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예측 (Affective Forecasting)이란...
- 사람들은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자신이 감정적으로 어떻게 느낄지 예측하고 그 예측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정서예측은 항상 정확하지만은 않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합니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니 군대에 관련된 쪽지가 많이 오는 편입니다. 대게는
“남자 친구가 백골 3사단 최전방으로 떨어졌는데 어떡하죠...? 많이 힘든가요?
제가 남해 쪽에 사는데 최전방까지 면회 가려면 정말 힘들겠죠...
서로서로 많이 힘들 거 같아요.”
“남자 친구가 이제 상병이 되었는데, 저한테 무관심해 진거 같아요. 헤어지려고 생각해봤는데 헤어지면 너무 힘들 거 같아요. 아직 좋아하는 마음이 많아서요. 이제는 헤어지고 고생할 제가 두려워서 계속 만나는 중이에요.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아직 자대배치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제가 수원 사는데 그 근처 부대로 배치 받으면 너무 좋을 거 같아요.
그러면 매일매일 맛있는 것도 싸들고 면회도 가고 매일 봐야죠!”
“남자친구가 전역할 때만을 기다리고 행복했었는데... 막상 전역하니까 저를 차버리고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난거에요...이런 죽일 놈.
마음이 되게 싱숭생숭하네요.
연애에 트라우마가 생겨서 앞으로 사람들을 못 만날 거 같아요.”
각각 다른 고민거리. 보통 저는 일관적인 답장을 보냅니다.
“힘들겠죠. 근데 생각하는 것만큼 힘들지만은 않을 겁니다.”
“좋겠죠 당연히. 근데 생각하는 것만큼 다 좋지만은 않을 겁니다.”
미래의 나의 감정을 예측하다.
사람 의식이 가지고 있는 축복 중 하나는 바로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일 것입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해 상상하고 또 즐거워하거나 두려워하는 것. 또 계획을 세워 나아갈 수 있다는 점. 심리학자들은 이렇게 자신의 정서나 감정에 대해 예측하는 것을 “정서 예측 (Affective Forecasting)” 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이러한 감정 상태에 대한 정서예측은 인생에서 직면하는 많은 상황들에 대한 결정을 쉽게 내리도록 도와주죠.사소한 것으로부터 중대한 사항까지 말이에요. 당신이 ‘사이다를 마시는 것보다는 내가 콜라를 마시는 것이 기분이 좋아지겠지’라고 생각하게 되면 콜라를 주문하여 마실 것입니다. 또 인턴이나 취업을 고려할 때 'A라는 직장을 다니는 것이 B를 다녔을 때 보다 더 행복하겠지?”'라거나 심지어 결혼상대를 결정할 때도 ‘상대와 함께했을 때 얼마나 기뻐할까 또는 불행해할까’라는 자신의 정서예측에 의존하여 결정하지는 않나요?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Stumbling on Happiness)“라는 책의 저자이자, 행복에 관한 심리학연구를 이끌어가는 대니얼 길버트 (Daniel T. Gilbert)박사와 티모시 윌슨 (Timothy D. Wilson) 박사는 미국의 대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습니다. 미국대학생들은 보통 학기 초에 자신이 살고 싶은 기숙사에 지원서를 제출하게 되어있습니다. 박사들은 ‘자신이 원하던 기숙사에 살게 된 학생’ 부류와 ‘자신이 원하지 않던 기숙사에 살게 된’ 다른 학생 부류를 모으고는 기숙사 배정 결과에 대해 얼마나 만족스러운지에 대해 1부터 7까지 점수 (7 = 매우 행복함)를 매겨달라고 부탁 했답니다. 그러고는 1년이 지난 후 똑같은 학생들에게 가서 그들의 기숙사 생활이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 점수를 매겨달라고 했습니다. 놀랍게도 ‘자신이 원하던 기숙사에 살게 된 학생’들은 1년 전에 매겼던 점수보다 낮게 매겼고 ‘자신이 원하지 않던 기숙사에 살게 된 학생’들은 전보다 현저히 높게 점수를 매겼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과대평가했었던 것입니다.
정서예측은 왜 정확하지 못한 것일까?
첫 번째. 초점주의 (Focalism) 의 탓입니다. 초점주의란 눈앞에 있는 일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미래에 일어날 수많은 일들이 자신에게 끼칠 영향에 대해서 과소평가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조금 더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현재 군대 간 남자친구가 바람피워 헤어진 그 순간의 감정이 극대화되어 슬픔에 계속 잠겨 ‘난 이제 끝났어. 더 이상 살 이유가 없어. 세상의 끝이야.’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다 보면‘새로운 직장으로의 취직. 직장에서 우연히 만난 훈남. 예기치 못한 소득. 집안의 경사’ 등의 예상치 못한 일들로 막상 살만하거나 기대했던 거 보다 훨씬 좋을지도 모릅니다. 또 훈련이 힘들고 많다고 들은 최전방 백골 3사단으로 자대배치를 받은 김이병. 사실 지금은 우울하고 답답하고 힘들어 인생이 괴롭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막상 가보면 좋은 선후임, 좋은 보직 (흔히 말하는 군대 꿀보직), 이쁜 여자 간부 등 부정적인 평가가 바뀔만한 사건들이 많을 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이초점주의는 긍정적인 사건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등병 위로 휴가, 즉 신병 위로 휴가를 갔다 온 많은 후임들은 생각보다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 휴가만 나가게 해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일 거라고 입에 달고 다니던 심이병. 막상 나가고 나니 밖에서 사회 생활하는 친구들을 보니 부러운 마음이 가득하고 부대 복귀할 생각을 하니 많이 답답했던가 봅니다. 눈앞에 있는 일에만 치중하여 감정적으로 몰입되었던 것입니다.
