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달, 행복이를 낳고 감격에 겨워 출산 후기를 적었지만
다소 미화된 부분이 없지 않나 싶어 길이길이 기억되고 보존 될 기록으로 다시 적기로 결심.
좀 더 솔직하고 좀 더 대단한(?) 나의 진통담을 지금부터 풀어놓겠다.!
▷▶ 스.타.트 ◀◁
12.07.06 [D-8]
이 날은 행복이가 태어나기로 예정 되어있던 날이었다. 일찍부터 6일날 나와야 한다고 누누이 말했고, 내 상상속 행복인 엄마 말을 곧이 곧대로 잘듣는 착한 아들이였기에 난 당연히 예정일에 나올 줄 알았다.
허나 행복님 배신 때리심.
한달간의 격한 운동이 무색할 만큼 나올 기미를 안 보이심. 배도 안 처짐. oh my god
'나올 때 되면 나오겠지' '아직 준비가 안됐나봐' '엄마 뱃속이 좋을때지,암~' 하고 생각했지만
주위 사람들은 전화해선 '애 낳았냐'며 김칫국물을 원샷 때리심. 그 때마다 민망 뻘쭘.
5시간 동안 창원을 걸어다니며 운동 함.
12.07.10 [D-4]
열 달간의 긴 여정이 끝날줄 알았더니 아직 끝나지 않아 허무하기도 했고 막판에 무리를 해서 운동을 한 까닭인지 몸살이 심하게 났다. 임신 중 링겔도 맞고 별에 별 병도 다 걸려 고생을 많이 했는데 마지막까지 병원 신세다. 다시 링겔을 꽂고 병원에 입원을 했다. 턱이 풍선마냥 부어오르고 목도 너무 아팠다. '이하선염'인지 므신지. 왠지 병원측도 자세한 원인을 모르는 모양이였다.
다시 죽을 먹어야한단 사실이 더 짜증났다 ㅜㅜㅜㅜ 엉엉. 밥 먹고 싶다 제발.
12.07.12 [D-2]
빨리 퇴원하고 싶어 죽겠는 어느 하루, 이슬이 비췄다.
"아싸 호랑나비 ㅠㅠ"
너무 너무 기뻐서 퇴원 시켜 달랬다. 내가 병이 낫든 안 낫든 뭔 상관인가 난 씻은듯 나은 기분! 으헝헝. 드디어 행복일 볼 수 있다니!!!! 두근두근두근. 콩닥콩닥.
입원 중 출산할까봐 걱정하시던 간호사님의 근심을 덜어드리며 만삭의 산모는 집으로 고고.
운동 하다 또 입원할까 무서워 집에서 오리걸음 사알...사알...
12.07.13 [D-1]
오늘도 운동하러 저녁에 나왔다. (운동을 해야 진행이 빨라지고, 아기가 나오는 것을 잘 도울 수 있다고 함.) 남편 마중할 겸 40분 거리에 있는 회사로 걸어갈 작정이였다.
낮에는 너무 더워서 조금만 걸어도 지치기 때문에 저녁에나 나온것인데 비도 조금씩 오고 배도 살살 아팠다.
가진통인듯 했다. 참을 수 있는 정도 인데 걸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였다. 진통이 오면 조금씩 쉬어가면서 20분 정도만 걷다가 남편 만나 돌아왔다.
왠지 내일 나올것 같은 좋은 예감!!! 몸이 아픈 게 이렇게 기쁜 적이 있었을까. 진통이 와서 몸은 아픈데 감격스럽고 행복하고 설렜다. 남편과 가족들에게도 "내일 나올것 같다" 말해뒀다.
12.07.14 [Dday]
# 1.
그 날 새벽까지 '넝.쿨.당'을 마저 다 봤고 남편과 난 잠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잠깐 잠이 든건지 내가 거의 앉아있었는데 진통이 좀 더 세져서 깼다. 생리통 같은 진통이 점점 세졌다. 그래도 참을만 했다. 진통이 올 때마다 네 발로 엎드려서 크게 호흡을 했다.
