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웃대 (못된야옹)님 -
무언가를 얻고자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이렇게 말한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그렇다면 간절히 바라는 절실한 마음가짐이 대가인걸까?
난 처음에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나란 인간은 상응한다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것일수도 있다. 이정도면 되겠지, 이만큼했으면 가능할거야, 그렇게
내가 스스로 대가의 크기를 정하고 있던건지도 모르겠다.
내 한몸 희생하면 모두다 구할수 있을줄 알았으니까.
그결과 난 나 뿐만 아니라 모두를 지켜내지 못했고 이렇게 사라지고 있는거겠지..
그때였다.
'정신차려, 눈을떠!!"
'뭐지?'
왠지모를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에 난 흐트러져가는 정신을 바로잡을수 있었다. 아마 목소리가 낮설지않은, 너무도 익숙했기 때문이리라..
살며시 무겁게 감긴 눈을 뜬다.
처음 동공에 맺히는 칠흑같은 어둠, 어렴풋한 뿌연 풍경, 그리고 내손을 움켜잡고 있는 누군가의 새하얀 손. 어두웠기 때문인지 백짓장처럼 새하얀 손이 불꺼진 방안의 야광 스티커처럼 빛나보인다. .
"여긴.."
풀린 초점이 점차 또렷해지며 주변 풍경과 낮익은 얼굴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제 정신이 들어?"
"아니.. 어떻게.."
믿을수 없는 상황에 목소리마저 잘 나오지 않는다. 난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눈을 비비며 정신을 차려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존재하는 그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민아.. 강준석.. 엄마.. 아빠....... 어떻게... 대체.. 여긴.."
지키지 못해 죽음을 맞이하게 만들었던 그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훑어보며 말끝을 흐리던 난 또다시 눈시울이 촉촉하게 젖어 들어감을 느꼈다.
"기준아, 눈을 떠서 정말 다행이야"
지민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속삭였다. 이게 얼마만에 들어보는 지민이의 목소리란 말인가. 구름위를 거니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만큼 달콤한 그녀의 목소리에 매료된채 붉어진 눈시울을 애써 아무것도 아닌척 비벼본다.
"이래서 아들자식 키워봐야 다 소용없다는거예요 여보. 봐요 우린 뒷전이고 여자친구만 보는것좀 봐 에휴"
"허허허 녀석. 여자보는 눈은 애비 안닮아서 다행이구만 허허"
"당신 지금 그거 나 들으라고 한 소리예요?"
"어머니 진정하세요, 어머니도 충분히 미인이신데요 뭐"
"어머! 준석이라고 했나? 정말 볼수록 마음에 드네, 뭐 먹고싶은거 없니? 호호"
"흐흐흐"
"엄마.. 아빠.. 강준석....."
지민이는 쑥쓰러운듯 얼굴이 새빨게졌고, 난 그런 지민과 떠들썩한 엄마 아빠 그리고 준석의 얼굴을 바라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한 헛기침을 한번하고는 입을 열려던 찰나,
또하나의 익숙한 목소리가 공간에 울려퍼졌다.
"모..두....."
"자자 시간이 얼마없으니 재회의 기쁨은 이정도로 하지"
'나이트메어?!'
분명 이건 그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내귓가에만 들려야할 그의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들었다는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걸음찍 뒤로 물러나 저만치 떨어졌다.
"모두 이 목소리가 들리는거야?"
내 놀란듯한 목소리에 지민을 비롯한 모두는 살며시 입가에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이제 우리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돈 다 알고 있으니까.."
"그럼...."
말끝을 흐리는 나를 뒤로한채 다시한번 그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이기준 잘들어라. 요점만 말하마"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거지? 넌 그놈한테 흡수된거 아니었어? 우린 전부 죽은거잖아? 어떻게 다시 살아난거야! 여기는 대체 어디고!? 넌 지금 어딨는거야! 모습을 보이라고!"
"역시 종알쫑알 시끄러운건 여전하네 큭큭"
"나이트메어!!!"
"너를 포함한 그들 전부 죽은건 사실, 그리고 이곳은 망각의세계. 내가 지배하는 공간이기도 하지. 일전에 너와 내가 처음 만났던 곳이기도 하고 말이야."
"뭐라고..?"
"이곳은 너도 알다시피 정신과 혼 만이 들어올수 있는 세계. 살아있는 상태에선 꿈을통해서밖에 들어올수가 없어. 그정도는 기억하라고."
"...무슨.."
