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짹 짹"
밖에서 새가 지저귄다. 아침이 되었다.
나는 동료들에게 다가가 잠을 깨운다. 다들 부시시하고 찜찜한 표정으로 일어난다.
어제 있었던 일때문인가...
정선과 지윤은 보이지 않는다.
"일단 우리는 이곳을 출발합시다. 그녀들도 그녀들의 길이 있을테니."
다들 조용히 짐을 챙겼다.
오늘은 우리중 누구에게도 웃음기를 찾아볼수 없었다.
우리는 말없이 일어나 1층으로 갔다.
문에 다가가니 어젯밤 성수라는 남자의 핏자국이 흥건하다.
또다시 우리는 침묵에 잠겼다.
그때였다.
"잠깐만요."
뒤에서 정선이 우리를 불렀다.
"저희도 그쪽을 따라가겠어요."
그녀들은 어느샌가 가방을 챙기고 떠날준비가 되있었다.
"이곳에서 기다린다고 하지않았나요?"
내가 물었다.
"네. 이제 그사람이 왔으니 더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어요..."
지윤이 쓸쓸히 대답했다.
"어제 제가 지윤이를 설득했어요. 당신들 가장 안전하다고 하는 곳으로 떠나는거죠? 먹을것도 많고
무엇보다 녀석들이 없는곳."
정선이 우리에게 다가와 말했다.
"맞아요."
"그렇다면 우리도 그쪽을 따라가겠어요. 이곳에 있을 필요가... 아니 이곳에 더이상 있고 싶지 않아요."
다들 그녀가 합류하는것에 동의를 했다.
"그럼. 출발하죠!"
정선이 말을한뒤 앞장을 섰다.
[끼익]
새로운 동료와 다음목적지를 향해 간다.
우리의 이번목적지는 도시 맞은편에 있는 팔덕산이다.
팔덕산은 우리 동네에서 가장 가깝고 가볍게 등산하기 좋은곳이라 나또한 자주 가보았다. 산 입구부터 올라가다보면
중간 쯤에 세갈래길이 나온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외진도로가 나오고 가운데로가면 정상 왼쪽으로가면
대규가말한 신강제약 공장으로 내려갈수 있다.
우선 우리는 산으로 향했다.
산으로 가기위해선 1시간 정도는 걸어가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 밖에서 1시간이면 엄청긴 시간이다.
"다들 조용히 움직여야해요."
지훈이 침착하게 말했다.
그렇게 천천히 우리는 대로변을 따라 내딛고 있었다.
어느덧 근처 초등학교 앞까지 도착했다. 우리는 그때 초등학교 안을본뒤 경악할수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그 어린 어리고 순수한 아이들이 모두 변한채로 운동장을 거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 역시 자신들이 항상 아침이면 오던 학교로 스스로 걸어 온것이다.
"정말...끔찍해요..."
소라는 주원이의 눈을 가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대규가 무서운 눈초리로 뒤이어 말했다.
"저녀석들도 괴물은 괴물입니다. 모두 조심히 숨어서 움직여야돼요."
우리는 최대한 울타리 밑으로 고개를 숙인뒤 움직였다.
초등학교를 지나자 이번엔 높은 빌딩들이 나왔다.
빌딩을 가로질러 가기로 하고 조심히 주위를 살피며 중앙으로 들어섰을때였다.
"크악!"
어디선가 녀석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소리는 빌딩을 타고 메아리쳐 울렸다.
[다다다다]
또다시 어디선가 발걸음소리가 들려온다. 녀석들이다.
한녀석의 신호로 녀석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있는 것이다.
"뛰...뛰어!"
우리는 모두 다급히 정면을 향해 뛰었다.
"끄어어..."
"커..커어..."
[덜컹]
곳곳에서 녀석들이 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이녀석들 여기서 우리가 오기를 기다렸나보다.
그때 앞에서 두녀석이 나왔다.
그들은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부-웅!]
[촤아-악!]
그때 대규가 전기톱에 시동을 걸었고 녀석들은 한번에 나가떨어졌다.
"끄아아..!!"
"키에에에!"
그때 건물 3층에서 녀석들이 또다시 기어나왔다.
이녀석들은 다른 녀석과는 달리 네발로 기어 나왔는데 3층에서 우리를 발견하곤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쿠-웅!]
"봐..봤어요? 저것들 저높이에서 뛰어내렸어요!"
"보고있으니까 어서뛰어요!!"
그들을 보고 놀란 정엽을 다그치는 대규였다.
나는 사람들의 가장 뒤에서 뛰었다. 내가 뒤를 돌아봤을때.
우리가 뛰어온 그자리에는 녀석들로 가득했다. 건물안에 있던 녀석들 부터 주변에 있던 녀석들 까지 모두 불려온것 같다.
그때 자동차위로 아까전 기어다니던 녀석들이 뛰어 올랐다.
"저것들은 뛰어다니는데요!"
정선이 외쳤다.
[타-앙!]
"키에에에!!.."
지훈이 쏜 총에 한녀석이 쓰러졌다.
