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부모님은 서로 사랑하지 않으세요. 근데 같이 사십니다.
그냥 여태껏 참아왔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요.
전혀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지만.. 심지어 제 친한 십년지기 친구들도
마냥 저희 가족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줄 알아요.
서로의 부모님들끼리도 잘 아는 사이니까요.
평소엔 그래도 아무일없이 지내니까요. (겉으로는..)
그래서 이걸 설령 제 친구들이 읽게 된다해도 저인줄을 모를거에요...ㅎㅎ
그냥 하소연이니까 안읽으셔도 됩니다.
진짜 저혼자 주절거리고 싶어서 쓰는 글이니까..
그래도 누군가, 저희 가족이 아닌 다른 제3자가 저의 마음을 알아주면 좋을 것 같아서..
일단 사건의 시작은
아버지가 술집을 자주 드나들어서 많이 부부싸움을 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3~4살때였을걸요. (약 20년전 일. 20살넘어서 엄마한테 들은거)
사실 전 엄마가 사건의 시작인 줄 알았거든요.
제가 고등학생때, 엄마가 갑자기 밖을 자주 드나들고, 컴퓨터를 자주 하시고..
우연히 메일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낯선 사람과 메일을 주고받은 내용을 읽어버렸습니다.
'사랑해, 보고싶다..'이런 말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아..
그리고 심지어 '모텔'이란 단어도 있었어요.
고등학생때 저는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혼자 끙끙 앓고. 제 일기에 엄마에 대한 원망, 배신감을
적어서 풀었지요...그리곤 그냥 모르는 척 담아뒀습니다.
엄마가 말 걸면 좀 퉁명스러워지게 되는 건 숨길 수가 없었네요.
그래도 엄만 그냥 사춘기려니 넘어갔나봐요.
그리고 20살이 좀 넘어서..
제가 그 분노를 꾹꾹 참아오다가 엄마한테 한번 되게 큰소리를 친 적이 있었습니다.
엄마가 또 컴퓨터를 자주 하고, 웃는 모습이 제 눈엔 가증스럽고 역겨웠거든요.
정말 엄마얼굴은 별로 쳐다보기도 싫었어요.그래서 저도 모르게 울면서 소리치게 되었나봐요.
엄마는 저를 앉혀놓고. 제가 쓴 일기를 봤다면서 하더라구요.
저는 솔직히 엄마 입에서 미안하다.. 얼마나 마음고생 많았느냐.. 절 위로해주는 말을
마음을 은연중에 갖고 있었나봐요. 전 나름 그당시에 상처를 받은거니까요.
그런데 엄마는 해명(?)하는 내내 끝까지 저에 대한 미안함은 없으시고 오히려 당당하시더라구요.
엄마의 해명인즉..
너가 어렸을 때부터, 아빠가 자주 여자를 만나고 그런 모습을 봐왔기 때문에
아빠는 더이상 남자로 느껴지지 않았다. 실망, 배신감이 컸고 그 뒤로 너희들만 바라보며
살아왔다. 너희 아빠는 내가 남편으로서는 더 이상 의지할 수도 없는 사람이고,
그저 월급 꼬박꼬박 갖다주는 사람일뿐이다.
오로지 너희들 때문에 이혼안하고 참으며 살아왔다.
엄마도 여자인지라 의지하고 싶은 사람이 필요했다.
처음엔 엄마도 안그러려고 했다. 그런데 어떤 스터디그룹에서 만나게 되어 알게 된 사람인데
꽤나 박식하고. 엄마가 모르는 영어같은것도 가르쳐주고 같이 공부하다보니 친해졌다.
그 남자는 엄마보다도 어렸지만. 정말 든든했고 어른다웠다. 그 남자는 결혼도 안했다.
결국 그 남자에게 고백을 받게 되었으나.
엄마가 자식이 둘 있는 결혼한 여자라는 걸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 괜찮다고.. 자기에게로 와달라고 했다. 자식 둘도 자기가 감당할 수 있을거라며..