진통 간격이 규칙적인 듯해서 진통 어플을 켜서 체크 해보니 정확하게 5분 간격이였다. 그래도 참았다.
난 '바위같은 엄마'니까. 친구들에게 문자하며 진행 상황을 알렸다.
진통이 세질수록 설레임도 더 커졌다. 10개월동안 너무나 보고싶었던 우리 아들을 만나는구나. !!
그제서야 출산가방을 싸고 설거지를 하고 집안청소를 하고 깨끗하게 목욕을 했다.
(그 와중에 코골며 잘 자는 남편 대단)
새벽 6시쯤. 남편이 (드.디.어) 깼다. 남편이 병원에 살짝 걸어가볼래? 라고 제안 했지만 그 정도로 괜찮진 않았기에 집에서 호흡만 했다.
진통이 더 심해지고 아이 머리가 거의 나올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러다가 집에서 낳으면 탯줄은 어떻게 자르지? 하는 생각도 들고 조금 두려워져 병원에 일단 가자고 했다.
택시 안에서도 계속 심호흡을 했고 병원에 도착해서 애기가 나올 것 같아 왔다고 말했더니 바로 입원 수속을 했다.
내진 해보고 자궁 문이 많이 안 열려있으면 돌려보낸단 말을 듣고 '병원 가면 알아서 진행하겠지' 싶어서 간거였는데 3분~ 5분간격이란 나의 말에 그냥 입원을 시켜주셨다.
(처음엔 진통이 불규칙적이다. 10분에 한번씩 아프기도 하고 15분에 한번씩 아프기도 하고. 너무 불규칙적이라서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다. 그러다가 정확하게 10분에 한번씩 아프다. 엄청 아프다가 10분간은 안 아프고 엄청 아프다가 10분간은 안 아프다. 그렇게 10분 9분 8분 7분 6분 ......3분...2분...1분... 이런식으로 간격이 줄어든다. 그러나 나중엔 거의 쉬지 않고 계속 아픈식이다.)
난 젠틀버스 강의를 듣고 수료증을 받은 젠틀버스인이다. 강의를 열심히 들었고 열심히 전파했던 모범생 산모였으므로 진통따위 두렵지 않았다. '진통은 학습된 것이고, 충분히 웃으면서 낳을 수 있다'
그리고 요가 선생님의 스파르타식 수업으로 인해 이미 진통 리허설과 호흡연습을 많이 해둔 상태라 자신감 만빵이였다. 예전에 학교에서 스트레칭을 할때도, 다리를 90도에서 180도로 찢었을때도, 난 독하게 독하게 참은 여자였다. 참는건 나의 특기고, 웬만해선 난 이 악물고 참는 편이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출산에 대해 자신이 있었고 두렵지 않았다. 난 3분만에 끝낼것 같았고 웃으면서 낳을 수 있을것 같았다. 난 강하...
긴 개뿔. 내진을 해보니 1cm도 안열렸단다...... 아놔...... 그 때의 허탈함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정말 배신감과 분노가 ㅜㅜㅜ 엉엉엉 .
링겔 바늘은 진통 보다 더 아팠다. 무지무지 아팠다. 오래오래 아팠다.
'굴욕 3종 세트'라는 '내진'은 별 무리 없이 했고 관장은 생각보다 아팠다.
그래도.... 시원했다. 남편은 못 들어오게 한 후 볼일을 보고 남편을 불렀다. 젠틀버스를 했기 때문에 난 가족분만실을 사용했다. TV를 틀었지만 재밌는걸 안해서 곧 껐다.
#2.
점 점 더 아파졌다. 참을 수 있는 정도에서 많이 아프기까지의 과정이 생각이 안 날만큼 초 스피드로 진통이 세졌다.
처음엔 개콘을 보며 애써 허허허 웃었다. 진통이 올 땐 심호흡을 했고 진통이 안 올 땐 개콘을 보며 생각없는 척 웃었다. 그것도 잠시.
큰 고통이 밀려왔다. 정말 참을 수 없을만큼.
아니 누가 왜 대체 무슨 근거로!!!!!!!!!!!!!!!!!!!! 고통이 학습된 것이라 말하는가!!!!!!