"뒤는 제가 맡을께요. 다들 어서 가세요!"
지훈은 총으로 녀석들을 견제했고 다른이들은 모두 뛰어갔다.
나는 지훈과 함께 이곳에 잠시 머물러 녀석들을 막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순간.
"끄아아!"
[털썩]
녀석들중 다른 한녀석이 지훈을 덮쳤다.
"으아아아! 선..선호씨 이녀석을 빨리!"
다행히 지훈은 녀석에게 물리지 않고 팔로 녀석의 목을 밀고 있었다.
"이야앗-!"
나는 창을 녀석의 머리를 관통시켰다.
"후아...고마워요!"
다시 일어나 총을 잡았다.
[타앙! 탕!]
또다시 두발. 저멀리서 오고있는 녀석들이 쓰러졌다.
나는 정선이 사용했던 것처럼 부탄가스통을 구멍을 뚫어 밑에다 차례로 깔아 두었다.
모든 가스통을 세워 둔뒤 우리는 사람들이 도망간곳으로 뛰었다.
적당히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들자 지훈은 뒤로돌아 총으로 겨냥했다.
[타-앙!]
[펑!! 퍼엉! 퍼버버벙!]
한발의 총성과 함께 일어나는 폭발들에 주변에 있던 자동차에까지 불이 번져 폭발은 더 거세졌다.
우리를 따라오던 녀석들의 대부분은 몰살 되었고 남은 것들은 불길에 의해 우리를 쫒아오지 못했다.
"갑시다!"
지훈과 나는 다시 사람들이 간곳을 향해 뛰었다.
우리는 어느새 산입구에 다다렀었고 사람들은 먼저 올라간듯했다.
[부아아아앙!]
[촤아아악!]
어디선가 전기톱소리가 들린다.
대규다!
지훈과 나는 소리가 나는곳을 향해 뛰었다.
"죽어랏!"
[퍼억]
둔탁한 망치소리와 함께 정엽의 모습이 보였다.
소라와 주원, 지윤을 뺀 나머지 사람들이 뒤따라 오던 녀석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지훈이 녀석들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잠깐! 이곳에서 총을 쐈다간 소리가 엄청 클꺼에요. 이걸쓰세요."
나는 그를 말리며 손도끼를 그에게 건냈다.
[추악! 퍼억.]
[부아아앙!]
[푸욱. 푸욱.]
곳곳에서 나는 살점이 찢어지는 소리와 둔탁한소리들. 이것은 방어가 아니다. 학살이였다.
대규는 악에 받쳐서 두세명을 한번에 상대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가 휘두르는 전기톱때문에 그를 도와주기도 힘들었다.
나는 그쪽으로 달려가 대규의 뒤에서 오던 녀석을 창으로 찔렀다.
[푸욱!]
녀석의 목이 깊게 찔리자 그곳에서 나온 피가 사방으로 뿌려졌다.
"으악!"
피가 대규의 온몸에 뿌려졌다.
"죽어!!!!"
[추아아악!]
그의 외침과 함께 남은 녀석들이 나가 떨어졌다.
"하아...하아... 고맙다 선호야."
"괜찮아? 다친데는 없어?"
"응."
대규는 간단히 대답한뒤 전기톱에 묻어있는 살점들을 나뭇가지로 떼어냈다.
우리는 서로의 안전을 확인했다.
"괜찮아요? 주원이는 다친곳 없어요?"
"네. 덕분에요."
지훈은 소라를 챙겼고 주원이는 두려움에 소라를 꼭 껴안았다.
"정엽씨는 괜찮나요?"
"네!"
언제나 밝은 정엽이였다.
나는 정선에게 다가갔다.
"다친곳 있나요?"
"괜찮아요. 뒤에 녀석들은 따돌렸나요?"
"...모두 없애버렸어요. 가스통으로요."
"아...잘하셨어요."
그녀는 다행히 웃어 주었다.
우리는 또다시 우리를 따라올 다른녀석들을 피해 계속 산을 따라 올라갔다.
대규는 아까 묻은 피가 거슬렸는지 손수건으로 자꾸 머리와 목주위를 닦았다.
"대규야 너덕분에 사람들 모두 무사한것같아. 고마워"
"아니다. 다들 죽기살기로 싸웠잖아."
"이자식! 쿨한척 하지마."
나는 녀석의 머리를 문질렀다.
[타-악!]
대규는 내 팔을 뿌리쳤다.
"아... 미안 머리만지는거 싫어해서~"
대규는 애써 웃어보였다. 불안한 것이다. 자신의 몸에 피가 묻었다는 것과 혹시나 나또한 묻지나 않을까 한것이다.
산을 올라가던 도중 한두 녀석들이 보였다. 모두들 4~50대는 되어 보이는 어른들이 였다.
우리는 그들또한 쓰러뜨린후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 자주오시던 분들이셧는데..."
대규가 말했다. 나또한 그의말에 맞장구를 쳤다.
"응 맞아 나도 자주 봤어. 매일 아침마다 산을 올라오셨었는데 오늘도 올라오셧나 보네."