엄마도 그당시에 엄청 혼란스러웠다네요..
하지만 끝내 정신차리고. 청혼을 거절하고 그 사람과 지금 연락은 끊은 상태래요.
지금은 아마 그 남자는 해외에서 박사과정 따고 있을거라고..잘 살고 있을거라고 하네요.
그 뒤로도 엄마한테 메일들이 왔지만 전혀 답장 안했대요. 그 뒤론 그쪽에서도 메일이 안온다고.
그 남자하고 연락끊은지가 언젠데 너는 이제와서 그 일 가지고 울고불고 난리냐.
엄마도 울면서 이렇게 이야기를 늘어놓더라구요.
제가 고등학생때.. 아빠가 저한테 그런 소릴 한적이 있었어요.
아빠가 쓰레기버리러 밖에 나가는 길에 엄마가 어떤 사람이랑 통화하는 걸 봤다.
내용을 들어보고 아빠는 발등을 찍힌 기분이었다.
사랑해라고 하고, 남자목소리였으니까..
그걸 듣고 바로 아빠는 화가 나서 엄마한테로 가 휴대폰을 뺏어버리고 땅에 던져버렸다고.
그때 엄마 휴대폰이 고장난게. 그 이유였던거죠. 전 그냥 엄마가 깔고앉아서 고장났다고하길래
그러려니 했거든요.
그때도 엄마에 대한 분노가 더 높아졌죠.
그런데 또 이번에 엄마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아빠가 이미 먼저 남편으로서의 실망감을 안겨준거였고.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까 그럴만도 한 거 같더라구요..
아빠가 술도 자주 마시고. 술집도 자주가고
그런걸로 엄마랑 아빠가 부부싸움하는걸 초등학생때도 좀 봐왔고..
전 근데.. 어렸을 때라서 아빠가 술을 많이 마시고 돈을 많이 써서 싸우는 건지 알았지..
아빠가 여자랑 같이 자고.. 이런거때문에 싸웠는지는 몰랐어요.
엄마가 다 말해서 알게 된거죠.
"그래도 너희 아빠인데. 엄마가 이렇게 까발리게 되면, 너네들이 아빠를 아빠로 봤겠냐? 엄마도 몇십년간 참아왔다. 너희들만 바라보면서."
이런식으로 이야길 하시니까 할말도 없더라구요..
그런데 아빠는 저희한테는 엄마한테 발등찍혀서 더이상찍힐것도 없다.
아빠도 너네 엄마가 이혼하자고 하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 다 너희들 때문에 못하는거다.
(엄마 안계실 때 술먹고 들어와서 이런 소릴 하세요.)
막상 엄마 있을 땐, 술깨어있을 땐, 엄마한테 사랑해 하고 하십니다..
그러고 술들어가면 또 여자만나고 와서 엄마랑 싸우고..
다음날 아침되면 또 잘못했어.. 봐달라 하고..
양쪽에서 다 너희들 때문에 이혼하고싶어도 못하는 거다. 이러니까
괜히 짜증나는거있죠,,
물론 자식들 앞날을 생각한다는 건 좋지만...
자식들 입장에선 그저 부담스럽고. 싫네요.
엄마도 말하길.
요즘 세상이 이혼에 대한 편견이 많이 나아졌다고들 하지만.
너희가 만약 결혼할때 부모님 이혼했다는 건 흉이 될 일이라고..
너희한테 피해 안가게 하고싶다.. 엄마는 지금가지도 잘 참으며 살아왔으니까
이혼하더라도 너희들 다 시집,장가 다 보내고 할게.. 라고 하시더라구요.
사실 엄마는 저희들한테 매우 희생적이셨죠..
초등학생때도 알림장보며 준비물 빠짐없이 다 챙겨주시고.
중고등학교때는 학원도 다 보내주시고.