난 진짜 안 아픈줄 알았다고 .ㅜㅜㅜㅜ 우씨.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너무 아팠다. 호흡 따위 까먹은 지 오래다. 너무너무 아팠다.
그 때 간호사가 들어와 '무통주사' 맞을 거냐고 물어봤다. 지금 말 안하면 나중엔 주고 싶어도 못 준다고 지금 말해야한다고 했다. 난 당당하게 '안. 맞.을.거.예.요' 하고 말했다. 그 때의 뿌듯함이란.!
하하하 행복아 엄마가 이런 사람이란다. 엄마가 지금 미친듯이 아프지만 무통은 안 맞겠다고 했어 하하하하....
도 잠시... 더 큰 고통이 밀려왔다... 아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난 아플 때 소리 지르는 편이 아니다. 무섭거나 너무 아프면 끙끙 앓고, 아프면 소리가 오히려 안 나오는 편.
하지만................. 진짜..... 욕나오게 아팠다.
난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 이건 내가 지르는 소리가 아니라 짐승의 소리였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짐승의 소리였다. "우워어어암어ㅏ아아ㅏ아앙마아앙마앙!!!!!!!!!!!!!!!!!!!!!!!!!!!!!!!!!!"
병동이 울릴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소리 지르면 행복이가 고통스러워 할꺼야. 하고 생각해봐도 소리가 절로 나왔다.
미친듯이 울부짖었다. 엉엉어엉.
정말 그 고통은 절대 표현 할 수 없다. 그냥.....지옥에 떨어져서 고문 당하는 느낌이다. 쉬는 시간이 언제 있냐고 .ㅜㅜ 난 그 쉬는 시간을 찾을 수가 없었다.. 1초도 안 쉬고 19시간을 생 고문 당하는 기분인데? 속았어 ㅜㅜㅜ
엄청난 고통이 몰려 온 다음에 가장 기분 좋은 호르몬이 나온다고 하는데 그것 따위 느낄 수 없었다. 어쩌면 그 호르몬 덕분에 시간이 지나서 고통을 까먹고 다시 출산하는 걸수도. (출산보다 더 아픈 모유수유. 출산보다 힘든 육아라는 말이 많지만 출산보다 더 힘든건 엄슴. 물론 비교적 편하게 아이를 낳는 사람도 있지만 난 10% 진행때 진통 수치 100 찍은 케이스)
아우 진짜.... 죽을 것 같았다. 이 와중에 남편은 밥 먹으러 갔다오면 안되냐고..... 빨리 뛰어가서 삼각김밥 하나만 사오겠다고...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화낼 기력도 없어서 그냥 무시했다.
난 착한 아내이므로 갔다오라고 했지만 진통의 간격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다시 소리를 질러대며 등 마사지를 요구하는 나로 인해 결국 밥은 저멀리. 화장실만 1초만에 갔다 오는걸로 합의.
저절로 힘이 주어져서 링겔대를 붙잡고, 있는 힘을 다해 힘을 주고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 내 목소리가 이보다 클 순 없었다.
고통스러워하는 행복이의 얼굴도 자꾸 내 앞에 보였다. 난 그것땜에 더 울부짖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너무 힘들었다. 행복이가 우는 게 자꾸 눈 앞에 보였다. 그게 너무 힘들었다.
# 3.
너무나 수술 하고 싶었다. 수술 생각이 간절해졌지만 병원에 오기전 수술은 절대 하지 않기로 생각했고, 수술 후 후유증 때문에 두렵기도 했다. 진통이 오지 않을 때 폰으로 수술 후유증에 대해 검색해봤다. 그마저도 검색할 시간이 없이 진통이 왔다. 결국 참다 참다 입 밖으로 냈다.
"제발 수술시켜줘.ㅜㅜㅜ 내가....둘째는 진짜 자연분만으로 낳을게...그니까 제발 지금은..ㅜㅜㅜ 제발....