"난 녀석에게 흡수되었고, 덕분에 이곳에서 사념체로써밖에 존재할수 없게되어버렸어. 네 앞에 있는 그들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넌 달라. 녀석에게 죽은뒤 흡수될뻔한 혼을 내가 가까스로 이곳에 불러올수 있었지."
"사념체...?"
"사념체란 강한의지가 담긴 정신을 말한다. 사후세계에 혼들과는 다른 개념이지. 아무튼 지금 다 설명하기엔 시간이 없으니 생략하마. 죽은 네가 너무 오랫동안 이곳에 머무르게되면 너역시 사념체로 변해버리니 말이야.. "
"........"
"난 너를 다시 현실로 돌려보내야 하거든"
"현실로...? 살린다는거야..?"
"그래.. 다만 넌 다른 인간의 몸에서 살게될거야. 다만 기억을 전부 잃게된다. 기억을 언제 다시 되찾게 될지는 너하기에 달려있고."
"그럼.. 니가 내몸에서 살았던것과 같은 맥락인건가..? 그럼 몸의 주인의 혼은 어떻게 되는건데!!"
"어쩔수 없는 희생이라고밖엔 말할수 없지. 지금으로썬 그놈을 막을수있는 희망은 너밖에 없으니까.."
"........"
"그렇다고 몸의 주인이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건 아미 알고있잖아? 너 하기에 달려있는거다. 자세한건 네가 기억을 되찾은 후에 다시 만나는 그날 이야기 하기로 하지."
"뭐라고?.."
"꿈을 통해 이곳으로 들어오면 언제든 우린 다시 만날수 있으니까 말야, 저기 그렇게 네가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그러니 빨리 기억을 찾을 생각이나 하는게 좋을꺼야 큭큭"
"........"
그와 함게했던 믿기힘든 일들을 기억하고 있음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생소한 그의 말에 난 뜻도 모른채 외워버린 영어단어처럼 무심하게 입을 놀릴뿐, 혼란스러움만이 가득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느꼈던 그리고 앞으로 느끼게될 모든 죄책감은 내게 떠넘겼으면 좋겠군, 그건 처음부터 네 몫이아닌 나의 몫이니까.. 그럼 행운을 빈다."
"잠깐!! 난 아직 할말이 많다고..."
'파팟'
그의말이 끝남과 동시에 내 몸주위로 눈부시게 반짝이는 빛무리가 일렁이기 시작했고, 소리치던 내 목소리는 잠긴듯 나오질 않아 입만 뻥긋거린다.
일렁이던 빛에 감싸인채 이곳에 오기전처럼 정신이 몽롱해지며 점차 의식이 흐려져 간다. 안간힘으로 버텨보지만 거대한 바위에 눌린듯 점점 혼미해지는 정신을 바로잡을 길이 없다.
.
그리고,
저만치에서 걱정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난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NIGHT MARE 2 - Dark Shadow
나이트메어 그 두번째 이야기 : 다크섀도우
0화. 이어지는 고리 (prologue)
해는 이미 저물어 어둠만이 도사리고 미약한 달빛에 의존한 세상..
지방이 아닌 서울 한복판에 있는 작은 산이라고는 해도 산속의 특성은 별반 다르지 않은듯 이곳 역시 도심과는 달리 어둡고 음침했다.
무슨 큰 사고라도 일어난 것인지 수많은 경찰차들이 주변을 애워싸고 있어 제법 밝은 모습이긴 했으나 그런 상황이 어우러져 음침함은 다른 의미로 더해져만 갔다.
운동을 하러 왔던 시민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시간이 많이 늦었는데도 무슨 볼거리라도 되는양 주변에서 웅성거리고 있었는데, 폴리스 라인 주위로 애워싸는 경관들이 아니었다면
구경하겠다며 벌써 열두번도 더 들어와서 어지럽혀 놓았을것만 같았다.
노란색 라인 안에는 차마 입에 담을수조차 없을만큼 처참한 여러구의 시체만이 즐비했는데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살점들을 한데 모아 맞춰놓은 모습이
마치 정육점에 부위별로 걸려있는 시뻘건 고깃덩어리를 연상케했다.
근처를 서성이는 경관들은 처참한 고깃덩어리들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피비린내에 손으로 코를막은채 인상을 찌푸리는가하면 경험이부족한것인지 남들보다 비위가 약한듯한 몇몇은 구석으로 달려가
속에있는것을 게워내기도 했다. 하긴 고깃덩어리들은 앵간히 비위가 좋다한들 무덤덤하게 넘어갈수 있는 정도의 모습이 아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정말 어떤 정신나간 새끼가 이런짓을 한건지.. 믿을수가 없군"
코를막고 유독 인상을 심하게 찌푸리던 사내중 하나가 안경잡이들 특유의 제스처로 안경태를 까딱이며 쌀쌀맞게 말을 내뱉었다.
