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했던 탓인가? 너무 많은 충격적인 사실들 때문이였나?
그날밤처럼 푹잘수 있던것도 오랜만이였다.
다음날이 되자 밝은 햇살에 눈을떳다. 그날 아침의 햇살은 정말 따뜻했으며 고요했다.
대규가 아직 자고있음을 알고 나는 난간 쪽으로가 주위를 살펴 보기로 했다.
막상 난간에 다가서니 다시금 내가 지옥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됬다.
옆에는 우리 아파트가 보이고 여기와의 사이에 공원이 하나 보인다. 또 둘을 연결해주는 다리또한 보인다.
앞으로 시선을 돌리자 여전히 꺼지지않은 불길에 의해 도시에서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아파트앞에 흐르는 작은 개울을 지나서 바로앞에있는 빌라들이 보인다. 길을 따라 쭉 보다보면 도시로들어가는데
6층까지의 높고 큰 백화점은 도시 중심에있다. 먹을것을 구하기 위해선 백화점에 가야 겠지만 중심에 있기때문에 위험을 감수해야한다.
다른 누군가도 백화점에 들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순간에 필요할만한 도구들 또한 얻을수 있다.
무엇보다 먹을것들이 아직 남아있다면 위험을 감수할만한다.
지금 문제는 개울을 연결하는 다리를 지나는것과 도시내부로 들어가는것이다.
그때 언뜻 눈에보이는게 있다.
'경찰차다!'
그렇다, 빌라를 통해 도시로 가는길에 지구대가 있다! 저 지구대에 들린다면 충분한 무기또한 얻을수 있을것이다.
이제 목표가 뚜렷해졌다.
대규를 깨우러 가야겠다.
'툭툭'
"대규야 일어나 아침이다!"
"으...으응....조금만..."
"일어나 대규야 우리 떠나야해."
"후...알겠어"
마지못해 일어난 대규는 나를 쏘아본다.
나는 떠날 준비를 하기위해 가방을 쌌다.
"뭐가 그리 급해?"
급하게 짐을 챙기는 나에게 물었다.
"갈데가있어."
"어디로가는데?"
"백화점."
그에게 나의 계획을 얘기했다. 백화점에 가는것에서부터 최종목표인 부모님집에 가는것까지...
내말을 들은 대규는 어느정도 수긍하는듯 했다. 하지만 부모님얘기가 나오자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부모님께 연락은 해봤어?"
애써 참으며 대규가 물었다. 그런데 생각도 안해봤다. 부모님에게 연락조차 안했다.
지선이가 죽은뒤 부터였던것 같다. 부모님 또한 손녀를 잃은것에대한 상심이 크실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매우 힘들었었다. 하루하루 시간이 가는줄도 잊은채 아내 만을 붙잡았다.
그러다 그녀마저 죽자 부모님에게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아니..."
내가 말했다.
"아니 못해봤어... 그이후로 누군가와 연락을 했던것은 너뿐이야. 남들에게 얘기를 하면 죽은...지선이 얘기만
계속하는것을 못참았었어. 오히려 그게더 고통이였지."
슬픈 표정으로 내가 대답하자 대규가 나를 보며 말했다.
"힘내... 우리 부모님은 돌아가셧어."
처음듣는 소리다. 아니 적어도 일주일 전까지만해도 대규는 부모님과 연락을 자주했었다.
그런데 그분들이 돌아가셧다니. 믿을수 없었다.
"내가 이 불바다를 무슨 악으로 버텼을까... 일이 터지자마자 나는 부모님에게 전화를 했어.
그때까진 살아계셧지만... 곧이어 무언가 부셔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부모님의 비명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지.
더 나를 화나게 만드는건 그전화기 바로앞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는거야. 아니 도망갈수조차 없던거같아.
내가 전화만 받게하지 않았어도 부모님은 살아 계셧을텐데...
그리곤 비명소리마저 끊겼지. 더이상 소리를 들을수 없던 나는 전화기를 꺼버렸어..."