" 하며 빌었다. 남편은 내가 어제 교육한대로 단호하게 안된다고 했다. 아 젠장....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난 진지하게 무통주사를 달라고 했다. 수술해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아직 20~30%밖에 진행이 안 됐고 40%가 넘어야만 주사를 줄 수가 있다고 했다. 일찍 주면 오히려 진행이 느려지기 때문에 조금만 더 참다가 그 때도 아니다 싶으면 주사를 주겠다고 했다.
40%가 열리기만을 기다리며 미친듯이 소리질렀다. 그냥 수술 시켜 달라고 하자 간호사께선 "수술 할 골반은 아니예요" 하고 가버렸다.
얼마나 열렸는지 확인 하기 위해 내진을 해야하는데 나는 너무 아파 내진을 할수가 없었다.
진통이 왔을 땐 의식을 잃을 정도로 아파 자세를 바로 잡을 기력이 없었고, 진통이 안 올땐 쓰러져 있느라 내진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간호사께서 내진하러 들어왔다가 계속 그냥 나갔다. 진상녀 등극.
남편이 나를 설득했다.
"자기야.. 내진을 해봐야 무통을 주든지 할 수 있어..아파도 조금만 참고 바로 누워봐. 행복이가 지금 오고 있는 중이야.. 이렇게 누워있지말고 우리 한바퀴 돌고 올래? 힘들어도 조금씩 걷고 운동을 해야 진행이 빨라 진다고 했잖아... 크게 호흡해봐..."
평소 언행이 바르기로 유명한 난 대답했다 " 닥쳐!!!!!!!!!!!!!!!!!!!!!!!!!!!!!!!"
정신이 없었다. 난 이성을 이미 잃은 상태였다. 굉장한 노력으로 이성을 겨우겨우 찾고 행복일 계속 신경쓰고 있었지만 남편의 말들이 하나하나 거슬렸다.
저번에 사랑니 뺀 고통으로도 울부짖어놓곤 나보곤 참으라 하고.ㅜㅜㅜ 이게 참을 정돈줄 아나!!!!!!!!
팔 다리 자르는 고통보다 높은 순위가 출산의 고통이다 이 남자사람아!
# 4.
어떻게 견뎠는지 모르겠다. 계속 소리지르는것만 수백번 한것같다.
그러다가 의사가 내진을 해보더니 "40%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어떻게 할래요? 무통주사 놔줄까요?"
"근데 잘 할수 있을것 같은데. 조금만 더 견뎌볼래요?"
난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통을 안 맞겠다고 했다.
그 이후로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이젠 무통주사도 수술 할 기회도 사라졌다.
나 혼자 싸워야하고 행복이랑 나와의 외로운 싸움이었다.
진통이 점점 세졌고, 오히려 50% 이후로는 좀 더 편해졌던 이유가, 거의 기절해 있었다.
휴식시간에는 (진통이 없는 시간) 거의 기절을 했었고 진통이 오면 다시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 친정엄마가 왔고, 난 소리를 덜 질러야겠다는 생각에 내 손을 깨물었다. 피가 날 정도로 깨물었고 소리 지르는 대신 눈물을 흘렸다. 너무 서럽고 힘들었다.
'엉엉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냥 모든게 다 미웠다. 이렇게 아프게 만든 신도 원망스러웠고, 내가 얼마나 아픈지 모를 남편도 미웠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주는것 같아서 너무 서러웠다. 나는 내 손을 있는대로 깨물며 이 시간을 버텼다.
그러길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병실이 분주해졌다. "00호실 이제 아기 나올것 같아요. 머리 보여요!" 하더니 딱딱한 침대가 아기 낳을 수 있는 의자로 변신했다.
"자기야 다 왔어. 이제 행복이 볼 수 있대. 조금만 더 힘내자. 잘 했어"
남편의 들뜬 목소리와, 이제 끝났단 생각에 그 때부턴 정말 하나도 안 아팠다. 남편 말론 그 후로 한시간이 더 흘렀다는데 난 절대 안 믿는다. 내가 느끼기론 5분정도인데 남편이 잘못 알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의사 선생님이 오시고 '힘주기'가 시작됐다. "힘주세요!!!" 하면 꽤 오랫동안 힘을 줘야한다. 난 최선을 다해서 힘을 줬고, 잘 줬다고 생각했는데 체력을 이미 많이 쓴 상태였나보다.
