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판에 올라온 글들 읽다보면
자기 와이프가 비정상인 것 같다며, 현모양처인 와이프 이야기에 대한 글이 주목을 끌었었죠.
저 역시 대한민국 남편으로 살면서 그 글에 참 공감을 했었는데.
저는 직접 글을 써보진 않았지만 심심할 때마다 판을 읽곤 해왔는데,
여기서 이런 저런 글 읽으면서 사람들 사는 모습을 보다보면
참, 우리나라에 이상한 여편네들 많구나 하는 생각을 갖고는 있었습니다.
물론, 네이트 판에 올라온 사례들이 한국여자들의 사례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주로 고민이나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는 익명의 공간이다 보니 표본의 문제야 있겠지만...
어떻게 아내가 되어서 남편에게 저렇게 할까 (물론 진상 남편들도 많습니다만)
사랑을 맹세하고 결혼한 배우자에게 어떻게 저럴까,
그런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저는 제가 결혼 잘 한 건 알고 있었는데
여기 들어와서 글 읽다보면 대체 제가 전생에 우주라도 구한 건지,
무슨 복이 있기에 이렇게 행복하게 사나 싶습니다.
물론 불행한 결혼생활도 많고, 이상한 여편네들 남편네들도 많지만
저처럼 결혼 잘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글을 올립니다. 와이프 자랑일 수도 있으니 염장 주의하십시오. ㅋㅋ
와이프는 13년 전 대학 신입생일 때, 제가 첫눈에 보고 반해서
엄청 좇아다녀서 겨우 사귀었습니다.
그때 우리 과에서 신입생이던 와이프를 좋아해서 들이대는 선후배 동기 남자애들이
수십 명 정도였으니.. (와이프가 직접 고백 받은 것만 해도 그당시 열명 이상...;;)
말 그대로 퀸카였죠.
누가봐도 예쁜 외모에 참하고 착하고..
손예진, 남상미 타입의 성형 안 하고 자연스럽게 예쁜 얼굴,
헌팅도 많이 당하고 연예 기획사에서 명함도 받아봤는데
당시에 대학 올 때까지 공부만 하고 남자 한번 안 사귀어 봐서 순진한 여자였어요.
(참고로.. 대학은 SKY 중 하나고, 와이프 공부도 쭉 잘 해서 대학 학점은 4.0 넘어 졸업했습니다. )
이후에 딱 붙어다니면서 와이프 좇아다니는 애들 제가 다 쳐냈는데
뭐 그때부터 선후배들이 전생에 나라 구했냐고.. 부럽다고..
여자친구 얼굴만 예쁜 게 아니었습니다.
당시에 워낙 검소하고 소박하고, 제가 오천원짜리 돈까스 사주면 고맙다고 연발하며 너무나 감탄해서
사실 좀 없는 집 딸인 줄 알았습니다.
커피숍 가자고 해도 사양하고 공원에서 캔커피 마시자고 하고
꼬박꼬박 더치패이 하고 제가 돈을 못 쓰게 하려고 저렴한 데이트 구상하고..
피곤할 텐데 집에 데려다 줄 필요도 없다고 극구 사양하고.
전 여자친구가 가난할 거라고 의심치 않았고...
검소한 모습이 안 돼 보여서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거 사주려고 노력하고 그랬어요.
그래도 비싼 데는 안 가려고 하더군요.
선물도 길거리에서 만원도 안 되는 귀걸이 하나 사주면 감동하고.
그래서 가난해도, 애가 똑똑하고 이렇게 착한 심성이라면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에
여자친구 생긴 첫 해에 '결혼하자, 난 평생 너밖에 없다' 그렇게 장담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아버지는 국내 로펌에서 일하시는 유명 변호사고,
남동생 하나 있는데, 서울 유명 대학 의대 나와 지금 전문의입니다.
도곡동에 60평대 아파트에서 살고...
부모님은 강남에 건물이랑 오피스텔도 몇 채 갖고 계시고
해외 여행 일년에 네번씩 다니면서 매주 골프 치시러 다닙니다.
알고보니 어머님이 엄청 검소하신 데다가
부모님이 딸을 엄격하게 교육을 시켜서
딱 정해진 평범한 수준의 용돈을 주고 그 안에서
핸드폰비, 옷값, 데이트 다 해결하게 하면서 경제관념을 심어주려고 하셨던 거였습니다.
