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이 다급하게 무전기를 우리에게 가져왔다.
[치직]
"저기요. 여기 다른사람들도 있습니다. 거기가 어딘지 정확히 말씀해주실수 있겠습니까?"
[띠딧]
"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여기는 삼화 빌딩 건물 안이에요.
다른 입구는 모두 막혔어요. 이곳 1층에 있던 슈퍼덕분에 먹을거리가 많아요. 그리고 슈퍼를 트럭이 옆으로 들이 받아
밖과는 완전히 차단되었어요. 거기다 다행인건 이곳에 감염자들이 얼마 없어서 제가 그들을 한쪽으로 가둬놨어요.
이곳으로 오실건가요??"
어떤 남자의 목소리다. 그는 기쁨에 찬 목소리였다.
삼화빌딩이라면 이곳에서 세블럭만 가면된다. 같은 라인이라 빠르게만 이동하면 문제될것이 없다.
이어서 의문의 남자가 말했다.
"이곳으로 오실려면 제가 도와드리죠. 이곳 옆 빌딩 5층으로 오시면 복도 창문 에 제가 사다리를 놓아 드릴께요.
사다리타고 건너오시면 됩니다!"
[띠딧]
그의 무전은 우리에게 또다른 희망을 주었고 더이상 먹을것 또한 얼마 없는 경찰서 보단 무기를 챙겨서 그곳으로 가는편이
낫다 싶었다. 하지만 밤이라 움직이기 힘들고 녀석들또한 이곳의 불빛에 모여드는 듯 해 섣불리 움직이기 힘들었다.
우리의 상황을 설명하자 그는 다음날 아침에 보자고 했다. 아침 8시가 되면 5층 창문앞에서 기다리겠다고 약속을 했다.
"다행이네요."
가만히 듣고 있던 소라가 말했다.
"이곳보다 그곳이 훨씬 안전하기만을 바랄뿐이죠."
지훈이 대답했다.
그둘 사이에 뭔가 오묘함이 오고간다.
"엄마... 나졸려..."
"그래 어서 자야지~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되! 어떤 분이 주원이가 보고싶다고 하시네!"
"저는 일층에서 망좀 보겠습니다."
대규는 그렇게 지훈의 가스총을 받고 일층으로 내려갔다.
나는 내일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며 바닥에 누워 잠을 청했다.
"좋은사람 이였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말에 지훈과 나는 끄덕이며 잠이들었다.
다음날.
햇살이 밝다. 다른 이들은 벌써 일어나 짐을챙기고 있다.
"일어나셧어요?"
지훈이 가방에 옷을 넣으며 물었다.
"아...네 지금이 몇시죠?"
"이제 7시 다됫네요."
"벌써 출발할시간이 됬네요. 늦잠자서 죄송해요."
"아닙니다. 저기 친구분이 이미 그쪽 짐까지 싸드렸어요."
"아..."
대규는 난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해?"
나는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냥 주변좀 살피고 있었지."
"삼화까지는 3블럭 이니까 2블럭만 가면 되는데, 문제는 저 자동차들이야.
도로쪽은 자동차들 사고가 나있어서 가기 힘들꺼 같아.
그렇다고 도로 말고 뒤쪽으로 가자면 어디서 녀석들이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더위험해."
"그럼 건물을 가로질러가자."
"건물안에 뭐가 있을줄 알고!"
대규는 잠을 못자서 그런지 살짝 민감해져 있었다.
"그래도 가장안전한건 뒤쪽길인것 같다."
"다들 조용히 해야하는건 아시죠? 안으로 넘어가기 전까진 한마디도 해선 안됩니다."
지훈이 말했다.
"좋아 출발하자고!"
대규의 말에 다들 이제 가방을매고 각자의 무기를 들었다.
나는 창, 대규는 가스총과 곤봉, 지훈은 권총과 곤봉, 그녀는 그의 아들을 안았다.
먼저 지훈이 밖을 살펴보았다.
아무도없는지 손짓을했다. 다들 그의 손짓을 보자마자 달려나갔다.
먼저 뒷길로 가기위해 주차장쪽으로 갔다. 그때 앞쪽에 한녀석이 보였다.
지훈이 그를 유인하자 대규는 녀석의 뒤로 다가가 마무리를 했다. 이런데서 그들은 손발이 척척 맞았다.