어제 밤 부터 오늘 밤까지 아무것도 안 먹은 데다가 몸살이 아직 낫지 않은 상태다 보니 힘이 평소같지 않았던것 같다. 아기가 나오다가 계속 골반에 걸린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아기가 많이 힘들고 위험할 수 있다며 조금 도와주겠다고 하더니 거의 두번만에 애기가 쏙!! 나왔다...
아휴..................................................................................................
큰 덩어리가 쑤욱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고,
애기의 놀란 소리가 들리고
내 가슴에 엄청나게 작은것이 툭 안겨졌다.
처음엔 너무 작아서 외계인이 떨어진것 같았다. 미끌미끌 하고 .....................
너무 너무 이상했다...행복이도 이상하고 나도 이상하고............
도저히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한 것 같고 내가 겪을 일이 아닌데 한 기분이었다.
여자가 살면서 경험할 수 없는 남자의 세계나, 남자가 경험할 수 없는 여자 세계를 경험한 느낌.
그러니까 출산과 나는 결코 만날 수 없었던 단어인데 만난 느낌이었다.
내가 아이를 낳았다니 신기했고, 이 작은게 내 몸안에 있었다는게 너무 신기하고 이상했다.
그리고 10개월간 꿈에라도 보고 싶었던 행복인 몸이 퉁퉁 부어서는 진짜...못생겼었다..ㅋㅋㅋㅋㅋ
사실 좀 당황했다. 너무 못생겨서; 얼굴도 엄청 크고. 몸도 엄청 크고. 눈은 짝 찢어져있고 코는 납작하고...... 조금 막막했다...
그래서 계속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윗층에 올라가서 목욕을 하고 내려온 행복인 완전 딴 사람이었다!!!
눈도 똘망 똘망 뜨고 있었고 엄마와 아빠를 번갈아가며 보고 있었고 울지 않았다.
아.................................................................................
만감이 교차했다. 나로썬 자연분만을 해낸 내 자신이 너무나 대견스러웠고
행복이에겐 너무너무너무너무많이 미안했다.
더 잘 이겨낼 수 있었는데 소리지른것도 그렇고
내 고통에 신경쓰느라 진행이 늦어진것 같아서 ...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남편은 첫시작을 잘못 하는 바람에 병원에 있는 13시간 동안 등 마사지를 해야했다.
(새벽 7시 입실해서 저녁 8시 출산) . 처음엔 내가 아파하니까 등 마사지를 해줬는데 한번 받고 나니 효과가 대단하여 진통 올때마다 찾게 되었고 남편도 나 못지 않게 엄청난 체력을 써가며 마사지를 해야했다. 진통이 없을 땐 남편도 쇼파에 뻗어있고, 땀으로 젖어있었고 많이 지쳐있었다.
그 당시엔 너무 고마웠고 나만큼이나 출산의 고통을 겪은것 같아 미안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얼마나 아팠을지 전혀 못 봤을것 같다. 쳇.
다음번엔 마사지 하지 말라고 해야겠다. 난 무지 아픈거 다 참고 있었는데 본인이 힘드니까 나보다 더 힘든 고통을 겪은 사람 같잖아ㅋㅋ
농담반 진담반의 얘기였고, 남편이나 나나 그 날 참 고생이 많았다. 오죽했음 그 날 축하해주러 온 사람들한테 나보다 오빠가 더 고생했다고 말했을까 ㅎ 오빤 나더러 '대단하다' 하고, 나는 오빠가 더 수고했다 하고. 나름 해피엔딩. ㄳㄳ
아....................... 1년이 지난 지금도 출산 했을 때가 간간히 기억난다.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 하는 것 만큼이나 여자들에겐 출산의 기억이 오래 가는것 같다.
정말 잊지 못할 날이다.
총 19시간 진통을 했단 것이 나에겐 두고 두고 자랑꺼리가 되고, 용기를 준다.
행복아! 엄마한테 와줘서 너무너무 고맙고
그때 엄마만큼이나 힘들었을텐데 잘 태어나줘서 너무 대견하고 고마웠어.