알수있다. 그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상실감을 나는 알수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게 자기 탓이라는 생각또한 나는 알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아무말도 해줄수 없었다.
"그래도 너희부모님은 살아계실거야! 문만 잠가 두셧다면 말이야!"
대규가 말했다.
"고맙다. 너같은 친구가 있어서 정말 고맙다!"
눈물의 포옹도 잠시 우리는 내려갈 채비를 했다.
먹을것을 다넣으니 가방이 꽉차다 못해 터질 지경이여서 침낭은 넣지 못했고 시체 옆에있던 막대기와 묶어놓은 칼만을 들었다.
대규는 최대한 꾹꾹 눌러담는다 가방이 다 꽉차자 크로스백에 더 담는다.
이제 이곳에는 남길것이 없다.
나는 손에 들고있는 창을 질끈쥐며 말했다.
"다리까지 뛰는거다!"
[철컹]
"좋아 가자고."
대규가 문에 걸려있던 자물쇠를 풀며 대답했다.
이 건물안에는 녀석들이 없다.
옥상에 있던 그남자가 이건물의 모든 입구를 막아놨기 때문이다. 유일한 외부로 통하는 길은 우리가 들어왔던 난간 뿐이다.
우리는 그 공원을 지나 다리까지 뛰어 가기로 했다. 중요한것은 그 녀석들이 과연 앞에 얼마나 있을지였다.
문앞에 도착한 우리는 난간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끼-익]
어둡던 아파트 복도에 따뜻한 햇살이 들어온다.
역시나 공원쪽에 녀석들 세명이 보인다.
두명은 각각 팔과 다리가 없지만 한명은 멀쩡하다. 따라온다면 저녀석이 가장 위험할것이다.
우리는 빠르게 비상계단을 내려가며 얘기했다.
"저녀석 넘어뜨리는편이 좋겠어."
내가 묻자 대규가 대답했다.
"그건 내가할께!"
대답과 동시에 1층으로 내려온 대규는 녀석에게 달려가 몽둥이로 냅다 후려친다.
녀석이 고꾸라졌다.
나머지 두놈이 우리에게 팔을 뻗는다. 이때다싶어 우리는 빠르게 뛰었다.
다리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기껏해야 300m 정도
하지만 이제는 그거리또한 멀게 느껴진다.
다리 근처에 다다르자 우리를 보고 따라오는 수많은 녀석들이 보인다.
"선호야 불!"
그렇다 그들은 불을 싫어한다. 아직은 낮이기 때문에 불에 의한 위험은 없었다.
우리는 대규가 가져온 침낭에 불을 붙여 다리를 막았다.
[화르륵!]
대규가 어디선가 가져온 지포(라이터용 기름) 를 침낭에 뿌리자 금새 불이 붙는다.
"이제 됬다 뛰어!"
역시나 녀석들은 불앞에 가만히 서서 우리를 지켜본다.
우리는 이제 빌라 사이로 들어왔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경찰서까지도 은근히 멀어보인다.
빌라단지는 사람이 많지는 않으나 좁은 골목이라 가장 위험하다.
특히 숨어있는 녀석이 있다면 우리를 위태롭게 할것이다.
"조심해."
대규가 말했다.
"그녀석들 이곳에도 있겠지?"
"그녀석들이 없는곳은 없어."
다그치듯 대규가 이어서 말했다.
"그녀석들은 우리가 살던곳 가던곳을 기억하는거 같아. 사람처럼 직장으로도 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숨어 있는 녀석들이 있다면 이곳이 적소일꺼야."
앞에는 어두운 골목과 부셔진 차량들이 보인다. 또한 그옆으로는 열려져있는 많은 대문들이 있다.
"쉿!"
[부시럭]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쥐일까 생각도 했지만 소리가 무겁다.
"조용히하고 잘들어봐"
대규에 말을 따라 주의 깊게 들어보았다.
[으어...]
