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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요?전 잘 지내요.벌써 8년이 지났어요. 17살, 당신을 처음 만났던 그날.
저는 못생겼어요.정말 못생겼어요. 여자가 못생겼다는 건출발선상이 다른 여자보다 뒤쳐져있다는 거죠.
병신같이 생겼다는, 각종 괴물 같이 생겼다는 말이이젠 익숙할법도 한데 여전히, 적응이 안 되요. 그런 말들은...
그래도 그땐 당신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어요. 당신이 내 자른 앞머리를 두고 예쁘다고 한 마디 해줬을 때.
그땐 사랑인줄 알았는데 지금 20대 중반이 되고나니 동정 같기도 해요.
동정받고 싶지 않다는 흔한 말이 있죠. 근데, 전 그때 무척 동정받고 싶어했던 학생이었으니까.
저는 우스운 여자가 되기 싫었어요. 하지만 생존하기 위해선 우스운 여자도 되야했어요.노이로제, 각종 신경증인 내가 우스운척을 한다는 건 많이 힘들었죠.
특히 당신이 수업하는 국어시간엔,우습게 보여야 하는 내가 미치도록 자괴감 들었으니까.
당신 수업에선 안경 쓰기 싫어서안 보이는 눈으로 안경을 벗고 당신을 바라보았어요.빛났어요.
당신은, 잘 생겼어요.정말로..
다른 학생들은 당신의 강박적 성격을 싫어했지만 제겐 그저,
존재 자체가 빛나는 사람.외모 뿐만 아니라, 구릿빛 피부도, 육체도, 온기도, 말도, 시도, 잘 생긴 사람.
당신은 내게 항상 힘을 줬죠. 각종 년자 소리 들으며, 나란 존재 자체가 싫다는 아이들. 툭하면 자리 바꿔달라고, 내 자리는 애초에 인정하지 않는 아이들. 폭력을 썼으면서, 실수로 쳤다고 하는 아이들은 제게 너무 힘들었어요.
전쟁 같았죠. 힘들었어요. 공부라도 잘했어야 했는데, 당연히 못했죠.
그런 제게, 힘들 때 소주 한잔 같이 하자고(단 조건은 졸업하고.)제가 읽는 책이 뭔지 보며, 책에 대해도 지나가는 말로 얘기해주셨죠. 당신이란 사람이 좋아, 국어 점수를 올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난생 처음 90점대도 맞아봤어요.
당신이 지나가는 말로 잘 했다고 했을때, 처음으로, 좋은 점수를 받아 좋다는 기분이 무엇인지 알았어요. 학교를 자퇴하곤, 그런 기분을 느낄 순 없었지만요.이명이 들리고, 환청이 들리고, 공황장애가 오고, 식이장애가 오는데 더이상 내 몸을 방치할 수 없었어요...
그땐 내가 학교를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돌이켜보니, 학교가 날 포기한 거 같기도 해요. 자퇴서를 제출하던 날, 교무실로 들어가는데 당신이 보였어요...
공부 못하는 못생긴 여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선생님.고등학교 졸업하면 답이 보일 줄 알았는데, 이 문제는 끝나지 않고 있어요.
술은 줄으셨나요?20살이 되어 선생님을 찾아뵙고 그렇게 선생님과 먹고 싶었던 소주를 마셨죠.대학교도 가지 않고 많이 방황했던 때였어요. 그때조차 선생님은, 절 받아주셨어요. 제 모든걸...
하지만 전 그날 뒤로 술을 끊었어요. 제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다는 걸 알았으니까.
선생님, 잠시만 여기까지 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