선생님들 찾아가며 상담도 하구..
그래서 제가 고등학생때 그 사건을 계기로 철썩같이 믿어왔던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고
충격이 더 심했나봐요...
반면 아빠에 대한 충격은 덜하네요. 원래 아빠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 그랬나..
아빠는 저희에게 관심이 별로 없으신듯해요.
술을 좋아하고. 술먹고오면 용돈주시고.
결과물에만 관심가지시는...
과정은 별로 신경안쓰세요.
예를 들면. 학원보내는 거에도 돈낭비라고 하셨고.
막상 성적이 잘 나오면.. 좋아하시고..
칭찬 표현도 안해주셨습니다. 격려 그런것도 없었구요.
사소한 것들에서 그냥 아빠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어요.
정이 없달까.. 대화도 별로 안하구요.
저보고 못생겼다고도 했구요 ㅋ
상처주는 말 툭툭 내뱉으십니다.
절친도 없으세요..
취미생활도 없으시구요.
이런 아빠의 모습이 엄마는 한심했던거죠.
저희들에 대한 일도 아빠랑 상담한 적이 없대요.
그냥 엄마 혼자 다 해결해왔대요.
같이 얘기하면 항상 싸움으로 끝나게 된다고.. 말이 안통한다고.
아무튼...
확실한 건 지금 서로에 대한 마음은 없으신 겁니다
서로에 대해 상처를 받았고.
그래도 서로 살고 있는 이유는 바로 자식들 때문..
저도 그냥 부모님 이혼해도 괜찮다고 했어요.
그런데 엄마는 차마 그럴 수 없다고 하셨어요.
휴... 그런데 또 그저께 일이 터졌고.
이혼하네, 마네 하네요..
이젠 일상다반사가 되어서
또 말로만 그칠지.. 진짜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근데 요즘에도 이혼했다고 보면 색안경끼고 보는 사람들 많나요?
집안환경 운운하면서 자식들도 좀 안좋게 보고..
전 진짜 이런 결혼생활을 보다보니까.
결혼에 대한 로망은 없네요.
그냥 결혼해도 고생길이 들어가는 거 같고.
결혼식에 있는 신부들의 모습을 보면
예쁘긴 하지만... 한편으론 안타까워보이기도 하고..
엄마도 항상 결혼을 뭣하러하냐. 그냥 너 능력 키워서 혼자 살아라 그게 천배만배 낫다.
이런식으로 제가 어렸을 때부터 이런 소릴 하셨어요..
그냥.. 예전에 엄마를 가증스러워하고 역겨워했던 저를 생각하니까..
엄마한테 좀 죄송한 마음이 크네요.
엄마도 엄마 인생이 있었을 텐데 말이죠.
제 일기를 읽고 엄마도 상처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정말 남편이란 존재는 이미 예전에 없어졌을테니까요.
엄마혼자 자식둘을 키워온거죠 정신적으로는..
그렇게 엄마랑 울고불고 했던 일도 이제 5년 된 일이네요..
그동안 조용히 잊고 잘 살다가 그저께 또 아빠가 여자만나는걸
엄마한테 들켜서 일이 터져서.. 또 이런 기억이 나길래 짜증나서
주절거렸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화목한 가정... 친척들도 그렇게 알고 있구요.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건 저희 가족들만 알고.
밖에서는 전혀 그런 일 없는 것처럼.. 잘 지냅니다..
정말 형식적인 가족이죠. 마음없는..
엄마아빠가 서로 사랑하는 가정에 있는 자식들... 참 부럽습니다.
이걸 과연 끝까지 읽는 분이 있을까요..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리구요.
쓰고보니 왜 썼는지 모르겠네요 ㅎㅎㅎ;;;
서로 관계에 있어서 실망시키지 않는 것.
믿음을 깨지 않는 것이 정말 중요한 만큼.
여러분들은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래야될텐데 ㅠㅋㅋ