나는 여자와 아이를 보호하는쪽에 힘을 썻다.
뒷길로 들어서자 녀석들이 보이지 않았다. 역시 뒷길이라 사람들이 별로 안지나다녔기 때문에 녀석들또한 별로 지나다니지
않는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머리를 쓰는 녀석들이다. 우리는 최대한 구석과 벽뒤 등 그들이 숨어있을만한 곳을 주시하며 나아갔다.
다행히 녀석들은 보이지 않았고 우리는 건물안으로 무사히 들어갈수 있었다.
[끼-익]
우리는 뒷길로 갔기 때문에 철문으로 된 뒷문을 통해 들어갈수밖에 없었다.
문을열자 안은 꽤 어두웠다.
지훈이 손전등을 키자 안의 모습이 보였다.
안은 아수라장과 다름없었다.
곳곳에 묻어있는 핏자국들과 가끔 보이는 시체 '조각'들...
아마 다들 녀석들이 되어 이곳을 나간것 같다.
우리는 계속해서 비상계단으로 갔다.
비상계단...
[철컥]
문을열자 이곳또한 녀석들이 휩쓸고 지나갔음을 알수있었다.
그때 3층 비상구 쪽에서 녀석의 소리가들렸다.
"으어어..."
슬쩍 고개를 내밀어 보니 두놈이다.
한명이 이곳으로 도망치자 녀석이 따라 들어왔지만 둘다 녀석들이 되고나니 나갈수가 없었나보다.
지훈이 나를 보았다.
이곳으로 가기는 힘들다는 눈치다.
우리는 이곳을 나가 중앙계단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행동을 빨리해야한다. 우리가 문여는소리에 그들이 내려올지도 모르니.
[철컥]
유난히 문여는소리가 크다.
"크아악!"
녀석들이 눈치 챘다.
우리는 빠르게 비상계단을 빠져나왔다.
2층 복도는 생각보다 깔끔했고 불도 켜져있었다.
지훈이 앞장을 섯다.
"크아악"
녀석들이다.
우리는 주위를 둘러봤다.
[쿵쿵쿵쿵!]
다행히 녀석들은 사무실 안에 들어가 있나보다.
그때 복도 반대편에 문이열려있는것을 발견했다.
"지훈씨 저쪽 끝에..."
[덜컹]
말을 꺼내는 순간 사무실 문이 열렸다. 그와동시에 녀석들이 뿜어져나온다.
"뭐...뭐야 도망쳐!"
우리는 3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다행히 3층엔 녀석들이 없었고 우리는 앞에 보이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철컥, 쾅!]
"헉...헉...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날뻔했어요."
사무실의 불을 켰지만 깜빡깜빡 거릴뿐이다. 사무실 안은 아수라장이 되어있다. 핏자국은 없었지만 당시의 상황이 짐작이 간다.
[쿵! 쿵!]
녀석들이 밖에서 문을 두드린다.
소라는 주원이를 꼭 껴안으며 물었다.
"어떡하죠??"
"이것들 숫자가 상당히 많아서 상대하는것은 무리에요."
지훈이 대답했다.
"일단 건너편으로 넘어가는것이 중요한데..."
"우선 건너편과 연락을 해보죠."
우리는 무전으로 그에게 연락을했다.
현재 우리의 상황을 설명하자 그는 당황해했다.
[치직]
"아... 어쩌죠 제가 5층으로 선택한 이유는 우선 이곳 아래층은 모두 녀석들이 활보하고 다녀요.
제가 이곳으로 왔을때 이놈들이 건물안으로 따라들어와서 제가 아래층으로 통하는 곳은 모두 막아 둔거거든요.
하지만 슈퍼 쪽으로 통하는 비상계단은 유일하게 열려있어요."
정말 말도안되는 상황이였다.
사다리도 짧아서 3층에서 5층까지 건너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그렇다고 슈퍼로 들어갈수도 없는 일이였다.
밖에서는 아직도 녀석들이 흥분해서 문을 두들기고 있다.
"대규씨 선호씨 일단 이 책상으로 문을 막죠."
우리는 지훈의 말을 따라 책상을 문앞으로 가져와 막아두었고 여러가지 무거운것들로 쌓아놓았다.