사실 부끄럽기도 했어. 넌 엄마보다 더 아팠을텐데 엄마란 사람이 본인 아픈것땜에 무통주사 달라하구.
어쨋든, 잘 견뎌줘서 고맙고 엄마가 앞으로도 우리 행복이 많이 사랑해주고 아껴줄게. 헤헤
행복아... 지금은 니가 '엄무아' 밖에 못하지만,
언젠가는 출산한 날을 떠올리며 함께 얘기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 때까지 엄마가 행복이 잘 키울게. 고마워 행복아. 너무나 잘 커줘서.
사랑한다 내 아들.
ㅡㅡㅡ부릉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부릉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부릉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붕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도착. ![]()
여느때처럼 네발의 형상으로 아들 뒤를 졸졸 쫓아다니던 어느 저녁.
언니에게 문자가 왔다. 내용인즉슨.......
쑥덕쑥덕쑥덕
뭬야?
![]()
진짜??
![]()
리얼리??!!
(생후 99일, 엄마 보고 놀란 행복이)
네... 제 글이 톡이 됐다네요 허허허허허허
아드님 오랜 진통 끝에 태어나주셔서 감사합니다...꾸벅.
◎ 남은얘기 :)
+ 이 글은 톡이 되려고 쓴 글이 아니라
글자수가 제한된 제 홈피에 올리려고 나름 머리를 굴리다
네이트에 링크 걸어 올리면 되겠다! 해서 올렸던 글이예요.
어차피 제가 올린 카테고리는 보는 사람도 적었고 반응도 그닥 없는 곳이라 좀 전까지만 해도
댓글수 0 추천수 0 이라서 봐도 몇 사람 안볼것 같아 올리고 그냥 뒀는데..
이게 뭔일이다냐요.!!
오늘 올리고 오늘 톡이 되기도 하는 건가요? 톡은 자고 일어나야 되는거 아니였어요?!!
예시) 엄훠, 자고 일어났더니 진짜 톡이 됐네요! 1학년 5반 친구들아 고맙고 엄마아빠 사랑해!
BUT
오우, 아들 기저귀 갈고 왔더니 톡이 됐어요.!!!
엄마 나 용돈 알지? '_<
아빠가 벌어오는 돈은 애초부터 다 니꺼였어!
톡 된 제 심정은 민망 플러스 부끄부끄예요.
솔직하게 써놓은 일기장을 실수로 흘렸다가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돌려 읽었단 걸 알게 됐을때의 띠용함! @_@ 이랄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봤을 줄은 몰랐네요.
그것도 다름아닌 출산 후기로 톡이 되다니 아따 거시기 허요~
온 몸이 후끈 후끈!
여하튼 좋은 말 많이 써주시고 긴 글 집중해서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적어주신 댓글들은 아들 재우고 다 읽어봤어요.
(악플 달면 이 잡듯이 잡아내게쒀!!
)
하나하나 댓글을 달려다 여기에 퉁 치기로 한 관계로 스크롤 압박이 예상되오니 양해 부탁드려요.
◎ 퉁댓글 :)
댓글이 두 종류네요.
님 후기 생생함!! 후덜덜. 방금 애 낳고 온 것 같음 or 행복이에 대한 이야기.
행복이에 대한 이야기는 마지막에 몇 장의 (수백장으로 늘어날지도) 사진으로 대신하구요,
일단 첫번째 댓글에 대한 답변을 할게요.
+
아이를 낳고 나서 느꼈던 많은 감정들을 적어놓고 싶어서, 출산 한지 2주쯤 되는 날 아픈 몸을 부여잡고 출산 후기를 적은 적이 있어요.
근데 지금 읽어보니 그건 너무 아름다워서 두고두고 걸리더라구요 ㅋㅋㅋ
다 맞는 말을 적었긴 하지만, '남편이 이 글을 보고 전혀 안 힘들었다 생각하면 어쩌지?'
'넷째까지 낳자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가더라구요. 이대로 둬선 안되겠다! 생각했죠.
