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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생활_심리매뉴얼 - 행정병 편] 커피는 따뜻하게. 결재서류는 무겁게.

여병장 |2013.04.20 01:35
조회 2,486 |추천 0

  

 

 

체화된 인지 오류 (Embodied Cognition Theory)

 

조지 라코프 (George Lakoff)와 마크 존슨 (Mark Johnson)이 제안한 인지과학의 이론으로서 ‘사람의 인지과정 및 결정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촉감과 후각과 같은 감각운동의 영향을 받는다’라는 것이 핵심 포인트이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행정병의 꽃. 검열


 

(나라사랑 체험 중 – 장비를 가져다 놓고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일종의 검열이었다)

 

“다음 주에 중대 불시검열 있단다. 준비 잘해야겠지?” 행정보급관님이 말한다.


              행정병들에게 ‘검열’이라는 단어는 ‘너 죽어라 바빠질 거야’라는 말과 같다. 보통 중대 행정병이라고 하면 휴가나 근무 등 병사들이나 간부님들에 관련된 모든 일을 처리하는 인사계원. 중대의 전산/문서 보안 및 통신을 담당하는 중대 통신병. 정신교육, 교육훈련 및 훈련에 필요한 교보재를 관리해야 하는 교육계원. 소총과 방독면 같은 무기와 장비를 관리하는 병기계원. 또 작은 휴지서부터 전투복과 같은 피복까지 중대의 모든 재산을 관리하고 보급하는 보급계원이 있다. 평소에 자신이 맡은 일이 많기 때문에 힘든 진지공사, 제설작업과 같은 작업이나 훈련에서 열외 하는 경우가 많아 편한 보직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편하거나 혜택이 많은 보직을 군대에서는 꿀보직 또는 땡보라고 한다. 그래서 행정병은 “꿀 빤다” 또는 “망고 피운다”라며 다른 병사들의 부러움과 질투, 미움을 많이 받기도 한다. 실제로 한가할 때도 많고 특히 중대원들이 땡볕에서 땀 뻘뻘 흘리며 일할 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행정반에 있는 경우는 정말 행복하다는 느낌도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 어찌 보면 불공평하게 편한 행정병 보직의 한 방에 날려버리는 것이 있으니, 그게 바로 검열이다.

 

            행정병의 꽃. 검열은 “우리도 힘들거든!” 이라며 자존심과 콧대 팍 세우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며 또 행정병이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보안감사, 교육검열, 인사행정검열 등, 검열의 종류는 정말 무수히도 많지만 내가 생각하는 ‘악마 레벨’급 검열은 전투지휘검열(전지검)이다. 예전에는 전투장비지휘검열, 또는 줄여서 전장비로 통하던 이 검열이 오면 야근은 필수라고 보면 된다. 평소에 차근차근 준비해놨다고 해도 신경 쓸 것이 많다.나 같은 경우에는 통신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물론, 각 부품의 상태, 부족한 부품의 청구 상태, 정비한 흔적을 남기는 일간/월간/연간 정비지시서, 각종 영수증 등 준비하는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이 궁시렁 거리며 히스테리를 부렸는지 모르겠다. 사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도 검열 당일 날 짬되거나 검열관이 다른 부대로 가는 경우 그리고 또 

> 군대용어 [짬] 클릭클릭!

 

잠깐 와서 수다만 떨고 가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장비에 대해 잘 모르는 검열관이 와서 일이 술술 잘 풀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에 반면 말도 안 통하는 깐깐한 사람이 찾아와 작은 실수서부터 시작해서 털털 털리는 경우도 많다. 이렇기 때문에 검열당일은 되면 행정병으로의 센스와 능력을 평가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행정병 분대장으로 있으면서 후임들에게 기르도록 부탁하는 것이 바로 일을 잘하는 것 보다 중요한 ‘센스’다. 그런 센스 중에 하나로 해당되는 것이 바로 커피다. 검열관이 오면 “따뜻한 커피를 타오라”라고 말한다. 물론 손님을 대하는 당연한 예의이자 배려이기도 하겠지만 더 큰 비밀은 따뜻한 커피로 내 자신을 “따뜻한”사람으로 포장할 수 있는 “체화된 인지 오류 (Embodied Cognition theory)” 에 있다.

