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카테고리를 잡아야 할지 좀 애매하네요
단편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짧은 이야기 인데요
여지껏 쓰다 보니까 좀 이야기들이 쌓였는데 혼자만 보다 보니 너무 생각한듯한 느낌이 들어서
피드백을 좀 받고 싶기도 하고 이렇게 쓰게 되네요
좋은 말도 좋고 비평도 좋아요 보신 분들은 감상을 적어주시면 감사하겠네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 싶은 양분으로 삼겠습니다!
===
열어놓은 창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펼쳐져있던 책이
파라락 소리를 내며 페이지가 멋대로 넘어간다
귀를 간질이는 소리에 문득 호기심이 생겨
돌아누워 책의 글자를 눈으로 따라 읽다보니 소설의 내용이 떠오른다
소설 속의 마빈은 허벅지가 멋지고 자상하다
하지만 현실의 애인은 몸의 어느한곳 매혹적이지 않아
자상하긴 하지만 그게 자랑할만큼은 못되는, 평범한...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상대가 멋져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만큼 가까이 할수록
결점또한 두드러져
그의 울긋불긋한 어깨의 흉칙함이 눈앞으로 더 가까이 들이밀어진다
특히 오른쪽의 빨갛게 도드라진 멍울이 눈에 거슬리기 짝이 없다
뜯어내고 싶을 만큼
하지만 건드리지는 못해
그게 그의 신경을 예민하게 할까봐, 상처가 될까봐
그저 견디어낸다
허벅지가 매력적이지도 않고 평범하게 친절한 남자인데도
단지 그는 사랑할뿐인 남자임에도
그런 남자의 밑에서 나는 신음한다
애먼 내 손짓에 책이 툭 건드러져 덮이면서 '턱'하고 내는 소리에
괜스레 마음이 덜컥거렸다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으며 그를 생각했다
그는 참 침착한 사람이다
언젠가 언니의 아이와 마트에 같이 간적이 있는데 그도 함께 있었다
식품코너를 돌고 욕실 세면대에 공간이 부족해
보조선반을 사기 위해 2층에 가기전만해도
민(조카의 이름)이와 나는 들떠있었다
시식코너에서 조금씩 맛보는 음식에 행복해하는 모습이
어린아이는 작은 일에도 쉽게 충만해질 수 있다는게
어쩜 그리도 귀여운지
하지만 욕실 용품과 붙어있는 장난감 코너에서
작은 두근거림은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이모 나 이거 사줘"
민이가 가리키고 있던건 고가의 변신 장난감 세트였다
순간 가슴이 내려앉는듯했다 일단 안된다는 생각 먼저 들었다
"안돼~ 이건 이모가 사주기에는 너무 비싸"
아이를 이해시킬 그럴싸한 변명이 생각이 나지 않아 사실대로 말했지만
그 말이, 사실인데 너무 옹색하게 느껴져
괜스레 고개를 들어 그를 보니 말없이 부드럽게 웃어줬다
그게 조금은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지만
"이모 나 저거 갖고 싶어. 엄마도 안사주구. 변신 라이더 해보고 싶어. 저거 저거. 어어어어?"
상황을 나아지게 하는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이모가 나중에 사줄게 응? 가자~"
습관적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
"싫어 엄마도 맨날 그런단 말야 다음에 해놓고 안사주구."