녀석이다! 또한 한놈이 아니다.
내생각엔 지능있는 녀석들이 무리사냥또한 배운것 같다. 생각해보면 정말 섬뜩한 일이다. 이처럼 무서운 녀석들이
지능또한 있다니...
앞으로 한발한발 주의를 해야한다.
소리는 앞에서 들렸지만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아니면 저 부셔진 자동차 뒤인지 아무것도 모른다.
'저벅, 저벅, 저벅'
우리들의 발걸음 소리마저 크게 들려온다.
"...!"
잠깐 이라는 손짓을 하곤 그가 돌맹이를 집었다.
[휘-익!]
[쨍그랑!]
대규가 옥상 어딘가로 돌을 던지자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끄어어어"
[타다닷]
녀석들이 옥상으로간다. 소리가 난곳을 향해간다. 걸음소리가 왼쪽에서 들리니 앞을향해 뛰어야겠다.
나는 창을 앞으로 향한채 뛰었다. 대규도 함께 뛰기 시작했다.
"휴... 만약 저기서 저 괴물들한테 들켰다면 꼼짝없이 당했을꺼야."
안심하듯 대규가 말했다.
"안심하긴 아직일러 저기봐"
앞에 펼쳐져있는 지옥. 지옥이 있다면 이곳이 불지옥이다.
살이 타는듯한 냄새에 구토가 올라왔지만 꾸욱 참으며 걸어갔다.
도시 입구에 다다르자 빌라의 좁은 골목보다는 넓은 도로가 나왔다.
그곳에 한쪽에는 경찰차가 부서진채 경광등만이 깜빡였다. 경찰차 안에는 어떤 한사람이 타고 있었는데
총집을 차고있는걸 보니 경찰이거나 형사 겠지.
"대규야 저기 뒤져보면 뭔가 나올것 같은데?"
"경찰차 말이야? 좋아 총이 나온다면 좋을텐데..."
우리는 조심히 자동차 옆으로 갔다.
다행히 이 사람은 사고로 인해 죽었다. 적어도 녀석들처럼 변하지는 않았다.
남자의 옷을 뒤져보니 지갑과 총집 뿐이다. 총을 누군가가 빼간것 같다.
"젠장!"
그때 대규가 뭔가를 발견했다.
"이거... 전기충격기 아냐?"
"어디 봐바."
자동차 뒷자석에 어떤 여자가 누워있었으며 그녀 옆에 전기충격기가 눈에들어왔다.
"기다려봐 내가 이걸로 끌어올게"
나는 창을 이용해 창문까지 끌고왔다.
대규가 그것을 집고는 주머니에 넣었다.
"정말 좋은걸 주웠어."
대규는 정말 즐거워 했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것만은 아니다. 저것을 쓰기 위해서는 녀석들과 붙어야한다.
정말 위급할때 말고는 쓸일이 거의 없을것이다. 녀석들과 붙는다는것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과 같다.
혹시라도 지지기위해 팔을 뻗었다간 팔이 잡혀 버릴수도 있기때문에 나는 대규에게 조심하라고 타일렀다.
"히히..."
그래도 대규는 즐거운 모양이다.
우리는 계속걸어갔다.
머지않은곳에 지구대가 보인다. 누군가 가져가지만 않았다면 많지는 않아도 적어도 권총은 있을것이다.
곳곳에 불이 나있다. 한쪽구석에는 시체를 쌓아 불에태운 흔적도 보인다. 예방차원이였던 건가...
하지만 그렇다기엔 너무 대놓고 불을질렀다. 그렇다는것은 누군가 최근에 쌓아서 불을 질른건가?
"대규야...이곳에 뭔가 있어..."
"당연하지 괴물놈들이 없는곳은 없어!"
당연하듯 그가 말했다.
"아니... 누군가 사람이있는것 같아."
"뭐? 어디에?"
"기다려봐."
나는 잠시 기다리라고 말을 하고서 창을 세우고 지구대 문을 열기위해 다가갔다.