"그러게나 말야, 요새 사이코패스 새끼들은 도무지 종잡을수가 없다구"
그런 그의 옆에 서있던 제법 험학한 인상의 사내가 능글맞게 웃으며 맞장구를 치자, 하나 둘 자신들의 불쾌한 심정을 하소연하듯 한마디씩 끄집어내며 거들기 시작했다.
"이것들은 무슨 인간이 장난감이라도 된다 생각하나.."
"난 집에서 마누라가 생선 손질하는것만 봐도 온몸에 닭살이 돋는다고!"
".. 그건 네가 좀 심각한거고.. 그런놈이 용케 경찰학과에 지원했네"
"낸들 이런일이 터질줄 알았냐? 그냥 봉이나들고 좀도둑이나 때려잡고 다닐줄 알았지 뭐.. 어차피 이럴꺼면 그냥 의대 진학해서 메스나 잡을껄.."
"꿈도 야무지네, 지금이라도 그만두지그래 킥킥"
덩치는 산만한 사내가 호들갑을 떨자, 옆에있던 외소한 체구의 사내가 한껏 비아냥 거리며 약을 올린다.
안경잡이 사내는 그런 그들을 쓱 하고 훑어보고는 다시 고깃덩어리에 시선을 집중한채 입을열었다. 안경태는 끝없이 까딱이며 말이다. 알고 저러는건지 무의식적인 습관인지는 모르겠으나
충분히 정신이 사나울만도 한데 가딱임은 멈추지 않는다, 아무래도 저정도면 심각한 정신병에 가까워 보였다.
"근데 이반장님은 갑자기 어디로 사라지신거야?"
"어라? 그러고보니 언제부턴가 안보이시네"
험악한 인상의 사내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이제야 깨달았다는듯 손벽을 탁 하고 친다. 인상과 안어울리게 앙증맞은 행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이미 적응 되었다는듯 관심조차 갖지않는다.
아니면 이번 살인사건의 충격때문에 혼란스러워 그런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도 이반장의 행방에 대해 아는이가 없자, 짜증이라도 치민것인지 안경잡이 사내는 안경태를 좀더 빠르게 까딱거리며 중얼거렸다.
"대체 어딜 가신거야!"
ㅡ
'푸욱'
[꺄악...]
눈앞에서 새빨간 선혈이 낭자한다.
[이런 미친새끼야!!!]
'탕 탕 탕탕'
사내는 들고있던 피묻은 칼을 떨어트리며 자리에서 쓰러진다.
[여보!! 괜찮아 빨리 병원으로 옮기면 여보!!]
[..미..안.....ㅎ..]
아내는 말을 끝내 잇지 못하고 몸을 축 늘어트린다.
[안돼..이렇게 가버리면.. 여보..]
[여보!!!!!!!!!]
'철컥'
숨을 헐떡이며 움직이지도 못하는 사내에게 이성을 잃은 난 총구를 겨눈다.
[이 개자식 죽여버리겠어!! 으아아아아!!!]
'탕 탕탕탕 탕탕탕탕'
[이번장님 죽이면 안되요 이반장님!!]
[참으세요 제발.. 제발..]
[놔!! 놓으라고 놔!!!!! 이새끼들아!!! 놓으라고!!!]
[으아아아아아아아!!!!!!!!!!!!!!!]
ㅡ
'허억'
병원특유의 약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는 새하얀 병실안, 한남자가 침대앞 간이의자에 앉은채 헛바람을 들이키며 눈을 부릅떴다.
아마 누군가를 간호하다 깜박 잠이들어버린 모양이었다.
식흔땀을 흘리는 그의 얼굴에서 군데군데 묻어있는 굵직한 주름은 세월의 흔적을 대충이나마 가늠할수있게 해주었고, 착 가라앉은 눈에서 풍기는 연륜또한 그의 나이를 짐작하는데 도움을 주기엔 충분했다.
'하아 하아'
악몽이라도 꾼것인지 거친숨을 몰아쉬던 그는 갑자기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보이고는 가장 안쪽 깊숙히 박혀있는 무언가를 꺼내려고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이윽고 그의손엔 꼬깃꼬깃한 사진한장이 들려있었는데 그 사진 때문인지 그는 점차 안정을 되찾는것처럼 보였다.
