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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초이자 최악의 소개팅 후기.

프로토스 |2013.05.21 13:50
조회 1,844 |추천 0
안녕하세요. 본인은 서울에서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고있는 20대 중반의 남성입니다.몇 일 전에 있었던 저의 최초이자 최악으로 기록될 듯 한 소개팅에 대하여 이야기하려고 키보드를 잡았습니다.아직 소개팅의 분노가 채 가시지 않았기 때문에 이 글은 상당히 심하게 많이 주관적이며 객관이란 찾아볼 수 없음을 미리말씀드립니다.


가독성 향상을 위해 음슴체로 전환.


몇 일 전 서울에 살고 있는 사촌형님을 만났음.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사촌형님이 여자친구는 없냐고 물었음.본인은 여자친구와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여자친구가 없다고 말을 했고 사촌형님은 여자친구는 있어야 되는 거라며 빠른 시일 안에 자리를 만들어 주겠다 했음.그렇게 몇일이 지나고 다시 사촌형님을 만났음.(우린 사촌이지만 좀 친한사이)사촌형님은 당신의 여자친구에게 부탁하여 본인에게 소개시켜 줄 여자를 몇 명 알아놨다며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며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음.


이때까지는 날 이토록 챙기는 사촌형님이 고마웠음.


사촌형님과 자리가 끝나고 일어나려는 순간 사촌형님이 빵끗 웃으시며 사실 소개팅이 성사되었다며 일단 번호를 받아가되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연락을 해보라고 했음.내가 형님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냐고 물었더니 형님이 말씀하시길.'내 여자친구의 친구의 친구래. 그런데 여자친구는 모르는 애래. 들어보니 엄청 예쁘데 일단 연락해봐.'라고 하셨음.


하................ 이때 눈치까고 접었어야 됐는데......


다음 날 연락처를 저장하니 카톡에 친구가 한 명 생겼음.프로필 사진을 보니 멀리서 찍은 얼굴을 가린 전신 사진이었음.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기에 살짝 불길했지만 일단 카톡을 했음.'안녕하세요, 글쓴이라고합니다. 누구누구 맞으시죠?'삼십분 쯤 지났을까. 답장이 왔음.'네 맞아요'


음......... 맞구나....... 음... 음?


시크한 답장에 순간 할 말을 잃고 조금 당황했지만 대화를 계속 이어나갔음.사람을 건너 건너 받은 소개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정보가 없었음.그래서 소개녀에게 열심히 본인의 소개를 했음.어디에 살고 어디 학교를 졸업했으며 전공은 뭐였고 지금은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주저리 주저리.열심히 내 소개를 하고 있는데 소개녀는 질문은 전혀 하지 않고 대답만 열심히 하는 거였음.


원래 질문을 잘 안하는 스타일인가 보군. 허허.


그래서 내가 이것 저것 물어보기 시작했음.재학 중인 학교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전공이 뭐냐고 물었더니.'뭘까요? 맞춰 보세요 ㅋㅋㅋㅋㅋ'


음........... 퀴즈를 좋아하는 아이구나. 허허.


맞춰 보라길래 맞춰 보기로 했음.'글쎄.. 영문? 건축?'그런데 질문이 웃겼나 봄.'건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그래.... 개그코드가 특이한 아이구나.


본인은 예의바른 청년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에 예민한 편임.그런데 이 아이는 본인과 연락한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본인에게 농담 따먹기 스킬을 시전하고 있었음.


건방진 것............... 내가 오빠라고.......


그 이후 나는 질문만 소개녀는 단답만 하는 식의 대화가 계속 되었음.어쩔 때는 ㅋㅋㅋ(키읔 세개)로 답장이 올 때도 있었음.더 이상 상세한 것까지 시시콜콜하게 이야기 하기는 귀찮음으로 카톡으로 연락을 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기분이 상당히 상했다는 것만 이야기 하겠음.그래서 그 날 저녁 사촌형님께 문자로 이 아이는 본인과 만날 마음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고 그 날로 연락을 하지 않았음.


여기서 끝이 났다면 그나마 기분은 덜 상했을 것을............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그 다음 날 소개녀에게 카톡이 왔음.


뭐지? 왜? 연락은 그 딴식으로 하고 왜? 뭐 땜에? 관심없는 거 아니었나?


아무리 기분이 상했다지만 그래도 먼저 온 카톡을 씹을 수는 없었음.그래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했음.만나보지도 않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잘못 된 것이며 원래 문자하는 스타일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여 계속 연락을 이어가기로 했음.나흘 째 연락을 이어가고 있었고 본인은 이번 주말 쯤에 만나자고 할 예정이었음.근데 왠 걸? 소개녀가 먼저 만나자고 하는 게 아니겠음?음.. 나에게 호감은 있는 건가..? 하는 미친 생각을 잠깐하고 당일 저녁으로 약속을 잡았음.
저녁 8시 30분까지 약속한 지하철역에서 보기로 했음.8시에 회사에서 나와 지하철을 탔다고 카톡을 보냈음.25분에 지하철역에 도착했으나 소개녀가 카톡을 읽지 않은 것을 확인.30분이 넘어서 전화를 할까 했는데 갑자기 짜증이 나기 시작했음.


