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제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누워서 침 뱉기인 것 같아 창피해서 말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끌어안고 끙끙 앓다가 한번 용기내서 써보네요.
저희 집에는 80넘으신 노모가 한분 계십니다.(물론 저한테는 친할머니세요)
그런데 할머니가 목요일에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집에 아무도 없을 때 갑자기 쓰러지신건데 다행히 정신은 있으셨습니다.
집에 가장 먼저 도착한 제가 현관문에 쓰러지신 할머니를 발견하고
방으로 부축해 옮겨놓고 구급차를 불렀는데 그 사이에 어머니께서 오셔서
셋이 같이 병원에 갔습니다.
그리고 나서 제가 친척들 (저희 아버지께서 6남매의 맏아들)에게 전화를 다 돌렸고요
지병이 있으신 것도 아니고 단지 몸이 좀 약해지셔서 그런거라 추정하고
병실에 들어가시는거 보고 엄마와 저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할머니가 입원을 하셨으니 병간호를 할 사람이 필요한데
친척 중 그 아무도 간병인을 두자 라던지 내가 하겠다 나서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근데 저희 어머니께서 지병이 있으세요. 당뇨에 합병증으로 시각장애도 있으시고
오십견에 디스크에...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입니다.
(아버지도 마찬가지로 지병을 앓고 계십니다)
다 고생을 많이 해서 그 때문에 얻은 병들입니다.
제 생각에 엄마가 할머니를 병간호 하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엄마한테는 병원에 되도록 오지 말라고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할머니가 이렇게 쓰러지신 것은 처음이 아니예요.
약 2년-3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하혈을 심하게 하셔서 오밤중에 집에서 먼 대학병원까지 후송되셔서
치료를 받으신 적이 있어요. 이때도 병간호에 통원치료 보호자 노릇까지 제가 했습니다.
당연하지만 엄청 긴 시간이 아니더라도 병자를 돌본다는게 쉽지 않더군요.
식사수발 약수발 대소변에 목욕수발까지... ...
그게 반복되니까 이러다가 미쳐버릴 것 같다 라는 생각이 가끔 들더라고요.
사실은요. 딱히 할머니에 대한 효심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할머니를 싫어하는 편입니다.
저희 할머니는 입이 가볍고 없는 말도 잘 만들어내는 분이세요.
그래서 몇 년 전 저희 집에서 할머니를 모시게 된 후로 부터
집안 분위기가 엉망이 되었습니다.
(원래는 넷째 작은아버지네 계셨는데 한밤중에 대판 싸우시고 몸만 오셔서 눌러 앉으신거예요. 그 싸움의 원인도 할머니의 말 때문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저희 가족들의 일거수일투족 특히 손녀들(언니와 저)의 말과 행동을 감시하면서
저희 부모님께 과장시켜 일러바치곤 했습니다.
그래서 전과 다르게 평소에 부모님과의 사이가 좋았다 나빴다를 자주 반복했고
큰소리만 안 나면 평안한거다 라고 칠 정도였습니다.
결정적인 사건 몇 가지만 써보자면
전에 저희 언니가 캐나다로 공부를 하러 갔었습니다.
십원 한 장 부모님께 손 안 벌리고 자기 꿈 쫓아 자기 힘으로 갔습니다.
가기 전에도 고생했고 가서도 고생 많이 했죠.
언니가 한국에 돌아와서 얼마 안 지났을 때 캐나다에서 같이 공부하던 아는 언니의 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기차를 타고 가서 하루를 묵어야 할 만큼 거리가 멀었지만
같이 공부하고 고생한 언니라 꼭 가서 위로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외박을 했죠.
그런데 이 일을 할머니가 아버지께 어떻게 말을 전했는지
다음날 아버지께서 갑자기 노발대발 하시고 집안 분위기가 안 좋은겁니다.
알고 보니 할머니가 그 잠깐 사이에
언니를 밖에서 함부로 몸 굴리고 다니는 애로 만들어 놓으셨더라고요.
갑자기 손녀딸을 창녀로 만드니 아버지는 노발대발 하신거고요.
또 한 번은 저 혼자 집(일반 주택)에 있는데 밖에서 뭐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뭔가 해서 나가봤더니 어떤 술 취한 아저씨가 집 주변 물건을 마구 부수고 있었고
어떤 아줌마가 그걸 팔짱끼고 지켜보고 있더군요.
