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안녕?
오늘 내가 해 줄 이야기는 내가 아주 어릴 적에 고향에서 겪은 좀 묘한 일에 관한 이야기야.
내가 어릴 적에 살던 곳은 강원도 동해시
다들 별로 들어본 적 없는 시골이지?
묵호항 덕분에 요즘은 아는 사람이 좀 있으려나?
그런데 동해에서도 태백산맥 쪽으로 한참 들어가서 시내버스 종점.
처음 오는 사람들은 '여기에도 사람이 살아?'라고 할 정도로 오지인 동네지.
3살쯤까지는 살다가 지금 사는 쪽으로 이사를 왔었거든.
그래도 부모님께서 맞벌이하시는 통에 할머니댁 혹은 외할머니댁(같은 마을이야)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았지.
이건 내가 7살이나 8살쯤에 겪은 일이야.
앞서 말했듯이 내 고향은 너무 시골이라서 슈퍼가 없었어.
그래도 이사 간 우리 집 근처에는 슈퍼가 있었는데,
고향인 그곳에는 슈퍼라는 것이 없었어.
말 그대로 슈퍼가 없으니 몇십 분 내지 한 시간 가량 차를 타고 나가서 물건을 사오곤 했지.
그러다 보니 너무 불편하잖아.
그래서 소매점으로 사업자등록을 내지 않고 물건을 파는 곳이 있었어.
공교롭게도 그곳은 우리 작은 할아버지 집이었지.
뭐 대단한 것을 파는 건 아니었고,
담배나 과자 몇 개 아이스크림, 술 정도?
그래서 난 어릴 적 작은 할아버지댁에 가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
그 가게라고 하기도 뭣한 곳을 지키고 있으면
적어도 아이스크림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거든.
작은 할아버지댁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고 있던 어느 날이었어.
지금 생각하면 대학생? 정도라고 생각됨 직한 청년(사실 7살짜리 눈에는 다 비슷해 보였을 거야)
몇 명이 함께 놀러 왔다면서 과자나 음료수 같은 걸 살 수 있느냐고 물어보더라고.
사실 간판도 없는 집이니까 물어물어 여기까지 온 거겠지?
타지사람이 이곳을 찾는 일은 거의 없어서 정확히 기억이 나는 것 같아.
게다가 동해 쪽으로 오면 보통 바다로 놀러 가지 산으로 가진 않잖아?
특히 여름에 말이야.
그 마을에 청년이 보인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고, 놀러 온다는 것은 더 이상한 일이었지.
정말 너무 이상해서 물어봤던 것 같아.
'어딜' 가냐고 말이야.
아니면 꼬마에게 말 거는 것이 재미있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들이 스스로 말했을지도 모르지.
그 형, 누나들은 여기 근처에 유명한 폐가가 있다길래 놀러 왔다는 거야.
이상한 일이었지.
그 근처에는 우리 마을 외에 아무런 마을도 없었거든.
게다가 농업을 기반으로 사는 동네라서 집끼리는 모두 모여있었단 말이지.
한마디로 이 마을 안에 빈집이 있어야 폐가이고,
이 마을을 벗어나서는 집이 있다는 것 자체가..
글쎄 내가 그곳에 계속 살았던 건 아니니까 정확히 모르는 것일 수는 있지만 말이야.
어쨌든 이 근처에 폐가 탐험을 온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너무 생소한 일이었던 거지.
그 마을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생소하게 들릴 말이었을 거야.
그들이 나보고 같이 갈 거냐고 물어봤지만
나도 같이 갈 생각이 없었고, 그들도 데려갈 생각이 없었겠지?
어쨌든 그들은 사람이 도저히 살기 힘들 거라고 생각되는
아니, 내가 거기에 오래 살진 않았지만, 그쪽으로 가는 사람은 본 적이 없는 쪽으로 사라졌어.
이상한 일이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
그 나이의 나는 아이스크림이 더 중요했거든(빠삐코라고 알려나 모르겠네).
땅거미 질 무렵 됐으려나?
올라간 지 한참이 지나서야 그들이 다시 작은 할아버지 댁으로 돌아온 거야.
