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제 20대 후반으로 꺾이는 여자입니다.
서울에 모 대학교를 다니면서 운 좋게 교환학생 기회가 생겨 멕시코로 가서 6개월정도 지면서 새로운 세상에 대한 눈이 트여 여행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휴학까지하면서 유럽여행과 인도 여행을 6개월동안 하고 올해 봄,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들어오니 지인들의 반응은 대개 '여자 혼자서 배낭여행을 장기간 다니고 참 대단하다', '인도 어떻게 혼자다녔니', '이번 겨울 인도에서 사건 엄청 터졌잖아. 괜찮니?' 등등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여행을 혼자다니는 것이 그렇게 대단하다고는 생각해본적없습니다. 누구나 마음먹으면 가능한 일인 것이고 단지 '용기'가 부족해서 섣불리 안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그렇다고 돈이 그렇게 많은 편도 아니고 저 역시 등록금을 직접 버는 입장에서 장학금까지 받으면서 돈을 어느정도 비축해두었다가 여행을 갔습니다. 하지만 펑펑 쓰는 것이 아닌, 유럽에선 거의 하루 2만원, 인도에선 하루 1만원이하로 생활하면서 한국에서 쓰는 생활비보다 오히려 더 적게 나온 적도 참 많습니다.
그래서 가끔 '너 여행 많이 다니잖아, 돈 많아서 그런거아니야?'하면 여러모로 반박을 해주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제 친구를 통해 한 오빠가 하는 말을 전해들었는데 조금 기가 막혔습니다. 그 오빠는 저랑 조금 친한 편입니다. 아주 친한 편은 아니고 생각나면 가끔 밥 한번 같이 먹고 맥주 가볍게 먹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제가 없는 모임 자리에서 (제 친구가 그 곳에 있었습니다) "OO이는 혼자 여행다니면서 남자들 맛 좀 많이 보지 않았겠냐?" 란 소리를 했다는 겁니다.
그 소리에 살짝 충격을 먹었습니다. 그저 술 취한 사람 술주정으로 넘어가고 싶지만 그래도 취중에 그런 소리를 한다는 것은 마음 속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거기에 또 그 자리에 동석한 몇몇 남자분들도 동조를 했다는 겁니다. 처음엔 "걔가 그럴 애는 아닌데...그럴수도있겠다" "실제로 내가 아는 여자애도 외국에 교환학생가고 완전히 애가 변했더라." "괜히 원정녀원정녀란 말이 있겠느냐" 등등 하면서 갈수록 말이 심해졌다고 합니다. 제 친구는 그저 취한 척 하면서 그 소리를 다 들었고 어느날 저를 만나 이 이야기를 다 해주었습니다.
실제로 여자가 혼자 여행하면 확실히 주의해야하는 것은 맞습니다. 유럽은 그나마 안전할지 몰라도 인도나 터키 같은 힌두/무슬림 국가 에선 남자들이 실제로 엄청나게 껄떡댑니다. 얼굴이 예쁘다 아니다를 넘어서 그저 외국인 여자, 그것도 혼자 여행하는 여자다 싶으면 일단 들이댑니다.
처음엔 "그냥 이야기를 하고싶다." 하면서 시작하다가 "어디가서 짜이(차)나 한잔할까?"라고 슬슬 꼬시고 마지막엔 "우리 엔조이 할까? 나 너 좋아" 등으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 놈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거기에 넘어가는 여성들도 꽤 많다고 들은 적은 있습니다. 혹은 멋도모르고 갔다가 당하는 여자들도 태반이구요.
그런 얘기를 사람들이 많이 주워들은 것인지 여전히 여자 혼자 여행한다고 하면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수건'로 취급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화가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딴 것에는 오픈마인드라 자부하지만 제 성적인 문제에 있어선 보수적인 편입니다. 특히 개인적인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하곤 했습니다.
이번 겨울에 인도 여행하다 만난 한 여대생도 비슷한 것을 말하더라구요. "이번에 인도 여대생 성폭행 사건 터지면서 집에서 걱정되서 전화가 엄청왔다. 나도 확인하려고 뉴스를 보는데 댓글에 혼자 여행하는 여자들에 대해 공격하는 것들이 엄청 많았다" 라구요.
저도 그 사건에 대해선 그 여대생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건 따끔히 지적해주는 것은 많지만 '즐겨놓고 무슨' 이라던지, '원래 여자 혼자 여행하면 어느정도 즐기려고 가는 것도 있진않냐' 등 (이정도 댓글은 그나마 순화된 것입니다) 애초에 '혼자 여행하는 여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것에 대해 약간은 화가 나더라구요.
남자들은 혼자 배낭여행을 가면 그러려니 하면서 여자들은 혼자 배낭여행 가면 '싸구려'가 된다 등의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고 궁금해졌습니다.
한번 묻고싶습니다.
혼자서 배낭여행을 즐기는 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