제가 지금 뭐하시는 거냐 누군데 술 먹고 행패냐고 그랬더니
너희 할머니한테 물어봐라 너희 할머니 불러와라 하는 겁니다.
그래서 급히 할머니께 전화를 했더니 온다는 소리는 없이
갑자기 아버지를 부르라는 겁니다.
영문을 모르던 저는 그 두 사람에게 갖은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하기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갑자기 벌어진 일 때문에 밖에 있던 식구들이 다 모이고
동네사람들에게 빙 둘러싸여서 구경거리가 됐습니다.
저는 나중에 경찰서에 그 두 사람을 고소하기에 이르렀고요.
경찰서에 가서 들어보니 저희 할머니가 그 두 사람이 붙어먹었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얘기를 동네에 소문을 내고 다니셨더라고요. 어휴... ...
(할머니는 겁나니까 절대 아니라고 잡아떼셨지만 소문낸 건 사실이고요. 그 증거는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엄마는 할머니한테 뺨도 맞으셨어요.
때린 이유는 엄마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고요.
그냥 자기가 화가 나서 때린겁니다.
그 일을 결정적으로 해서 할머니와 저희 집 식구들은 다 등 돌렸습니다.
지금은 그 일 때문에 거꾸로 저희 아버지 폐륜아 돼서 동네에서 고개도 못 들고 다니세요.없는 일도 잘 지어내시는 분인데 주변에 얼마나 심한 모함을 퍼트렸을지는 안 봐도 훤하고요. 할머니 말만 듣고 동생들 (작은 아버지들) 도 아버지한테 등 돌리고
이제는 명절에도 저희 식구뿐입니다.
6남매의 맏아들집인데 찾아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
진짜 서운한건요. 할머니가 우리 집 망가트리고, 그런게 문제가 아니라요.
우리 집 억울한 얘기를 들어줄데가 없다는 거예요.
할머니가 없는 소리를 하건 아니건 우리한테도 말 할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철저하게 막혀있어요.
어쩔 때는 우리 가족이 너무 불쌍해요.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는 부표 같아요.
어쩌다가 이지경까지 왔나 싶어서 눈물도 나고 한숨도 나요.
저희 부모님 정말 고생 많이 하셨거든요.
저희 엄마는 결혼반지가 없어요.
왜냐하면 결혼반지 팔아서 막내 작은아버지 등록금 했거든요.
막내 작은 아버지 뿐만 아니라요.
다른 작은 아버지들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 많이 하셨어요.
오죽하면 그 시절부터 알고지낸 동네 사람들이 가끔 보면동생들이 잘하지? 잘해야지 형이 어떻게 했는데... ... 라고안부인사 처럼 말씀하시는 분도 계세요.
근데 이제 것 한 번도 아버지께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네요.
넷째 작은 아버지라는 사람은 저한테 우리 아버지는 가난하고 못 배워서 창피하다고까지 했습니다. 더 이상 할 말 없죠 뭐.
넷째 작은 아버지는 교회 목산데요.
제가 스무살 때 저희 엄마 허리 디스크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시고
친정에서 이모가 달려와서 병원 다녀오고, 그런 병든 아내 보며 아버지는 눈물 훔치셨는데.그 날 설교에서 뭐라고 했냐면요. 죽어도 교회 와서 죽으라고... ... 그러데요.
저희 엄마가 예배를 빠지신건 거의 처음인 날이었는데... ...
저 그날 처음으로 친구 앞에서 마시지도 못하는 술 사달라고 하고 대성통곡 했어요.
다행이도 지금은 다른 교회 나가세요.
아무튼 딴 얘기를 너무 많이 해서 죄송합니다.
할머니께서 목요일 저녁에 쓰러지셔서 주말을 고스란히 바치고 월요일 아침에 다시 병원으로 향하는 도중에 아버지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병원에 가지 말라고, 다른 친척들한테 연락하고 저는 이제 그만 가라고 하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일단 상태는 보고 와야 할 것 같아서 그냥 갔습니다.
밤새 앓아서 수척해진 모습의 할머니가 누워겠시더군요.
