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동에서 캐나다우드 수업이 끝난 후 목동 베이커스필드 현장에 들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후 3시 정도 됐을까 갑자기 찜닭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 용산역에서 신랑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나 지금 용산인데 찜닭이 먹고 싶어. 찜닭 먹고, 교회에 청소하러 가자.” 근데 신랑이 “신랑: 난 벌써 점심 겸 저녁으로 밥 먹었어.”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나: 그럼 나 혼자 먹을 테니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랬더니 짜증 섞인 말투로 “신랑: 꼭 그렇게까지 해야 돼?, 나중에 먹으면 되잖아.” 하며 질책했다. 그래서 난 섭섭한 마음에 “나: 알았어. 내가 알아서 먹고 갈게.” 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6시쯤 의정부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내려 찜닭을 먹겠다고 찾아갔다. 사실 조금 고민했다. 혼자 여러 음식들을 먹어보긴 했지만, 찜닭은 혼자 먹는 음식이 아니라서 망설여졌다. 하지만 난 당당하게 먹으러 가기로 마음먹었다. 혼자서.
의정부역에서 내려 찜닭을 먹으러 걸어가는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의정부역에 누워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노숙자 아저씨들, 이 더운 날 길거리에 앉아 구두를 닦고 계신 할아버지를 보며 혼자 찜닭을 먹으러 가는 내 모습에 왠지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2만원짜리 찜닭‘소’를 시키며, “당면 많이 주세요~”라는 말을 잊지 않고는, 4인 테이블에 혼자 앉아 책을 읽으며 기다렸다. 당면이 엄청나게 푸짐한 닭 반 마리가 나왔다. 그렇게 혼자 앉아서 먹는데, 웬일인지 맛이 없게 느껴졌다. 그렇게 먹기 시작한지 10분 정도 후 신랑에게 전화가 왔다. “신랑: 어디야?”, “나: 의정부”, “신랑: 뭐해?”, “나: 밥 먹는데?”, “신랑: 정말 간 거야?”, “나: 응”, “신랑: 맛있어?”, “나: 응”, “신랑: 맛있게 먹고 와~”, “나: 응”하고는 끊었다. 사실은 맛이 없었는데, 괜한 심술에 엄청 맛있는 척했다.
그러고는 혼자 야금야금 계속 먹고 있는데,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만 그런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사치를 부리는 것 같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왜 자꾸 이런 마음이 들까?’, ‘내가 뭔가 잘못한 걸까?’ 곰곰이 생각하며 먹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나씩 나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점심도 배불리 먹어 소화도 다 안 된 상태였는데, 난 왜 찜닭이 먹고 싶었을까?’, ‘배가 고파서 먹으려 했던 것일까, 그냥 기분전환으로 먹고 싶었던 것일까?’, ‘배가 안 고팠다면 신랑 말처럼 나중에 먹었어도 됐는데, 굳이 혼자서라도 먹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서운한 마음과 오기로 꾸역꾸역 그 찜닭을 먹으러 찾아갔던 것은 아닐까?’, ‘어차피 다 먹지도 못할 걸 알았으면서 왜 당면은 더 달라고 했을까?’, ‘배가 불러 닭 한 조각에 당면도 겨우겨우 다 먹었으면서 왜 욕심부렸을까?’, ‘욕심을 참고, 2만원을 아꼈다면, 더 좋은 곳에 썼다면 어땠을까?’ 난 지금 당면을 더 달라고 했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에 남길 수 없어 당면만 다 먹고, 전부 포장해왔는데, 숨을 쉴 때마다 배가 아프다. 너무 배부르게 먹어서… 아, 너무 미련하고, 너무 어리석다. 그리고 참 못났다.
지하철 안에서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여러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1000원을 줄까 말까 고민하는 나인데, 먹고 싶은 것은 어떻게 해서라도 먹는 내 모습이 참 쪽팔리다. 사실 지금껏 먹고 싶은 것은 거의 다 먹고 살아왔다. 다행히 고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먹고 싶은 음식이라고 해도 크림 파스타 정도가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늘 그 욕구를 참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신랑은 굶어 죽는 사람도 있다고 음식을 남기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데, 난 늘 욕심부리고 배 아프거나, 남긴다. 이런 내 모습이 틀렸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건, 난 명품 가방도 없고, 명품 신발이나 명품 화장품도 없고, 외적인 부분에 욕심 부리지도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것 정도의 사치는 나에게 너무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스물아홉이 된 지금에서야 이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참…. 한심하다.
돌아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사람들을 만난다. 지하철 역에서, 지하철 안에서, 환승 구간에서, 또 다른 지하철 안에서, 내리고 나면 지하철 역에서…. 근데 그런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누군가에게 1000원을 드리고 나면, 그 날 다른 사람들 앞을 지날 때마다 ‘난 오늘 1000원을 이미 드렸으니 괜찮아. 난 할 만큼 했어. 난 당당해.’ 하는 마음이었다. 더구나 오늘은 책을 읽고 있는데, 멀리서 찬송가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속으로 ‘잘 보이는데, 안 보이는 척하는 분일지도 몰라.’ 하면서 쳐다보지도 않고, 책을 읽다가 지나가실 때 고개를 살짝 들었는데, 팔 한쪽이 절단 된, 앞이 보이지 않는 분이셨다. 아…. 정말 이 이기적이고, 못된 나를 책망하며 얼른 지갑을 열어 1000원을 꺼냈는데, 이미 많이 지나가신 것이었다. 그래서 잠깐 고민했다. ‘얼른 뛰어가서 드리고 올까?, 아니야, 그건 너무 유난 떠는 것 같은데, 그래도 이 1000원이 좀 도움되시지 않을까?, 아니야, 지금 일어나면 자리도 다 빼앗겨, 아직 한참 가야 하는데…’ 하며 망설이다 결국 가방에 도로 넣어버린 나 아니었던가. 이런 기억들과 여러 가지 생각들이 물밀듯이 밀려들면서 정말 너무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찜닭집에서 혼자 밥 먹는 거야 용기가 좀 필요하긴 해도 누군가에게 피해주는 일이 아니라 당당하게 먹을 수 있었는데, 다른 이유 때문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사실 너무 창피하고, 이기적인 내 모습이라 적을까 말까 고민했는데, 이 글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끼고 ‘다시는 욕심으로 음식을 먹지 말아야지.’ 다짐하려고 썼다. 남에게 주는 것을 아까워하면서, 나에게 주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하고 말이다. 이건 예수님의 제자로 살아가는 길은 아닌 것 같다.
속으로 아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베풀어야지. 그리고 생색내지 말아야지. 그래서 예수님의 제자의 모습을 닮아가야지.
아 어렵고, 험난하다. 왜 내 삶은 늘 제자의 삶과 상반된 모습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