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동안 생각을 해 보았지만..
자고나면 괜찮아 질 것이라 스스로 위로했던 기분이 도저히 나아지질 않아 글로 남겨봅니다.
친구들에게도 이야기 해 보았으나, '원래 다 그래. 그냥 웃어넘겨. 하루이틀이냐?' 라는 식의 대답만 돌아와서 나오는 것이 한숨뿐입니다.
일단 저는 직장생활과 대학생활을 동시에 하고있는 20대 후반의 남자입니다.
낮에는 직장에서 근무하고, 학교 강의를 야간 강의를 들으면서 평일에는 보통 3시간 남짓의 수면시간을 제외하고는 바삐 살고있고, 주말에는 거의 잔업이나 대학교 과제를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다보니 직장이나 출퇴근길에 짬짬히 인터넷으로 보고 공감할 거리나 웃을 거리를 찾다보니 네이트판을 알게 되어 중간중간 눈팅을 하곤 합니다.
훈훈한 글들도 많이 보고 때로는 남/녀 간의 편을 갈라 언쟁을 하시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누군가가 겪은 실연이나 아픈 일들, 좋지 않은 이야기들까지 보며 많은 것을 느낍니다.
그러다 어제, 제 입장에서는 조금 황당한 일을 겪게 되어 다른분들도 이렇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한 마음에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제가 어제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습니다. 대학교에서 하는 하루짜리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는데요.
훈련을 마치고 귀가하던 도중이었습니다. 지하철 1호선이었고, 시간은 여섯시 경쯤이 되었겠네요.
제 기억에 신도림과 노량진 사이쯤 되는 구간에서의 일이었습니다.
저는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공공 교통시설에서는 왠만하면 자리가 나더라도 앉지않습니다. 아무리 피곤하고 고단하더라도요. 그런 말이 있지요? 서있으면 앉고싶고, 앉으면 눕고싶어진다는..
자리가 있어서 앉아있다가도 어르신이 타시면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할 때면 저희 생활패턴 상, 거의 피곤에 쩔어있을때가 대부분이라.. 막상 자리에 앉고나면 어르신들이 타셔도 한번 쯤 고민해보고 합리화시키려는 생각을 해보게 되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게되는 것이 싫어서 보통 말하는 '텅텅 비어있는' 상태가 아니면 왠만해서는 자리에 앉지 않습니다.
어제도 마찬가지였어요. 대학교에서 하는 예비군훈련이 통상의 현역병이나 동원훈련에 비하면 힘들어봐야 얼마나 힘들겠습니까마는, 오랜만에 실내를 떠나 햇볕 쨍쨍한 훈련소에서 이런저런 훈련을 받고나니 고단하긴 하더군요. 하지만 퇴근시간대의 지하철이라 아무래도 이용객이 좀 있었네요. 지하철에 탔을 때에 두세자리 비어있긴 했지만 그냥 서서 갔습니다.
구일~신도림 쯤 되었을까요? 여대생으로 보이는 두분이 타시더군요. 바로 앞에 자리가 있는데도 앉지 않고 있는 저를 이상한 눈으로 한번 쳐다보시더니 자리에 앉으셨어요. 그리고는 두 분이 뭔가 소근소근 하기도 하시고, 핸드폰으로도 뭔가를 같이 보면서 킥킥대시고.. 개의치 않았습니다. 이때까지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어요. 지금에 와서야 '그 웃음 또한 나를 향한것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지만.. 그 당시의 저의 눈에는, 서로 이야기는 하고싶은데 지하철에 사람이 많아서.. 공공시설의 매너를 지키느라 그러시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저도 대학생이긴 하지만, 분위기상 새내기 분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얼마나 하고싶은 얘기가 많으시겠어요. 20대 초반의 여대생이라고 하면, 제 생각에는 하루종일 이야기하고 밤을 새워 이야기해도 아직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을 나이일 것 같네요.
아무튼 그렇게 몇 정거장을 지났습니다. 그리고나서, 작은 손수레라고 말씀드리면 될까요..? 그런걸 끌고 할머님 한분이 타셨습니다. 그때즈음엔 사람이 꽤 많아져서 손잡이를 잡고 서있을 자리도 부족했습니다.
할머님이 타시는 걸 보고 내심 누군가 자리를 양보해주시기를 바랬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고, 그런 광경이 어느새 익숙해진 저에게 그건 사실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할머님이 탑승하시고, 자리를 찾아 두리번 거리시는데.. 제가보기에도 할머님께서 서계시기에 만만한 자리는 없었습니다. 마침 제가 서 있던 자리가 문 바로 앞의 귀퉁이 자리라서, 철봉 기둥(?)도 있고 해서.. 그나마 그 자리에라도 서서 가시라고 비켜드리고, 저는 좀 사람이 북적이는 사이로 비집고 들어갔습니다.
