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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자전거 여행기~!!

상이♪ |2008.08.21 01:00
조회 6,560 |추천 0


안녕하세요. 24살의 청년 입니다.

(청년이라고 스크롤 내리고 그러지 좀 마세..)

 

맨날 리플만 끄적끄적 달아놓다가 처음으로 글을 한번 써보네요.

 

(긴 글에다 글솜씨가 없어서 좀 지루할테니까

 

" 난 이런 글은 못 읽을 정도로 참을성이 없고

욕이 다이렉트로 줄줄 나오는 다혈질에 속도 비좁은 쫌생입니다." 

 

이런 분들은 스크롤바 지금 잽싸게 좀 내려주시고..

 

오늘의톡 다 읽고 한가해서 커피한잔 쌔려가며

딴거 읽을거리 없나 해서 보시는 분들께 이 글을 올립니다.)

 

 

 

자 그럼 이제 한번 찌끄려 봐도 되겠죠?

 

 

지루지루하게 덥기만 한 여름.

스물넷의 여름을 이대로 그냥 보내기엔

내 청춘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난 13일 수요일에 출발해 3박 4일로 친구랑 둘이서

거제도에 자전거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사는곳은 경남 김해 인데

진해까지 가서 페리를 타고 거제도엘 갔어요.

 

 

배에서 내리자마자 이어지는 끝없는 고개와 내리막길의 연속..

30분만에 '다음 돌아가는 배를 탈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제도의 길 자체가 고개와 언덕뿐이라

올라가기는 몇십분이고 내리막길은 3분이라더군요.

 

첫날엔 늦게 출발한 나머지 칠천도까지 밖에 못갔어요.

그래도 칠천도 다리 근처의 깨끗한공원에 텐트도 치고

샤워시설도 있어서 개운하게 씻고 그럭저럭 잘 보냈죠.

 


 

이틀째는 나름 장거리를 이동 했어요.

마트에서 산 1+1 3200원 특가판매 쵸코파이 두박스와

돼지국밥을 연료 삼아 밟고 또 밟았습니다.

 

(쵸코파이는 분명 비싼게 맛있을 거에요.)

 

저녁무렵 해금강에 겨우 도착해서 둘러보고 나오니 해가 뉘엿뉘엿 지더라구요.


우리가 이동해야 할 방향의 하늘쪽엔

번개가 무슨 싸이키 마냥 번쩍거리고 있더군요.

'아냐..저게 번개일리 없어...' 라며 가봤는데

비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처음으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밤중에 큰 고개를 넘긴 넘어야 다음 마을에 도착하는데 비는 줄창 내려대고

이건 뭐 앞은 잘 보이지도 않고 차도 많이 없고

저희에겐 거제도 자전거 여행이 아니고 거제도 전지 훈련이 시작된겁니다.

 

사실 준비도 미흡했고 저질체력으로는 힘들었던 겁니다.

핑계라면 자전거도 그닥 좋은게 아니였고 짐까지 제법 실었던지라...

그냥 길가에 거름이나 되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죠.


어두우니까 빨리 도착하고는 싶고..

근데 친구는 저기 밑에서 자전거를 질질 끌고 오고 있고..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친구를 길가에 접어두고 혼자 달리고 싶기도했어요. 쫑굴 미안?)


겨우 자전거를 끌며 달팽이처럼 꾸물꾸물가서 다음 마을에 결국 도착하게 됬었어요.

밤 10시쯤 '탑포'라는 마을에 도착했는데

텐트를 치기도 힘들것 같고 해서

깜빡거리는 십자가를 보곤 대책없이 교회로 향했죠.


작은교회 예배당에 몰래 들어가 그냥 자려고도 생각해봤는데

암만 그래도 얘기는 하고 자야겠다 싶어서

교회 옆을 보니 목사님 사택이 있더군요.

 

꼬락서니는 이만하면 됐고.. 최대한 불쌍한척 얘길 하니

목사님은 이쪽으로 와보라면서 창고로 안내해주시더군요..

우리에게 쉴 공간을 마련해주시려는 목사님께

너무나 감사해 하려 하는 찰나..

