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사귄 남친이랑 올해 결혼하려고 2월 말에 상견례 했습니다.
남친은 참 자상하고 좋은 사람이고 이 사람이라면 함께 하고 싶다고 해서
둘다 나이도 30 넘고 해서 프로포즈 받고 상견례 했습니다.
상견례 했을 당시 남친쪽에서 집은 남친 회사도 있고 하니 시댁쪽으로 잡고 싶다고 하셨고
그쪽으로 가면 제 회사가 너무 멀어진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만두는 거 아니냐고 되물으시더라고요.
상견례 전엔 인사한번 간게 다였기 때문에 솔직히 엄청 당황했지만 좋게 웃으면서
계속 직장생활 하고 싶다고.. 그래서 시댁쪽이 아닌 저랑 남친 회사 중간 지점쪽으로 집을
잡기로 했고 돈 이야기는 안했습니다.
어머님이 계속 남친 월급을 맡아서 적금을 넣어주시는 걸로 알고 있었고
남친이랑 상견례전에 이야기할때 5년간 얼마씩 부었으니 아마 팔천정도는 될거다.
라는 말을 들었고 저도 딱 8천이 있었기 때문에 둘이 합쳐서 부모님 도움없이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결혼날짜도 잡고 예식장도 잡고 스드메도 잡고 결혼날짜가 6월에 하기로 해서 굉장히 시간이 없는데 금요일 밤 퇴근하려 하는데 남친이 전화와서 얘기좀 하잡니다.
목소리가 좀 어둡길래 뭐지.. 하고 불안해 했는데... 어머님이 모으신 돈이 없답니다.
생활비로 다 쓰셨대요. 아버님도 벌고 아들도 버는데 그 돈을 다 생활비로?
암튼 그래서 아버님이 빚내서 3천만원 해주신답니다.
그러면서 남친이 저보고 오천 빼래요. 어이가 없더라고요.
- 그럼 지금 우리 6천가지고 시작하는거야? 그냥 내가 8천 가져올께
- 나는 3천밖에 안되는데 너 8천 가져오면 내가 면목이 없으니까 그냥 너도 5천 빼고 부모님 드려
- 오빠 육천가지고 시작하면 그럼 대출받게? 그 일대 전세가 얼만진 알아? 아니 어머님은 어떻게 그 돈을 다 쓰셨대
- 우리 엄마가 잘못한 건 맞는데 그냥 그 부분은 말하지말자. 앞으로는 다 니가 관리할꺼니까
엄마 욕한다고 언짢아하더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그래서 너무 분하더라고요. 알겠다고 나도 우리 부모님하고 상의좀 해보겠다고 하고 나왔어요
그리고 집에 가서 입을 떼려는데 차마 입이..안떨어지더라고요.
언니한테만 살짝 말하고 엉엉 숨죽여서 언니품에서 울고.. 언니는 그런 집안이랑 연 맺는 거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그래서 오빠 너무 사랑하고 좋아하는데. 돈때문에 이렇게 될 줄 몰랐다..
그래 이정도 돈때문에 오빠랑 파혼운운하는 것도 너무 웃기고..그깟 오천없으면 어떤가 싶어서
내가 너무 쪼잔했구나. 돈때문에 속물처럼 보이기 싫어서 애써 연기를 한 것 같습니다. 꼴같지도 않은
그 얄팍한 자존심때문에 진짜..돈때문에 이러는 것처럼 안 보이려고..
그런데 어제요.. 오빠가 전화로 말하기는 도저히 안되겠는지 톡으로 ,,
- 그냥 너 8천 다 가져와.
- 갑자기 왜?
- 아무리 생각해도 6천가지고 시작하긴 힘든 것 같고.. 너가 힘들게 모은건데 너가 써야지
- 아 오빠.. 그건 좀 아닌 것 같애. 왜 이제와서 말 바꿔.. 내가 힘들게 모았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게 맞지..