우리는 한참을 문만 바라보고 멍하니 있었다.
그중 지훈이 입을 열었다.
"이제 어쩌죠...?"
"아무래도 여기로 나가기는 틀린것 같군요."
[쨍그랑]
그때였다 위쪽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지?"
"녀석들이 위쪽으로 올라갔나?"
우리는 모두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우리 눈앞에 주르륵 하며 코드 같은 것들이 내려왔다.
"저게...뭐지요?"
[치직]
"여러분 제가 5층으로 넘어왔습니다. 일단 이쪽 문은 잠궈 두었어요. 코드를 내려드릴테니
제가 내린 코드가 보이신다면 이걸타고 올라오세요!"
그였다.
그가 홀로 5층 사무실 유리창을 깨고 넘어온것이다.
우리에게 놓아준 줄에는 모두 올라가기 쉽게 매듭을 묶어놓았기 때문에 올라가는데 무리는 없었다.
우리는 먼저 선을 3층 창틀에 선을 고정시킨뒤
대규, 소라, 나와 주원, 지훈 순으로 타고 올라갔다.
마지막 지훈 까지 올라오자 무전기속 남자가 말했다.
그는 생각보다 체구가 작고 날렵해 보였으며 온몸에 있는 상처로 보아선 위험한 일을 하는듯 보였다.
그리고 그는 아주 쾌활한 성격인듯 우리에게 두팔을 벌리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정말 반갑습니다!
일이 시작된 이후로 사람을 보는게 처음이라 이렇게 좋을수가 없네요!!
아! 저는 정엽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선호 이쪽은 대규입니다."
내말에따라 대규도 인사했다.
"저는 지훈 이쪽은 소라씨 저쪽은 소라씨아들 주원입니다."
"안녕하세요. 주원아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지훈과 소라도 각각 인사를했다.
"하하! 한두분도 아니라 다섯분이나 뵈니 정말 좋군요! 일단 저쪽으로 가도록 하지요."
우리는 정엽이 이끄는대로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이어서 그는 빌딩에 대해 설명했다.
삼화빌딩은 이미 정엽에 의해 많이 바뀌어있었다.
먼저 4층과 5층 사이는 모두 막아두었으며 비상구를 통해 유일하게 슈퍼로 들어갈수 있었다. (2,3,4 층은 열지 못하게 손잡이를
망가뜨려 놓았다.) 하지만 이곳은 컨테이너 트럭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밖과 연결되있기때문에 조용히 해야한다고 했다.
우리는 조용히 과자나 음료수등 간식을 가지고 위로올라갔다.
"우와~ 엄마 과자가 이렇게 많아!"
"그렇네~ 우리 주원이 배부르게 먹을수 있겠다."
모자는 신이난듯 보였다. 나는 지훈이 그들을보며 흐믓한 미소를 짓고 있는걸 보았다.
"자 이제 6층입니다!"
[철컥]
우리가 문을열자 직원들의 휴식공간 처럼 보이는 살짝 넓은 공간이 있었고
그곳은 소파라던가 의자 매트 등을 이용해 만든 간이침대가 있었다. 또 한쪽구석에는 그가 심심함을
달랬을 책 몇권이 보였다.
"사실 이층은 제 침실 입니다. 5층은 배관이 망가져버려서 물이 안나오지만 이쪽은 아직 물이 나오죠!"
"샤워도 할수있나요?"
가져온 간식들을 내려놓은 소라가 물었다.
"아니오. 할수는 있지만 이곳도 사용할수있는 물의 한계가 있습니다."
"아...아쉽네요..."
우리는 뒤이어 7층을 지나쳐 옥상으로 갔다. (사실 7층은 별것도 없었다. 6층의 소파라던가 의자는 모두 7층에서
공수해온것들 뿐이기 때문에 7층은 그저 커다란 쓰레기통을 방불케 했다.)
"이곳에는 급수탱크와 비가올지도 모르기때문에 바가지들을 모아놨어요."
우리는 앞으로 함께할 친구가 늘었다는 사실과 그가 꽤나 똑똑하단것, 그리고 편히 잠을잘수있는 침대가 생긴것에
모두 한결 밝아진 표정들이였다.
설명을 모두 마친 정엽이 우리를 바라보며 외쳤다.
"여러분 잘지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