사진속에는 그의 아내로 보이는 중년여성과 딸로 짐작되는 열댓 살 소녀의 모습 그리고 그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중년여성의 얼굴은 눈에 확들어오는 미인에 속하진 않았지만 나름 뚜렷한 이목구비와 푸근한 인상이 매력적이었고, 소녀 역시 큰눈망울로 생글생글 웃고있는 모습이 예쁘장하고 귀여운편에 속했다.
가족사진으로 보이는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그는 무슨 사연이 있는것인지 눈시울이 촉촉하게 젖어들어가고 있었다.
"여보.. 수연아...."
그는 뚫어져라 사진을 응시한채 작게 입을 열었고, 그건 아마 사진속 아내와 딸의 이름인듯 했다. 사진속 그들은 활짝 미소짓고 있었는데 눈시울이 붉게 물든 지금의 그와는 확연하게 대조적이었다.
그런 그를 아는지 모르는지 짠해지는 그의 얼굴을 뒤로한채 앞에 있는 침대맡에서 작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으....."
그는 황급히 일어나 사진을 의자에 올려놓고는 침대 머리맡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야 정신이 좀 드니..?"
거기엔 십대로 보이는 가녀린 소녀 하나가 인상을 찌푸린채 누워있었는데, 신음소리는 이 소녀의 입에서 나온게 분명해 보였다. 몸의 어디가 아파서인지 아니면 소녀역시 무슨 악몽이라도 꾼것인지
비정상적으로 많이 흐르는 땀으로 인해 긴 머리카락은 헝클어진채 젖어있었고, 얼굴은 핏기가 하나도 없이 백짓장처럼 창백했다.
"여..긴..."
금방이라도 끊어질것 같은 가는 목소리로 소녀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병원이다. 단순한 현기증이었다고 하니 안심해도 된단다."
"제가 왜 병원에..?"
"공원에서 쓰러졌잖니, 기억이 안나는거야?"
그는 참혹했던 아까의 상황을 떠올리고는 또한번 그녀가 충격에 휩쌓일것을 염려해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한채 대충 둘러대었다.
"공원..이요?.. 제가.. 왜..? 아니 그보다.. 아저씬.."
"지윤양! 괜찮아 지윤양?!"
"누구..아니.. 난.. 나는 누구.. 난.... 으으윽.. 머리가.. 머리가.."
"이봐요, 간호사!!!!"
병실로 이어지는 길다란 복도. 이반장은 벽에 등을 기댄채 깊은 한숨을 쉰다.
ㅡ
[기억상실 말입니까?]
[네, 현재로썬 딱히 뭐라 말씀드리기가 곤란하군요. 혹시 환자가 놀랄만한 무언가를 보고 쓰러지진 않았나요?]
[그게.. 살인사건 현장에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아무래도 당시의 충격으로 기억을 모두 잃은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휴식을 취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하는게 좋을것 같군요.]
[그럼.. 기억은 언제 돌아온다는거죠?]
[일단은 환자 본인이 감당못할 충격에 의해 본능적으로 닫아버린것이니.. 딱히 언제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럼 이대로 평생 기억을 못할수도 있는것인가요?]
[그럴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일단은 지켜보는것 밖에는..]
[네.. 알겠습니다.]
ㅡ
조금전 의사의 말을 떠오르자 깊은 상실감마저 얼굴에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오늘 처음 만난 소녀에게 너무 오지랖이 넓은게 아니냐고? 그냥 단순한 사건의 피해자일 뿐인데 말이다.
그러나 이반장에게 소녀는 단순한 피해자의 가족이 아닌 그 이상일수밖에 없었다. 그는 가족의 처참한 살해현장을 목격한 소녀가 받을 충격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있었으니까.
그는 품에서 아까보았던 사진한장을 꺼내들고는 묵묵히 바라볼뿐이었다. 그 사진을 보고있으면 마치 마음의 안정이라도 찾게 되는 모양인것 같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굳어버린듯 한참동안 사진만 바라보던 그는 이내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듯, 나직히 입을열었다.
"이번엔 절대로 죽게 놔두지 않겠어."
알수없는 말을 내뱉은 이반장은 몸을 돌려 살며시 병실문을 열어보았다. 진정제를 투여받고 곤히 잠들어있는 소녀의 얼굴을 보는 그의 표정은 마치 딸아이를 걱정하는 아버지의 그것과도 같았다.
그런 그의 따뜻한 시선을 느끼기라도 한것일까? 뒤척이는 소녀의 표정은 한결 밝아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