...

창고는 곰팡내로 물씬했고..

자취생들을 경악케 하는 주범인 그 '곱등이'까지 양식되고 있더군요.


한숨이 또 나왔습니다.


우리는 비를 피해 온거다..

'잠만자고 일찍 나가자' 라는 생각으로

'몰래 예배당에서 잘 걸..' 이라는 생각을

모기를 잡으려다 지쳐 잠들기 전까지 했습니다.


 

아침에 피로는 말로 이룰수 없었지만

목사님께선 아침밥까지 차려주셨었습니다.

그렇게 넙죽 아침식사까지 얻어먹고

뻔뻔하게 한그릇 더 먹기까지 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그렇게 또 출발을 해서 페달을 밟기 시작했습니다.

 

가는 도중 친구와 저는 과일이 급땡기더라구요.

이때 발휘되는 김전일과 코난의 빰은 무난하게 후려갈길만한 제 추리력..

 

" 여긴 촌이니까 농협이 있을꺼야. 그리곤 옆엔 하나로마트가 있지!! " 

" 냉장된 시원한 과일을 사먹자!! " 라며 미친듯이 밟았고

머지않아 멀리 농협이 보이는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광복절.

 

농협도.. 마트도..

쉬더군요.


그래요. 빨간날엔 쉬는거죠..

김전일과 코난에게 뺨을 후려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우리는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채

계속 이동했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마트는 하나로마트만 있는게 아니였다는걸 알게 됬어요.

'메가마트 짝퉁인가?' 했지만

어쨌든 거제엔 기가마트 라는 곳이 많은가 보더군요.

그곳에서 풋사과를 사서 우리는 드라마 '왕초' 에서

거지가 썩은사과를 줏어서 으적으적 씹어먹는 모습만큼 맛있게먹고  (사과는 이렇게 씨가 보일때까지 씹어먹는게 바람직합니다.)

 

 비타민을 충전한 우리는 오후에는 고현에 도착했습니다.

 


 

아는 선배가 근처에서 낚시점을 하고 있어서

가게에 들러 샤워도 하게 해주시고 빨래도 했죠.

게다가 그날은 광복절이라서 쉬는 친구들이 놀러와서

하루종일 진탕 놀았어요. 점심,저녁에 차까지 얻어먹고

그 전날들에 비하면 아주 신선놀음을 하며 하루를 보냈어요. (덩실덩실~)


그리고 저녁부터 또 비가 온다는 소식에

다시 이동하지는 못하고

짐을 챙겨서 찜질방에서 자게 됐어요.


평소엔 찜질방에서 누군가 떠들면

다른 누군가가 제지해줄때까지 기다렸던

마음이 너그러운 평화주의의 저였지만

그 날 만큼은 수면실 앞에서 떠들고 있던

에티켓을 모르는 무리들에게 누구보다 먼저 주의를 줘서

조용히 하게 한뒤  잠에 들었습니다.



셋째날 아침.

피로를 조금은 풀고 나왔는데..

또 비가 조금씩 오더군요.


선착장에 2시까진 도착해야 하는 생각에

열심히 또 밟았습니다.


꽤 열심히 갔기에 이제 한시간정도 안에

도착할 거라 예상했지만 사람 앞날은 참 모르는겁디다...

 

고개에서 뒷바퀴에 펑크가 나버렸더라구요.

하기사 3박4일동안 짐을 싣고 그렇게나 달렸는데

사람도 만신창이가 됬는데 자전거라고 멀쩡하겠습니까...

 

그나마 제 성격이 낙천적인것이 참 다행이라고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그냥 '4시 배는 탈 수 있겠지~' 라며 자전거를 끌고

장목면의 유호마을에 들어가게 됐는데

마을입구에 왠 카센터가 눈에 보이더라구요.

 


 

같은 타이어니까 땜빵정도는 카센터에서도 해결해줄수 있지 않을까 해서

무작정 카센터에 가서 바퀴를 보여주며 땜빵을 부탁드렸습니다.