작은할아버지더러 동해역까지 태워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더라고.
이미 막차는 끊긴 상태였고, 콜택시 같은 것도 잘 없던 시절이라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거지.
그런데 안타깝게도 작은 할아버지께는 자동차가 없었지.(그 시절에 자동차가 있는 사람은 몇 없었을 거야. 아마)
논을 힘차게 갈 수 있는 기운 센 경운기라면 한 대 가지고 있으셨던가 모르겠네.
하여튼 역까지 태워 줄 수 없는 상황이었지.
그래도 시골 인심은 좋으니 그 형, 누나들은 우리 작은 할아버지댁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집으로 출발하기로 했어.
촌집이라서 그런지 잠을 잘 수 있는 곳은 아주 큰 방 하나밖에 없었거든.
건넌방이 있었지만 거의 창고 수준이어서
안방에서 작은 할아버지 할머니, 나, 그들 이렇게 잠을 자기로 했지.
잠을 자기 시작한 지 얼마쯤 지났을까?
난 뭔가 소곤거리는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어.
형, 누나들이 이야기를 한 거였지.
"텐트는 거기 두고 왔어?"
"몰라, 그런가 봐. 찾으러 갈까?"
"미쳤냐? 거길 또 가게?"
"그런데 민지는 어디 갔어?"
"너랑 같이 내려왔잖아. 왜 나한테 그걸 물어?"
그들이 약간 소란스러워졌어.
아마 내려오는 도중에 한 명을 놔두고 내려왔나 봐.
그들은 한참을 그렇게 서로 이야기했어.
아마 너무 늦은 시간이라서 다시 올라가서 찾기도 힘들 것 같은데
찾아야 되긴 하니까 서로 약간은 짜증이 나 있는 상태인지라 목소리도 점점 커졌지.
그들은 서로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날 깨웠어.
다들 알다시피 안자는데 자는 척하기가 힘들어서 티가 난 건지 아니면 내가 어려서 깨우기 만만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날 흔들어 깨우더라고.
"꼬마야. 여기 랜턴 같은 거 있어?"
난 애써 막 깬 척을 하면서 없다고 말했어.
촌동네에 그런 게 있을 리도 만무하고 있다 해도 내가 알 리 없으니 말이야.
"그러면 우리랑 같이 가서 친구 찾는 것 좀 도와줄래?"
그 말을 하는 형의 입에는 두려움인지 미소인지 알 수 없는 그림자가 휙 하고 지나갔어.
하지만 난 그렇게 대인배가 아니었지. 담력이 좋은 편도 아니었고 말이야.
단호박만큼 단호하게 못 간다고 했지.
그러니까 뒤에 무서워만 하고 있던 누나들까지 날 설득하는 거야.
순간 난 너무 무서운 기분이 들어서 작은 할아버지를 흔들어 깨웠는데
도통 깨실 생각을 안 하는 거야.
그때 내가 너무 어린데다 밤중이고 두려움에 취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뭔가 알 수 없는 웃음기를 띠고 있는 것 같았어.
너무 무서운 나머지 바로 옆에 있는 외할머니집까지 냅다 뛰어서 도망을 갔지.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한데 다 무시하고 외할머니 집으로 들어가서
외할머니 품에 안겨 한참을 떨었던 기억이 나.
다음 날 아침 내가 너무 무서워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자
부모님께서 부리나케 외할머니댁으로 오셨어.
부모님을 뵙고 안정감을 찾아서 그런 걸까?
두려움에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게 부모님께 전날 일어난 일을 말씀드렸지.
화가 나신 어머니는 당장 작은할아버지댁에 가서 어떻게 애를 그렇게 둘 수 있느냐고 따지셨어.
작은할아버지는 황망한 표정으로
"그 청년들 내가 차 없다니까 바로 돌아갔는데 무슨 소리냐?"
라고 하셨지.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아버지께서 지나가는 말로 이러셨어.
"10년 전인가. 그때도 젊은 사람 다섯이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건 아무도 못 봤다던데.
그 산에 뭔가 있긴 있는 것 같다.."
이상한 일이지. 내가 그 산으로 올라가는 걸 본 건 분명 여섯명이었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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