- 아니 가져온다매.. 어젠 그랬잖아.
- 가져오려고 했는데 오빠가 됐대매. 갑자기 이제와서 이러는 건 뭔데 남자가 무조건 돈 많이 가져오고
여자는 조금 가져오는 건 진짜 내가 생각해도 아니야. 여자가 더 많이 가져올 수도 있어
그래서 어제 말했는데 오빠가 괜찮다며. 근데 왜 말 바꿔 그것만 말해줘 갑자기 생각이 바뀐 그 이유를
- 집에 말햇는데 그 일대 전세가 육천에 대출가지곤 해결이 안될 것 같다고 엄마가 그러시네
결국 엄마때문에.. 그 모든 일의 사단이 된 엄마때문에 또 맘을 바꾼 저 남자
갑자기 3년동안 저한테 잘해주고 자상했고 성실하고 언제나 절 웃겨줬던 그 남자의 장점은 생각 안나고
고집불통에 유유부단하고 고지식하고 대화 안통하고.. 이런 불만들이 막 떠오르면서..
아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전화를 했어요
- 오빠 지금 이 사태가 오빠네 엄마때문에 일어난건데 아직도 그 말을 듣고있어?
- 너 말 좀 그렇다. 우리 엄마가 잘못은 했는데 너 시어머니 되실 분한테 그런 맘을 먹음 안되지
- 시어머니 될 분? 아니 되봐야 아는거지 ㅎㅎㅎ (이땐 저도 눈이 뒤집혀서 저도 모르게 비꼼;;)
- 웃어? 웃음이 나와? 되봐야 안다고? 어떻게 말을 그렇게 하니?
- 오빠 나는 지금 너무 웃겨요. 돈 땜에 진짜 쿨한 척 할라고 한 것도 웃기고.. 나 지금 그 오천 넘 아까워
나 속물인가봐. 오빠 그 오천 너무 아깝다고!
그러고 미친 년 마냥 울면서 핸드폰을 던졌어요.
내가 너무 속물인가 너무 솔직했나 100번도 넘게 이불쓰고 누워서 눈이 퉁퉁 붓도록 계속 울면서
5시간 동안 계속 저 생각만 했어요. 오빠는 전화가 계속 왔지만 안 받았구요.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든든하고 모든 걸 막아줄 것 같았던 남자였는데 갑자기 돈 때문에
본성이 드러난 건가.. 누가 봐도 엄마가 잘못한거고 나를 감싸줘야 할 판에..
본인 엄마한테 싫은 티 낸다고 저렇게 정색하는 모습이라니..
차라리 솔직하게 사과하고 우리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자고. 너한테 염치없지만 나 그만큼
더 노력하겠다고 이러면서 8천 가져오라고 했으면 이정도까진 아니었을텐데..
처음에 내가 그 얘기 듣고 싫은 표정 했다고 그때부터 엄마 방어적으로 나한테 대한 태도며..
내 감정 내 생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점 하며..
아이고.. 그냥 이런 저런 생각이 지금까지 듭니다.
저 정말 돈에 쿨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속물인가.. 싶기도 하고
오빠가 그때 삼천 가져오니까 저더러 3천만 가져오라고 할때 오빠 5천만원 어칼꺼냐고 아깝다고
하고 싶었는데.. 꾹꾹 참았는데 결국 해버렸네요.
육천가지고 시작하라니.. 돈문제야 뭐 제가 8천 가져오면 되지만 이번 일로 시어머니 될 분과
남친에 대한 실망감이 커서..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고..
돈만 아니었으면.. 그냥 둘이 행복하게 알콩달콩 결혼 준비하고 좋았을텐데..
다시 한번 결혼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저랑 제 남친은 대학 선후배라 주변에 아는 사람도 많아서 누구한테 섣불리 고민 상담도 못하겠고..
어제 있던 일이라 제가 아직 마음이 갈팡질팡해요.
좀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