두 번째. 심리면역 망각 (Immune Neglect) 의 영향입니다. 정신분석학파를 이끌어가는 프로이드 (Freud. 심리학이라고 하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떠올릴 인물)가 말한 것처럼 사람들에게는 수많은 심리 방어기제 (defense mechanism)이 있습니다. 그 예로, 사람들은 자기합리화 (self-justification)에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걸 명심하세요. 이는 자신의 생존과도 관계가 있는데 자기합리화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감기 균에 걸렸을 때 시간이 지나면 신체 내부로부터 면역력이 생기는 거처럼 심리적 충격이나 공격에도 면역력이 생기게 됩니다. 즉 생존하기 위한 이런 심리적 면역력 (Psychological Immunity)은 자연발생적이고 불가피한 것입니다. 심리적 면역력이 무의식적으로 매우 재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심리면역 망각 (Immune Neglect)이라는 것을 겪게 됩니다.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외부의 심리적 충격에 빠르게 대처하고 우수하게 극복해나가고 있다는 걸 뜻합니다.면접에서 어느 샌가 떨어진 이유를 자신의 부족함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면접관의 건방진 태도’에서 찾는 것. 최전방에 배치를 받은 남자친구를 위로하며 ‘그 곳이 너를 필요로 하니까 보냈을 거야 분명’이라고 말하는 당신. 바람을 피우고 헤어진 남자친구를 ‘그 자식이 내 진가를 모르고 바보짓을 한거지’라며 자신을 위로하는 것. 심지어 좋은 자대에 배치를 받거나 좋은 보직을 받은 것을 역시 단지 운이 좋아서 그런 것 보다는 ‘자신의 노력’이라고 회상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런 심리면역 망각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무의식적으로 당신은 자신에게 더 합당하며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쉬운 상태로 상황을 해석합니다.
이러한 초점주의와 심리면역 망각에 의하여 사람들은 현재에 처한 또는 미래에 닥칠 일들에 대해 자신의 감정을 극도로 과대평가하게 됩니다. 기쁨에 눈이 멀고. 우울함에 빠져 포기하고. 사실 뚜껑을 열어보면 생각했던 거만큼 막 좋지도 그렇다고 막 나쁘지도 않을지 모르는데 말이죠.
여병장의 TIP: 이 또한 지나가리라.
정말 진부한 표현이 되어 버렸지만 솔로몬의 말 중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명언을 들어보시지 않았나요? 보통 연애에 실패하고 슬퍼하는 연인들에게 많이 하는 말인데. 사실 이 말의 매력은 나쁜 일도 곧 지나갈 것이고 좋은 일도 곧 지나갈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제자리에 멈추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막상 시간이 흐르고 지나보면 엄청 기뻐서 춤추고 환희를 지를 거라고 생각했던 일들도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우울의 구덩이에 빠져 못 헤어 나올지도 몰라 두려움에 떨던 일도 막상 나쁘지 않은 경우도 있지요. 이렇듯 “이 또한 지나가리라”의 비밀은 정서예측의 오류에 있습니다. 당신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당신이 느낄 감정이나 정서에 대해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한 사건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게 되면 다른 사건들이 자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생각할 여유가 없게 됩니다. 또 심리적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무의식적인 심리적 면역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음을 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확대해석하게 됩니다.
물론 정서예측의 오류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A라는 회사에 취업하게 되면 내가 정말 기뻐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거야’라고 기쁨을 극대화 한다면.그 회사에 취업하기 위한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어 면접시험 준비에 충실히 임하겠죠. 또 박이병이 ‘나는 포상휴가가 있으면 여자친구를 볼 수 있고. 그러면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지’ 라고 기대감과 설레임이 넘친다면 적극적이고 모범적으로 자대생활을 해나갈 동기부여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감정이 극대화된 경우 불필요한 불안감과 긴장, 더 안 좋은 결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헤어진 후에 내가 겪을 우울함과 외로움이 무서워서 연인을 붙잡고 있는 상태라면 객관적으로 자신이 정서예측의 오류에 빠져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천생연분인데 지금 처한 특수한 상황 때문에 잠시 힘든 나날을 겪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생각이 맞을 것입니다. 근데 바람피우다 걸린 애인이라면. 믿음이 깨진 애인이라면. 옆에 두어봤자 좋을 게 없습니다. 헤어진 후 우울해하며 힘들 자신이 생각나 두려워 헤어지지 못한 당신. 나중에는 이놈이년 하면서 혈투전으로 번지는 상황이 될 것은 뻔합니다.
모든 감정은 매우 일시적입니다. 가수 싸이의 말처럼 감정은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하는 새 같은 녀석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감정에 너무 오래 심취해있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현재를 뜻하는 Present에는 선물이라는 의미도 있다지만 하루만 지나면 ‘내일’도 ‘오늘’이 되어버립니다. 현재 기쁨에만 젖어있다면 앞으로 생길지도 모르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힘듭니다. 또 슬픔에만 젖어있다면 눈앞에 놓여 있던 많은 기회들을 놓치고 포기해버릴지도 모릅니다. 감정이라는 시소가 있다고 하면, 시소의 양 끝에 타고 있지 않은가 살펴보세요. 무게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균형을 잘 맞춰야합니다. 너무 지나치지 않은 감정.
감정적으로 일들을 해석하지 말고 한번쯤 멀리 떨어져서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또 너무 부정적이게도 긍정적이게도 바라보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