한마디로 첫번째 글이 임신중이거나 먼훗날 아이를 낳게될 엄마들에게 용기를 주려고
맘스카페에 적은 글이었다면,
두번째 글은 남편이나 남자들을 염두해두고 적은
생.색.용 글이었어요. (지금 글이 두번째글)
나 쉽게 쉽게 아이 낳은 거 아니다. 남자들은 감히 할 수 없는 엄청난 것을 경험하고 돌아 왔다!
남자들이 군대 가듯이 여자들도 육아하러 간다. 출산과 육아를 쉽게 보지마라.
우리도 3년간 현역으로 입대해서 밤잠 못자다가 사회로 나온다.! 우린 휴가도 없다!
이런 생각을 하며 전투적으로 적은 글이죠. 이 잡듯이 뒤져 나온 그 하루에 괴엥장한 자부심으로.
아이 낳고 집에서 오징어나 뜯으며 살다보니 잘난 구석도 안보이고 해서
쥐잡듯이 예전을 곱씹어보다가 나름 괜찮았던 나의 하루를 영웅담처럼 풀어놓고 싶어서
아들이 자는 틈을 타 슥슥 악필로 휘갈겨 적은 글이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보시고 생생함에 겁먹으시니 다소 당황 당황.
일단 첫번째 모드
로 돌아가서 얘기를 하자면, 충분히 할만해요~~
못 견딜 정도로 아팠으면 둘째는 생각 못했을거예요. 하지만 전 행복이를 낳자마자
'둘째는 더 잘 낳을거야!' 하고 다짐했었어요.
이런 감동을 느낄 수 있게 여자로 태어난게 너무 행운이고 너무 감사했어요.
다만 하나도 안 아픈줄 알고 우습게 생각하고 있다가 허걱! 하는 바람에 더 고문처럼 느꼈졌던거죠.
'세상이 나한테 왜 이러나. 나 쓰레기도 안 버리는데' '밤에 무단횡단도 안하는데'
모르고 가는것보다 적어도 알고 가는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정말 솔직하게 적은 글이예요.
더 덧붙이지도 더 빼지도 않고 있는그대로!
제 글을 읽고 출산 하러 가시면, 그 정도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되실거예요. ㅎㅎ
제가 아름다운 버젼(?)으로 쓴 글을 올릴테니 임신 중이신 분은 아래 후기를 읽어주세요~~! 꼭!!
[아름다운버젼] THER 생생하고 솔직한 출산후기
http://pann.nate.com/talk/318220919
무통주사를 왜 안 맞았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셨는데요. 첫번째 후기를 읽으면 아시겠지만
아기는 세상 밖으로 나올때 산모의 10배는 더 큰 고통을 느껴요. 산모의 고통과 비교할수도 없죠.
진통은 아기가 엄마한테 보내는 신호예요.
'엄마 나 나갈 준비 됐어요.' '제가 나갈수 있게 조금만 도와주세요.' '몸에 힘을 빼주세요'
하는 신호인데 무통주사를 맞게 되면 그 신호를 차단하는거죠.
"나 안들려~ 에베베베 안들리지롱"하는 거죠.
아기는 계속 신호를 보내는데 엄마가 그걸 느끼지 못하면 아기와 박자를 맞추지 못해요.
그럼 엄마의 고통이 아기에게로 다 가는거죠.
그렇게 태어난 아기는 커서 폭력성이 강해진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이런 무서운 실험 얘기를 무시하더라도 , 신호를 차단시키는건 아기에게 안 좋을 것 같지 않나요?
전 좀 치사하다고 생각했어요.
'나도 이렇게나 아픈데 나보다 훨씬 어린 아기는 얼마나 더 아플까?' '왜 아픈지 영문도 모를텐데'
'그런데 나 편하자고 이 고통을 아이에게 다 줄 수 없어!' 하고 생각했죠.
물론 이미 무통을 맞으셨거나 도저히 두려워서 자신이 없는 분께 강요할 생각은 없어요~
의사도 무턱대고 함부로 주진 않으니 무분별한 의료개입이 아닌 의료'도움'이라면 막무가내로 안 맞는것보단 맞는게 아이에게 더 좋을거예요. 무통을 맞았다고 해서 의기소침해 할 필요도 없고 미리 겁낼 필요 없어요.