하지만 사장님은 냉철하게 우리의 부족한 준비성에 일침만 놓으시더군요.

그 옆에 계시던 친구분으로 보이시던 아저씨께서


" 그래도 멀리 김해에서 청년들이 거제꺼정 여행 와줬는데

 우리 거제 시민의 민심을 보여줘야 되지 않것냐? "


라시며 우리의 펑크난 자전거 뒷바퀴를 이리저리 손 봐주시더라구요.

음. 확실히 전문가는 아니셨습니다.

 

(사장님 친구분)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사장님은 다른 손님을 봐주시면서

저 친구 표창장 하나 줘야된다고 거제 시청에 전화좀 해달라며 웃고 계셨지만

친구와 저는 2시 배를 탈 수 있다는 희망에 어서 땜빵이 되길 고대했습니다.

 

하지만 바퀴의 튜브는 땜빵으로 때우기엔 너무 너덜너덜 해졌더라구요.

땜빵용 고무를 몇개씩이나 붙히고 다시 바람을 넣을때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바람새는 소리가 우리를 좌절케 했습니다.


'이젠 끝이구나..' 라고 생각하는 찰나, 사장님께서

" 여기는 마을이 다 작아서 자전거수리점이 없스.

긍께 선착장까지 데려다 줄께. 진해는 크니까 도착해서 수리를 하면 되긋제?

사모님 오면 트럭으로 데려다주라꼬 할꾸마. "


캬~ 

 

친구분이 옆에서 열심히 만지고 있는 동안

시중일관 냉소하게 얘길 하시던 사장님께서

우리 아들 또래 같고 멀리서 왔다니까 바래다 준다시며

이런 엄청난 호의를 베풀어 주시더라구요.


친구와 전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사모님이 오셔서 조그만 트럭(라보) 였지만 그래도 낑겨 태워서

자전거와 우리를 선착장까지 실어다 주셨습니다.

결국 2시쯤에 도착하게 되서 우린 배를 타게 되었고

진해에 와서 자전거를 고쳤답니다.


카센터의 사장님과 사모님 그리고 사장님 친구분 덕분에

무사히 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집에 오는길에 이번엔 앞바퀴가 펑크나서 또 걸었었지만)


집에와서 편하게 누워서 올림픽 보고 있으니

어찌나 행복하던지~


지나가는 오토바이 여행족들을 보며 부러운 마음에 눈알에서도 땀을 흘릴뻔 했고..

털파리 둘이서 참 대책없이 관광지도 하나 챙겨들고 왔었지만


자전거 빌려주신 진례면 부면장님, 신주사님.


해금강 가는 오르막길에 차안에서 " 힘내요!! " 라며 소리질러준 꼬마아가씨,

 


구조라 지나서 멋진 펜션보고 사진찍는 우릴 보며

" 젊어서 좋네요. 참, 멋있습니다~ " 라고 말씀해주신 주인아주머니.

 

제 친구가 꽤나 위협적이게 생김에도 불구하고

비오는 날 밤 10시에 찾아간 우릴 재워주신 탑포교회 목사님.


거제의 민심을 확실하게 보여주신 장목면 효성카센터 사장님 사모님 사장님 친구분..


항상 동생 아껴주는 연초면 신신낚시점 사장 아들 죠행님

그리고 핑크곰돌 다나누님, 4일 사귄 남친 앞에서 경직되있던 무니.

나한테 잘생겼다는 얘길 해준 사람 보는 눈썰미가 예사롭지 않은 무니남친.


그리고 남들한테는 하루코스라지만;;

3박4일의 여정동안 지쳐서 쓰러지는 게 아닐까 걱정 됬지만

트러블 없이 끝까지 함께 해주고

길 몇 번 씩이나 반대로 가도 군말 안해준 쫑구리.


3박 4일 동안 아프지 않고 자전거 페달을 밟아준

어중간하게 튼튼한 저를 낳아 주신 어머니께 감사하구요.


덕분에 많은 힘이 되었고 좋은 분들 많이 만나게 되서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힘들었지만 정말 재밌었어요.

다시 한번 가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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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다조은데|2008.08.21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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