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9개월차, 한창 신혼에 달콤해야 할 이십대 중반의 여자입니다.
조언이나 충고보다는 다 그러고 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 이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힘든데 남들이 보기엔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는 이 상황에서
딱히 털어놓을만한 주변 사람도 없구요.
조금 더 자세히 제 소개를 하자면 결혼 9개월차, 전 25, 신랑은 26이구요.
저희 아기는 16개월입니다.
말 그대로 아기 먼저 낳고 결혼 한 케이스입니다.
다행히 임신 사실 알 때쯤 신랑이 취업에 성공하였구요. 지금은 그 곳에서
더 조건이 좋은 곳에 공채로 합격해서 현재 신입사원으로 회사 다니고 있어요.
꿈꿔왔던 결혼생활하고는 순서부터 뒤엉켜버린 갑작스런 결혼이였지만
그래도 이 남자라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참 많이 좋아했던 사람이 정말 무뚝뚝한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과 이별하고
한창 힘들 무렵 지금 신랑을 만났어요. 전에 만났던 그 사람과는 성격부터
정반대의 사람이에요 우리 신랑. 무뚝뚝하곤 전혀 거리가 먼......
장난기 넘치고 사랑표현에 거침 없는 그리고 늘 자신에게 당당한 그런 사람이에요.
처음엔 이런 모습들이 너무 낯설어서 거리를 두려고 했는데 어느새 제가 신랑한테
참 많이 물들어있더라구요... 이 사람 만나면서 정말 형편없던 것만 같던 제가
진짜 공주가 된 것같았고, 태어나 처음으로 내가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됬어요. 그래서 임신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에도 많이 놀라고 당황은 했지만,
그래도 이 사람과 함께라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네요. 그 정도로 연애때는
제게 무한한 사랑을 주었던, 그래서 제가 이 세상 행복의 중심에 서있는것만 같은
기분을 안겨준 사람이에요.
근데 결혼을 하니 참 많은 게 달라지네요. 물론 상황적인 면도 있겠죠.
저흰 말로는 신혼이지만 아이가 있고,
저희 신랑은 이제 사회생활 갓 시작한 사회초년생이니까요.
그렇지만 결혼이라는 것이 이렇게 외로워질 수도 있는 것인지 몰랐어요.
새벽 5시쯤, 제가 눈뜨기도 전에 출근해서 10시쯤 퇴근하는 신랑은
퇴근과 동시에 잠이 제일 급하기 때문에 저와 대화할 시간도 없구요.
일주일에 딱 하루 쉬게되는 휴무도 친구를 만나든, 피씨방을 가든,
어떻게든 나가고 싶어 제 눈치만 보는 신랑의 모습이 마냥 서운하기만 합니다.
전 하루 쉬는 날만큼은 가족위주로 활동하고 싶은데 그럴 때마다 신랑은 장난식으로
제게 구속이란 표현을 자주 씁니다. 결혼 전엔 제가 자기 생활의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행동하더니 결혼 후엔 이 점이 제일 먼저 달라지더군요.
물론 신랑이 안쓰럽기도 합니다. 풍족한 가정에서 부족함없이 자라서인지
생활 자체가 자유로웠던 사람인데
너무 일찍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으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이 상황만 아니었음,
자기가 그토록 나가살고싶다던 외국 나가서 더 많은 것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있을텐데...
그 부분에선 많이 안쓰러워요.
그래서 일하고 힘든 사람이니 내가 이해해야지 수만번 생각하는데,
그러다가도 순간순간 울컥해서 서운해지는 마음은 또 별개인건지, 어쩔 수가 없네요...
제가 선택한 길이지만,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것이 정말 보통의 일이 아니더군요. 제 의지고 뭐고
하나도 통하지 않는 어린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 기댈 곳은 남편뿐인데,
남편은 늘 피곤해있기에 말 한마디 건네기도 조심스러워요. 그렇다고
부모님께 힘든 내색을 할 수도 없고, 한창 취업전선에
뛰어든 친구들에게는 전혀 감 잡기 힘든 문제라 말도 꺼낼 수 없구요.
오로지 혼자 이겨내야 하는데 왜 저는 이게 이리도 힘든지 모르겠어요.
신랑과 연애할 때는 내가 봐도 나 참 사랑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젖어 살았는데
요즘은 가끔 신랑 속마음이 궁금해집니다.
여전히 그가 저와 사랑이란 감정으로 함께 있는건지,
아님
이젠 그에게 제가 사랑이기 전에 책임 혹은 의무가 되어버린건지요.
신랑에게 큰 것을 바란 적은 없어요. 그냥 따뜻한 말이나 표정, 그냥 그런 감정들을
나누고 싶었던건데 신랑에겐 그게 그리도 부담스러운 큰 부탁일까요......
그냥 여자들은 그런 것 있잖아요.
이 사람이 나를 바라볼 때 눈빛이나 말투, 표정 그런 소소한 것들에서 느끼는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이요.
부끄럽지만
부부관계도 저희 한 달에 한 두번 정도 할까 말까에요.
저희 신랑 성욕 굉장히 센 편이거든요... 원래 아니였다면 생각지도 않을텐데
저는 이 부분도 이젠 내가 여자로 보이지 않나보다... 내가 그만큼 익숙하고
편한 존재가 됬나보다...하는 마음이 들어요. 관계를 안 해서 문제가 아니라
자꾸만 이런 모습들이 이젠 날 사랑하긴 하나, 여자로 보이긴 하나 라는 물음으로 흘러가니까
제가 너무 힘들어지네요.
제가 연애때를 떠올리며 이런 말을 하면 신랑은 연애 때는 어떤 남자들이건 자신의 역량에서
150~200%를 발휘하는거고, 지금 이 모습이 자신의 100%라네요.
참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마음에 말문이 막혀 그 말에 그냥 수긍했네요. 그렇구나..하고...
밤이라 예민해진건지... 참 외롭네요 오늘....
결혼이란게 이렇게 현실에 치이는 것인 줄 알았다면
평생 연애만 하다 죽을껄 이라는 바보같은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우리 모습이 너무 이상한데 뭐가 이상해? 라고 물으면 말문이 탁 막히는 제 모습이
너무 답답해서 글로 끄적여봤어요.
근데 그래도 답답하네요. 마음을 글로 100% 담아내기에는
역시 무리인가봅니다.
모두들 행복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