하지만 무통이 아이에게 안 좋다는 건 제 생각이 아니라 이미 밝혀진 사실이고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남용하는 건 사실이예요. 그렇기 때문에 한번이라도 더 생각해보는게 좋고, 적어도 저는 알았기 때문에 마냥 찾진 못했던거예요.
진통은 확실히 아프긴 하지만 반면에 큰 성취감을 얻게 하고 아이랑 대화만 잘 하면 금방 끝날수 있어요. 실제로 아무 힘 들이지 않고 웃으면서 출산한 사례도 많구요~~
진통은 절대 90초 이상을 넘기지 않아요. 진통(옥시토신)이 지나고 나면 엔돌핀이 길게 나와요. 1분만 참으면 5분을 쉴수 있어요. 우리 몸은 신기해서 우리가 아픔을 느낄 때 그것을 없애주는 호르몬도 같이 나와요.
자연분만은 모두가 할 수 있어요. 물론, 진통을 하다보면 고비가 찾아오고 한계에 부딪힐때가 있을거예요. 하지만 그때만 지나면 편해져요. 저도 20~30%가 힘들었지 50%가 지나니까 오히려 괜찮았어요.
눈 동그랗게 뜨시고 자신감 있게 호흡하시면서 진통에 맞서 싸우면 애기가 알아서 내려와요.
엄마가 몸에 힘을 촤악 빼줘야지 아기가 덜 고통스럽게 내려올수 있고 그래야 진행도 빨라져요.
댓글들을 읽고 흥분해서 쓰다보니 자연분만 홍보대사 같아서 첫번째 답변은 이만 줄일게요.
모두들 자신감을 가지고 순산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하고 행복이가 말했습니다.
+
우리 아들을 예뻐해주셔서 감사해요~ 태명대로 정말 '행복'을 안겨주는 효자네요.
특별한건 아니고 예쁘게 봐주신것에 대한 감사 의미로 사진 몇장 더 올리고 갈게요~
네. 자랑 맞습니다.
태어난 지 2주 넘었을 때 사촌동생이 사준 옷을 입었어요. 많이 크네요
역시나 신생아 시절, 외할머니와 목욕 하며 찍은 사진.
지금 화보촬영 하는거 아니야~ 윙크 풀고.
두달 쯤 됐을 때 아기띠를 하고 나갔어요. 혼자 김밥 사먹어서 그런가 입을 삐죽.
5개월때쯤 찍은 사진이예요.
6개월경 멍때리고 있는 행복이.
엄마가 안티고네.
침 찍어 바르고 나들이 한번 가볼까~
오늘 시간 있어? 오빠랑 분유200ml 한잔
100일 촬영 중. 긴장 속 깨알 웃음.
100일쯤 집에서 찍은 사진.
:) 지금 행복인 열심히 기어다니고 모험을 즐기는 9개월의 젠틀맨이 됐어요.
잠도 잘자고 밥도 잘먹고 엄마 보면 생글생글 잘 웃는 너무 예쁜 아들이죠.
제 직업이 아기 엄마인 관계로 급 마무리 하는 점,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라며
위 사진들은 엄마가 직접 찍고 보정을 하지 않아 보시는 곳에 따라 사진이 어둡게 보일수도 있다는 점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 보시는 모든 분들이 순산하시고,
이 글 보시는 분의 주변 분들이 순산하시고
귀하고 예쁜 딸 아들과 행복하게 사시길 기도하며 전 이만 물러갈게요~~
제 글 많이 봐주셔서 감사해요.
+ 덧.
적어주시는 댓글은 캡쳐 해두고 있어요. 저장해놓고 행복이 크면 보여주려구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행복을 빌어줬다는걸 기억하고, 감사하며 살라고 말해줄거예요.
다시한번 좋은 댓글 감사해요.
+
남편도 댓글 하나 적으려고 했는데 이 판은 남자는 못 쓰게 돼있네요^^; 어쩐지 남자 댓글이 하나도 없더라니;
+
글자 포인트를 몇군데 줬는데 폰으로 보니 생生글 이네요.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