아니 먼저 보자고 약속을 했으면 못해도 진짜 못해도 정시엔 와야되는 거 아님?하놔....


여튼 전화를 하려는 순간 카톡이 옴.지금 오고 있다 함.


그래.. 난 5분 전에 도착해서 널 기다리고 있는데 넌 30분이 넘었는데 이제 오고 있구나.... 건방진 것....


35분이 넘어서야 역 앞에 도착했다는 카톡이 왔음.그런데 문제는 난 이여자의 얼굴을 모름.그래서 천천히 역 앞에 있는 사람들을 조심스럽게 살펴보기 시작했음.


에이.. 설마.. 
거짓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짓말
아니지?ㅋㅋㅋㅋㅋ


제발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왠지 저 아이가 확실할 것 같은 어떤 여자가 서있었음.하필 역 앞에 여자는 그 아이 한 명밖에 없었기 때문에 헛된 기대는 할 수 조차 없었음.보기가 하나 밖에 없는 문제를 푸는 느낌이었달까?난 눈 앞의 현실을 애써 부정하며 아무리 찾아도 못 찾겠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소개녀에게 전화를 걸었음.그리고는 그 불길한 예감이 드는 여자 아이를 응시했음.


아 ... 받지마라...
받지마...
제발... 
제발 받지마... 받지.......
야.
받지말라고!!!!!


전화를 받자마자 서로의 눈이 마주쳤음.


음....... 음....? 뭐지? 꿈인가?


솔직한 심정으로 모르는 척 하면서 그냥 집에 가고 싶었음.참고로 본인은 정말 진심으로 다 걸고 다른 남자들에 비해서는 외모보다 성격을 조금 더 많이 보는 편임.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나이를 조금씩 먹어 가면서 외모보다는 그 사람이 하는 일과 가치관, 성격 등 내적인 요소를 더 많이 보게 되었으나 그러나 But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 눈앞에 이 아이는 마음씨가 거의 천사급이 아니고서는....... 답이 없는........ 하........... 이건 뭐............


이런 말 하면 안되지만 닮은 게 하나 있었음.
그...
아.. 이런말 하면 안되는데 ... 너무 닮아서...
질럿?
노발업 질럿닮았었음.
공격력 16짜리.
모르시는 분은 검색해 보시길.
이건 뭐............. 하.. 여기까지만 하겠음.


잠깐 정신이 아찔해져 눈 앞이 흐려졌지만 심신을 안정시키고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음.자리에 앉아서 몇 마디 나눈 뒤 이제 만났으니 전공이 뭔지 알려 달라고 했음.또 맞춰보라고 함.


아이씨. 뒤질라고......................


화가 난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가 정말 알려주지 않을 거냐며 다시 물었음.정말 알려주지 않을 거라고 함.

그래. 솔직히 소개녀 전공 몰라도 상관없었고 미친듯이 궁금하지도 않았지만 아니 그래도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어떤 거 하는 사람인 줄은 알아야 되는 거 아님? 전공 뭔지 말하는 게 그렇게 힘든가?

내 앞에 놓인 뜨거운 카페라테 그란데를 얼굴에 뿌려주고 싶었지만 다시 정신을 집중하고 주제를 돌려서 이야기를 하다가 진짜 마지막으로 정말 정말 알려주지 않을 거냐고 했더니 진짜 진짜 진짜 안 알려 줄 거라고 함.
이때부터 나는 거의 말을 안 했음.그러나 소개녀는 이제 본인과의 자리가 좀 편해졌는지 자기 이야기를 한 시간 반 동안 쉴새 없이 하기 시작함.전체 대화가 10이었다면 혼자서 8이상을 독점하고 있었음.


난 무슨 아프리카 개인방송 보는 줄.........


슬슬 참을성의 한계가 오기 시작했고 소개녀가 손목의 시계를 보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늦었으니 이제 일어나자고 했음.태어나서 누군가와 커피마시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이렇게 불쾌하고 시간아까웠던 적이 없었음.지하철역 앞에서 헤어지는데 소개녀가 마지막 말을 남겼음.


'오빠 집에 도착하면 연락하세요'
아니.
절대 아니.
싫어.
얼굴은 알겠다며 웃고 있었지만 속으론 욕을 좀 섞어서 싫다고 말했음.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소개녀가 잘 들어가라고 카톡을 했지만 살포시 씹어 주었고 그 이후로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 것을 보면 소개녀도 눈치를 깐 거 같음.


요약하겠음.


나의 첫 소개팅의 주인공은 만난지 몇 시간 되지 않아 본인과 농담 따먹기를 시도하였고 자기의 전공이 뭔 줄은 끝까지 말해주지 않으며 약속 시간에 늦었음에도 미안한 기색이 전혀 없음은 물론,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면 안되지만.............. 하.... 여기까지만 하겠음.


글 쓰고 나니 갑자기 또 짜증이 확 나네요.오늘은 퇴근 후에 잊지 못할 소개팅을 만들어 주신 사촌형님 만나서 밥이나 같이 먹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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