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스물다섯의 직딩입니다.
그동안 연애하면서 여러 산전수전다겪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글을 남기긴 처음이네요.
저에겐 6개월을 만난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저보다 11살이 많은 듬직한 오빠예요. 여태 많은 연애는 아니지만 여러사람을 만나며 상처받았던 마음을 더욱 성숙하게 해준 좋은사람입니다.
아직도 서로 존댓말하고 서운한 말이 오간적은 있지만 한번도 싸운적없이 행복하게 연애를 했습니다.
여태 연하나 동갑만 만나왔던 저에겐 오빠는 신선한 충격이었죠.
아 어른이란게 이런거구나. 듬직하고 넓은 사람이 이런거구나.
하루하루 깨닫고 감사하게 해주는 나날들이었습니다.
처음엔 뜨거웠고 시간이 갈수록 잔잔하지만 평화롭고 그렇게 우리 사이는 더 깊어져갔던거 같아요.
일주일에 하루 쉬는날 쉬고싶을법도 한데 어린여자친구에게 맞춰주며 데이트도하고 많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더라구요.
처음엔 오빠가 나이도 있고 결혼을 생각할 시기라고 생각해서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빤 저에게 그런부담을 주지않더라구요..
고맙기도했고 조금은 서운하기도 했던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점점 시간이 지나가면서 오빠와의 결혼을 꿈꾸게 되었어요.
남들이 보기엔 특별할거 없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점점 제눈에는 빛나보이더라구요.
하지만 오빠에겐 그런 얘기를 해본적도 없었고 저의 친한친구들에게 아직 결혼하려면 한참 멀었지만 나중에가서 이왕 결혼할거면 오빠같은 사람과 2-3년정도 연애하다가 확신이들면 준비하고싶긴 하다며 제 맘을 간간히 표현하는 정도였죠.
그런데 사건은 어제네요. 오빠의 실수와 제 속좁은 맘으로 인해 싸움이 빚어졌어요.
전 사랑에 있어서도 친구와의 우정에서도 믿음과 신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빠가 실수를 했거든요.
잘못내뱉은 말로 인해 오빠에 대한 믿음이 깨졌고 전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생각하고 얼굴만나서 들어보고하니 맘이 약해지더라구요.
그렇게 얘기하다가 저는 오빠에게 물었습니다.
우리 어떻게 하는게 좋겠냐고..
살짝 떠보는거였죠.
그런데 오빤 "미안하다.
우리 믿음이 깨진건 내가 깨지게한건 정말 내잘못이다 내가 미쳤었나보다"며 그이후엔 말이 없더라구요.
그렇게 정적이 흐르다가 오빠가.
"차라리 잘됐다.
더 안좋은모습보기전에 우리 이렇게 헤어지는게 낫겠다"
계속 이말만 되풀이하더군요.
그래서 전 그게 무슨뜻이냐.
지금 일어나지도 않은 앞으로의 일 때문에 그러는거냐고 난 오빠랑 헤어질생각으로 나온게 아니니까 그만하라고 해도 자꾸 듣기싫은 말만 내뱉더라구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말하는게 뭔가 사정이 있는거같았거든요.
어제 추운날씨에 온몸을 사정없이 떨며 물었던 것같아요.
뭣때문에 그러냐고.. 왜그러냐고
물론 나도 오빠에게 화가 난건 맞지만 나 헤어질생각하려고 나온거아닌데 지금 뭐하는거냐고 말을 했죠.
그랬더니 오빠가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 결혼안할거니 나만나면 그런거 꿈도 못꿔.
나만나서 나만보고 다른 여자들도 결굴 상처받았다. 서로 좋을때 사랑할때 좋은모습만 기억할수있게 그만하자. 너 나만 그렇게 보고있다간 니가 다치고 상처받아"
뭣때문이냐고 뭔가 있는거같은데 얘기해보라고 물었습니다.
그제서야 말하더라구요. 애가 있다구요.
자기는 결혼못한다고.
결혼하더라도 이혼한 여자나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을거라고.
너희 부모님이 허락해줄거같냐고.
정말 순간 머리가 멍해지더라구요.
제 친한 친구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제가 오빠를 만나게 됬을때 돌싱아니냐 애있는거 아니냐 라고 말했던적이 있거든요.
충분히 충격적인 사실이었는데 전 별로 안놀랐어요.
참 신기하게도 여자의 육감이란게 있나봐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한 것 처럼 받아들여지더라구요.
그래서 오빠에게 그게 무슨상관이냐고 좋아하는데사랑하는데 랬더니 오빤 제가 객기부리는거라고 말도 안되는거래요.
진작에 말하려고했는데 미루다미루다 꺼내지못하게 됬었데요. 아이는 열세살.
오빠가 스물세살에 생긴 아이인거죠.
오빠네 부모님이 키우고계신다고 하네요.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이게 전부입니다.
이혼한건지 아님 애만 키우는 싱글남인지는 물어보지않아 모르겠습니다.
묻고싶은게 많은데 막상 그 상황에서는 제대로 물어볼 수가 없더라구요..
여태 말하지 않은 오빠가 원망스러운것보다 안쓰러운 맘이 더 컸습니다.
저에게 그동안 말하지 못해 얼마나 맘이 무거웠을까.
안될줄알면서도 저를 사랑할수밖에 없었다는 그사람의 말이 콕콕 제맘에 박히더라구요.
미안하다고 너만 힘들거라고 그만하자고 말하는 오빠를 결굴 달래서 이별에 대한 이야기는 무마시키고 헤어졌습니다.
밤새 잠도 못자고 뒤척였습니다.
내가 정말 그만큼 오빠를 사랑하고 있구나 새삼 느끼게 되었구요.
그런데 참 이기적인 사람인지라 오늘 하루 내내 그생각이 떨쳐지질않네요.
우울한 맘에 잘 먹지도 못하는 술을 집에서 혼자 홀짝이다 이렇게 적어내립니다.
오빠의 상처. 그리고 과거까지 감싸줄 수 있을까요.
제 주변에선 왜끝이있는길을 정리를 못하느냐고 하네요.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친구들의 말이 정답이긴한데
결혼을 하지못하거나 안하더라도 지금 제 맘이 그리 가는걸요. 아직은 보고싶고 만나고싶고 해요... 보류랄까요..
앞으로 가시밭길이겠지만 계속 걸어가고픈 마음.
겁이 나고 원망스러운 맘에 헤어져야하는가도 싶은데 참 복잡한 마음입니다.
두서없이 폰으로 주절거리는 이야기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