밤새 대소변을 못 가리셔서 갈아입은 팬티가 여러 장 비닐에 싸여 있었고
저는 그걸 빨아 널었습니다.
간호사들이 와서 저한테 밤에도 보호자분 계셔야 할 것 같다고, 고생 좀 한 모양이더군요.(병원에서도 제가 보호자라고 환자들과 의료진들이 다 알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속옷은 물론 침대시트부터 환자복까지 싹 다 갈리고 기저기를 찬 상태 였습니다.기운이 없어서 대소변을 못 가리는 할머니를 저 혼자 감당하기에는 힘에 겨울게 뻔해서
(사실은 같은 일을 두 번이나 또 감당할 용기가 안나서)
넷째 작은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할머니 상태 얘기하고 솔직히 제 심정도 말했습니다.
제 말이 싸가지 없게 들리실 수 있으나 다들 의무는 똑같은데 그걸 모여서 의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다들 코빼기만 비추는 것 같다고
그랬더니 네가 봤냐 네가 할 소리가 아니다 네가 뭘 아냐 너 가라! 라고 소리를 막 지르더군요. 말투가 딱 네가 한 게 뭐 있냐고 하는 말 투였습니다.
사실 큰 걸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냥 수고가 많다 라는 말 한마디.
할머니 병간호를 보는 일에 대해서 같이 고민해보자는 그 이야기를 먼저 해주길 바랐는데
너무 큰 욕심인가요? 너 가라! 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엉엉 눈물이 나더군요.
애초부터 그런 한 마디를 바란 제 잘못이란 생각 까지도 들어요.
대학병원에서 간호 할 때도 밤새 할머니 소변통 비우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저한테한다는 소리가 (할머니를 위해 사온 음식에 손을 안 대시자) 네가 먹어라 안 그러면 버려야 한다. 였습니다.
제 입이 쓰레기통인가요?
물론 작은 아버지 입장에서는 그런 말 하는 자체가 건방져 보일 수 있다는 거 인정 합니다.감히 제가 상주하며 간호하는 누군 효자고 왔다갔다 살펴보는 누군 불효자고
뭐 그런 같지 않은 소리를 함부로 할려고 했던 건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요, 제가 볼 때는요. 상대적으로 왔다갔다 음식 챙겨드리고 얼굴비추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거든요.
바쁜데 시간쓰고 마음쓰는거 그건 자식된 도리로서 당연하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건 그 이상의 실질적인 의무고요.
그 의무를 왜 우리 집만 나만 지고 끙끙 앓아야 하는지 그게 답답했던 겁니다.
가정의 화목을 파탄낸 할머니라 할지라도 아프다는데 모른 척 할 수 없었던 제가
바보 천치였나봐요.
지금은 제 전화 받자마자 할머니를 말도 없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간 상태고요.
친척들한테 전화를 다 돌려서 제가 말 그대로 쌍.년이 된 상황입니다.
부모님께서는 궂은일은 네가 다하고 지금 네가 다 뒤집어쓰게 생겼다고 속상해 하십니다.
물론 다른 친척들한테서 어떻게 된거냐고 물어오는 연락은 없는 상태고요
이대로라면 나중에 할머니가 돌아가셔도 제대로 된 연락은 받기 힘들겠어요.
어쩌면 문밖에서 내쳐지겠군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 말을 한 제가 그렇게 죽을 죄를 지은 건가요?
작은 아버지들은 작은 아버지들의 입장이 있겠지만
할머니 똥 뭍은 속옷 빨고 온 손으로 전화 건 조카한테
네가 뭘 아냐 너 가라! 라고 소리지르고 툭 끊는게 옳은건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근시일내에 저희 가족은 쏙 뺀체로 다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겠지요.
그 내용이 어떤 내용이든 저희 가족은 이제 완전히 친가쪽에서 왕따가 되고
저는 건방진 쌍.년이 될거라는 것만은 확실하네요.
추신 : 이렇게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 자체로 정말 많이 고민 했습니다만
그냥 너무 답답해서 너무 속상해서 푸념하듯 올려봅니다. 개인정보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그래도 아는 사람은 알겠죠? 친척 중에 누군가가 이 글을 발견해서 다시 소동이 일어난다고 해도 솔직히 이미 저는 잃을게 없네요. 처음부터 저에 대한 신뢰나 존재감은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