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03년 12월..
군대에서 배운게 삽질인지라,
노가다에 온 몸을 불사를 때였다..
매일매일 다른 건설 현장을 떠돌다가
한 날은 재건축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던 날..
그 당시 이쪽 계통 중에선 엄청 편할 것이라는
느낌이 온 몸을 스쳐갔다.. (힘쓰는 직업인 관계로..)
우리를 고용한 사장의 모습을 대략 설명하자면
발목 부분이 조금 좁아보이는 검정색 바지에
보통 작업복처럼 보이는 점퍼를 입고 있었다..
안에 남방과 쪼끼도 신창원 스타일 비스무리했고
짧은 머리에 무스를 발라서 깔끔하게, 나이는 40대 전후쯤..
탤런트 정성모(모래시계에 출연했었음)를 좀 닮았다..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사장은 나이가 많던 적던 일하러 온 사람들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썼다.. 항상 미소를 머금고서..
<난 생각했다..> 사람 참 예의 하나는 깍듯하네..
인부들을 많이 안 써봤나.. 안 그래도 되는데.. 후후..
사장이랑 대구의 모 아파트 재건축 관계로 서울서 출장온 차장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한팀으로 종일 쭈~우욱 같이 작업을 했다..
사장이 일하면서 한 말을 적어보자면..
“내가 예전에 은둔 생활할 때......”
“그때 성격 참 많이 바뀌었던 것 같애...”
뭐 이런 말을 한다..
<난 생각했다..> 이 사람이 한 때 회사 부도나서 도망다녔던 모양이군..
그래도 지금은 아파트 문의 전화도 엄청 오고 돈 많이 벌겠네~
같이 거래처에 차타고 가면서 집에 전화하는데..
“애들은? 당신이 좀 타일러.. 알았어, 알았어~ 오늘 일찍 들어갈게.”
전화 끊으면서 옆좌석 차장한테 그런다..
“우리 애들은 내 말은 무지 안 들어도 와이프 말이면 꼼짝도 못해~ 허허”
<난 생각했다..> 분명 공처가일 것이다..
점심 먹으면서 차장이랑 또 이런 말을 하더라..
“남자가 말이야.. 그 놈은 중심이 없어...”
<난 생각했다..> 푸훗.. 자기는 집에서 큰 소리도 못 칠거면서..
오후쯤에는 5명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안부차 왔다나..
서로 간의 호칭은, 두 명은 사장 그리고 나머지 세 명은 형님이라 부른다..
<난 생각했다..> 우리 사장이 나이가 제일 많은가 보네..
그러면서 천 쪼가리를 자를 일이 있는데, 우리 사장이 한마디 한다..
“야, 칼잡이 너 전공이 잖냐~ 잘 한 번 잘라봐~”
<난 생각했다..> 저 사람은 보아하니 횟 집 사장인구먼..
오후 늦게는 짐을 나른다고 화물차를 한 대 불렀다..
팜플렛 같은 거였는데, 공장에서 배달된 걸 딴 곳으로 옮기는 작업..
궁금해서 차장한테 물었다.. “돈 엄청 들였겠네요?”
“우선 1차로 찍어온 게 8천만원 정도니까 꽤 되지...”
그런 후에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사장님이 끝발이 장난이 아니잖니~”
<난 생각했다..> 사무실에 전화 오는거 보니까 엄청 잘 나가는 것 같더라..
팜플렛을 트럭에 옮겨 싣고 화물 운전하는 아저씨와 대화중에..
여기 사장은 믿음를 한 번 심어주면 끝까지 자기를 신뢰해준다나..
그러면서 멀리있어 불편해도 항상 일있으면 자기를 불러준다고 한다..
<난 생각했다..> 그래도 의리 하나는 있구만..
그러면서 노가다 시마이(?) 시간인 5시가 넘어섰다..
딴 곳 같았으면 사람들 4시 50분이면
들고 있던 연장 바로 놓고, 삽 던지고 집합할텐데..
그래도 오늘 좀 편하게 일했으니.. 30분 정도야 더해줘도 뭐..
그러는 와중에 사장이 그런다..
“아이구, 이거 미안해요.. 조금만 시간내서 고생해주면 돈 더 얹여줄게요..”
<난 생각했다..> 매너 좋은데~ 내일도 일했으면 좋겠다..
잠깐 쉬면서 차장한테 물어봤다.. 아까 형님 형님 하던 사람들은 누구냐고..
“짜슥.. 아까 말했잖아~ 끝발 날린다고~
젊었을 때 대구 OO파 서열 4위였는데...”
난 생각했다.. OO파라면 학창 시절때부터 애들이랑 농담으로 주고 받는..
대구에서 알아주는 그 유명한 조직..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그 조직..
순간 그 날 있었던 모든 대화 및 행동들이 뇌리를 스쳐간다..
1. 작업복을 벗었을때의 그 건달틱한 쪼끼..
2. 한 때 했다던 은둔생활..
3. 남자가 중심이 없어..
4. 형님이란 소리와 칼잡이..
5. 한 번 믿음을 주면 끝까지 믿는다는..
젠장.. 이제와서 조합해 보니까 전부 매치가 된다..
그럼 그 훈훈한 미소와 존댓말과 말 안듣는 아들, 딸래미는 뭐야..
그냥 나이트 같은거나 하시지 왜 건축쪽에 손을 대서는..
순간 내가 한 실수들이 머리를 또 스쳐지나간다..
1. 내가 물건 나를때 실수하는 바람에 사장 손가락이 퉁퉁부음..
2. 시킨 일을 잘 못 이해하는 통에, 사장 업무를 번거롭게함..
3. 전기 물픔 사오라는 심부름 시켰는데 볼 일 보고 늦게 들어감..
4. 기타 등등등..
일이 다 끝나고 사장이 나에게 그런다..
내일도 나와줄 수 있냐고.. 얼떨결에 “물론이죠!!” 라고 대답했다..
때문에 한 동안 육체적으로는 편했으나, 정신적으로는 영~~
그래도 사장이 통이 커서 그런지 일당은 넉넉히 쳐줬다..
연락 한 번 하라고 명함을 받았더랬는데..
전화는 안하더라도 잘 모셔놔야지..
혹시 아는가.. 괜히 명함 버렸다고 주위 아그들을 나한테 풀어버릴지..
오늘 그 사장에게 전화왔다.. 모레부터 일해줄 수 있냐고..
이러다 나 완전 발목 잡혀서 이 길로 나가는거 아냐..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