게다가 어려서부터 말버릇처럼..
'이 돈 너한테 안 물려주고 사회 환원할 거니까
혹시나 물려받을 생각으로 세상 대충 살지 말아라.
네가 노력해서 살아라'
이렇게 말씀해오셨던 거구요. 그리고 부모님의 교육방식 영향도 있지만,
심성 자체가 남한테 부담 안 주려고 하고 늘 배려하고 착합니다.
(진짜로 안 물려주신다기 보다는, 아이를 망치지 않으려는 부모님 교육 방식의 일환이었습니다)
그래서 애가 경제관념이 강합니다.
대학교 대학원 다닐 때도 과외 아르바이트, 조교 아르바이트 하면서 자기가 학비 벌었구요.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이 나이에 부모님께 기댈 생각 하는 게 부끄럽대요.
정말로 삼십대 중반이 되어 가는 지금,
명품 하나 없습니다. 사준다고 해도 극구 사양하고 진심으로 싫어하네요.
그런 거 사는 게 아무 의미 없어 보인다면서,
사회학적,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현재는 '명품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심리' 이런 칼럼 써서
잡지에 기고하는 프리랜서 작가 일도 하고 있습니다.
돈 모으면 책 사보는 게 낙이라.. 신혼집 한 방이 책으로 가득 차 있기는 합니다.
다만 요즘에는 그 돈도 아낀다고 도서관에서 빌려 보네요.
이런 와이프 다른 넘들이 채갈까 걱정돼서 군대도 이십대 중반에 늦게 갔습니다.
제가 공군 다녀왔는데 2년 넘는 기간 동안 꾸준히 기다려줬고요,
제가 휴가 나오면 핸드폰 없어 불편하겠다고 자기 핸드폰 빌려줘서 쓰게 했습니다.
제대하고 이십대 후반에, 학점 3.0 겨우 넘고 토익 점수도 없는 제가 취직하는 거 기다려줬구요,
운전면허 29살에 따서 부모님이 쓰다가 넘겨 준 중고아반떼 태워 처음으로
차타고 데이트 했는데 얼마나 감동하던지..
이십대까지 너무 걸어다녀 굳은살 배긴 와이프 발 보면 마음이 아프네요.
이런 넘 뭐가 좋다고 기다려줬는지,
차없으면 남자 만나지도 않는 요즘 여자들 생각하면 천사가 따로 없죠.
결혼할 땐 허례허식 싫다면서 예물 이런 거 관심 없다고 해서 최대한 실속 있게 했습니다.
둘다 28만원짜리 금반지 하나 맞추고 끝냈구요,이 반지도 얼마나 애지중지 하는지.
여자친구 착한 마음에 그 힘들다는 결혼 과정에서 잡음 날 거 하나도 없어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여자친구 부모님께서 결혼할 때 3억 지원해주셨구요.
저 또한 부잣집 아들까지는 아니지만 중산층 이상이라 제가 모아놓은 돈 해서
비슷하게 마련해 집 구했습니다.
결혼하고 완전 제 여자가 되고 나선 더 잘하네요.
와이프가 대학원 졸업하고 준 전문직이라 지금 면허따고 일하다가(참고로 간호사 아닙니다)
임신해서 잠시 쉬고 있는데요
전업주부로서 집에만 있는 게 미안하답니다.
지금 도우미 아줌마 일주일에 한번, 오전에만 부르는데
그것도 안 쓰겠다고 하는 거 겨우 말렸구요.
오전에는 집안일 하고, 인터넷 강의보면서 공부하다가
오후에는 틈틈이 글쓰고 번역해서 돈법니다.
최근엔 책 낸다고 출판사랑 출판계약했고요.
(참고로 와이프가 대학학보 편집장이어서 글솜씨가 프로수준입니다.)
그렇다고 집안일을 못하느냐, 와이프 성격이 워낙 깔끔해서 집안은 항상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고
냉장고, 찬장, 서랍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와이프가 미적 감각이 뛰어나서 신혼집도 직접 꾸몄는데
집안 분위기는 웬만한 인테리어 전문가가 한 것보다 낫구요.
이십대 초반에는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따더니 요리가 취미라
한식, 양식, 중식, 일식, 못하는 게 없습니다.
스시, 캘리포니아롤, 파스타 온갖 종류 집에서 다 만들어줍니다.