그런데 유리창 너머로 보니 안에는 등이 켜져있다.
누군가 있다.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봤다. 둘이상이다.
'강도들인가? 아니면 숨어있는 경찰?'
나는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해야했다.
[타다닷]
그때 누군가가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것은 분명히 여자와 꼬마아이였다.
카운터안에는 아직 무언가 있다. 나는 그를 불러보았다.
"계시나요?"
"...!!"
"혹시 경찰이신가요?"
"..."
침묵만이 대답할뿐이였다.
"경찰이시라면 대답해주세요. 그쪽이 신중한것도 알지만 저희도 살기위해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저희...? 여럿이란 말인가?"
들려오는 소리는 낮은 저음의 덩치큰 남자 목소리였다.
"아뇨 둘입니다. 저와 제 친구 그 안은 안전한가요?"
잠시 대답이 없던 그가 말했다.
"일단 모습을 보여라 그러면 대답하겠다."
나는 일어나 지구대 문을 열었다. 하지만 창을 거둘수는 없었다. 그가 아직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어째서 혼자지? 일단 무기는 버리는편이 좋을텐데?"
"저도 그쪽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저또한 당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될것 같습니다만?"
그때 숨어있던 그가 총을 겨누며 일어났다. 그는 경찰 옷을 입고있었으며 얼굴에는 검게 그을린 자국들이 남아있었다.
그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나는 이곳 지구대 오지훈 순경이다. 창을 버려라."
"내가 당신이 경찰이란것을 어떻게 믿죠? 버릴수 없습니다."
"믿을수 없다면 나가야지. 내가 너같은 놈들을 한두번 본줄 아나?"
"잠시만요!"
그때였다. 방안에 숨어있던 여자가 나오며 말했다.
"뭐야! 어서 들어가! 위험하다고 했잖아!"
"잠시만요 저분은 위험한분 같지 않아요."
그녀가 내눈을 보았다.
알수없지만 그녀가 내 머리를 꽤뚫어보는듯 했다.
"그는 선한 사람이에요."
그의 한마디에 그 남자가 동요하는듯 보인다.
"그럼 이렇게 하지 하나, 둘, 셋 하면 서로 내리기로."
"좋습니다."
공평한 방법에 나는 수긍했다.
"자... 하나... 둘... 셋!"
말과 동시에 우리는 서로 겨누고있던 무기를 거뒀다.
"이제 안심하시나요? 밖에있는 친구를 불러도 될까요?"
"그렇게 하지"
그의 동의를 구한뒤 손짓으로 대규를 불렀다.
지구대안으로 들어온 대규는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알수없는 눈빛이 둘사이에 오고갔고 그둘은 서로를 경계하는듯 했다.
"당신들은 누구지?"
지구대 문을 확인하며 경찰이 물었다.
"누구긴요. 이지옥에서 살아남은 또다른 생존자지요."
대규가 까칠하게 대답했다.
"당신같은 생존자들 여럿 봤습니다. 하지만 다 같지만은 않더군요."
그거 대규를 쏘아보면 말했다.
내가 물었다.
"무슨일이 있었죠?"
"자신들은 나쁜사람이 아니라는듯 그들도 이렇게 들어왔지. 하지만 그들이 노리는건 총이였어."
"빼았으려 했나요?"
"총뿐만이 아니였어. 여자도 원했어. 세명이서 들어왔는데 칼로 나를 협박하자 나도 어쩔수 없었지..."
분노가 서린 그의 눈을보면 그들이 어떤 협박을 했을지 상상이 갔다.
"그래서 그들 각각의 이마에 한발씩 박았다."
그가 자신의 이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야기가 지겨워졌는지 대규가 말을꺼냇다.
"일단 자기소개부터 하지 나는 이대규요."
"나는 오지훈."
"저는 김소라에요. 얘는 제 아들이고요."
"저는 박선호 입니다."
서로 이렇게 자기소개를 끝마친뒤 각자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