 

 

 

 

결재서류가 무거워야 하는 이유

 

 

(군단의 운명이 이 행정병의 손안에.jpg 라는데 공감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다. 폐망...)


             미국의 조슈아 에커만 (Joshua Ackerman), 크리스토퍼 노세라 (Christopher Nocera), 존 바르그 (John Bargh)는 사람의 인지과정이나 결정은 예기치 않는 많은 요소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들은 특히 촉각적인 자극이 사람들의 결정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그들은 54명의 피험자들에게 여러 사람들의 이력서를 읽게 하고 평가하도록 부탁하였다. 신기하게도 그들은 무거운 클립보드에 끼워져 있는 이력서의 지원자를 조금 더 진지하고 ‘무겁게’ 평가하였고 가벼운 클립보드의 이력서의 지원자는 ‘가볍고’ 덜 진지하게 평가하였다. 피험자들이 느낀 클립보드의 무게감이 이력서의 중요도와 지원자를 대하는 태도를 바꾼 것이다. 황당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앉는 의자의 종류에 따라 당신이 자동차를 사기위해 얼마의 돈을 지불할 생각이 있는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딱딱한 느낌의 의자에 앉아 흥정하는 사람은 부드러운 쿠션에 앉아 있던 사람보다 무려 39 퍼센트나 낮게 흥정할 수 있었다. “딱딱한” 느낌의 의자가 “견고하다, 단단하다, 안정적이다‘ 라는 인식을 불러일으킨 덕분에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렇게 ‘사람의 인지과정 및 결정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촉감과 후각과 같은 감각운동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체화된 인지 오류 (Embodied Cognition Theory)“ 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나만의 노하우로 접목시킬 것인가? 많은 결정을 내리고 상대방에게 짧은 시간동안 어필을 해야 하는 군대. 체화된 인지 오류는 여러 업무를 맡아 다양한 사람과 마주해야하는 행정병들이 길러야 할 센스에 대한 힌트를 넌지시 던져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모시고 있었던 중대장님은 굉장히 직설적이고 시니컬하신 분이였는데 박상병이 결재판 없이 종이만 들고 들어가면 “고장 종이 한 장 딸랑 들고 온거여? 하...녀석 가벼운 놈이구만” 이라고 말했다. 그 다음서부터 나는 항상 묵직한 결재판과 함께 결재를 받으러 가라고 분대원들에게 요구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갑자기 들이닥칠 검열관에게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필요한 것이다. 처음 보는 당신을 조금 더 ‘따뜻한’ 사람으로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게 만들기 위해. 무거운 결재판과 따뜻한 커피 뒤에는 단지 ‘예의’보다 더 섬세한 ‘촉각에 민감한’ 무의식을 뒤흔드는 마력이 존재하고 있다.

 

 

여병장의 TIP: 인식에는 허점이 있음을 명심하고 이용하라.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당신은 촉각과 같은 감각기관에 쉽게 속아버린다. ‘따뜻한’ 커피는 ‘따뜻한’ 마음을. ‘가벼운’  종이철은 사람이‘가볍다’는 인상을. ‘딱딱한’의자는 상대방을 대할 때 ‘딱딱한’ 태도를 무의식중에 불러일으킨다는 재미있는 “체화된 인지 오류.” 따라서 상대방을 대할 때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자기 자신이 이러 한 감각에 의해서 속임을 당하고 있지는 않을까 명심하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살펴보라.또 항상 따뜻한 커피만 대접하고 무거운 결재서류를 가지고, 또 협상을 진행할 때는 딱딱한 의자에 앉으라는 것이 아니다. 땀이 뻘뻘나는 뜨거운 여름에는 아이스커피가 좋을 수도 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시원한’ 커피는 시원하고 뻥 뚫린다는 인상을 가지고 올 수도 있지 않은가.) 바쁜 생활 속에서는 간결한 결재서류가 어필이 되는 경우도 있고 긴장이 맴도는 토론에서는 간혹 편안한 안정이 필요할 때도 있다. 때에 따라 적절히 사용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 바로 센스다. 인식에는 허점이 있음을 정확히 명심하고 센스 있게 이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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