이제 그나마 서있을만한 자리를 잡고 손잡이를 잡으려는 찰나에, 아까 그 여대생분들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오더군요. 아마 제가 옆칸으로 옮겨간 줄 아신건지, 아니면 그냥 눈에 안보이니까 하신 말씀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이런 대화였던 걸로 기억하네요.
여대생1 : 아 이제 좀 살 것 같다.
여대생2 : ㅋㅋㅋ짱내나서 죽는 줄 알았네.
(보통 군대에서 먹는 밥을 '짬밥'이라고 하고 그 잔반을 모으는 통을 '짬통' 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는 냄새는 '짬내' 라고 하는것이 보통인데, 두 분은 그것을 '짱내' 라고 잘못 알고 계시는 듯 하더군요.)
여대생1 : 우리 과에 ㅇㅇㅇ도 이번에 갔는데, 쟤는 ㅇㅇㅇ보다는 고참이겠지?
여대생2 : 그렇지않을까? 근데 짱내가 왜 짱내야?
여대생1 : 짱나는 냄새라서 짱내ㅋㅋ
여대생2 : 아 ~ ㅋ 근데 쟤 자꾸 핸드폰 보는척하면서 내 다리 힐끗거리더라? (핸드폰 게임중이었습니다;;)
여대생1 : 원래 군대가 감옥처럼 같혀있어서...(이 이후에는 귓속말이나 제스쳐로 뭔가 얘기를 나누신게 아닐까 싶네요.)
여대생2 : 아 ~~ 어머 대박이다;;
여대생1 : 요즘 뉴스에 맨날 나오잖아? 그게 다 저런애들이래. 군대가면 다 그런대. 휴가나오면 여자친구건 여자인 친구건 일단 연락해서 술먹자그러고.. (정확한 기억은 아닙니다만, 이런 뉘앙스의 이야기였습니다.)
여대생2 : 헐.. 혹시 우리 그럼 방금전까지 큰일날 뻔 한거 아니야?
여대생1 : 집가는 길 조심해야겠다 우리 ㅋㅋㅋ
(두 분 같이 박수치며 폭소)
여대생1 : 그래서 학교에 복학생들도 함부로 친해지면 안돼. 다시 인간처럼 가르치고 교육을 다시 시켜서, 좀 괜찮다 싶으면 그럴때 밥사달라그러면서 친해지고 그러는거야.
여대생2 : 어머어머, 우리과에도 이번에 복학생오빠 한명 왔던데..교육시켜야겠다ㅋㅋ
여대생1 : 친해지지말고 교육만 시켜. 그러다가 나중에 밥사달라그러면 복학생들은 다 사줘~
여대생2 : 아~ 너한테 좀 배워가야겠다ㅋㅋㅋ
이 뒤에도 군대 혹은 군인 관련 몇 마디를 더 하신 것 같긴 합니다만, 그리 큰 내용도 아니었던 것 같고 기억도 잘 나지않네요.. 제가 기억하는 대화는 이정도였습니다.
마음같아선 붙잡고 한마디 하고싶었지만, 그랬다간 저 혼자가 아닌 군인 혹은 예비군 전체를 더 안좋게 보실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합리화시키며 참았네요.
저는 서울역에서 내렸는데, 내리면서 얼굴이나 기억해두자는 생각에 자리를 봤는데 이미 내리신 듯 하더군요. 앞에서의 그 할머니께서 앉아계셨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오는 길에 얼마나 격앙되었는지, 어떻게 왔는지도 기억이 잘 안나네요.
동네에 도착해서 친구들을 불러 소주 한 잔 하면서 이야기해봐도.. 앞에서 말씀 드렸던 것처럼
'원래 그래. 나도 비슷한 적 몇번 있었어. 그냥 웃어넘기면 돼.' 라는 식의 대답만 돌아오더군요.
군대에서의 고립되고 힘들었던 2년이..그냥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군대에서 2년간 뭘 한건가..싶기도 하고..
군대를 가지고 생색 낼 생각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훌륭한 앞사람의 2년을 이어받아 내가 2년간 나라를 지키는 데에 조금이나마 공헌했고, 또다시 믿음직한 나의 뒷사람에게 그 '나라의 일부'를 맡겨놓고 나왔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았는데..
물론, 다른 친구들이 많이 들어봤다고는 하지만,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여성분들이 저렇게 생각하실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분들도 제가 그 자리에서 없어진 줄 알고 이야기를 나누셨던 것 처럼. 다른분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있지만 앞에서는 이야기하지 않으실 뿐인건지.. 매우 궁금합니다.. 살면서 지금처럼 '멘붕'에 빠졌던 적이 또 있을까 싶네요..
두서없는 글 죄송합니다. 업무 사이에 짜투리 시간을 만들어 한 단락 정도씩 써내려가다보니, 문맥이 엉망일 수도 있겠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읽어 볼 여유가 없어, 그냥 올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