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까지만 해도 커플들 보면 그냥 흐뭇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왜 사람을 사귀고, 알콩달콩 지내는가 싶네요
예전에는 커플끼리 손잡고, 서로 마주보면서 웃고, 뽀뽀하고 그러는 모습을 보면
아 정말 서로 너무 좋아하는구나, 너무 사랑스럽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연애하고 싶다 이랬는데
이제는 저 남자는 진심으로 저 여자가 좋아서 저렇게 손을 잡는걸까,
저 여자는 그냥 외로워서 아무나 붙잡고 좋은 척 하는건 아닐까,
저 남자는 저렇게 여자앞에서 웃고 있다가 뒤에가서 자기 친구들 앞에서 여자친구에 대해서 음담패설을 하는건 아닐까
저 여자는 남자가 좋네 어쩌네 하다가 뒤에가서 친구들 앞에서 남자친구의 험담을 늘어놓는 것은 아닐까
정말로 서로 좋아서 사귀는걸까
이런 의심이 자꾸 드네요
이런 생각을 하는 줄도 몰랐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감정에 의심을 갖게 되는 것을 깨달았을때,
왜 나는 이런생각을 할 정도로 연인의 사랑하는 감정을 느낀 적이 없을까. 이 나이 먹도록.
이런 후회감이 들고, 제 자신이 너무 불쌍하기도 하고, 처량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분명히 연인들은 서로가 정말 좋아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손을 잡고 같이 그 순간을 즐기고 싶어서 그러는 것일텐데 이 모든 것을 삐딱하게 보게되고 의심하게 되는 제가 정말 싫어요
혹시나 어딘가에 숨어서 연명하고 있을 연애세포를 소생시켜보려고 일부러 로맨틱한 영화들을 찾아서 봤는데, 또 이런 정신병이 도져가지고 의심하다가 영화가 다 끝났네요
영화니까, 다 짜여진 각본이니까 저런 일이 가능한거겠지.
남주인공이 잘생겼으니까, 잘생긴데다가 여주인공한테 잘해주니까 저렇게 여자가 좋아하지.
아마 여자는 저 남자가 평생 자기한테 저렇게 행동할거라고 믿겠지?
여주인공이 예쁘니까, 예쁜데다가 성격마저 좋으니까 남주인공이 저렇게 졸졸 쫓아다니면서 사랑한다고 외치고 다니지.
내가 저 남주인공이었더라도 저런 여주인공 친구로라도 계속 같이 지내고 싶을거야.
그런데 나는 아니잖아? 그러니까 안될거야.
이러다가 영화가 끝났네요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컴컴한 방안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서 한참 생각했네요
나 정신병인걸까. 이거 심각한 것은 아닐까.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을까. 아니,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존재하기는 할까.
만약에 기적이 일어나서 내가 연애를 한다고 해도 내가 상대방에 대해서 의심을 하지 않고 순수하게 좋아하면서 연애를 할 수 있게 될까.
이런저런 생각에 무섭더라구요
혹시 저 말고도 이런 생각 드시는 분 계신가요?
괜찮아질까요?
이해해주시는 분 계신가요?
(+추가)
갑자기 조회수가 늘어나고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굉장히 놀라기도 하고, 걱정을 조금 덜기도 했어요
저만 걱정하고 그러는게 아니었군요 ㅜㅜ
덜 무섭네요 ㅋㅋㅋ
예전에 책을 읽다가 아무생각없이 지나쳤던 글귀가 생각이 나서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봤어요
다시 읽어보니까 정말 공감이 가더라구요
삼순이는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지금 난 너무 딱딱해져서 사랑조차 느낄 수 없는 내 심장이다시 말랑말랑해지면 좋겠다
-그에게 말걸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