집에서 직접 빵 굽고 피자도 만들어주고요,
아침에는 제가 아침에는 속이 안 좋아 아침을 안 먹는데 그게 걱정 된다고
직접 만든 빵을 회사 사람들이랑 나눠 먹으라고 싸줍니다.
매일 메인 메뉴가 바뀌는 건 기본
(지난 주 먹은 것만 소갈비찜, 월남쌈, 스테이크, 닭갈비, 볶음쌀국수... 다 기억도 안 난다는)
반찬이 9찬 이상입니다.
그래서 와이프한테 이렇게 투정을 해요 "반찬수 줄여줘" 하고.
이렇게 준비하려면 자기 힘들지 않냐고. 나는 반찬 두세가지만 있어도 된다고.
그런데 하나도 안 힘들대요. 자기는 요리가 취미라 이렇게 차리는 게 재밌고 행복하고 좋대요.
그리고 제가 회사 다녀와서 힘들어하면
그 얘기 다 들어주면서 맛사지 해줍니다. 요즘에는 와이프 배가 많이 불러서 제가 맛사지 못하게 하는데
6,7개월 때까지는 일주일에 한번은 한시간씩 맛사지!
제가 벌어다주는 돈이 연봉 오천,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돈인데,
의사, 한의사, 변호사, 잘나가는 회사 사장 아들 등 와이프 따라다니던 놈들 생각하면
와이프 입장에선 제가 적게 벌어다주는 것일 수 있을 텐데도
한번도 그런 내색 하는 건 못봤습니다.
로션은 세타필 로션 하나 쓰고(화장품 회사 상술이라면서 비싼 거 쓰는 거 이해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인터넷에서 싼 옷만 사서 입는데도 주변 사람들은 와이프가 워낙 귀티가 나다보니 다 명품인 줄 알고..
여전히 이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외모에.. 이렇게 착한데도
"오빠, 일하느라 힘들지~"
나중에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자기 쉬게 해줄께! 자기 전업주부 하고 싶으면 해도 돼~"
이럽니다. 저 전업주부 남편 될 생각 없지만 말만이라도 이쁩니다
이런 와이프랑 살면 어떻겠습니까?
부작용도 있습니다. 친구관계가 점점 좁아지죠..
저 웬만하면 바깥 약속 안 잡고 집에 일찍 들어갑니다. 술담배 당연히 안 하고요.
회사에 일 있어도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이라, 집에 들어와서 하구요,
야근하면 회사에서 저녁식사 지원하는데도
집밥이 훨씬 맛있으니 자꾸만 집에 와서 밥먹게 됩니다.
밥먹고 매일 손잡고 산책하구요,
주말에는 같이 나들이 가거나 집에서 둘이 꼭 붙어서 영화 봅니다.
와이프가 잘 하니 저 역시 더 잘해주고 싶어서
집안일 못하게 하는데도 밥먹고 나선 그릇 다 치워주려고 하고요
임신한 와이프 힘들까봐 음식물 쓰레기도 자주 버려주고
샤워할 때마다 몰래몰래 화장실 청소도 해줍니다.
물론 바람피거나 다른 여자한테 눈 돌린 적은 단 한번도 없구요.
(제 와이프 정도로 예쁘고 괜찮은 여자가 있어야 말이죠. 하지만 와이프가 미스코리아라도
바람 필 놈들은 바람 피우니, 이건 제가 성실한 측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와이프가 갖고 싶어하는 거 있으면 다 사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얼마전에 7만원 짜리 보세 가방 보고 얼마나 고민하던지.. 제가 뭘 그런 고민을 하냐고 그 가방 색깔별로 세개 사줬습니다.. 가방 몇개 없으면서 이런 작은 선물에 고맙다고 감동하는 와이프..)
전 이렇게 살고 있는데,
와이프 때문에 죽겠다, 집에 들어가기 싫다, 이렇게 하소연하시는 남편분들 보면
너무 안쓰럽습니다.
그러게 연애할 때 잘 알아보지.. 낌새가 안 보이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자기 팔자 자기가 만드는 거 아니겠습니까.
여자 보는 눈을 좀 기르시고,
연애할 때 신중하게, 결혼은 더욱 신중하게 하시는 게 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여자들이 다 이상한 건 아닙니다, 좋은 여자들도 있어요.
여자 보는 눈이 없어서 고생하시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