계속 걷고 걸었다. 우리는 어느덧 저녁때가 된것을 알았다.
"슬슬 해도 질려고 하는데요?"
"맞아 빨리 쉴곳을 찾아야겠어."
정선과 지윤은 쉴곳을 찾아야겠다고 했다.
"아! 그러고보니 이근처에 공원이 하나 있었어. 이곳에서 멀지않아요. 저쪽으로 돌아서 가면 바로 그앞이에요!"
나는 문득 공원이 떠올랐다.
그곳에는 화장실도 있고 출입구 또한 계단으로 되어있어 녀석들을 막기에도 좋을것 같았다.
우리는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 도착하자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도시가보였다.
아까 우리가 지나온 곳이 불길에 휩싸여있었고 또 어디선가에도 불길이 그치지 않고있었다.
그렇지만 처음 내가 본것보다는 불길이 많이 줄었다.
그만큼... 생존자도 줄었다는 말이겠지...
우리는 빠르게 짐을 푼뒤 공원 내에 있는 약수터에서 물을 담았다.
소라는 손에들고 있던 생수통을 지훈에게 건냈다.
"이것좀 마셔요."
"아 고맙습니다."
대규는 정엽과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쪽도 물좀 드세요."
정선이 내곁에 와서 말했다.
"저분들 다 드시고 나면 그때 마시죠."
"착하시네요."
"하하 별말씀을. 지윤씨는 좀 괜찮던가요?"
"아뇨... 아직도 그사람 생각만 하는것 같아요. 손에서 그사람 사진을 놓지를 않네요."
"...상실감이 크겠죠."
"그쪽도 비슷한 일이 있으셧나요?"
정선이 내눈을 똑바로 보았다.
나는 눈을 떨굴수밖에 없었다.
"제... 딸이 있었어요."
"아... 따님도 혹시..."
"아뇨. 감염되지 않았어요. 이일이 생기기 한달전 어떤..."
순간 머리가 아파온다. 아직도 그때 먹었던 수면제의 영향이 남아있는 걸까. 요즘들어 두통이 심해졌다.
특히 지선이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파온다. 조금 나아지자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뺑소니 였어요. 그때 심정이란... 지윤씨가 저러는것도 이해해요."
"그렇군요... 그런데 따님분이 계셨다면 아내분은...?"
"그녀도 지선이를 따라갔어요."
"아... 죄송해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이제는 그일이 있은후에 수면제 없인 잠을 자지도 못해요."
"그렇군요 그래서 그렇게 항상 들고 다니시는 거였군요."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화장실로 갔다.
그때의 일이 스쳐지나간다.
나는 항상 술을 달고 살았다. 아내는 내 곁에 있지 않았다. 그녀또한 나처럼 충격을 이기지 못했다.
장모님은 그녀를 잠시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 그녀가 현관문을 나섰다.
나는 아내마저 떠나 보낸후 더욱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대규가 항상 나에게와 위로를 해주어서
그나마 진정이 되고있었을 즈음에 장모님 으로부터의 전화 한통이온다.
그녀가...지선이의 무덤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나는 곧바로 무덤으로갔다.
그곳에는 이미 경찰과 구급차가 와있었고 나는 아내를 보기위해 달려갔다.
경찰이 나를 붙잡았다.
"들어오시면 안됩니다!"
"여...여보!! 여보!!!"
경찰의 어깨너머로 보이는것은 싸늘한 그녀의 시체.
죽어버린 그녀. 더이상 살 희망이 없다.
겨우겨우 버텼는데, 짧은시간동안 나의 전부가 사라졌다.
"선호씨 이리와서 좀드세요."
소라가 나를 불렀다.
어디선가 요리를 해가지고 모두 모여앉아있다.
화장실안에 작은 연기가 나고있었다. 아무래도 화장실에서 요리를 했나보다.
"오늘은 불침번이 누구죠?"
내가 물었다.
"음...저랑 정엽씨 같은데요?"
지훈이 대답했다.
"그럼 오늘 잘부탁드려요~"
그렇게 우리는 식사를 마친뒤 정선과 지윤을 중심으로 얘기를 했고 지윤은 또다시 울기 시작했다.
시간이 꽤늦었다는걸 깨달았고 우리는 바닥에 침낭을 깔아둔채로 잠을 청했다. 소라와 주원 정선과 지윤은
텐트 속에서 잠을잤다.
나는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산이라 그런지 별이 밝게 보인다.
옆에서 대규가 묻는다.
"너...만약에 말야"
"응?"
"만약에 내가. 그때 그난간에서 녀석들에게 당했다면 어떻게 했을꺼야?"
"짜식...그런걸 왜묻냐."
"빨리 말해봐"
"음...널 치료해주려 했겠지."
"치료제 따윈 우리에게 없잖아."
"그럼 일단 너를 그곳에서 간호했을꺼야."
"내가 괴물로 변한다면?"
"..."
"역시...그렇지?"
그가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 알수없는 노릇이였다.
"잘자라."
그렇게 말한뒤 대규는 돌아 누웠다.
나는 수면제 한알과 물을 한모금 마신뒤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