자매가 똑같네. 웃기지도 않는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앙~ 사줘~ 저거~ 흐앙~"
"아니야 이모가 생일날 진짜 사줄게 응? 민아 울지말구"
걸치고 있는 코트보다 비싼 장난감에 머리가 아찔해지지만
급한 불부터 꺼야 했다. 다음에 적당히 타협해도 되고
그것도 일단 울음을 그쳐야 하는데 아무리 달래도 통하지 않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어쩔수가 없다는듯이 웃고는
쪼그려 앉아 민이와 눈높이를 맞추는 그를 보자니
'진작에 도와주면 좋잖아'
엉덩이를 뻥 걷어차주고 싶은 마음이다 화풀이 일지도 모르지
그를 보면 괜스레 얄미워질때가 있다
그는 울고 있는 민이의 팔을 잡고 차분한 목소리로
"민이야"
아랑곳않고 울어대는 고집에 머리가 아파온다
모여드는 시선들과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관심에도
그는 아무렇지 않은듯 민이를 더 불러봤지만
민이는 여전히 목청을 높여서 울기만 할뿐이었다
그가 나서도 별반 다를바 없지만
당황해서 어쩔줄을 몰라했던 나와는 달라서 조금 든든했다
민이는 그렇게 울어도 아무 반응이 없으니
살금살금 눈치를 보며 다시 울기를 반복했다.
어린것이 영악한건지, 뻔히 보이는짓을 하는게 애답다고 할지
그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입을 떼었다
"민아 울어도 소용 없어"
'애가 그 말을 들을리가 없잖아'
여전히 울기만했다
"저 장난감 갖고 싶어?"
그 말에 민이는 냉큼 울음소리가 잦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만큼?"
그 말에는 바로 대답하지 않아 그는 재차 물었다
"장난감 얼마만큼 가지고 싶어?"
민이는 두팔을 쫙벌리며
"이만큼 많이"
"그럼 갖고 싶다고 울면 돼?"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걸 보니 알면서도 그랬다는게
울컥 화가나 한마디 하려 했는데
내 팔을 잡으며 그가 고개를 저어 참았다
팔을 잡은채로 그는 말을 이었다
"운다고 달라지는건 없어 알겠지? 이건 잘못한거야 맞지?"
침울한 표정으로 민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이번엔 장난감 사줄 수 없어"
그 말에 바로 입술을 씰룩이며 민이가 울려고 하자
"그대신. 그대신에 다음에 울지 않고 아저씨한테 분명하게 말하면 사줄게 알곘지?"
납득하기 힘든듯 망설이자
"그럼 약속"
민이는 그가 내민 손에 머뭇머뭇 새끼 손가락을 걸었다
"약속했으니까 다음에 같이 오게 되면 사줄게 알겠지? 가자"
고개를 끄덕이며 주춤주춤 따라서는 민이를 보니
긴장이 풀려 한숨이 푹나왔다
먼저 앞서가던 그가 뒤를 돌아보며 웃으면서 손으로 V표시를 했다
칭찬해달라고 자랑하는것 같아 입모양으로 '잘했어'라고 해줬다
그는 만족한듯 눈웃음짓고는 고개를 돌려
"울었으니까 세수하러 가야지 화장실 가자"
도란도란한 뒷모습이 보기 좋아 따라가지 않고 바라봤다
걸어가면서 그가 하는 말이 들렸다
"정말 바라는게 있다면 분명히 이야기해야해 서투르게 표현해봐야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몰라주니까"
아이가 이해하기엔 너무 어려운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그런건 별로 개의치않게 여겨 그런 사람이니까
상대방의 이해를 갈구하지 않고, 배려심도 있고 좋은 사람인데
안아주고, 애정을 쏟고, 소중하게 대해주지만
때때로 그런것들에 아무것도 느낄수가 없을때가 있어
고맙지만, 마음이 따뜻해져 오지만
항상 그렇지만은 않아
이게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연애란게 원래 이런걸까
가끔은 웃고 있는 자신이 연극처럼 느껴져
지금처럼 가슴한켠이 싸해져올때도 있다
이걸로도 괜찮은걸까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뜨니 멍울은 그대로 있었다
하긴 없어질리 없는데 뭘 기대한건지
그러고 보면 언제부터 거슬려 했을까
조그맣고 빨간 그것을
다시 눈을 감고 지금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다독인다
==
이번 편은 여기까지네요 끝까지 읽어 주신분들은 그것만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