야되나..?" 로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첫째로, 부모님에게 알리지 않고 간다는 것이 양심에 가책을 느꼈고
둘째로, 가면 부모님께 알리지 않으니 잘 곳이 없어 자취중인 A 오빠네 집에서 지내야했고
셋째로, 그렇게 가면 학업은 어떻게 할 것이며, 돌아와서는 어떻게 할 것이고
혹여 그렇게 갔다가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나 등등 수십가지의 고민에 휩싸였다.
ㅇㅇ아 미쳤어 정신차려 지금 뭐하는거야 그러다가 큰일나면 어쩌려구!
아니야 이건 내가 미국에 있으니까 가능한 얘기지, 나중에는 이런 기회가 오지도 않을거야 해보자!
이렇게 양쪽이 팽팽하게 밀고 당기기를 반복했고, 난 몇일내내 이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